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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건을 연표를 보듯 기술하는 것만이 진정한 역사라고 할 수는 없다. 과거의 사건들이 역사의 맥락에서 어떤 관계와 의미를 갖는지를 생각하고 해석함으로써 비로소 역사는 숨을 쉬는 것이다." - /후기/ 중
가끔은 책 표지 혹은 제목에서 받는 인상과 책의 내용이 전혀 다를 때가 있다. 굉장히 폼 잡고 만들었을 법한 책이 읽어 보면 남는 것이 적다던가, 가벼워보이는 책이 의외로 나름 알차다거나... 그래서 사람은 사귀어봐야 알고, 책은 읽어봐야 아는가보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두께로 보나 제목으로 보나 내 취향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자가 무려 일본인이었다!!!! 일본 문학은 전!혀! 취향이 아니지만, 비문학의 경우에는 또 다르다. 어떤 topic에 관한 중간 저자층이 두껍기 때문에 일단은 기본은 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책을 펼쳤다.
생각했던 것만큼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딱 중간 정도의 분량과 내용이 꽤 신선한 책이었던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클래식 관련 도서들은 내 생각에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뉜다. 클래식이라고는 초등학교 음악책에서밖에 접하지 않았을 초보자들을 위한 딱 고만큼의 책과 자기 주관과 감상이 담긴 에세이 형태의 책이다. 그런데, 그 책의 내용이라는 것이 참 비슷비슷하다. 초보자를 상대로 한 책은 어김없이 유명한 작곡가의 대표작들에 관한 설명과 에피소드들이 나열된다. 기초 상식으로 약간의 역사가 나열되고 음악적인 형식에 관한 설명이 추가된다. 클래식 매니아나 전공자들이 쓴 책은 자기들의 주관과 감상이 더 첨가되는 정도... 몇 권 읽으면 거기서 거기 같다. 사실 음악 서적의 한계는 그 음악을 듣고 알고 있지 않으면 굉장히 흥미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미술 관련 서적은 사진이라도 넣을 수 있지만, 지면에 어떻게 음악을 넣겠는가... 그래서 CD 부록도 많이 끼워넣는 것이겠지만...
하지만, 이 책은 음악사에 대한 접근이다. 여기에도 유명한 에피소드들은 등장한다. 전체 음악사에서 유명 음악가들이 차지하는 역할도 나타난다. 하지만, 후기에 밝힌 것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통사는 아니기 때문에 좀더 흥미로운지도 모르겠다. 에피소드가 중심이 아니라 그 시대의 음악 조류에서는 왜 하필 그 음악가가 재조명되었는가, 왜 그 음악가에게 그런 이미지를 입히는가, 왜 왜곡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는가.... 전체적인 음악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자잘한 사실들이 의미를 지닌 나름의 역사가 된다. 이점이 내게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평이한 문장과 길이이기 때문에 부담도 없고 뜻하지 않게 만족스러운 책을 읽게 되어 기쁘다.
그럼에도 별을 4개밖에 달지 않은 것은, 조금 더 깊이 연구된 책이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모든 시대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한 두 조류나 시대의 작곡가들에게 집중하여 연구한 책이 있다면 읽은 기회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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