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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처음으로 읽는다. 베스트셀러나 영화화된 장편도 좋겠지만 가볍게 단편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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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는 아니지만 작가의 이름을 혼동하여 생각도 없이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한꺼번에 처리할 일이 많아서 생각이 복잡하거나 뭐에 씌이기라도 한 듯 '이 사람이 확실해!' 자신만만해 하는 경우에 흔히 벌어지는 일이지요. <고백>을 썼던 미나토 가나에와 <화차>와 <모방범>을 쓴 미야베 미유키를 혼동했던 건 지난주 목요일의 일이었습니다. 환하게 불이 밝혀진 동네서점을 보고 나도 모르게 문을 열고 들어갔던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법이죠.
판매대에 놓인 신간도서를 쭈욱 훑어보다가 미야베 미유키의 <불문율>에서 눈길이 멈추었고, '아, <고백>을 썼던 작가의 신간이 나왔구나' 생각했던 것입니다. 책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만 읽었더라도 이런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겠지만 그 순간에 나는 지나친 자신감으로 충만했었고 구매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로 이어졌던 나의 판단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추리소설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닥 즐기는 편도 아닌 까닭에 책은 곧바로 펼쳐지지 않은 채 며칠 동안 방치되었습니다. 숙소의 책상 위에 덩그마니 놓였던 책을 어젯밤에 겨우 발견하여 그길로 내처 읽게 되었습니다만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작가를 혼동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작가의 문체나 분위기가 많이 변했는 걸' 하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내가 작가를 혼동했다는 걸 알아챈 건 책을 다 읽은 후였고 이 책도 신간이 아닌 제목만 바꿔 재출간되었다는 사실도 그때 겨우 알았습니다.
이 책에는 표제작인 "불문율"을 포함하여 일곱 개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일본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라는 호칭에 걸맞게 "불문율"에 실린 단편 또한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날카롭게 파헤치면서도 그 속에서 상처 받은 인간의 모습을 놓치지 않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상처 받은 인간의 모습을 작품 속에서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그래도 우리 사회는 아직 살 만하다고 말하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번째 작품인 "결코 보이지 않는다"와 여섯번째 작품 "무쿠로바라"는 읽기에 따라서 섬뜩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결코 보이지 않는다"에는 인적이 끊긴 늦은 밤, 택시 정류장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는 오지 않고 결혼한 지 한 달이 된 신혼의 에쓰로는 애가 탑니다. 부슬부슬 안개 같은 비가 내리는 봄밤은 여전히 추위를 느끼게 합니다. 에쓰로의 뒤에 서서 택시를 기다리던 나이 지긋한 노인에게 같은 방향이면 합승을 하자고 말을 겁니다. 노인은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같이 걷자고 말합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면서 노인은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노인은 자신이 기르던 개와 아내가 된 여인의 인연에 대해 말합니다. 아내는 애완견 로쿠의 죽음을 미리 예견하였습니다. 결혼할 배우자와는 붉은 실로 맺어진 관계인 반면 검은 실로 맺어진 인연은 임종을 지키게 된다는군요. 말하자면 노인의 아내는 로쿠와 검은 실로 맺어진 인연이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노인은 에쓰로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운명이란 녀석은 엄청나게 넓은 게임판이나 퍼즐 같은 건가 봅니다. 나나 당신이나 두 사람 사이에 공통점이나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지만 운명의 눈으로 보면 나와 당신은 옆에 나란히 있기에 어울리는, 비슷한 모양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기에 만났을 때 서로 그립게 느꼈을까요. 정해진 상대를 겨우 만났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로쿠는 집사람을 따랐습니다. 그래서 죽은 아이는 지인을 따랐던 겁니다. 와, 찾았다, 반쪽을 찾았다,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둘이 만나서 완성된 운명의 그림을 발견했으니까." (p.67~p.68)
"혼선"에서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서 만일 여자가 받으면 밤마다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변태 성욕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발신자의 번호를 쉽게 알 수 있고 차단도 가능하지만 1990년대만 하더라도 그건 가능하지가 않았었죠. 마지막 작품인 "안녕, 기리하라 씨"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일침을 가하는 소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은 지 십 년 된 목조 이층 건물에 사는 오스기 씨 가족은 모두 다섯 명입니다. 오스기 씨의 노모와 부부, 그리고 그들의 딸과 아들로 이루어진 그 집에는 각자의 방에서 독립된 생활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스기 씨 집에는 소리가 사라지는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마치 가족 모두가 집단 중이염에라도 걸린 것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집 밖으로 나오는 순간 소리는 다시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들 앞에 기리하라 씨가 등장합니다. 소리를 지운 건 그의 손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소리가 사라진 후 가족들은 비로소 할머니의 외로움을 인식하게 됩니다.
"나는 기리하라 씨가 할머니와 오목을 두던 모습을 떠올렸다. 가족이면서 격리되었다. 이 집에서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내 눈에 소리가 들리지 않는 텔레비전 앞에 앉은 할머니의 등이 떠올랐다. 서랍에서 귀걸이를 가져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할머니는 오늘 밤에 죽으려고 했다. 우리 가족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가지고. 이전부터 그럴 작정으로 물건을 모아서는 감추었다." (p.282)
이렇게 나는 우연처럼 소설 한 권을 새롭게 읽었습니다. 최근에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어느 방송국의 드라마로 제작된 모양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어째 이상한데' 싶으면 여지없이 그 순간에 책을 내려놓고 거들떠도 보지 않는 나의 독서 습관을 감안할 때 이번 경우는 조금 예외적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아마도 그건 미야베 미유키의 놀라운 마법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여행에서 때로는 길을 잃을 필요가 있는 것처럼 독서에도 때로는 작가를 혼동할 필요가 있는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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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주한 미야베 월드. 역시나 이야기의 마술사답게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긴 미미 여사의 작품을 오랫동안 등한시한건 개인적인 사정이고, 이 작품은 《지하도의 비》를 표제작으로 1994년에 발표된 단편집으로 국내에는 제목을 《불문율》로 바꾼 개정판이 다시 출간되었다. 아마도 7편의 작품 중 가장 요즘의 사회상과도 맞물린다고 여겨지기 때문이 아닐까싶은데, 한편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뒷맛이 씁쓸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 군상을 그린 짧은 이야기 속에 숨은 교묘한 장치를 발견한 순간 번갯불이라도 맞은 듯 찌릿한 전율이 인다. 상처 입은 사람들에 대해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 저자이다 보니, 각 편마다 장르는 달라도 등장인물들에 감정이입된 채 책장을 넘기노라면 다양한 인생사를 돌아본 기분이다. 미스터리와 괴담 사이에서 약간 오싹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도 사건 자체보다는 인간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회색빛 분위기가 흐른다. 무서움이나 찜찜함보다는 애처로움이 강하게 남는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공포물을 보면 늘 악몽을 꾸는 나도 우려했던 것 치고는 평온한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지하도의 비 地下街の雨
결코 보이지 않는다 決して見えない
불문율 不文律
혼선 混線
영원한 승리 勝ち逃げ
무쿠로바라 ムクロバラ
안녕, 기리하라 씨 さよなら、キリハラさん
갑자기 무슨 일이 닥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또한 사소한 습관이나 무심코 하던 행동이 변화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비극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기가 막히는 건 나로 인한 결과가 아니라 타의에 휘말려 재난을 만나게 되는 경우다. 하지만 그것 또한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니, 운명이라 받아들이기엔 애달픈 사연들이 이 세상에는 무수히 생겨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도 무사히’를 최고의 행운으로 여겨야 할지도 모른다. 보통의 사람들은 “가해자”나 “피해자”라는 용어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야말로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휴가를 떠난’ 위기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 뉴스에서 음주차량에 의해 화상을 입은 여성의 이야기를 읽었다. 가족의 헌신과 본인의 의지로 재활에 성공했지만 얼마나 많은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했을지,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한 사람의 인생을 뒤엎어놓고 술이나 약을 핑계로 빠져나가는 세태가 달라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유감이라는 말로 유야무야 넘어가는 가해자를 바라보는 피해자의 심경은 과연 어떠할까. 술술 읽히는 소품임에도 묵직한 여운을 남겨 이런저런 사유를 하게 만드는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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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빌려 읽기가 제법 힘들었다. 많이 궁금했었다. 예전에 출판되었던 '지하도의 비'의 개정판이라고 했다. 이야기 몇 개가 있었다. '지하도의 비'는 우울할까봐 걱정되었지만 어찌 보니 그렇게 비참하지만은 않은 이야기었다. 사랑을 위해 이야기 거리를 짰는데 그게 좀 쎄다고 할까? 그 일을 맡아준 여자가 대단히 고마울 뿐... 집에서만 소리가 사라지는 이상한 실험하는 가족의 이야기....결국 귀여운 정도라서 괜찮았다. 아주 괴이하고 나쁜 책들이 아니어서 좋다. 다른 것은 기억이 안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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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의 비 - 아사코는 이유도 모르는 체 애인에게 버림받았다. 제법 큰 회사에 같이 다녔기 때문에 결국 퇴사를 했고, 실업급여도 다 받은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직장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뿐이었다. 부모님한테 얘기한다면 조금 더 건실한 회사를 다녀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겠지만, 이력서를 들고 퇴사 이유를 밝혀야 하는 아사코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였다.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물색해 취직을 했는데, 항상 창가에 앉아 카페오레를 시키는 여자가 있었다. 말없이 음료만 마시던 여자가 갑자기 하늘로 손 가락을 찌르며,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고 말했다. 음악에 관심이 없던 아사코는 그저 어색하게 웃었다. 다음날 어김없이 여자가 왔고, 어제의 노래가 다시 흘렀다. 왠지 그 여자를 보며 아사코는 자신이 당한 일을 말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결코 보이지 않는다 - 미야케는 덩치 큰 다정한 남자라고 불릴 만큼 다정하고 착한 성품의 소유자다. 그래서 신혼의 단 꿈에 젖어있어야 할 시각 퇴근이 늦어진 것이 걱정스럽다. 그런 그의 뒤에 초로의 남자가 서있다. 육 칠십 세 정도의 남자를 보며 늦은 시간에 자신과 같은 방향이라면 같이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미야케는 위험한 일을 당할지 모르는 사람을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아내의 잔소리 폭격이 시작되지만, 그것을 견딜 만큼 자신의 행동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택시가 오지 않아 다시 뒤를 돌아보니 남자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이렇게 있는 것보다 걷는 게 어떻겠냐고. 마침 어쩔까 고민하던 미야케는 남자의 의견에 따라 안개비가 내리는 거리를 걸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돌연 초로의 남자가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 얘기를 시작했다. 꽤 오래 그른 강아지였는데, 자신이 성인이 되었을 때까지 키웠다. 그 강아지가 죽기 전 한 여자를 따라갔다. 그 여자는 난처해했고, 그건 자신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목줄에 힘을 주어 자신 쪽으로 데려오려고 해도 강아지는 그 여자를 쫓아갔고, 결국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미담인 줄 알았던 미야케는 장르가 바뀌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불문율 - 가타세 마쓰오는 성실하고 부인은 조용했으며, 아이들은 차분했다. 이웃의 증언에 따르면 그들이 동반 자살을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대체로 사건이 그러하듯 겉으로 드러난 그들은 진실을 감추고 있다. 부인은 조용했지만, 집요하고 어두운 구석이 있으며,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서로를 못 견뎌했고, 이혼을 요구한 가타세에게 아내는 그럴 생각이 없다 우리를 끝까지 부양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큰 소리를 쳤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 그들은 디즈니랜드로 가는 길이었다. 혼선 - 동생에게서 낯선 사람에게 전화가 온다는 소리를 들었다. 매일 밤 새벽 두시 반. 이제는 아무렇지 않다는 동생의 말에 대시 전화를 받자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이쯤에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정확히 삼십 분 뒤 전화가 걸려왔고, 동생이 받자 남자는 화를 냈다. 할 수 없이 전화기를 다시 받은 나는 친구에게 일어난 일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친구의 지인인 친구는 그 말고는 친구가 없었다. 이상하지만 우선 하숙을 구해야 해서 그 친구 집에 들어가서 알게 되었다. 그 친구는 밤마다 여자에게 야한 전화를 하며 즐기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그만두라는 충고에 재밌지 않냐는 답을 듣자 친구는 엄마에게 얘기했지만, 나가라는 말만 들었다. 더 이상 이 상황 속에서 있을 생각이 없어진 친구는 학교 근처에 싼 하숙에 들어갔고 곧이어 여자친구도 생기게 되었다. 아무런 이상 없이 재밌는 나날을 보던 친구는 그의 여자친구에게 장난전화를 걸어 괴롭혔고, 그 일로 인해 완전하게 친구에 정이 떨어지고 만다. 그렇다고 그 친구를 안 볼 수는 없었다. 학교가 같으니 계속 마주쳤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친구의 옆에 한 여자애가 계속 그 친구를 쳐다봤다. 물어지만 친구는 보지 못했고, 그 일을 이상하게 생각한 친구는 여자친구에게 얘기했지만 믿지 않았다. 영원한 승리 - 부고 전화가 날아들었다. 엄마뿐 아니라 마치 가족의 왕따처럼 지냈던 이모 한 분이었다. 가족 중 가장 명석한 두뇌를 자랑한 이모는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죽었지만, 일만큼은 잘 하셨는지 장례식장이 꽤 복잡했다. 슬픈 마음도 울적한 기분도 들지 않았어 장례식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이모 중 한 명이 죽은 가쓰코 이모에 대해 험담을 했다. 순간 화가 올라왔다. 죽은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나쁜 말을 늘어놓을게 뭐람.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엄마는 이모의 아파트에 자리를 마련했으니, 그곳에서 잠을 자라고 했다. 막상 올라가니 잠도 오지 않고 기분도 싱숭생숭하여 아파트를 내려와 우편함에 혹시나 없겠지 하며 우편함에 손을 넣어보니 누군가 뜯은 편지가 있었다. 그 편지를 읽으며 그동안 딱딱한 원칙주의자라고 생각했던 가쓰코 이모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무쿠로바라 - 반장은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아마도 아내까지 경찰 일을 했기 때문에 직급으로 부르는 게 편하단다. 또 다른 이유는 그 무렵 반장의 부모와 함께 생활한 덕분에 아버지라는 호칭으로 아이들이 헷갈린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들었다. 반장 본인만 제외하고 모든 가족이 동의를 한 이후 어쩔 수 없이 안이나 밖이나 그는 반장이다. 그런 그에게 특히나 불쌍한 남자 한 명이 있다. 그는 바로 하시바. 본의 아니게 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게 된 남자로 억울한 사람을 많이 알고 있는 반장에게도 사연이 기억에 남는 남자였다. 그런 그가 어쩌다 살인사건에 휘 말리게 됐는지 반장은 도통 알다가도 몰랐다. 이 역시 억울할 수밖에 없는 사연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하시바라는 남자는 완벽하게 망가져 버린다. 직장은 물론이고 가정까지 파괴되어 버린다. 안녕, 기리하라씨 - 생각지도 못 한 일이 벌어진 건 내가 신입사원의 회식자리에 만취한 상태에서 집에 들어섰을 때다. 우리 집은 총 다섯 식구가 살 만큼 소음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그런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아무리 TV를 크게 틀어도 들리는 것이 없었다. 심장이 멈출 듯이 빠르게 뛰었다. 그래 술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잘 들리던 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을 리가 없다.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고 일어났을 났을 때는 정상적으로 소리가 들렸다. 엄마의 큰 목소리에 간밤의 상태를 보니 아침을 먹지 않으면 지각은 하지 않을 거 같다. 회사에 출근해 보니 어제 회식을 한 두 신입 모두 휴가를 냈다. 어이가 없지만 그것을 신경 쓸 만큼 한가하지가 않다. 그래도 집에 도착하자 불만을 터트릴 생각으로 입을 여는데 그때와 같이 소리가 사라졌다. 이번에는 자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엄마와 남동생 겐지까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놀란 마음에 정신이 아찔해져 할머니의 상태를 체크하러 갔는데, 갑자가 겐지가 나를 밖으로 끌어냈다. 화가 나서 소리치자 소리가 정상적으로 들렸다. 소설집이라는 생각을 못하고 책을 들었는데, 꽤 서늘하고 신선한 얘깃거리가 가득한 책이다. 쉽사리 넘기기에는 아까워 다시 책을 보고 오래오래 껌처럼 곱씹어야겠다. 실로 오랜만. 아니 독서를 하는 이례 두 번째다. 첫 번째 책은 파우스트. 읽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도통 2권에 가서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어 그냥 글자만 냅다 머리에 박아 넣었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이 책은 처음이라 할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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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녀의 작품 이라기보다는 지하도의비 개정판, 그녀의 초기작품이다. 단편집이라 호러적이면서 환상적이면서 미스테리한 부분까지 모두등장 시킨다. 단편집은 요런맛이 있어야 당긴다. 조각케익모음 같아서... 이야기들의 중심은 역시 사람다운 모습이다. 사건들이 일어난 이유는 사람들이 가진 그 사람같은 정내미들이 얽혀서 이고 사건이 해결되는것 역시 그 사람냄새 때문이다. 인연이 붉은실로 연결되어 있다면 죽음과 연결된 검은실도 존재한다. 내죽음과 연결된 사신은 어디에 있을까? 진심 마음이 움찔한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