|
아기 기를때 가장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는 도대체 말똥말똥 아기가 잠을 안 잘 때일 것이다. 노래 가사 처럼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서도 아기는 잘 자는 줄 알았더니 이게 왠걸, 이래도 저래도 아기는 쌩쌩하거나, 잠투정만 할 뿐 정작 잠을 안잔다. 오죽하면 덩달아 잠을 못잔 아기 엄마들이 "잠 한 번 실컷 자보는게 소원이다."라는 비명을 지르겠는가 ! 나도 둘째가 쉽게 잠들지 못한 편이라서 무던히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어떤 방법도 안 통하면 포대기에 아기를 들처 업고 밖으로 나갔었다. 어슬렁 어슬렁 비몽사몽간에 걸으며 아기를 흔들고 얼래다보면 어느 새 툭! 하고 느껴지는 무게, '아, 드디어 잠들었구나.' 싶어 깰세라 데려다 눕힌 일이 몇 번이었을까? 한 번은 나 같은 문제를 겪던 부부가 아예 아기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했더니 잠이 들었다며 안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이 그림책은 꼭 그 옛날 아기 기르던 때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작은 곰은 어둠이 무서워서 잠을 못 잔다. 큰 곰은 작은 곰을 위해 등불을 차례 차례 켜주지만 , 작은 곰은 온 세상을 뒤덮은 캄캄한 어둠이 무섭기만 하다. 마침내 큰 곰은 아기 곰을 데리고 동굴 밖으로 나가 밤의 세상에는 어둠만이 아니라 환한 달도 반짝이는 별들도 있음을 알려준다. 어느 새 큰 곰 품에 안겨 잠이 든 작은 곰, 둘은 난롯불 옆 의자에서 포근한 잠을 자게 된다. 큰 곰의 지혜가 느껴지지 않는가! 읽고 싶은 책도 여러 번 내려놓고 작은 곰의 말에 귀 기울일뿐 아니라, 공포의 실체인 '어둠'을 마침내는 직면하게 하니 말이다. 작은 곰은 어둠 속에도 빛을 내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드디어 공포를 이기고 잠이 든다. 그 순간 자기를 감싼 큰 곰의 따스한 품은 얼마나 든든함이 되었겠는가!
영어도 쉬운 편이고 그림책 답게 같은 문장이 계속 반복되므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이 그림책을 나와 함께 읽은 정은 집사는 자기 아이들이 정말로 뜨겁게 이 책을 좋아해서 놀랐다고 한다. 중학생과 초등 고학년인 두 아이는 작은 곰을 바로 어린 시절의 자신들인양 여기며, 심지어 "엄마는 우리 어릴 때 (큰 곰처럼)안 그랬잖아?"라는 말까지 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이불 덮고 빨리 자라는 말이 원망스러운 아해들이 이다지도 많단 말인가? 정은 집사의 아들인 예현이는 그림 책 속의 작은 곰을 그대로 베껴 그리며 더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나는 사실 '그림은 소박한 편이군!' 이라며 내용에만 집중했는데 그 말을 듣고 다시 보니 과연 작은 곰이 이불 속에서 땡글하니 눈만 내놓은 모습, 애처럽게(?) 큰 곰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 또 침대 속에서 빙빙 돌다시피하며 잠 못이루는 모습 등 다양했고 완전 감정이입이 되버린 예현이는 열심히 그림을 그렸던가보다. 일찍 자라는 말에 볼 멘 아해들과 그 아해와 실강이하는 엄마가 있다면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이왕이면 아이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머리 맡에서 읽어주다보면 갈등이 스르르 사라질 것 같다. 그림책 마지막에 그려진 큰 곰 모습에 나의 옛 모습이 겹쳐진다. 아기 재우려고 옆에 누웠다가 나 먼저 잠들어버리고 그러면 아기도 따라 잠들고~ 그래서 둘이 머리를 짚수세미로 해가며 한바탕 자고 일어나던 그 시절의 모습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