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학교에서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고 계시는 어르신들의 시와 산문을 엮은 책인데 글을 배우지 못했을 뿐이지 어르신 모두들 시인과 소설가같으세요. 연륜에서 녹아있는 삶의 깊이가 느껴져 감동과 웃음으로 단숨에 읽어버렸네요. 울고 웃기고 재미있어요 |
| 전국의 한글학교에서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어르신들의 작품을 엮어서 출간한 보고 시픈 당신에게를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할머니들의 인생이 서툰 글자에 다 담겨있어서 짧아도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글들이 많이 있어요.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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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기도, 하글 배우고 싶다, 꽃이 피였네 나의 꿈, 사랑하는 엄마, 똥 이야기 보릿고개, 사랑하는 우리 영감님, 나의 인생길, 꿈의 수레바퀴 이 시집에 수록된 시 또는 산문의 제목들은 책 제목부터 시작해서 맞춤법도 틀리고 어딘지 어설프다. 어떤 건 마치 초등학생의 글 같기도 하고 어떤 건 오랜 세월이 묻어나기도 한다. 어딘지 오묘하지만 불안정한 느낌은 들지 않는 이 시와 산문들은 최연소가 40대 후반, 최고령으로는 80대인 우리나라 비문해자들이 쓴 글이다. 서문을 보면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비문해자들이 264만명이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문맹률이 낮은 축에 속하는 데도 결코 적은 수는 아니다. 11월 광화문을 빽빽하게 채운 인원들의 두배에 달한다고 보면 된다. 비문해자라고 하니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지지만, 소위 말하는 까막눈 어르신들이다. 외곽 지역에 있는 양로원만 찾아가도 생각보다 쉽게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도 글을 읽지 못하는 그 배경을 짐작하면 이 어설픈 문장들 속에 심금을 건드리는 기저를 발견할 수 있다. 타이핑된 텍스트만 봐도 생동감이 느껴지는데 어르신들의 삐뚤빼뚤한 글자와 때로는 어설프게 때로는 놀랍게 잘 그린 그림들을 책으로 그대로 옮겼다.
생동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국 한글 학교에서 배운 어르신들의 글을 가져왔지만, 부산의 어르신들 글이 비교적 많았기 때문이다. 즉, 강렬하고 날것 그대로의 사투리가 깊게 배어 있다.
싸인펜, 크레파스, 색연필, 파스텔로 얼기설기 꾸며진 종이와 삐뚤삐뚤한 글씨와 그림만 보면 마치 어린이들이 쓴 글처럼 느껴지지만, 주제의 시간대가 미래보다 과거와 현재에 많이 치중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성별은 거의 여성이며 주제도 몇 가지로 축약할 수 있을만큼 제한적이다. 크게는 꿈(소망), 그리움, 배움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꿈이라는 것도 먼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꾸었던 꿈, 바람 등을 이야기하고 앞으로도 지금하고 있는 것을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에 그친다.
이 삐뚤삐뚤하고 어설픈 맞춤법, 알아보기도 어려운 글자가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은 자간 사이에 축약된 세월 때문이다. 아직 나이가 덜 들었는지 눈물이 날 정도로 감정이 쏟아지진 않았지만, 웃음은 빵빵 터졌다. 삐뚤빼뚤한 글자와 세월이 깃든 목소리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날것의 감각이 오히려 예리하다는 걸 느꼈다.
이 시들이 어딘지 모를 깊은 감정선을 무심하게 툭툭 건드리는 이유는 문장 한 줄에 수십년의 세월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세기를 넘게 비문해자로 살아온 이들의 삶이 우리처럼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고 느지막하게 스마트폰을 들고 이불 안을 뒹구는 삶을 살진 못 했기 때문이다. 그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어려운 가정 환경이라는 평범한 문장 그 이상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팔아 넘기기도 했고 십대시절부터 남의 집 곁방살이를 하기도 했고 닥치는대로 돈을 벌려고 연탄부터 과일까지 안 해본 장사가 없는 데다 죽을 병을 넘기기도 했고 한 평생 같은 이불을 덮었던 사람을 떠나보내고도 무덤덤하게 괜찮다고 말해야만 했던 시간들을 보냈다. 팍팍하고 숨통 한 번 트기 어려운 일상 속에서도 비문해자로서 남들 웃을 때 웃을 수 없었고 남들에게 당연한 것들을 할 수 없다는 소외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야만 했다. 그래서 대다수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시에는 한글을 배우니 은행 업무도 할 수 있고 자막도 볼 수 있고 손자들 동화책도 읽어줄 수 있다는 표면적 이야기 안에 누군가와 같이 배움으로써 즐겁다, 친구들을 만나서 즐겁다. 즉 소속감에 대한 충만감도 가득히 묻어나온다. 글을 배우지 못했다는 것 외에 학교라는 시스템에 속하지 못해서 비어있던 삶의 일부분도 큰 섧음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녀 같이 사소한 것들에 기뻐하고 색색의 펜을 써서 꾸민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장한 소녀처럼 짙고 어설픈 손짓 속에도 맑은 민낯이 보이는 것처럼 예쁜 글들이다. |
| 요즘의 글쓰기는 너무 편리하다. 언제나 쓸 수 있다. 원하기만 하면 좋아요라고 댓글을 다는 것만으로도 돈벌이가 된단다.. 하지만 이책에서는 삐뚤빼뚤하지만 꼭꼭 눌러쓴 글자 한자한자에 정말 온 힘을 다해 열심히 들여다 볼 수밖에 없게 한다. 몇 자 되지 않는 한 문장일지라도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담겼는지... 민및한 문장 하나를 읽고 먹먹해 하고 또 한 문장 읽고 조금 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