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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고 있는 20대 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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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소년 표류기''같은 저학년 어린이 대상 소설이라면 당연히 그 번역본만도 수십가지다. 그 중 이 책을 선택했던 것이라면 역시 표지 디자인때문일 것이다. 물론 ''쥘 베른 컬렉션''이란 것에 귀가 솔깃한 것이 먼저임은 부정하지 않겠다. 초등학년, 다닐 때만도 아직 국민학교던 무렵 학급문고랍시고 아이들에게서 한권씩 갈취되어 방치된 교실 뒤편의 먼지덮인 책들. 왜 학교는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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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소년 표류기''같은 저학년 어린이 대상 소설이라면 당연히 그 번역본만도 수십가지다. 그 중 이 책을 선택했던 것이라면 역시 표지 디자인때문일 것이다. 물론 ''쥘 베른 컬렉션''이란 것에 귀가 솔깃한 것이 먼저임은 부정하지 않겠다. 초등학년, 다닐 때만도 아직 국민학교던 무렵 학급문고랍시고 아이들에게서 한권씩 갈취되어 방치된 교실 뒤편의 먼지덮인 책들. 왜 학교는 뻔히 있는 도서실을 개방하지 않고 애꿎게 갈취나 한건지 지금으로선 의아스럽지만 당시로선 덕분에-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책들을 읽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무렵 TV에서 방영하던 ''15소년 표류기''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책으로 읽었을 때는 지금도 또렷하다. 이 매혹적인 모험의 자유라니! 하지만 20대 후반이 되어서는 곳곳의 허점과 억지스러움을 발견하고는 모험의 시대는 끝났노라고 투덜댈 수 밖에 없었다. 하이틴도 아닌 로우틴의 아이들이 최고령자인 이 모험가들에겐 작가가 선물한 온갖 은혜가 가득했으니 이거야 놀이터 곳곳에 적당히 선물상자를 숨겨놓은 보물찾기 놀이다. 소년들에겐 신의 은총보다 작가의 은총이 더 많았다. 어린 시절 마음 설렜던 브리앙들의 환상이 깨질 걸 뻔히 알면서 도대체 왜 다시 읽은걸까. 그건 간단했다. 정착되지 못한 불안정한 실업 시대 속에서 무의식중에 안전했던 어린 시절로 기억이 자꾸 흘러갔던 것이다. 그 기억이, 이 고급스러워 보이면서도 세련되고 폼나는 디자인의 책을 발견한 순간 재빨리 기억에도 그와 같은 덧칠을 하려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후회하느냐고? 가슴뛰는 모험의 시대는 끝났는지 모른다. 더는 돈보다 경험이니 꿈이니 하며 설쳐댈 수 없는 상황일거다. 안전한 어린 시절은 애저녁에 끝났으니 설쳐대서 나오는 건 ''보답받지 못함'' 뿐일 거다. 그래서 소설은 필요한 거다. 아니, 그래서 희망이란게 필요한 거고, 사람마다 자신의 희망을 찾는 대상은 다를 테지만 내게는 ''이야기''라는 걸 다시 깨달은 거다. 모험보다 정진의 길이 남았다면 그 길에는 새로운 희망이 필요한 거다. 이 책을 다시 접하면서 얻은 것으로 이것이면 충분할 거다......
c******6 2004.01.04. 신고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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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그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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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쥘 베른 서거 100주년이라고 한다. 사건사고로 얼룩졌지만, 나름대로 휴가를 맞아 들른 서점에서 쥘 베른 선집 한 무더기를 발견하곤 잠시 황홀해했다. '로마인 이야기'의 역자 김석희씨가 맡아 20권을 발간한다고 하고, 12권 정도가 이미 고개를 쳐들고 있더군. 갖고 싶은 마음과 휴가 중 읽을 만큼 사이에서 방황하다 두 질을 골랐다. 그중 첫째가 '80일간의 세계일주',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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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쥘 베른 서거 100주년이라고 한다. 사건사고로 얼룩졌지만, 나름대로 휴가를 맞아 들른 서점에서 쥘 베른 선집 한 무더기를 발견하곤 잠시 황홀해했다. '로마인 이야기'의 역자 김석희씨가 맡아 20권을 발간한다고 하고, 12권 정도가 이미 고개를 쳐들고 있더군. 갖고 싶은 마음과 휴가 중 읽을 만큼 사이에서 방황하다 두 질을 골랐다. 그중 첫째가 '80일간의 세계일주', 그리고 '15소년 표류기'다. 어린 시절, 계몽사 문고로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었던 기억, 들리는 소문의 칸트마냥 러시아인형처럼 정확한 생활습관의 필리어스 포그, 우왕좌왕 좌충우돌 열혈남아 파스파르투, '사티'라는 인도의 순장 풍습, 그곳에서 구출되는 인도 여인 아유디?, 은행절도범으로 오인하고 포그를 주야창창 쫓고 또 쫓는 런던경시청 순사 픽스... 이들 모두 되살아났다. 아, 감동감동. '15소년 표류기'는 조금 달랐다. 원제는 '2년 간의 휴가'. 뉴질랜드의 체어맨 학교에 다니는 학생 14명이 휴가를 맞아 3주간 선상 유람을 즐기고자 계획됐다가 사고로 인해 남아메리카 인근의 하노버 섬으로 떠내려가 2년을 지들끼리 지내다 귀환한다는 게 대강의 줄거린데,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의 발췌 중역판 때와는 자못 다른 감흥에 휩싸이더라고. 미국인 고든, 프랑스인 브리앙과 자크, 영국인 도니펀, 백스터, 서비스, 가넷, 웨브, 윌콕스, 크로스, 돌, 쟁킨스, 아이버슨,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아무개, 이렇게 14명에 견습선원이자 모두의 딱까리 니그로 모코. 짜증이 좀, 확 밀려오는데...(물론 나 자신도 종 차별주의자가 아니라는 확신은 없다. 외국 한번 나가본 일 없는 생에서 외국인과의 조우조차 내게는 드문 경험.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아이들은 모두 예쁘다"는 명제에 십분 공감하게 되고, 전번에 만났던 방글라데시 사람들과 거리낌없이 접촉하고 아이들을 안아줬기에 안도했던 그 정도랄까.) 14살 이하 소년 15명이 모였는데(2년의 세월이 흘러 16살 이하가 됐지만), 설정 자체 탓에 19세기, 세계를 주름잡던 강대국 세 나라 국민들이다. 그네들은 조난당해 외딴 섬, 무인도에 다다르게 됐음에도 3주 떠나는 여행치고는 어이없게 호화찬란한 각종 생필품 덕분에 문명 생활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좀더 일렀던, 설정의 선구자 '로빈슨 크루소'에 비하면 이 얼마나 사치스럽냐는 말이다. 삽화에 의존해 볼작시면, 섬을 떠나는 그날까지 이 예비 신사들은 모자까지 챙겨 쓰고 있지요. 하는 짓들은 더하다. 미지의 섬에 머무르게 됐다는 순간의 공포가 가시자마자, 이들은 섬을 식민지로 삼는다. 식민지 개척에 관심없어뵈는 프랑스인 말고 숫적 우위를 앞세운 영국인들은 자연스레 섬을 식민지로 여기고 미국인은 영토 확보에 실패한 걸 서운해한다. 소년들은 1년 임기의 지도자를 뽑고 이전 생활들을 달라진 환경엔 아랑곳하지 않고 답습하며 선거를 앞두고 적전분열 양상과 암투까지 벌이는데... 좀더 어린 소년들이 바라는 새 지도자의 환상적인 모습에서는 좀 실소라도 나올까. "브리앙이 지도자가 되면 잔소리많은 지도자 고든 때보다 달콤한 과자를 많이 먹을 수 있을꺼야" 따위의... (그러고 보니, 로빈슨 크루소도 프라이데이라는 주민 1명을 거느리고 섬의 총독으로 자처했지...쳇) '어린이'라는 말에 담긴 함의로서의 '어린이'는 개념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고개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순진무구, 천진난만, 세상의 때라곤 묻어있지 않고, 아껴주고 사랑해주고픈 우리 '어린이'들은 '어린이'날에 기사 속에만 있다는 말씀. 어린이가 어른이의 판박이가 돼버린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해보지만, 어찌나 영악하고 그악스러운 존재가 그들인가요. 쥘 베른이 그린 세계 속의 소년들도 세상을 좀 덜 살았고, 힘이 약하고 경험이 박할 따름이지, 악당들에 대항해 거침없이 권총으로 심장을 쏴대는 모습은 결코 '어린이'스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징그럽더라는 게 요점. '로빈슨 크루소'의 또다른 버전을 미셀 투르니외가 창조해냈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인데, 청교도주의가 만연했던 전작, 문명에 감화된 야만인과 야만세계를 그렸던 원작을 '방드르디...'는 뒤집어버린다. 시대 흐름상 그렇겠지만, 내겐 투르니외의 전복이 더욱 끌린다. 15소년 표류기의 또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파리대왕'에서 그려진 모습이 끔찍한 만큼 더 그럴 듯하듯이. '생존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일본 만화도 그런 맥락으로 거들 수 있겠다. 뭐 어쨌든, 이럭저럭하여 재밌긴 재밌다. '해저 2만리'나 '달나라 탐험' 등등 다른 작품들도 땡기는 대로 읽어볼 작정인데, 과연.
p******9 2005.09.1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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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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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용감한 소년들이 펼치는 무인도에서의 용감한 모험은 어린 시절 한번쯤 가출을 꿈꾸게 했을 만큼 강렬한 유혹이었습니다. 한참이나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 버리고 살았던 기억이 김석희님의 완역 소식에 다시 살아났습니다. 얇고 중간 중간 그림이 가득하던 책에서 두권짜리 완역본으로 변했지만 흥미진진함을 여전하더군요. 지금에는 험한 환경에 버려진 어린 15명의 소년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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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용감한 소년들이 펼치는 무인도에서의 용감한 모험은 어린 시절 한번쯤 가출을 꿈꾸게 했을 만큼 강렬한 유혹이었습니다. 한참이나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 버리고 살았던 기억이 김석희님의 완역 소식에 다시 살아났습니다. 얇고 중간 중간 그림이 가득하던 책에서 두권짜리 완역본으로 변했지만 흥미진진함을 여전하더군요. 지금에는 험한 환경에 버려진 어린 15명의 소년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권력다툼이 작금의 험하고 심란한 현실과 비교되어 새로운 감흥이 일어나지만 그런 작가의 비판정신과는 달리 하루 하루 무인도에서 삶을 이어가는 소년들의 모험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을 보면 아직도 어린 시절의 감정이 남아있는 듯 해서 웃음이 나옵니다. 문학성과는 다르게 그저 대중작가로만 인식되었던 쥘 베른이 새롭게 재조명된다는 점 역시 또다른 이 책의 매력입니다. 장기간에 걸친 이석희님의 역작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n*****3 2003.11.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