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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인ㅣ이홍석ㅣ바우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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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영어공부에 한참 빠져있었던 적이 내게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접했던 원서 잡지가 National Geographic 이었다. 서툰 고등학생의 영어 실력으로 얼마나 열심히 봤겠느냐 만은 그땐 나도 퍽이나 진지했었다. 이유인즉슨 글이 아닌 잡지에 실린 사진들 때문이었다. 아마존원시림의 사진들과 선명한 색감의 사진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마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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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영어공부에 한참 빠져있었던 적이 내게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접했던 원서 잡지가 National Geographic 이었다. 서툰 고등학생의 영어 실력으로 얼마나 열심히 봤겠느냐 만은 그땐 나도 퍽이나 진지했었다. 이유인즉슨 글이 아닌 잡지에 실린 사진들 때문이었다. 아마존원시림의 사진들과 선명한 색감의 사진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마치 사진 속에서 둥둥둥 하는 원시의 북소리가 들릴 듯한 사진들을 보며 얼마나 흥분했는지 모른다. 아마존의 모습을 처음으로 사진으로 잡지에서 접한 후 난 지오그래픽의 열혈 독자가 되었고 지오그래픽 속의 원색의 나의 오감을 자극하는 지구별 곳곳의 사진들을 보며 여행에 대한 열망으로 수 많은 밤을 남모를 열병에 시달리곤 했었다. 어므나! 그 시절 그 감동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진을 만났다.

 

 글보단 사진

 작가에겐 상당히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차근차근 글과 그림을 읽어야지 생각했으나 그게 뜻대로 잘 안되었음을 고백하는 바이다. 사진은 너무 좋은데 오히려 그의 글이 내겐 사진을 보는데 조금 버거웠던 탓이다. 그래서 처음 볼 땐 과감하게 그의 글을 읽지 않고 한 장 한 장 사진과 달콤한 대화를 나누며 사진 삼매경에 빠져 책을 읽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의 당신타령이 어쩐지 나에겐 머나먼 안드로메다에서 보내온 고백마냥 멀게만 느껴진 게 사실이다.

 

 그렇게 그림만 한 장 한 장 한참을 두 번 세 번을 들여다 본 듯하다. 처음엔 고등학교 시절 지오그래픽에 환장한 열띤 고등학생의 호기심으로 두 번째는 떨리는 마음으로 첫 배낭 여행지에 나를 데려다 줄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여행자의 마음으로 그리고 세 번째는 몇 번의 사랑과 이런저런 나만의 사연을 거쳐온 한 사람의 마음으로 그렇게 그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사진과 히히호호 소근소근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드디어 네 번째 그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워낙에 책을 읽을 때도 그림을 볼 때도 나만의 주관과 남의 다리 긁는 수준의 나만의 세계로 책도 그림도 소화하는 나에게 그의 당신 은 참으로 멀고 멀었더랬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그의 당신은 바로 나 일수도 있고, 스쳐 지나간 누군가 일수도 있고, 저 하늘이 될 수도 누군가의 상념이 될 수도 있고 초월적 존재인 무엇이 될 수도, 그 무엇이든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어쩌면 작가의 당신이라는 말은 나를 혹은 그의 글을 읽게 될 당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 물론 나의 이 생각이 또 남의 다리 긁는 생각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믿고 싶어 졌다.

 부디 행복하십시오! 누군가의 당신이었거나 또는 당신이거나 당신이 될 당신들 모두에게 뜨거운 안부를 전합니다! (P. 285 삼청동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이런 따끈 따끈한 양반을 보았나. 그의 당신 타령이 갑자기 급 좋아 지기 시작했다.

 

 그의 사진들 중 딱 한 장을 고르라면 난 주저 없이 이 사진을 고르겠다. 왜 좋으냐고 묻는 다면 솔직히 머라 딱히 설명을 못하겠다. 시선이 자꾸 가는 걸 어쩌냐 그냥 좋은 걸.  나무가 우거진 모습도 좋고 물감으로 툭 찍어 놓은 듯한 보라색도 좋고 무엇보다 뒤 돌아 보는 ‘어서와~’라고 말하는 듯한 두 소녀의 표정도 좋고. 그냥 너무너무 좋다. 아이들도 싫어라 하면서 요즘 왜이리 애들이 있는 사진에 필이 확확 꽂혀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시 들여다본 김기찬씨의 골목길 풍경 30년에서 만난 낡은 TV 껍데기 속의 두 아이들의 눈망울이 이 사진 속 아이들과 오버랩 되어 보였나?  아니면 애들이 좋아 지려나? 에이 설마. 사진이 좋은 거겠지. 하하하. 책을 읽으며 그의 글과 소통을 하기도 했고 나만의 상상 속에서 허우적대면서 작가의 바램 대로 퍽 많은 위로도 받았다. 이미 비워버린 술잔보다 넘치게 따라 부은 술잔을 붙잡고 눈물짓는 자들은 알고 있으리라. 속으로 삼키려는 눈물은 결국 더욱 뜨겁게 넘치게 된다는 것을......(P. 154 외롭지 않으면 섬이 아니다 ) 그리고 나는 누군가의 당신이 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란 마음이 슬며시 들기도 했다. 사실 바로 어제까지는 비혼 선언을 고려했던 나인데, 아~ 어쩔 수 없는 팔랑귀를 어찌할까…   

‘새들은 모두 바다에서 죽는다’ 라는 제목이 달린 사진에서 로맹 가리의 ‘새들은 모두 페루에서 죽는다’ 라는 책을 떠올렸고 ‘비에 젖은 피아졸라와 코르도바를 걷다’라는 사진을 들여다 보면서는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피아졸라의 곡 ‘Oblivion’을 흥얼거렸다. 그리고 나를 여전히 가슴 떨리게 만드는 나라 인도의 사진들. 이름만 아는 나라 마다가스카르의 사진들, 내가 아는 대관령이 맞나 싶은 대한민국 곳곳에서의 사진들. 책 한 권으로 지구별 곳곳을 여행했고 위로도 받았다. 여전히 그의 당신은 안드로메다에서 온 고백 같아 뒷목이 간질거리지만 말이다.  사실 질투도 났던 모양인가보다 세상에 불혹을 넘긴 나이에 이런 간질간질한 고백들을 쏟아내는 감성이라니 

캬아~ 좋구나.

 저자 이홍석의 사진을 볼 수 있는 블로그: http://blog.naver.com/lifeangler
YES마니아 : 로얄 g******k 2009.09.07. 신고 공감 1 댓글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