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력을 내어 성취를 올리며 살아가는 시대로 진입한 뒤부터 과도한 스트레스로 일상을 감내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에너지가 방전되어 더 이상 운신하기 힘들 때면 뒷산을 찾아 흙길을 걸으며 내면의 나를 살핀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그릇되었기에 마음이 삐뚤어져 뒤틀리게 되었는지 관찰한다. 연일 32도를 웃도는 폭염에는 바깥출입을 삼가고 타인이 걸었던 길을 되짚어 걷는 사이 어느 새 길 위에서 타인과 더불어 걷는 자신을 상상한다. 밀포드 사운드 트레킹을 끝내고 오는 날 오십 중반이 되기 전 산티아고를 찾아 가는 길 위에서 자신과 만나고 싶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곳을 찾은 이들의 글에는 동일한 목적으로 모여든 세계인들의 삶이 교차하는 길임을 드러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로 그동안 머릿속이 복잡하고 마음이 무거운 환자를 진료하고 방송 출연과 칼럼 쓰기 등의 일을 행하며 바쁘게 살던 저자는 번 아웃 상태에 놓여 쉼이 필요하였다. 직설적인 표현으로 내담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자신을 반성하며 일상에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뒤 버킷리스트에 적힌 항목 중 산티아고 순례를 떠올렸다. 약 800km에 이르는 길로 예수의 열두 제자였던 야곱의 유해가 안치된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은 쉽게 완주할 수 없는 길이라 들었다. 저자는 한 달 동안 산티아고를 다녀오리라 마음먹고 그동안 지리산 종주, 설악산 등반 등으로 체력을 길렀고,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며 순례를 준비하였다. 효율적인 여행을 위해 짧고 간단한 움직임을 찾아 생장에 도착한 뒤 절차를 거쳐 기부금 2유로를 내고 순례자 등록을 마쳤다. 순례에 나선 이들의 숙소인 알베르게에 여장을 풀고 불결한 침대에 서식하는 베드버그에 물리지 않도록 조처를 취한 뒤 잠자리에 들면서부터 걷기의 서막은 열렸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의 낯선 경험이 살풍경처럼 펼쳐지는 대장정은 배낭을 메고 걸어야 하는 만큼 배낭 무게를 몸무게 10%정도로 유지하는 게 적당하다. 방향을 알려주는 조가비와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걸으며 지난한 삶을 음미하는 시간은 일상에서 발견하지 못한 본질을 일깨워준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눈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솔직해지는 순간은 그리 흔치 않다. 지나고 보면 역할에 걸맞은 가면을 쓰고 그에 부합하는 행동으로 생각을 유폐하는 시간이 많았다. 스스로 꾸린 짐을 짊어지고 종착지를 향하여 걷는 길, 길 위에서 만난 이들과 동행하며 생각을 나누는 소통의 시간은 더불어 안전한 순례를 기원하는 시간이었다. 잘못된 길은 아닌지 의심스러우면 물음을 던지고 잘못된 길이라면 바로 잡아야 하는 것처럼 인생 길 역시 올바른 길을 찾아 걸어가는 게 소중해진다. 용서의 언덕을 지나며 살면서 마음에 상처를 준 일들을 떠올리며 부채를 덜 수 있었고, 용서하지 않은 일들을 떨쳐냄으로써 비움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순례길의 두 번째 시그니처인 이라체 수도원 입구 ‘포도주 꼭지’에서 맛보는 와인으로 힘듦을 달래며 걷는다니 다소 위안이 된다.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온 만큼 갖가지 이유로 길 위에 나선 이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음으로써 정신적 균형을 찾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며 살고 싶은 이들이 많았다. 성취보다는 과정이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길은 조금 처지더라도 자신의 페이스대로 걷다 보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음을 알아차리게 한다. ‘올라! 부엔 카미노.’ 인사말을 전하며 지금 걷고 있는 길에 집중하는 시간은 외로운 길 위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많아진다. 발바닥에 생긴 물집으로 고생하며 걸을 때 콤피드라는 밴드를 건네 준 동행인의 따스함이 있어 이 길은 감동이 배어 있는 길처럼 보였다.
정해진 시간 내로 완주해야 한다는 성취 강박증은 하루에 걸어야 할 거리를 정해두고 걸었고, 숙소를 정하는 일부터 끼니를 해결하고 소화해 낸 일정을 표현하는 일이 반복되었지만 그 속에는 잔잔한 울림이 있었다. 극심한 무릎 통증으로 알베르게에서 휴식을 취하며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짧은 메시지로 엽서를 작성하는 저자의 마음을 읽는 동안 눈물이 흘렀다. 가까이 있어 존재의 소중함을 생각지 못하고 그들을 홀대하며 살아온 시간이 부끄러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배낭을 지고 걸을 수 없어 이동할 지역으로 짐을 부치고 가볍게 걸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은 원칙을 중히 여기고 살았던 탓이었다. 걸을 수 없는 상황에서 기적처럼 조우한 동행자가 있어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당도할 수 있었다. 완주 성공을 축하하며 그동안의 순례길을 떠올리며 서로를 다독이는 시간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지난달 중순 여행하고 싶었던 나라 부탄의 상징으로 불리는 탁상곰파에 올랐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해발 3,150미터에 위치한 탁상 곰파를 찾아 걷는 길은 평탄지 않았다. 우기라 잦은 비로 외길은 질척거려 긴장하며 걸어야 했고 걸음을 옮길수록 숨을 쉬는 일이 쉽지 않았다. 길들여지지 않은 신발을 신고 걷느라 더 긴장했던 시간은 준비 없이 떠난 걷기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관절에 무리가 오고 일상의 리듬이 균열되기 시작하는 50대에는 적잖은 부담을 안고 걸어야 할 길들이 늘어난다. 체력이 더 쇠하기 전에 찾고 싶은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잊고 지낸 나를 만나고 싶어진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예스이십사 리뷰어클럽에 다음과 같은 신청글을 올려서 뽑혔고 기대했던 바를 충족한 독서였다.
한동안 방학마다 산 경험을 위해 해외로 여행 다녀오기가 연례 행사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며 "올 방학엔 어디에 가서 뭘 보고 왔어."를 습관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생겨 회의가 느껴졌다. 가이드북 관광지를 미션 클리어하며 소비하는 여행은 진정한 의미에서 여행이라고 말하기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공허했다. 작년 봄 단기방학 때 혼자 제주올레를 다녀온 후로는 당분간 의지로 여행(관광?)을 가지 않고 있다. 일상이 힘들 때나 방학마다 남의 여행기(혹은 고생담)을 읽으며 간접 체험하고 있다. 올 여름방학에는 단연 영화 "나의 산티아고"와 이 책이 그 역할을 해주었다. 이렇게 잘 가공된 여행기를 집이나 카페에서 편안하게 읽고 있노라면, 당분간 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결심을 저버리고 어느 새 아시아나항공 사이트를 열어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여느 산티아고 순례기들이 그렇듯 여기에도 불편한 숙박을 감수하며, 몸이 아프고 마음이 외로워가며 혼자 오래 걸었던 고생담으로 가득하다. 한 달을 걸으며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 이야기도 나온다. 글쓰기를 즐기는 저자가 매일 보고 듣고 생각하고 이야기 나눈 거의 모든 내용을 잘 기록해두었다가 이렇게 자세히 정리했다는 점 만으로도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 책 내용은 재미있었지만 왜 이렇게 독서가 오래 걸리고 다소 어려웠는지를 돌아보니 아마도 내용이 많다보니 단행본 한 권에 다 넣기 힘들어 글씨가 작아지고 내용이 많아진 듯하다. 마스다 미리 책을 예쁘게 쏟아내고 있는 문학동네 임프린트 이봄에서 만든 책이라 레이아웃이나 일러스트는 예쁘기 그지 없지만, 또 여기 담겨 있는 많은 이야기 하나 하나가 다 의미 있는 내용이지만 여러 책을 동시에 읽고 있던 때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글씨 크기나 줄간격 등이 비교가 되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발달 덕분에 현대인은 관계에 질식할 지경이다. 나를 관계에서 의도적으로 멀리 떼어 놓고 홀로 두는 일이 필요할 정도다. 대만에 혼자 다녀오면서, 제주올레를 혼자하면서 참 좋았던 점은 혼자 있어 외롭고 힘들 때조차,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자야할지 고민이 될 때 조차 쉽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혼자 멀리 와 있기 때문에 고요히 생각하고 나와 상황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내 생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헤쳐나가야만 한다는 점이었다. 불편할 정도로 관계 포화 상태였던 곳으로 돌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 관계에서 미안하고 고마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와 저자 뿐만 아니라 혼자 걷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테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저자가 정신과의사라는 점이다. 길에서 만난 세계 여러 나라 다양한 연령과 처지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거기서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 '행복'을 추구하는 작가인 만큼 길 위에서 그 사람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언행을 보여주기도 한다. '긍정의 힘'을 마냥 찬성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자존감이 낮아져 힘들어하는 삼십대 청년을 안아주며 "그 정도면 아주 잘 살고 있다"고 말해주는 어른은 분명 그의 인생에 매우 큰 도움을 주고 있어보였다. 사실 자신이 소진되었기 때문에 떠난 순례였다. 저자는 홀로 혹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다중지능으로 치면 성찰 지능이 매우 뛰어난 사람으로 보인다. 자신에게 가혹한 그 완벽주의적인 성향에서 나오는 피로한 생활이 공감 되었다. 한 달 동안 800km를 걷는 일에 비하기는 어렵지만, 나도 제주올레를 할 때면 일단 코스를 시작하면 코스가 끝날 때까지는 아무리 더워도, 발이 아파도 중간에 멈추거나 버스를 탈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무도 보지도, 평가하지도 않고 중간에 멈추었다고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데 아마도 내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그렇게 한다. 저자가 무릎 아파하면서도 기어이 순례를 완주하는 모습을 보며, 아마도 나도 그렇게 했을 듯하다고 생각했다. 저자가 깨달았듯 나도 나를 너무 괴롭히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점은 아래와 같이 그런 상황들에 대해 성찰하고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세대 담론에 관심이 있어서 옮겨둔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며 청년이 자립하기 어려운 현 사회 구조에 대해 말하지 않고 이전 세대의 희생을 고마워하라며 너희도 '노오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던 영화 메시지가 불편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생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읽어내면서도 시종일관 청년 세대에 대해 미안해하고 있기도 하다.
|
|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무작정 걷고보는 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나의 오래된 일상이다. 학창시절부터 지켜온 워낙 오래된 습관인지라 뇌가 명령하거나 의무적인 사명감으로 움직여지는 게 아니라 으레 그렇게 하는 것으로 몸은 기억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매년 연초의 신년 계획에 남들 다 하는 '운동하기'를 목록에서 뺄 수 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해진다. 사실 제 몸을 위하는 일인데 굳이 다른 사람의 칭찬이나 부러움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찬하는 '걷기'에 대하여 곰곰 생각해보는 경우는 더러 있다. 그렇다고 걷는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무의미한 열광 대열에 무작정 동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을 이따금 들춰보며 맘에 드는 구절을 소리 내 읽어보는 게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발걸음을 앞으로 밀어내는 것은 그 무시무시한 괴로움의 씨앗이 아니라 자기변신, 자기 버림의 요구,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 길과 몸을 한덩어리로 만드는 연금술을 발견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여기서 인간과 길은 행복하고도 까다로운 혼례를 올리며 하나가 된다.'('걷기 예찬' 중에서)
정신과의사 김진세의 산티아고 순례기 <길은 모두에게 다른 말을 건다>는 저자가 찍은 사진과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 그때 그때의 순간적인 감성과 스치는 생각들을 메모식으로 기록한 일반적인 산티아고 순례기와는 조금 다른 책이다. 사진도 없을 뿐만 아니라(아주 없는 건 아니고 책의 맨뒤에 부록처럼 묶였다) 생각의 편린들을 쥐어짜듯 그러모은 듯한 느낌도 들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읽기에는 그러했다.
"삶은 음미하는 것이다. 급하게 보내면 언제 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버리는 삶, 비록 지긋지긋한 삶이라도 그 고통에서 헤어나오고 싶은 것이지, 실제로 인생이 빨리 흘러가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인생을 즐기려면, 마치 음식을 천천히 씹으며 참맛을 느끼듯, 천천히 살아가야 한다." (p31)
정신과의사로서 저자는 서울에서 환자를 많이 보기로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평일 진료는 말할 것도 없고 주말이나 야간 진료도 마다하지 않는 저자가 수백 편의 정신의학 칼럼과 인간 심리에 대한 단행본만 여덟 권, 방송 출연과 강연까지. 그야말로 저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던 것이다. 남들 두 배, 세 배 몫의 일을 하면서도 거뜬했던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일상이 무너지고 상담조차 귀찮은 일이 되더니 급기야 환자에게 짜증을 내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결국 그는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있던 '산티아고 길 순례'를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단순히 버킷리스트로만 간직할 줄 알았던 일을 실행에 옮긴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을 터, 가뜩이나 정신과의사라는 자신의 직업에서는 더더욱.
"누구나 상실을 겪는다. 아버지를 잃은 야스퍼도, 동생을 잃은 라우라도, 그리고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다. 살다보면 어느 날, 한 번 이상의 상실을 마주해야 한다. 상실은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과정이다.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인간의 상실은 역설적으로 축복이다. 우리는 상실을 통해서 커다란 아픔을 맛보지만, 그 아픔이 우리를 성숙하게 한다. 삶은 그렇게 상실을 통해 깊어진다." (p.232)
무작정 걷다 보면 생각이 없어지거나 반대로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 온다. '걷기'라는 단순한 반복운동이 주는 효과일 것이다. 아무 생각도 없이 아주 먼 거리를 걷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지만 하나의 생각에 몰두하여 아주 깊이 빠져드는 일도 더없이 즐겁다. 사는 게 걷는 것만큼이나 단조로웠으면... 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
"처음에는 낯선 길이었다. 시간과 공간이 다른 지구별의 낯선 지점에 서 있었다. 걷다보니 그 길이 친근해졌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두렵다. 그 두려움 속에서 내게 기적이 일어났다. 기적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나말고도, 커다란 나무를 꺾을 만큼 거친 바람도 있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 은혜를 갚은 사울도 있다. 그리고 그 순간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펼쳐지는 기적을 주관하는 '존재'가 있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존재'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기적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과 자연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좀더 신중하고 진지히게 인생을 살자. 누군가 지켜보고 있으니 말이다.' 별똥별이 떨어진다." (p.333)
나이가 들수록 삶에서 오는 두려움을 이기고 좀더 초연해질 수 있는 까닭은 그것이 비단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걸 경험이나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알게 되기 때문이다. 상실의 고통도, 경제적 어려움도, 인간관계의 복잡한 얽힘도 언젠가는 다 지나가게 마련이고, 현실에서 바라보는 과거는 누구에게나 아릿한 그리움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저절로 알게 된다. 우리가 순례길에 매료되는 것도 다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생에서 겪는 보편적인 경험들을 그 길에서 압축적으로 맛볼 수 있고, 그런 고통들을 나만 겪었던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 절망과 기쁨, 기대와 한탄 등이 지금 당장은 나로 하여금 울고 웃게 하지만 시간의 저편으로 밀려나는 순간, 흐릿한 기억으로 변질되어 내게서 점차 멀어진다는 걸 수많은 만남과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된다. |
|
성 야고보의 유해가 묻힌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향해 걸어가는 800km의 여정, 산티아고 순례길.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 시간 동안 산티아고 길을 걸어서 완주해보고 싶단 생각을 몇 년 동안 해왔다. 분명 내가 체력이 엄청 좋아서 잘 걷는 편도 아닌데, 왜 나는 그 길을 걸으려 하는 것일까? 머리 속을 텅 비우며 고독하게 걷다 보면 나와 온전히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게 아닌가 보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인들 사이에서 '걷기'가 유행이다. 제주 올레를 시작으로, 각 지역마다 생긴 둘레길, 그리고 걷기 여행의 붐을 일으키게 만든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까지. 실제 산티아고 길에서 만나는 아시아인은 대부분 한국인이라고 한다. -_-;; 정신과 의사인 김진세씨는 일상에 지쳐서 잠시 모든 걸 멈추고 길을 떠났다. 마음을 가장 잘 다스릴 줄 알 것 같은 정신과 의사도 힘든 일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사람이 참 간사한게 "힘들구나. 그럼 이렇게 이겨내봐." 라는 말보다 "많이 힘들지? 나도 그런 걸." 이라는 말에 동질감과 위안을 더 크게 얻는다. 이 책은 그가 한 달 동안 산티아고를 걸으며 매일 쓴 일기를 엮은 것이다. 걷고, 이야기하고, 밥을 먹고, 씻고 자고,, 하는 뻔한 이야기이지만 매일 길의 풍경과 만나는 사람들이 또 숙소가 다르다. 나는 여행 정보도 좋았지만 사람들 이야기가 더 좋았다.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자세한 묘사와 대화문을 읽다 보니 그 사람들이 머릿 속에 그려질 정도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저자는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상황과 심리상태를 잘 이해하여 필요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 나라도 한 달 동안 같은 길 위에서 수시로 마주치고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계속 숨길 수는 없을 것 같다. 은퇴 후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선 사람, 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달래려 걷는 사람,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걷는 사람 등등.. 저마다 국적도 생김새도 나이도 다르고 사연도 다르지만 그들은 길 위에서 만나고 헤어지며 친구가 된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길동무는 루스다. 걸음이 무척 느리지만 "느린 만큼 더 오래 걸어요." 라며 결국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다는 것을 보여준 여학생이다. 활달한 성격의 안드레아나, 씩씩한 할아버지 마이크, 적십자에서 일하는 질리언 등... 풍경을 채우는 건 결국 사람인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 속에서 스스로 나를 찾아야 하는 것이 이 순례길이 주는 과제인가. 저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발에 물집이 잡히고, 무릎이 고장나도 여정을 멈추지 않은 건 무엇 때문일까? 욕심 내지는 오기일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먼저 길 위에 내 몸을 실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한 외침이 귓가에 들렸기 때문은 아닐까. 산티아고 길 위에서 완전한 고독과 침묵이 내게 허락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엄청난 감동이나 깨달음을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길 위에 서 있고 싶다. 때론 홀로, 또 때로는 함께 그 길 위에서 걷는 순간 자체를 즐겨보리라 다짐한다. 그 때 내 머릿 속에 담긴 수칙은 아마도 이런 것들이리라. 1. 따로 또 같이 2. 나의 속도와 방향을 잃지 말기 3.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기. 아프면 더 이상 전진할 수도 없다.
------------------------------------------------------------------------------------------------------- ..희망은 기적이 아닌 고난으로부터 온다. 힘겹게 걷고 배고프고 외로우면서 얻는 깨달음이야말로 이 길이 주는 진정한 희망이다. (p. 273)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인간의 운명과 역사의 반복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바꿀 수 있다. 바꿔야 한다. 현실을 받아들기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목표를 향해, 또 어떤 사람은 많은 경험을 위해 스스로 의지를 불살라야 한다. 기적이 아니고 의지가 희망이다. (p.276) 천천히 걷는 자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이 길 위의 누구나 아름답다. (p.276) 누구에게나 시간은 흐른다. 늙고 병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다. 행복하다는 것은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담보로 하지만, 다행히 병이 들고 불행을 당한 사람에게도 행복은 다시 찾아온다. (p.300) 등산은 꼭 인생과 같지 않나요! 오르면 내려와야지요. 근데 문제는 오르는 법은 잘 가르쳐주는데, 내려가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단 말입니다. 걱정이에요. 이제 곧 은퇴할 나이인데...." (p.302) 내리막길에서 아프면 더 아프다. 그리고 잘못하면 완주를 못 할 수도 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하면 잘 실패하고, 잘 견디고, 또 잘 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p.303)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위태로운 정신과의사의 행복한 산티아고 피신기- |
|
누구나 기도를 한다. 기도의 대상이 다를 뿐이다. 종교인은 절대자에게 기도를 드린다. 종교인이 아니어도 나름의 존재에게 기도를 드린다. 그리고 기도에는 반드시 응답이 따른다. 종교인들은 신의 목소리를 듣겠지만, 우리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분노, 욕심, 편견에 사로잡혀 들리지 않던 마음의 소리가 기도를 통해 전해진다. 만약 아무것도 들을 수 없다고 해도 실망하거나 화를 내지 말 일이다. 침묵 또한 응답의 일종이니 말이다. 한낮의 철 십자가 밑에서 한 나의 기도는 어떤 응답으로 돌아올까?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응답을 기다린다. (244쪽)
부인과 이혼한 후 심경을 정리하기 위해 순례길에 오른 벨기에 군인 줄리안과의 대화를 이어가던 필자가 간곡한 기도 응답 얘기를 듣고 자신의 견해를 밝힌 대목이다. 어쩜 신앙고백 같다. 그런데 걸리는 대목이 있었다. 기도에는 반드시 응답이 따른다...??? 그간 행했던 나의 기도는 그럼 뭐란 말인가 하는 자문이 일어났다. 응답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탓이다. 김진세의 견해는 자기완결성을 지니고 있었다. 의문을 남김 없이 해소한다. 침묵 또한 응답의 일종이라는 견해 앞에 끝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인정과 공감의 의미로 말이다. 무응답의 응답을 읽을 줄 알아야 했던 것이다. 조급하게 물리적 대답만 갈구하다 결국은 지치고 실망했던 기억이 부끄럽게 떠올랐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만남의 여정이다. 아름다운 대자연의 신비를 만나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또 자신의 내면과 오롯이 직면한다. 이 모든 만남에 임하는 순례자의 자세는 기도하는 마음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 응답은 모습과 상황을 달리하며 순례자에게 와 닿을 것이다. 인간의 길을 잠시 접고 산티아고에 오른 필자에게도 역시 하나님은 자연의 모습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마리아인의 친구 모습으로 현현했다. 그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힘겹게 산모퉁이를 돌자마자 장관이 펼쳐졌다. 노란색, 분홍색, 백색으로 뒤덮인 엄청난 꽃밭이었다. 조금 전까지 죽을 것 같던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꽃들에게 위로를 받았다. 끝없이 펼쳐진 알록달록 꽃밭을 감상하느라 잠시 바위에 앉았다. 얼마나 오래 저렇게 피어 있었을까? (중략) 지치고 힘든 순례자를 위로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저 어느 날부터 이 산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었을 뿐이다. (238쪽)
더위가 어찌나 심한지 어지럼증이 일고 산 정상은 또 얼마나 먼지 그만 주저앉고 싶던 차에 산모퉁이 하나를 돌며 문득 마주하게 된 대자연의 장관에 피로와 짜증이 눈 녹듯 사라지는 장면이다. 인생의 이치가 그럴 것이다. 사소한 일 하나 덕분에 중차대한 힘겨움이 일거에 사라져버리는 경험을 종종 했을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라 하겠다. 작은 것에 위로받고 힘을 얻어 다시금 길을 나서게 만드는 치유의 능력이 발휘되는 곳이다.
또 산티아고 순례길은 중세 수도사들이 그러했듯 기도의 여정이요, 계시와 응답의 현장이다. 문제는 그 응답을 알아차릴 수 있는가 하는데 있을 것이다. 필자는 정신과 의사답게 마음의 소리, 내면의 변화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정확하게 짚어냈다. 읽는 내내 그런 위로와 기도의 여정에 동행하며 더불어 충만의 기쁨을 만끽한 기분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위태로운 정신과의사의 행복한 산티아고 피신기
버킷리스트를 실행 시켜 산티아고 길 순례를 떠난 사람
중간에 부모님께 작성된 편지, 하루종일 걷기만 하지만
마음 전문가의 어수룩한 몸 사용기
|
|
<길은 모두에게 다른 말을 건다>
제목도 참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내가 꼭 걷고 싶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무조건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읽기 시작한 책.
무엇보다 정신과의사인 저자가 모든 일들에 지쳐서 피신하듯 걸었던 길에 대한 경험기라는 것이
더더욱 마음에 와 닿았던 책이다.
지금 나도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나 많이 하고 있기에
동질감이 마구 생겼기 때문이다.
정말 얼마전부터 혼자라도 훌쩍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자주
했던지.... 남편에게도 슬쩍 말해보면서, 아이들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금 이 길을 걷는다는 것은
힘드니까 나중에 은퇴하고 나면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꺼냈을 만큼 가고 싶었던 길이었다.
그랬기에 이 책을 손에 잡자마자 끝을 본 건 당연지사.
이 책은 정신과의사의 34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여정을 참 현실적으로 담고 있다.
다른 산티아고 순례길의 이야기도 읽어봤지만, 가장 생생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길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 길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길을 걷는 동안의 마음 속 이야기가 더 많았기에 더더욱 와 닿았던 것 같다.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은, 각 장마다 그 날 하루하루의 기록들을 다 담아 놓아서
읽다보면 나도 같이 여행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작가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정말 현실적으로 자신에 대해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적어 놓아서 더더욱
공감이 가기도 한다.
그리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정신과적 소견과 곁들어 이야기해주고 있기에 더더욱
이해가 쉽지도 하고 공감도 되고...
마지막에 정리해 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길 위의 마음들을 보면, 정말 같은 길을
걷는다고 해서 모두다 똑같이 느끼는 것이 아님을, 그 깨달음은 각자에게 정말 다르게
다가옴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길은 결코 아무 말도 들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그리고 지금껏 그냥 평탄하게 어른들에게 반항 한 번 안 하고 잘 지내온 내 모습이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 큰 깨달음 중에 하나이다.
또한 인생은 그렇게 스스로가 부딪치지 않으면 결코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는 것임을,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많은 두려움을 갖고 살지만 그 두려움을 깨기 위해 수없는 노력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나도 꼭 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리라 다시 다짐도 하면서....
글 내용 중간중간을 보다보면, 우리 한국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와서
한국인들의 삶에 대해 또다시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왜 그렇게 한국인들이 이 길에 열광하는지, 그 먼 곳까지 가서 걸으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고....
어쨌거나 우리나라도 관광을 위해 국토둘레길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 길이 완성되면
그 길 먼저 돌아보면서 길이 건네는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으면 더 좋고....
아무튼 읽는 내내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 준 책이었다.
글 중간중간에 사진이 아닌 그림이 있어서 순례길을 모습이 참 궁금했는데,
마지막엔 이렇게 사진을 실어놓아서 그 궁금증을 해결해 주니 참 좋았다.
글 읽는 중간에는 그림만 보면서 이리저리 상상했던
모습들과 비교해 보기에도 좋았고...
아무튼 산티아고 순례길만 길은 아닐 것이기에,
나는 나만의 길을 만들어서 나만의 방향으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정리해 본다.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한 방향으로 가야하는 목적지가 있다면 고민없이 가겠지만
우리 인생은 그렇지 못하기에,
나만의 목적지를 찾는 일부터 다시 고민해봐야겠다.
이제 곧 40!
이제는 생각없는 인생이 아니라 정말 성숙한 인생길을 차곡차곡 밟아가며
후회없는 길들을 만들어가야겠다.
*예스24의 리뷰어스클럽에 당첨되어 작성한 후기입니다. |
![]() 너무 지치고 힘들때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짜증과 힘듦이 올라오고는 한다. 그런데 그게 올라와도 꾹꾹 참아내서 일을 계속 이어서 하거나 공부를 이어서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을 것이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인데 환자에게 짜증을 내는 상황까지 이르러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그 후 그 버킷리스트를 실천해나가는 도중 산티아고 길 순례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최근에서야 산티아고 길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이 역시 내 버킷리스트에 들어가기도 했다. 영화 한 편을 보고난 후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떤 느낌일지 책, 영화를 통해서 많이 느끼고 알아보려고 하고 있어서인지 저자의 이야기도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내 성격과는 다르게 느릿느릿 조금은 천천히 차분하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인지 읽는 나까지 차분해지는 느낌이였다. 그런데 저자는 지도를 보다가 등산용 스틱을 놓고오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같이 걷던 청년의 긍정적인 말에 다시 한 번 정신차리고자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나는 저자가 첫 날 이런 실수를 겪은 것은 오히려 앞으로 펼쳐질 순례길에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는 징조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둘째날은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일어나서 준비를 하다가 수건을 빼놓고 갈뻔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는 다시 길을 나서는 저자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그려지기도 했다. 셋째날에는 비도 내리고 아홉째 날에는 개를 뭇워하는 여자를 만나 함께 걷기도 했다. 이렇게 우연치 않게 다가오는 순간순간들이 이 여행의 목적이 아닐까 싶었다. 열셋째 날쯤엔 발에 있는 진물도 통증도 괜찮아졌다고 했다. 하루하루 함께 걷는듯한 느낌을 받으며 열셋째 날도 함께 걷는 느낌으로 읽어내려갔다. 언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까지 숨이 차오르고 힘들었다. 저자 역시 너무 걷다보니 힘이 들어 혼란스럽고 완주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를 두다가도 결국 오르막 끝에 서게되면 완주를 목표로 하게 된다고 한다. 걸으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스칠까하는 생각이 들고 또 나는 어떤 생각들로 저 길을 채워나갈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스물넷째 날쯤엔 다리가 너무 아픈데 자꾸 몸이 말하는 소리를 무시하고 있었다고 했다. 파스를 붙이고 약을 먹으면서 다시 준비를 해서 길을 나서려고했는데 굉장한 짐의 무게때문에 결국은 자신의 미련이 남아있던 물건들을 마지막 도착지에 보내두기로 한다. 애초부터 가벼웠다면 몸도 마음도 조금 더 가볍게 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나조차도 꽤 많은 짐을 챙겨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과하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저자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힐링할 수 있었다. 내가 함께 걷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감정적으로 힘들고 가끔은 저자가 그로 그려주는 그 풍경에 미소짓기도 했다. 책을 읽고나니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적으로 꼭 걷고야 말거라고 다짐하게되는 책이 되어주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그 여행을 위해 나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