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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또한 불멸의 가치를 들을 줄 아는 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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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을 선택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품질이 우수할수록, 애용하는 횟수가 늘수록, 가격이 저렴할수록 소비는 쾌락에 가까운 즐거움이 된다. 즐거운 소비인 줄 알았으나 반대의 상황이 닥친다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자꾸만 상품을 끝없이 비교하며 선택하는 시간을 늘리게 될수록 소비하는 과정은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물론, 드물지만 짜릿한 소비도 존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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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을 선택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품질이 우수할수록, 애용하는 횟수가 늘수록, 가격이 저렴할수록 소비는 쾌락에 가까운 즐거움이 된다. 즐거운 소비인 줄 알았으나 반대의 상황이 닥친다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자꾸만 상품을 끝없이 비교하며 선택하는 시간을 늘리게 될수록 소비하는 과정은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물론, 드물지만 짜릿한 소비도 존재하긴 한다.


  만 원권 지폐 한 장으로 명품을 구입했다면, 그 기쁨이 꽤 오래 가겠지? 러시아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테르가 연주가 해변의 모래알처럼 빛나는 <라흐마니노프&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음반을 구입하고, 몇 차례 선물한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만족도 높은 소비의 기쁨은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전무한 이들이 들어도 대번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피아노 협주곡 두 곡으로 구성되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아름다운 2번과 차이코프스키 대표 피아노 협주곡인 1번은 리히테르, 그리고 비슬로츠키 지휘의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카라얀이 지휘하는 비엔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만나면서 잊힐 수 없는 명반을 탄생시켰다.


  많은 연주자들이 시도하고, 많은 이들이 즐겨 감상하는, 지나치게 유명한 곡이라 식상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피아니스트의 손끝이 건반에 닿는 순간 불식시킨다. 십수 년 전에 만난 백건우의 연주도, 몇 해 전에 만난 김정원의 연주도 좋았으나 리히테르가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에는 막연히 좋다, 라고 말할 수 없는 뭔가가 꿈틀거린다. 감상하는 이의 가장 뜨거운 감정과 가장 차가운 감정을 서서히 마주하게 한 다음 한데 섞어 버려 혼란스럽지만, 폭발하고 싶은 지경에 이르게 하지만, 가까스로 잠재우는 놀라운 힘.


  폭풍 전야처럼 흐르지만 장엄함을 잃지 않으며 격정으로 이끌어가는 라흐마니노프 피협과 달리 차이코프스키의 피협은 시작부터 거대하고 웅장하다. 새로운 세계가 창조될 것 같은 기대를 품게 한다. 88개의 건반으로 계산된 치밀함과 수려한 오케스트라 연주는 하늘과 땅이 되어 한 세상을 만들고도 남는다.


  두 작품 모두 피아노가 가진 기능의 최대치를 실험하며 작곡되지 않았나 싶다. 피아노의 기능을 최대치로 사용할 줄 아는 피아니스트는 연주를 우리면 우릴수록 그윽함이 더해지는 차의 향기로 만들었다. 피아니스트 화려한 피아노 연주의 기교는 힘차고 정확한 타건에서 나오는구나 싶어지기도 한다. 그의 연주를 감상하고서야 자신의 6번 소나타가 얼마나 대단한 곡인지 알았다는 프로코피에프. 작곡가는 그에게 자신의 7, 8, 9번 소나타의 초연을 부탁했고, 특히 9번 소나타는 그에게 헌정하기까지 했다.


  50여 년 초여름에 녹음한, 그래서 오늘날 출반되는 음반과 비교하면 음질이 다소 떨어지는, 그렇지만 그것까지 사랑하게 만드는 매력이 담긴, 그야말로 명반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음반을 재생시킨다면 당신의 판단도 내 판단과 다르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당신 또한 불멸의 가치를 들을 줄 아는 귀가 있을 테니까.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테르(1915~1997)

 




YES마니아 : 골드 a*****4 2012.08.14. 신고 공감 10 댓글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