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김진명님의 팬이라면 가장 먼저 읽었어야 하는 책이었지만 반대로 가장 마지막으로 읽게 되었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큰 기대를 가지고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이 책은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김진명님은 항상 사실을 바탕으로 쓰시기 때문에 글을 읽을 때마다 이야기가 전부 사실처럼 받아들여져 가끔씩은 혼란스럽기도 하다. 정말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이 미국과 관련이 있는건지, 정말 우리 나라에 핵폭탄이 있을지.... 하지만 이렇게 소설을 통해서라도 점점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진실에 관해 조금씩 관심을 보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 싶다. |
| 이 책은 나에게 있어 조국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만든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내게 조국이란 지어진 이후 단 한번도 국민들의 감사와 존경의 박수를 들으며 걸어 나오지 못한 청와대의 대통령과 같은 것이었다. 더러운 돈을 뺏기지 않으려고 거짓말까지 해대는 전직 대통령을 보며 난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필요성도, 의무감도 느끼지 않았고 나와 내 주변사람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 속의 주인공들은 날 바꾸어 놓았다. 애국자라며 서양 레스토랑을 전전하며 돈을 뿌리고 떠드는 인간도 있지만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막걸리 한 사발과 김치 한 조각으로 나라에 대한 걱정 하며 눈물을 흘리는 한국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이 책이 낡고 누렇게 변해버린 책장으로 날 찾아왔을 때는 불쾌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책장 하나 하나를 넘기자 구겨진 책 표지와 더러워진 책장은 민족을 위해 애썼던 조상들처럼 거룩해 졌고, 깨끗했던 내 손은 개인의 욕망으로 가득찬 인간의 더러운 손때가 묻은 지폐처럼 더러웠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조국에 대한 부끄러움이 넘쳐 책을 덮고 싶었고, 정부 관계자들에겐 나라를 위해 일하는지 아니면 자신을 위해 일하는지 캐묻고 싶었다. 나는 이 책을 보며 뉴스나 신문에서 보았던 우리나라의 현실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되었고 내가 어찌 이토록 국가에 대해 무관심 할 수 있었는지 한탄하게 되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 그리고 북한의 핵 위기는 지금도 유효한 문제다. 이 소설이 쓰여졌을 때, 우리는 머지 않아 통일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북한의 핵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한 것인가. 위에서 내리누르며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는 미국에 압력에 못 이겨 펜타곤의 의사를 그대로 복사해 북한에게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재무장, 플루토늄 입수, 세계 최대의 핵 처리장을 갖추어 다시 한 번 세계를 지배하려는 일본에 계략에 빠져 같은 말, 같은 조상을 모시면서도 다른 민족으로 나뉘어 지는 것은 아닌가. 그 옛날 일본은 야쿠자와 화투를 앞세워 우리 민족을 집어 삼켰지만 우리 민족은 어두컴컴한 일본의 입 속에서도 애국가를 부르며 살아 남았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과 일본의 문화가 우리를 집어 삼켰다. 산기만 있으면 미국으로 날아가는 이들의 가슴에 애국가는 남아있는가! 애국가보다 영어 동요를 먼저 가르치는 이들이게 과연 한국은 제1의 고향인 것인가! 나는 그들 모두에게 조국을 사랑했던 소설 속의 이용후 박사와 박정희 대통령을 소개하고 싶다. 돈 잘 번다는 이유로 대리 수능 까지 치면서 의대 진학을 목표하는 이들에게 노벨상을 포기하고 조국을 위해 죽음을 무릎 쓰고 핵 개발을 위해 한국을 찾은 온화한 미소의 이용후 박사를. 더러운 검은 돈과 비리에 얽혀 차가운 눈물 짓던 배불뚝이 대통령과 고위 관리들에게는 독일 광산에서 괴로운 노동으로 검게 변한 한국인들의 손이 대통령이 온다는 소리에 태극기를 펄럭이자 목이 매여 뜨거운 눈물을 떨어뜨리던 깡마른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을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장 반성해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 속의 이용후 박사와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 앞에 떳떳한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조국의 위기와 나약함을 깨닫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국에 바친 그들에 비해, 우리들은 조국의 나약함만을 이야기하며 그 무엇을 바쳤었는가. 조국이 강해져야 우리 자신들도 세계 속에서 강해진다. 미국이나 일본에 기대지 말고 민족의 결합을 통해 나라가 강해져야 한다. 민족이 강해지기 위해 그들이 택한 것은 핵무기 개발이었다. 오갈 곳 없는 북한이 기대고 있는 것 하나 역시 핵이다. 북한과 남한이 통일되고 대한민국이 핵을 갖게 된다면 우리 나라는 분명히 강대국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번영을 위해 반드시 핵을 가져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나는 우리나라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핵 탄두 하나보다도 더 귀중한 무기가 될 것이란 걸 의심치 않는다. 핵은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를 파괴 함으로서 국가간 영향력을 끼친다. 하지만 한국인은 우수한 두뇌와 창의력을 통한 권위로 세계 여러 분야에 퍼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세계 여러 나라에 퍼져 영향력을 끼칠 인재 양성과 조국을 위할 줄 아는 애국심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핵 미사일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든지 없애버리는 핵 보다는 조화를 통한 삶을 사는 한국인의 방식이 지금 같은 때 인류 모두에게 절실하다. 많은 한국인은 잘 모르지만 러-일 전쟁의 시발점은 조선에서 있었다. 조선 앞바다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의 전함이 대량의 일본 군사에게 습격 당한 것이다. 막대한 전력 차이로 당시 러시아 선원들은 2가지 선택을 놓고 갈등 했다. 결국 그들은 항복이라는 방법을 버리고 자폭하여 명예를 지켰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 배의 이름이 ‘한국인’이라는 의미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러시아에서는 새로 만든 한 배의 이름으로 이것을 물려주었다. 또 이 사건은 러시아 해군에서 잊지 못 할 명예롭지만 가슴 아픈 일로 기억되고 계속 이어진다. 이들은 매년 ‘한국인’호가 가라앉은 곳을 찾아 묵념과 함께 진혼곡을 올린다. ‘한국인’ 호는 러시아 애국심의 원동력이다. 러시아인에게 ‘한국인’호가 있듯이 우리에겐 소설 속 이용후 박사 같은 위인들이 있다. 우리도 결코 그들을 잊어선 안된다. 자신이 아직 한국인이라고 실감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나는 꼭 이 책을 보여주고 싶다. 아니 차라리 교과서에 넣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일본 교과서는 없던 일도 지어내는데 우리 교과서는 왜 있던 일도 자랑스럽게 꺼내지 못하는지 의문스럽다. 그들의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 가치관, 이상을 배우지 않는다면 배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들이야 말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알고 걸어간 민족의 아버지요, 그들의 뒤를 잇는 것이 우리의 사명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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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50주년이 되어서야 일제의 상징인 총독부 건물을 허물고,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바로잡는다고 떠들썩한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과연, 무궁화꽃은 피었는가? 친일파에 대한 단죄는커녕 식민지 시대와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굴절된 역사를 바르게 복원해 내지 못하고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가는데 무궁화꽃은 필 수 있는가? 일본에 대해, 그리고 미국에 대해 한 번도 우리의 권리와 이익을 주장하지 못하고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배신당하고 이용당하는 것이 우리의 과거요 현재인데도 무궁화꽃은 필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소설의 상업적 성공과 문학적 성취―이용후라는 인물의 창조, 추리소설의 기법, 사건의 복잡한 전개와 스케일의 광대함―는 이휘소 박사의 신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뛰어난 물리학자로서 한국의 과학 발전을 위해 노력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이휘소 박사의 이야기는 이 소설의 모티프이며 뼈대이다. 이휘소 박사의 한국에서의 활동과 사고 경위 등에 대하여는 논란이 많은데, 나로서는 일단 '의문의 여지가 많은 사고사'로 정리하고 넘어가겠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이용후라는 인물의 성격에 실재성을 부여하는데는 모델이 된 이휘소 박사의 일화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이박사의 일기는 한 인간의 고민과 결심, 그리고 사건의 암시와 해명 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경찰 출입 기자 생활 10년인 권순범은 검사부장 최영수로부터 13년 전의 의문의 교통사고에 대한 정보를 듣고, 별명이 '개코'인 박준기 형사와 함께 조사를 시작한다. 점차 박정희 대통령과 핵 개발을 하던, 이용후 박사를 교통사고를 가장해 암살한 사건의 베일이 벗겨지는데 '누가 홰 죽였을까?'라는 의문의 벽에 부딪친다. 우연한 기회에 미국 출장을 간 순범은 이박사의 딸 미현을 만나게 되고, 사건의 배후에 미국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건이 풀려간다고 느낄 때, 제보자와 개코 형사가 죽음을 당하고, 순범과 미현도 죽을 고비를 맞이하지만 가까스로 모면한다. 순범은 힘의 한계를 느끼자, 대통령에게 이박사가 남긴 플루토늄의 이야기를 하고 비밀리에 남북 핵 합작이 이루어지게 된다. 핵 합작과 남북 협력이 순조롭게 이어지는데, 이박사를 죽인 자들에 의해 전보가 누설될 위험에 처하나 순범의 기지로 무사히 위기를 넘긴다. 국방부의 전쟁 발발 시나리오에 일본의 위협을 핵무기로 물리친다는 순범의 안이 채택되며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순범이 찾고 있던 것은 이용후 박사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조국의 역사와 현실이다. 세계가 이념적 대결 시대에서 적과 동지를 구별하기 힘든 무역, 자원 전쟁의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당연히 주장하고 차지해야 하는 권리마저 표기하고 강대국(미국)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깨달음이다. 비밀이 드러날수록 우리를 둘러싼 국제 현실과 우리 자신이 가져야 할 입장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소설의 군데군데 놓여 있는 단서를 통해 독자 스스로 민족을 발견하는 탐정이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의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힘의 논리이다. 그 힘은 핵을 포함한 것이고. 국제 사회가 힘의 논리와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주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이런 식의 해결 방안은, 폭탄을 몸에 두르고 같이 죽자는 식의 위협이 아닐까? 이 소설의 가장 큰 문제는 역사의 왜곡이다. 일본과 미국이라는 외부 세력에 맞서 남북의 화합과 민족 자주 의식 등을 강조하다 보니 유신 독재와 신군부를 미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들의 안보 논리에 상당 부분 편승하고 있는 듯하다. 3권에 이르러서는 이 소설의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이 지나치게 노출된다. 국제 정세에 대한 일도양단식의 입장, 일개 기자가 국방부의 시나리오 응모에 당선된다는 것, 순식간에 이루어진 남북 협력 등은 작가의 지나친 의욕의 결과이다. 이 부분의 소설적 긴장은 상당히 떨어진다. 그리고 왜 이박사가 삼원각에 갔는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울릉도에 있는 독도 박물관이 개관 3년 만인 23일 문을 닫았다.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일본의 주장이 망언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는데, 정부는 마치 남의 일인 양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우리가 소설 속의 이용후 박사를, 권순범 기자를 잊을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과연 무궁화꽃은 피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