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둔황 유적에 대해 찾아보고 있는데 다시 읽으니 무척 재미있다. 역시 뭐든 알고 봐야 재밌는 법. 서문만 소개한다.
p5-11
보물 추적자들의 낭만과 모험, 동경과 좌절의 이야기
어둠이 걷히지 않는 태곳적부터 사람들은 행복의 행방을 추적하거나, 행복을 약속한다고 믿어지는 것들, 행복 그 자체라고 여겨지는 반짝거리는 물건들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먼 옛날 황금송아지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무도의 역사가 그러하고, 낭만과 모험, 동경과 현혹, 드물게 얻어지는 충족과 그 수천 배에 달하는 좌절의 역사가 그러하다. 일확천금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에서 알 수 있다. 1848년 1월 어느날 아메리칸 강에서 황금빛 희미한 광석 몇 덩어리가 우연히 발견되었는데, 이로 인하여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량 이주와 토지 취득이 이루어졌다. 대기의 충격파처럼 황금 열병은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심지어 아득히 먼 아시아와 유럽의 황금 사냥꾼들까지도 이 열병에 감염되었다. 1849년에는 8만 명, 1854년에는 30만 명의 황금에 사로잡힌 탐험가들이 미지의 거친 서부를 뚫고 대륙을 지나 '황금의 주'로 밀려들었으며, 이에 못지않게 위험한 해로를 택해 혼 곶을 돌아 이동하기도 했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마냥 비밀스럽기만 한 보물지도를 배낭에 넣고 황야나 밀림을 헤치며 나아가는 것, 자극적인 모험을 돌파한 다음 이윽고 소름끼치는 사원이나 신비로운 고분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보물이나 오래 전에 사라진 성배를 찾아내는 것, 이것은 할리우드 드림을 빚어재는 질료이자 우리의 온갖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소재이기도 하다. 한 번쯤 대담한 모험으로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야말로 누구나 갈망하는 꿈이다. 또한 땅속에 묻혔거나 어디론가 사라져 사람들이 다시 찾아낼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보물들, 그것을 둘러싼 수많은 미해결의 수수께끼는 늘 있는 법 아니던가? 전설 속의 냉혹한 용사 하겐이 라인 강에 던져버린 니벨룽겐의 보물들은 오늘날까지도 독일인들의 마음을 매혹시키고 있다. 또한 수백 년 전부터 사람들은 410년 서고트족의 족장 알라리크의 신하들이 왕의 시신과 함께 부센토 강물 아래 숨긴 환상적인 금은보화가 있는 지점을 탐색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왕 로벵굴라가 죽기 전 남아프리카의 외딴 동굴 속에 은밀히 보관해두었다는 금화상자, 다이아몬드가 가득 채워진 원통들, 그리고 수레 스무 대분의 상아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보물을 찾는 사람들, 이것은 로버트 스티븐슨의 보물섬과 해적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읽히기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들 대다수의 자화상이 되었다. 실버의 의족이 갑판 위를 내딛는 위협적인 소리가 가까워질 때, 흥분한 독자들은 자신이 악명 높은 해적 플린트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낸 소년 짐 호킨스인 것처럼 두러워 숨을 죽인다. 또한 1873년 고대 트로이의 폐허에서 돌연 프리아모스 왕의 보물과 맞닥뜨린 '고고학의 아버지' 하인리히 슐리만이나 1922년 파라오 투탕카멘의 순금 가득한 무덤을 찾아낸 하워드 카터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현 시대에도 전문 지식을 갖춘 행운의 기사들은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있다. 미국인 멜 피셔는 보물을 싣고 카리브 해에 가라앉아 있던 에스파냐 정복자들의 갈레온 선을 찾아냈다. 오스트레일리아인 마이클 해처는 네덜란드의 동인도 무역선 '겔데르말젠'호에 선적되어 있던 도자기들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 이 행운의 잠수부는 또한 1820년 중국해에 침몰한 정크선 '텍싱'호에서 35만점의 도자기를 인양했는데, 2000년 11월의 경매에서 이 도자기들은 2250만 마르크라는 기록적인 가격으로 팔려나갔다. 예술사적 가치가 비교적 크지 않은 대량의 경매물품으로서는 환상적인 가격이었다. 이런 현상은 신비로운 역사의 영적인 매력이 발굴물을 감싸고 있는 데다, 드넓은 세계와 엄청난 돈을 바탕으로 멋과 취향이 유혹의 손짓을 보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구매자들 스스로 품목 하나하나가 낙찰될 때마다 드디어 대중매체에 의해 대단한 화젯거리로 부각한 보물을 소중하게 소장하게 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고고학자, 예술품 약탈자, 전문적인 보물 사냥꾼, 그리고 호기심 많은 역사학자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여행이다. 그 여행은 우리를 세계사의 현장으로, 투르크메니스탄과 아프가니스탄과 중국으로,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바로 우리 눈앞에 숨어 있는 잃어버린 보물로 안내한다.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은 알렉산드로스 대황에 의해 파멸한 페르시아 제국의 시대부터 독일 제국은행 금 준비금의 일부 횡령 및 증발을 초래한 제3제국의 멸망까지 뻗어있다.
러시아의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디니는 기원전 50년부터 기원후 50년사이에 만들어진 아프가니스탄의 왕릉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황금 보화를 발굴한다. 그럼에도 이 보물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혼란과 뒤이은 권력투쟁의 와중에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문화유산의 일부는 한 장인의 절묘한 솜씨 덕분에 되살아나 그리스 양식과 아시아 양식의 독특한 공존을 후세에 증언하고 있다.
스웨덴의 탐험가 스벤 헤딘이 아시아의 심장에서 발견한 사실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1900년 최초로 그의 책이 출간되자마자 사람들은 전설 속의 보물을 찾기 위해 비단길을 따라 경쟁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가장 대대적인 습격을 감행한 사람들은 비밀에 싸여 있던 사원들을 약탈한 독일의 고고학자들이다. 어느 영국인 탐험가는 황무지의 문을 여는 '열려라 참깨'를 터득하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문서고를 런던으로 몰래 실어간다. 금, 은 또는 보석만이 재보는 아니다. 고대 연구자들에게 마니교의 프레스코나 역사상 최초로 인쇄된 책은 우리의 과거를 알려주는 증거로서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자료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류 문화유산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다이아몬드 중 하나인 '피렌체 다이아몬드'의 비극적인 역사는 5백 년 전 인도에서 시작되어 1920년대 스위스에 끝이 난다. 오스트리아 황실이 소유하고 있던 이 보석은 음모가 난무하는 가운데 은밀하게 거래되어 사라진다. 그때가지 피렌체 다이아몬드의 빛나는 영광은 부귀영화를 누리던 마하라자들과 과시욕이 남다르던 부르고뉴의 샤를 공작, 그리고 메디치가의 막강한 군주들을 사로잡았다. 그 후 오스트리아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는 당시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이 다이아몬드를 남편에게서 선물로 받는다. (중략) 황금빛을 발하는 이 비밀스러운 다이아몬드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영국의 역사학자 이언 세이어는 히틀러의 제국은행 금괴가 사라진 사건을 '역사상 최대의 약탈'로 간주한다. 이 금괴는 전쟁이 끝날 무렵 아무도 모르게 알프스의 산중에 매장되었고, 이후 약탈자들에게 그 일부가 발견되었다. 세이어와 한 무리의 노련한 보물 추적자들은 발헨 호수 너머 1천 미터 지점에서 나머지 '나치의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이른바 '알프스 요새'를 향해 출발한다. (중략)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는 마성은 제거될 수 없다. 인간은 일확천금의 꿈을 이루고자 사라진 보물의 행방을 끊임없이 탐색한다. 사라진 역사의 보물을 찾기 위한 발걸음은 단 한순간도 멈춘 적이 없다. 모험을 향한 욕망, 황금을 향한 갈망, 그리고 숨은 수수께끼를 풀려는 열망은 결코 잠재워질 수 없는 것이다.
볼프강 에베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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