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지널에 관한 콤플렉스는 때로는 원형을 인정하면서도 전혀 새로운 형태의 그 무엇이라는 귀중한 결과를 창출해내기도 한다. Muddy Waters가 60년대 초에 영국에서 공연을 했을 때 영국의 젊은이들은 블루스에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은 곧 자신들의 Feel로는 오리지널 Blues를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의 창조적인 변용은 British Blues의 찬란한 역사를 만들어 냈고 수준높은 인스트루멘틀리즘을 기반으로 한 정교함을 뽐내는 Blues Rock은 오히려 Blues의 본고장인 미국보다 영국에서 빛을 보게된다. 재능있는 명인들의 결합은 때때로 즐겁기도 하고 때때로 괴롭기도 하다. 개성강한 이들이 뭉쳐서 역효과를 만들어낸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이들의 역량이 하나로 조화되었을 때에 주는 기쁨은 그 무엇에도 비하기가 힘들다. Blind Faith는 록의 역사상 최초로 ''슈퍼''라는 칭호를 얻은 밴드이며 확실히 지금 들어도 그들의 수준높은 인스트루멘틀리즘은 아무리 록의 격전지라고 하는 British Rock사에도 분명히 꼽힐만한 수준을 자랑하는 것들이다. Traffic출신의 Steve Winwood, Cream출신의 Eric Clapton, Ginger Baker,그리고 당시의 스튜디오 뮤지션중에서도 잘 나가던 베이시스트였던 그리고 역시 후일에 Traffic에 재적하게 되는 Rick Grech가 결합된 록 역사상 최초의 슈퍼 프로젝트밴드인 이들은 1969년 Hyde Park에서 10만명의 인원을 동원한 콘서트를 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의 필름은 아직도 기록으로 남아있으며 곧 있으면 DVD로 발매된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한다. 어쨌거나 긴장을 했는지 아니면 무엇인가 손발이 안 맞았는지 그들의 첫 콘서트는 상당히 혹평을 감수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역시 발매한 음반또한 좋은 평을 듣지 못하고 혹평을 감수해야만 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후 이 음반은 다시 한번 재평가받으며 록의 중요한 명반 중 한 자리를 당당하게 꿰차게 된다. 앨범의 첫 곡 ''Hard To Cry''는 이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유의 화사한 톤 감각으로 채색된 기타리프의 도입부를 지나서 이어지는 소울풀하게 절규하는 보컬, 곡의 후반부로 흐르며 장렬하게 그리고 뛰어나게 전개되는 기타 솔로는 Blues Rock이라는 음악이 보여주는 미학적 이상형에 가장 근접하는 연주라 생각된다. 화사하면서도 메마르고 풍윤하면서도 척박한 느낌이 매력적인 넘버이다. 지극히도 Acoustic한 Texture로 채색된 Can''t Find My Way Home은 비트의 운용에 관한 노래이다. 얇게 울리는 은근한 베이스 라인과 어쿠스틱 기타의 미니멀한 리프를 따르다보면 이 곡의 액센트는 진저 베이커의 드럼에 있음이 보여진다. 순간적으로 후려대는 격한 비트는 이 곡의 최대의 매력이다. 로져 메이어계열의 이펙트를 가한 듯한 왜곡된 기타와 피아노가 주선율을 이끌어 가는 ''Well We All Right''는 Buddy Holly의 곡을 리메이크한 넘버이다. Rock''n Roll의 기본적인 이디엄이라 할 수 있는 남성성의 표출을 염두에 둔 듯한 곡이다.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열정이 녹아있는 리드미컬한 연주의 박력은 최소한의 편성임에 도 불구하고 웅장한 서술을 보여주고 있다. 담백한 서정이 어려있는 ''Presence of The Lord''는 후일의 Eric Clapton의 솔로 캐리어에서 자주 연주되던 곡이다. 곡의 후반부에 광폭하게 달려드는 애드립은 과연 그가 후일의 Mr. Slowhand라는 별명을 얻은 사람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나운 연주를 들려준다. 굉장히 극적인 구성을 지닌 ''Sea of Joy''의 드라마틱함은 계속 씹어보고 싶은 느낌이 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중간에 삽입된 Rick Grech의 바이올린 솔로부분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테마 멜로디를 지닌 탄력있는 긴장감을 지닌 리프가 매력적인 곡인 것이다. 록이라는 음악이 리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음악이라는 것을 보면 이 곡의 리프는 이 짤막한 명제의 증거로 제공되는 최상의 품질을 지닌 텍스트일 것이다. 앨범의 종언을 고하는 장대한 곡 ''Do What You Like''는 분명히 60년대 록 음악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멋진 연주가 집약되어 있는 곡이다. 화사한 톤이지만 흐느끼는 듯 때로는 사납게 울부짖는 에릭 클랩튼의 무아지경의 애드 립, 진저 베이커의 위협적인 힘을 지녔지만 힘에 밀리지 않는 섬세함을 담아내는 감각적인 엇박부터 수분동안 장대하게 전개되는 듣는 이를 트랜스상태로 몰아가는 원초적인 드럼솔로, 둔탁하게 보디 블로우처럼 명치를 파고드는 메이스라인도 그루브가 뛰어난 것은 말로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전형적인 British Blues Rock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는 이 작품은 개인적인 견해로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같은 작품이 아닐까 한다. 연속되는 불협화음으로 인한 높은 텐션, 각 파트간의 격렬한 연주들, 무엇보다도 초연에서의 혹평, 그렇지만 결국에는 고전으로 자리잡게되는 저력까지 이 모든 것이 걷는 길은 다를지언정 너무도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놀랍다. 이 앨범은 1969년 발매작이다. 당시의 록은 다채로움을 포용했다. 그렇지만 분명히 사운드의 중심은 Beat의 원초성에서 Text와 Sound의 다채로움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이 앨범은 거대한 소음을 기반으로 하나의 장대한 Rock''n Roll Symphony의 창출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지극하게 비루투오지즘에 기반하고 있는 각 파트의 수준높은 조화와 한 치의 빈틈을 허용치 않는 물 샐 틈없이 정교한 연주, 멜로디 라인의 섬세함. 분명 이는 Beatles나 Beach Boys가 만들어냈던 탐미적이고 새로운 Art Movement와는 다른 생명력을 지닌 음반이다. 그들이 혁신성을 바탕으로 한 전혀 새로운 것을 나타냈다면 이들은 절대적으로 유산에 의지한 溫故知新의 형태로 새로움을 창조해냈다. 혁신이 중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고전의 재창조역시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은 이런 음반을 들으며 알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