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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소원』에는 모두 열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겨울밤 할머니가 손주 아이들을 모아 놓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종결 표현은 모두 -습니다로 끝난다. 저녁을 일찍 먹고 할 일이 없어진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자신이 오래전부터 알고 들은 이야기보따리를 풀러 놓는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그 곁에서 이야기를 듣는다. 때론 졸린 눈을 비비기도 하면서. 콩트 모음집인데 이 책은 한 번 출판되었다가 절판되었다. 작가는 이제는 나오지 않는 책의 운명을 어떤 마음으로 들여다보았을까. 그러다 다시 세상에 내놓을 때의 마음까지도 짐작해 본다. 미술 시간에 아이가 그린 그림의 의미를 골똘히 생각해 보는 선생님. 신부님으로부터 세 가지 좋은 일을 하라고 명을 부여받은 아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기다리는 부모와 할머니. 다이아몬드 연마에 관한 슬픈 전설의 주인공. 아이들을 위해 늘 점심은 비빔밥으로만 드시던 선생님. 졸지에 유명산이 되어 곤욕을 치르는 자연의 모습에 어쩔 줄 모르는 아이. 그림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친 부부. 어릴 적 성당 벽에 그림을 그렸던 할아버지. 신혼 첫날밤 신랑이 싼 똥 바지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신부. 열 편의 이야기에 담긴 열 개의 음성. 할머니의 마음으로 써 내려갔을 소설에서 나는 아이들의 겨울밤이 마냥 춥지만은 않았겠구나 짐작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당에는 눈이 쌓여 내렸을 것이고 바람이 창문을 들쑤시며 요란한 소리를 내기도 했겠다. 아이들은 언 손과 발을 서로의 체온으로 녹여가며 이야기라는 난로에 모여 깔깔거리기도 눈물을 짓기도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을 것이다. 가난하지만 가난을 모르던 시절의 이야기. 이야기는 우리를 가난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소설가 박완서는 이야기를 쓰고 들려주는 가난한 시절을 밝혀준 진정한 이야기쟁이였다. 70년대에 쓰인 것부터 작가가 살아생전까지 쓴 열 편의 이야기에서 지금은 외면받는 가난, 평화, 자연의 애호, 상대를 향한 존중이라는 가치를 덤으로 받아 든다. 올해가 가기 전 나 역시 세 가지 좋은 일을 하고 산과 구름을 보는 일을 낙으로 여겨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