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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음반이 부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 주변에도 널렸다. 이제 내일모레 마흔이 되는 나는 평생 음반을 모아왔지만, ‘음반을 왜 사냐’는 식의 그들은 돈 만원으로 수 백장의 음반을 다운로드 받아, 160기가 짜리 아이팟을 가득 채운다.
음악 꽤나 듣는 사람들 중에는 아무 대책 없이 ‘세상이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가?’라는 의문을 중얼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중얼거리고 또 CD를 사러 간다. 그런 류의 사람들에게 대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왜 음악산업이 붕괴했는지, 특히 클래식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이 나왔다. 노먼 레브레히트의 ‘클래식, 그 은밀한 삶과 치욕스러운 죽음’이다. 하지만 책의 부제가 딱 맞지는 않는 것 같다. 내용을 보면 스스로 죽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대략 메이저 음반사의 흥망사와 그들이 어떻게 클래식을 깡통만 남게 했는지 치밀하게 추적한다. 즉 클래식의 죽음은, 결론적으로 타살이라는 이야기다. 이 부분에서 저자의 클래식의 사랑이 진하게 느껴진다. 책의 시작은 캠프와 슈나벨로 시작한다. 두 사람의 레코딩과 공연에 대한 철학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당대의 지위자였던 토스카니니로 자리를 옮기고 이후 푸르트 벵글러, 카라얀 등이 등장한다. 그 사이 사이 빅레이블을 이끌었던 음반계의 마이더스나 마이너스의 손을 가진 리더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곁 드려진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러한 속도감에 맞춰 주석을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것. 책을 다보고 나니 뒷에 모아 놓은 주석을 찾아볼 의욕이 별로 생기지 않았다. 이 책에는 1950년 이래 록음악이 클래식과 어떤 관계를 지녔는지? 그러한 비중이 음반사의 철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록음악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반가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나름 공신력있다고 말하는 통계에 의하면 팝음악은 천만장 이상 판매된 음반이 97종인데 비해 클래식은 2종에 불과하다. 둘은 이미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팝음악이 클래식을 죽인 주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클래식계 내부의 권력 쟁투와 무모한 돈질이 패망의 주범으로 느껴진다. 어쨌든 음악시장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레이블들은 마지막 한 방울이라도 쥐어짜서 더 팔아먹으려고 별 짓을 다한다. 클래식에서 썼던 나쁜 방법은 대부분 팝시장에도 등장한다. 아무런 일관성이 없는 공허한 컴필레이션의 남발과 다양한 팩키지 앨범은 음반이 가지고 있던 최초의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인지 분간할 수 없는 벼랑으로 몰아간다. 마일즈 데이비스의 주요한 앨범들은 너무 많은 형태가 나와서 다섯 종을 사도 또 살 것이 생긴다. 도대체 마일즈의 ‘kind of blue'는 뭐가 진짜인가? 싶다. 이 모든 것이 저자의 인용대로 ‘신은 멸망케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먼저 미치게 만드는“ 징조가 아닐까 싶다. 책은 흥망사와 별도로 두 개의 리스트를 내놓았다. ‘불멸의 음반’과 ‘최악의 음반’이다. 저자 말대로 ‘최고의 연주나 최악의 연주’를 모은 것이 아니기에 그동안 알고 있던 클래식 추천목록에 비해 흥미로운 음반들이 제법 등장한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다. 책 전체의 논리적 구성, 현란한 문장과 흡인력, 그리고 유머를 통해 보여주는 음악에 대한 철학적 상상력까지 흠잡을 곳 없는 대중음악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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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라는 책에 보면 소설에 이름 짓는 일에 대한 얘기가 있어. 자기는 여러가지 방법 가운데 모호한 이름 짓기를 선호한다더군. 그런데 소설 제목이라면 몰라도 르포르타주 같은 이런 류의 책 제목을 내용과 다르게 해 놓으면 모르고 구입하게 되는 독자들을 우롱하는 일이 아닐까. '주요 음반사의 흥망으로 살펴보는 클래식 음반산업의 역사' 이렇게 되어야 할거야. 좀더 상업적인 이름으로 다듬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클래식 음악의 역사에 대한 책인 것 마냥 꾸민다면 좀 '사기'같은데. 등장하는 음악가들의 에피소드들도 재밌고, 음반사를 통해서 현대사의 한 측면을 살펴볼 수도 있고.. 단 저자가 워낙 직설적이고 단정적인 논조이니 등장하는 사실의 진실성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거야. 빌헬름 겜프가 레코딩으로 포장된 실력없는 연주자라고 써놓은 부분이나.. 슈나벨이나 첼리비다케도 결국은 돈벌이에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써놓은 걸 보면..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기분도 드는데(사실이나 관점의 왜곡이니까). 이런 부분이 책에 엄청 많아. - 이 책의 가치는 클래식 음악과 음반과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어느정도 도움이 된다는 점. 단점은 메이저 레이블에만 촛점을 맞춰 섣불리 음반 시장의 종말을 선언했다는 점. 스타시스템에 의한 기획 음반 시장의 종말이라면 모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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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카라얀 60』을 한 장 한 장 꺼내 듣고 있습니다. 『카라얀 60』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60년대에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녹음한 음반 중 오페라를 빼고 모두 모아 담은 박스세트입니다. 원본 표지를 살리고 비닐 속지를 넣은 시디 여든두 장 가격이 241,600원입니다. 최고의 클래식 상품이었던 카라얀 음반의 가격이 왜 이렇게 됐을까요? 이 책이 말해 준 사실들로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은 2007년에 출판됐고-국내는 2009년에- 그 때는 지금처럼 박스세트가 넘쳐흐르지 않았습니다.
도이치그라모폰의 음악 감독이었던 엘자 실러가 은퇴하자 실권이 카라얀에게 넘어갔습니다. 카라얀은 자신의 음반 발매를 늘렸습니다. 다른 거장들도 따라서 음반 발매를 늘리려 했고 제작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급 과잉이 일어났습니다. 아마존에서 살 수 있는 베토벤의 제5번 교향곡의 음반 수가 276이라고 합니다.(217쪽) 좀 거창하게 말해서 인류에게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음반은 몇 종이나 필요할까요? 예술 측면은 확언할 수 없지만, 아마도 공급 과잉일 듯하지만, 경제 측면은 확실히 공급 과잉으로 보입니다.
80년대 시디의 등장으로 다시 음반 시장이 활황을 맞습니다. 소니는 협력 관계에 있던 CBS를 합병합니다. 회장이 클래식 마니아였던 소니는 도이치그라모폰의 위치를 넘보며 돈을 처박습니다. 모든 부문에서 비용이 늡니다. 임직원의 연봉이 오릅니다. 관현악단의 1회 녹음 비용이 오릅니다. 지휘자와 연주자의 개런티도 물론 오릅니다. 음반제작사는 한 발짝 옮길 때마다 엄청나게 기운을 써야 하는 공룡이 된 겁니다. 존 엘리엇 가디너는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바흐 칸타타 실황 음반 제작이 무산되자 자신의 음반사인 SDG를 차려 음반을 냅니다. SDG에서는 5천 장이 팔리면 이익을 낼 수 있지만 도이치그라모폰에서는 그 열 배를 팔아야 손해 보지 않는 구조입니다. 공룡이 멸종했듯이 음반사들도 하나 둘씩 쓰러집니다.
이 책 2장에서 소개한 메이저 레이블의 현재는 이렇습니다. RCA는 BMG에 인수됩니다. CBS는 소니에 인수됩니다. 소니는 BMG까지 인수합니다. 그래서 Sony/BMG가 되죠. 얼마 전에 소니는 워너까지 인수합니다. 덩치가 엄청 커졌습니다. 덩치가 더 큰 놈도 있습니다. 도이치그라모폰과 필립스는 폴리그램을 설립해 한 지붕 아래로 들어갑니다. 필립스가 데카를 인수합니다. 이 집합체가 몇몇 과정을 거쳐 프랑스의 비방디 그룹에 넘어가고, 얼마 전에 비방디 그룹은 EMI까지 인수합니다. 혼자 살 수 없으니 이렇게 음반제작사들이 헐값에 팔리며 덩치만 커집니다.
덩치만 컸지 허약해서 음반 발매 수는 현저히 줍니다. 현 베를린 필의 상임 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이 1년 동안 내는 음반 수는 전 베를린 필의 상임 지휘자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한 달에 내는 음반 수보다 적습니다. 그러니 지금 음반제작사들은 과거에 발매한 음반을 모아 박스세트로 발매하는 일에 열중하는 형편입니다. 시디가 음반 시장을 일으켜 세웠던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MP3는 시장을 죽였고 SACD는 힘이 없습니다. 저야 싼 값에 과거의 명연을 한꺼번에 구할 수 있으니 웃지만, 음반이라는 예술 감상의 한 형식이 죽어가는 것에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게도 용돈을 모아 카세트테이프 사서 듣고 또 듣던 시절이 있으니까요.
익숙한 지휘자나 연주자뿐 아니라 낯선 경영자, 제작자, 기술자의 이름이 많이 나옵니다. 낯설지만 마치 야사를 읽는 듯한 재미가 이 책에는 있습니다. ‘제2부 역사의 이정표가 된 불멸의 음반 100’은 즐거운 숙제입니다. 소문 난 맛집을 찾아다니듯이 좋다고 하는 음반을 찾아 듣는 일도 삶에 활력이 되는 즐거운 일이니까요. 물론 이런 목록에 목맬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예술 감상은 자기 자신에서 완결됩니다. 내가 느껴야 하니까요. 지도나 여행안내서가 앞으로 떠날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듯이 이런 목록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
아마도 이 책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서양 고전음악을 좋아하거나 좋아해 볼까 하는 사람들일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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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으로 재편되며 경제라는 관념에서 이루어진 클래식 음반 산업계의 역사를 다룬 책. 메이저 음반사들의 탄생에서 각각의 아티스트에 얽힌 사연, 그리고 소위 인디펜던트 레이블의 탄생과 음반 시장의 붕괴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각각의 아티스트들에 얽힌 사연들도 재미있지만 클래식 음악 산업 자체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어떻게 망가지고 있는가라는 작가의 의견은 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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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마디로 음반산업의 "흥망성쇠"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클래식 음악 관련 도서 하면 명반 소개서나 명사(?)들의 음악 감상기들이 대부분이였는데 산업으로서의 클래식 음반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들이다.
따스한 EBS 다큐멘터리라기 보다는 PD수첩처럼 적나라하고 직설적이다. PD수첩이 그랬듯이 이 작가 또한 적잖은 공격에 시달렸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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