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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종일 내린 눈 때문이었다. 아주 오래 전에 이미 읽었어야 할 책이었다. 제목만으로도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마중 나갔을 책이었다. 중고서점을 돌아다니다 얌전히 꽂혀 있던 이 책을 구입해서 슬며시 내 책장에 꽂아두기도 벌써 여러 달이 지나있었다. 이 책을 드디어 꺼내 읽은 건 어제 종일 내린 눈 때문이었다. 이렇게 눈이 푹푹 나리는 겨울이면 늘 춘천 생각이 난다. 이 책을 애써 외면했던 마음은 이미 감지하고 있었던 것같다. 그래서...이 책을 읽고 난 지금...눈물나게 그립고, 많이 아프고, 조금 힘이 든다. '특정 지역의 아름다움은 종종 겉으로 드러난 풍광보다는 그 풍광을 배경처럼 거느린 추억으로 인해 우리 안에 각인된다. 그리고 추억은 깊고 친밀한 감정의 교류 없이는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 -박형서(소설가), 배경으로서의 고향- 춘천 태생이거나 춘천에 한동안 머문 경험이 있거나 아예 춘천에 터를 잡고 있는 문인들의 글은 나의 추억 깊숙히 들어와 마구 휘젓고 다니며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들의 추억은 곧 나의 추억이었고, 과거로 향한 그 궤적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봉의산 아래 한림대 입구를 지나 강원고등학교, 향교, 춘천여고, 시청, 그리고 중앙로를 지나 소방서로...', '효자동에서 팔호 광장, 운교동 네거리, 육림극장, 명동, 공지천까지...' 이런 루트를 그저 안내지도 속 글자처럼 읽는 독자와 이 지명들이 안내하는 그 거리를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읽는 독자로 나뉠 것이다. 효자동에서 팔호광장, 운교동 네거리, 명동까지는 매주 토요일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걷던 코스다. 서로 읽고 있던 책 이야기를 나눴고, 그 주의 주말의 명화, 명화극장, ebs 일요시네마로 방영될 영화들 정보를 교환하곤 했었다. 좀 여유로웠던 주말엔 공지천에서 춘천 MBC, 어린이회관 노천무대까지 걸으며 나름의 고민도 나누곤 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공지천 위 '호수의 집'을 두고 춘천여고를 다니던 친구가 좋아하던 오빠의 이름이 호수라서 그걸 놀려먹었던 기억도 난다. 이문재 시인이 얘기한 '비탈에 선 카페'는 향교 근처에 살았던 친구네 집을 오가면서 자주 봤던 곳이다. 청소년들에겐 출입 가능한 곳이 아니라 나중에 꼭 가보리라 마음 먹었었다. 성인이 되고 그곳을 갔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혹성 b612호'라는 카페는 친구와 자주 갔었던 기억이 있는데... 강원대 후문에서 팔호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이름이 매력적인 카페들이 많았다. 이문재 시인이 얘기한 '돌은 움직이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쓰는 것일까'(돌까), '저문 강에 삽을 씻고', 그리고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용운의 '사랑'의 싯귀를 극장 간판처럼 크게 달았던 그곳도 생각난다. 청소년들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곳이었지만 '돌까'엔 딱 한번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고1때 춘천시 고등학생 문학 동아리 연합으로 문학의 밤 행사가 있었는데 그때 연극을 비롯한 프로그램 전반을 지도해 주시던 분이 계셨다. 나는 한용운님의 시로 시낭송을 했었다. 리허설 하는데 마이크 통해서 들리는 목소리가 좋다면서 나중에 아나운서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칭찬을 들어서인지 그 선생님이 왠지 좋았다. 그리고 이듬해 여름으로 기억한다. 춘천 명동에는 학문사와 청구서적이 있었는데 이 두 곳은 내가 심심하면 들르던 곳이었다. 여름날이라 햇살이 강했고 나는 무릎 아래 길이의 푸른 치마와 파스텔 톤의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청구서적 2층은 그당시 내가 빠져있었던 범우 사르비아 문고, 삼중당 문고를 비롯한 보물같은 책들이 있던 곳이었고 1층에 비해 한가로운 편이었다. 2층을 한참 돌다가 그 선생님을 그곳에서 마주쳤다. "어? 너였구나? 아까 어떤 여학생이 2층으로 올라가는데 뒷모습이 하도 고와서 스케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그게 너였어." 그 말에 난 또 그 선생님이 좋았었다.^^ 연극을 하는 분이었는지 시를 쓰는 분이었는지 예술가의 냄새가 강하게 풍기던 분이었는데 그날 그분이 데리고 간 곳이 '돌까'였다. 선배가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춘천에는 연극하는 분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많다는 얘기도 들려주셨다. '돌까' 성녕갑에다 메모 한두줄 적어주셨던 것 같은데 그날 나눴던 대화도 그 성냥갑도 남아있지 않다. 사실 잊고 있던 일이었는데 이문재 시인의 글을 읽으며 그나마 제각각이던 이야기들이 연결고리를 찾았다. 나처럼 춘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공감할 이야기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려던 건데...내게만 소중한 추억이 남들에겐 지루할 수 있다는 걸 잊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춘천이라는 곳은 문학과 예술이 태고적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마냥 자연스런 도시다. 육림극장이나 피카디리 극장의 상영작 정보를 공유하던 우리 학교 국어선생님은 수필을 쓰시던 분이었고, 옆 학교 국어선생님은 시인이셨다. 김유정문학촌 촌장님이신 전상국 교수님(강원대 교수시절 뵌 적이 있어서 호칭이 늘 이렇다.)은 고교때 친구의 아버님과 친구이셨고, 춘천하면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이외수씨는 내 초등 동창의 매형이다. 이런 식이라면 케빈베이컨의 6단계법칙까지 갈 필요도 없이 몇 번만 거치면 무수히 많은 문인들과 다리가 놓여진다는 얘기가 된다. 어디 그뿐인가. 주변에 예술가는 흔하디 흔했다. 백일장만 나가면 장원을 도맡아하던 친구의 시는 나를 좌절케 할 정도로 근사했었다. 나는 아주 가끔씩 그 친구의 이름을 찾아본다. 혹시 이 친구가 아직도 시를 쓰고 있지 않을까 해서다. 내 마음 속에서 그는 시인이다. 우리 학교 문예부장은 관제엽서를 한웅큼씩 안주머니에 넣어 다니면서 엄청난 악필로 몇 줄 날려 쓴 시들을 마구 뿌려대면서 기인의 냄새를 풍기고 다녔었다. 그의 글씨를 유난히 잘 알아봤던 내게 엽서를 들이밀던 친구들 후배들이 생각난다. "얘, 도대체 뭐라는 거냐? 빨랫줄의 빨래가 뭐 어쨌다고?" 춘천에 적을 둔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청춘의 방황, 연애사의 한 페이지에 어김없이 춘천이 걸쳐있는 경우가 많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남자들의 지긋지긋했던 군대의 기억 속에서라도 따라다니는 곳이 춘천이다. 춘천가는 기차는 늘 청춘으로 북적거렸고, 공지천과 청평사는 개개인의 연애사에서 설레임으로 존재하는 장소였다고 고백하는 이들을 많이도 만났다. 한명희 시인이 '청평사에 세 번 갔다. 세 번 다 아니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에서 청평사에 얽힌 추억을 소개하고 있다. 소양강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청평사라는 곳에 관련된 연애담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아마 그때의 추억에 빠져들 것이다. 물론 춘천 여자인 나는 뻔한 속내를 훤히 들여다 보고 있는 입장이라 청평사로 남자를 따라 들어간 일은 없었다.^^ 지금은 도로가 뚫려서 배시간에 연연해 하지 않아도 되니 사내들의 작업구역 하나가 아쉽게도 사라졌다 한다.^^ 춘천에 대한 이야기를 다 하자면 시간을 아무리 넉넉하게 풀어놔도 모자랄 거다. 그리고 여행안내서가 소개하는 춘천과 내 이야기가 꺼내놓는 춘천은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내가 아는 춘천과 지금의 춘천 또한 다른 공간일 수 있다. 나는 늙어가지만 나의 청춘을 품은 춘천은 늘 청춘이다. 또 다음 세대 청춘들로 인해 늘 청춘을 살게 되는 도시다. 그래서 늙지도 사라지지도 않게 운명지어진 춘천... 봄이 오면 나의 춘천을 천천히 돌아보고 올 생각이다. 어제처럼 눈이 또 푸짐하게 내린다면 어쩌면 마음이 급해져서 갑자기 훌쩍 다녀올 수도 있을 것같다.
카잔차키스에게 크레타는 '한 번 부르면 가슴이 뛰고, 두 번 부르면 코끝이 찡해지는 이름'이라 했는데 나에게 춘천이 그렇다. 카잔차키스는 죽어서 크레타 섬에 묻혔고, 나는 살아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곳이 그 곳, 춘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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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춘천의 호수들은 끊임없이 한숨처럼 안개를 피워올리고, 이 지긋지긋하고 답답한 청춘을 돌아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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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그곳으로 향한 나의 촉수가 곤두선 것은 언제부였을까? 중학시절 국어선생님은 정말 '사운드 오브 뮤직' 에 나오는 마리아처럼 혹은 그녀와 비슷한 외모아 감성을 가진 목소리도 이쁜 여선생님이셨다. 같은 지역에 병원장님 따님이셨던 선생님은 국어책에 나오는 것 외에도 영화나 뮤지컬 그리고 선생님의 추억담을 정말 재밌고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잘해주셨다. 그렇게 선생님의 입에서 어느날 뜻하지 않게 나온 '호반의 도시 춘천' 과 그에 얽힌 추억 이야기는 뇌리에 깊게 박혔다. 꼭 성인이 되거나 대학생이 되면 경천선을 한번 타봐야 할것만 같은 이야기에 빠져 들며 사춘기를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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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느닷없이 불쑥불쑥 춘천이 가고 싶어지지
유안진님의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중의 일부 처럼 느닷없이 춘천으로 향했던 기억이 있다. 어느 가을 날, 학교 교정에 쏟아지는 햇살에서 나는 왜 춘천을 보았을까. 한 번도 가본적 없는 생경한 그곳이 왠지 정겹게 느껴졌다. 단 한 번, 춘천을 다녀왔을 뿐인데도 춘천은 그렇게 가슴에 별로 남았다.
춘천(春川), 봄내. 김유정의 봄·봄이 떠오르고, 안개가 자욱한 강가를 연인과 함께 걷고 싶은 곳. 누군가는 삶의 정착지로, 누군가는 여행지로,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리움으로 남은 곳. 문인 29人의 그리움 가득한 글과 추억이 숨 쉬는 장소를 사진작가 박진호가 담았다. 그들만의 춘천을 만난다. 한 장의 낡은 사진을 꺼내보듯 그들의 추억을 엿본다.
작가 전상국은 춘천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고 ‘김유정에 미친 사람’으로 소문이 나 그리하여 아내마저 ‘김유정은 당신 같은 아들을 두어 참 좋겠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이처럼 전상국을 매료시킨 춘천의 실레마을이 궁금해진다. 소설가 김도연은 이렇게 쓰고 있다. <그러니까, 춘천에서, 문학, 아닌 시를 덜컥 만난 것이다. 시인을, 그 순간 나는 춘천을 떠나지 못한 설움을 달래줄 그 무엇인가를 마침내 찾았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p87 > 같은 강원도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에게 춘천은 문학을 알게 하고 문학을 시작하게 한 출발점은 아니었을까.
특히 설레는 것은 좋아하는 작가의 추억을 만나는 일이었다. 바로, 소설가 오정희. 남편을 따라 간 춘천에서 30여 년의 세월을 지낸 그녀에게 춘천은 어떤 존재였을까. 남편이 자란 곳에서 아들을 성장시키며 남편의 모습을 발견하며, 춘천을 닮은 「파호로」, 「옛 우물」,『 새』라는 생명을 탄생시킨 그녀. <춘천, 그가 내 안에서 사는가, 내가 그 안에서 살아가는가. p135 > 춘천은 이제 그녀의 분신임을 느낄 수 있다.
유신 정권, 장발 단속에 심했던 70년대. 작가 이순원은 20대의 7할을 춘천에서 보낸 그는 아직도 머리를 잘렸던 그 곳을 지나치게 되면 움츠려든다고 썼다. 그에게 춘천은 가슴 시린 청춘으로 남았다. 춘천에서 군대 생활을 한 소설가 조성기는 그곳에서의 3년을 <춘천은 나에게 인간을 그리워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절실히 알게 해준 공간인 셈이다. p274 > 이렇게 추억하고 있다.
문인 29人의 사연을 읽다보니 어느새 김현절의 <춘천가는 기차>를 흥얼거리며 검색창에 춘천을 쓰고 있다. 안개를 헤치며 배를 타고 들어가는 ‘청평사’ 속 슬픈 전설을 떠올리며, 공지천의 ‘이디오피아의 집’ 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환상의 도로’ 의 눈부신 절경을 만나는 여행, 마음은 춘천의 강가를 부유한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 대학 시절 느닷없이 떠났던 그 용기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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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녀석이 갑자기 어느날 핸드폰으로 멀티메일을 보내왔다. 소양강 사진이었다. 퍼런 물색깔이 그 녀석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너 외롭구나"
답장을 보냈더니 아무말도 없다.
혼자 춘천으로 떠난 친구의 마음을 알만도 하다. 마음이 허할 땐 가까운 춘천 같은 곳으로 떠나면 그만이다. 그 사진을 보면서 경춘선 기차의 녹슨 부속마저 친근하게 느껴질만큼 자주 춘천으로 엠티를 떠나던 시절, 순수했던 나를 떠올렸다. 그런 짧은 여행,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나를 충만하게 만들고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문재, 오정희, 유안진 등의 문인들도 춘천에서 그동안 얼마나 위안을 받았는지, 추억을 쌓아놓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는 소양강의 물색깔처럼 기분이 묘해졌다. 미지근한 강물에 힘을 쭉 빼고 누워서 책을 읽는 느낌이랄까.
기분이 뻑뻑해질 무렵 이 책을 편안하게 누워서 읽는 것도 참 좋겠다. 춘천까지의 여행이 피곤하게 느껴진다면. 책만으로도 외로움은 채워지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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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그 이름이 던져주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에겐 마음속에 담겨진 춘천을 떠올려보면 아련한 마음이 강하게 먼저 작용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춘천에 대한 생각과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나는 이 글을 쓴 문인들을 접해왔다. 그래서 그런지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 책은 29명의 문인들이 한편의 작품으로 읽어도 무방할 듯하다. 저마다 춘천을 떠올리고 그 생각을 종이에 옮겨 놓았다고 표현하면 딱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속에 담겨진 글과 잘 배치되도록 사진을 옮겨놓아 춘천을 떠올리는 사람이라면 더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될 것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시인, 한명희 시인의 글부터 읽어갔다. 이 책의 기획위원이기도 한 시인의 글엔 춘천의 못 다한 이야기가 서려 있었다. 춘천에 살고 있으면서도 가보지 못한 곳, 그 곳으로 나를 안내해 주고 있는 듯한 착각을 가지게 했다. 다음으로 읽은 것은 춘천을 위해 한평생 살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전상국의 글은 어쩌면 아련한 옛사랑의 그림자처럼 아련함을 가슴에 안겨주었다. 어느 곳을 펼쳐 좋을 만큼 나는 책이 실려 있는 글의 순서가 아닌 사진과 눈길을 잡는 곳에 눈을 둔 채 읽어갔다. 다른 책과 다르게 이렇게 읽고 있어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편하게 읽어 갈 수 있었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겐 춘천이란 도시가 삶의 공간이 아닌 여유의 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춘천으로 가는 길은 여행을 목적으로 목적지가 된다. 사람의 내음과 바다의 내음, 그리고 무엇보다 문학의 향연으로 그 목적지는 가는 발길마다 은은한 향기를 나에게 건네준다. 이 책도 지난 일요일, 춘천으로 가는 길에서 펼쳐보았다. 살아 움직이는 공기와 상쾌한 정신이 만나서 그런지 내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과 책 속에 담겨진 한자 한자의 곧은 느낌은 나에게 무방비 상태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여과 없이 읽어가는 나에게 이 책이 또 다른 감동과 생각 할꺼리를 준 것은 다름 아닌 춘천의 모습을 통해 새로운 삶을 생각할 여지를 준 것이었다. 여행을 통해 느끼는 감정과 여행의 목적지가 춘천이라면 거짓말처럼 내 삶의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이 책에서 보면서 들었던 설레임이 춘천의 안개들처럼 책의 행간과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오랫동안 춘천에 살았던 사람이나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인심을 베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어느덧 나를 종착역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산과 들, 그리고 작가와 시인들의 삶을 고스란히 마음에 담기 위해 나는 춘천의 모든 모습을 담으려고 애를 썼다. 이 책을 읽어갈수록 무엇이 그리 아득한지 또한 바다는 왜 그렇게 깊은지, 잘 모르겠지만 책에선 도도한 바람처럼 춘천을 다 보여주지는 않았다. 저마다의 글들은 읽는 사람들의 감정을 더해서 느낀 감정을 읽어가면서 느낄 수 있도록 농도 짙게 책 안에 깔아 놓아 고독과 처연의 감정까지 가지게 했다. 그것은 책은 읽어가는 사람에게도 바이러스처럼 전파가 되어 다시금 춘천을 생각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아직 지난 일요일 다녀온 춘천의 모습이 다 사라지기 전에 여운을 간직한 채 이 책을 또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춘천에서 얻은 추억과 사진들로 웃음이 저절로 난다. 높은 산과 넓고 깊은 바다, 언제나 갈 때마다 새롭고 낯설어서 많은 곳을 더 가게 만드는 마술과도 같은 춘천에서 나는 지금,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읽은 낭만과 추억이 있는 오정희의 글에서 그녀가 왜 오랫동안 춘천을 벗어나지 못했는지 하루 머물다 온 나는 그 느낌의 절반은 느낄 수 있었다. 무엇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오래도록 잡고 놓아주지 않는지, 어느 소설의 주인공이 된 듯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내가 그동안 알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춘천이 새로운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다. 도대체 춘천을 찾게 되는 그 짜릿함이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보는 것을 권해 본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 답을 찾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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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이란 가수의 노래때문이었을까? 늘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때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춘천이 된 것은...
춘천과 이웃한 곳에 살았을 적에도 나는 춘천을 가 본적이 없었다. 서울생활이 시작되고,친구가 그곳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면서 간 것이 춘천과의 첫 인연의 시작이었다.물론 혼자 기차를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갔었다.그런데 그 시작의 인연이란 것이 춘천 자체의 매력 보다는 친구와의 추억 한 자락이었다. 억수같이 내리는 장맛비를 맡으며 반지하방의 자취방으로 향했다.몸은 눅눅했고,부엌은 따로 있지도 않은 터라,조그만 부르스타에 밥을 하고,감자를 튀겨 케찹을 찍어 먹었다.허름하고 초라한 밥상인데도,감자튀김은 패스트푸드점 보다 더 맛있다는 생각을 하며 먹었다. 그리고 비디오가게서 tv를 대여해서 이름도 야릇한 비디오을 보았다.졸기와 수다를 반복하다,새소리로 맞는 아침이란....그 순간 만큼은 정말 행복했다. 훗날 춘천에 대한 이런 기억을 내가 하게 되리란 생각도 하지 못하면서도,그 순간은 행복했고, 그 친구와는 영원한 우정을 맺을 거라 생각했지만...지금은 어디서 살고 있는지 소식 조차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시작된 나와 춘천의 추억은 언제나 사람과의 추억으로 각인되어진 곳 같다.
게다가 이곳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오정희님이 살고 계신다. 공선옥 작가님도 이곳에 살고 계신다기에 한 번 놀러가 보는 상상도 했것만,지난번 작가와의 만남시간에 여쭤보니 일산으로 이사를 오신다고 했다. 유독 많은 작가들이 사랑하는 곳이 춘천인 이유가 나는 그래서 궁금했나 보다. 저마다의 색깔로 춘천에 대한 추억을 꺼내어 놓는 이야기가 무언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 읽는동안 행복했는지도 모르겠다. 춘천은 늘 장소보다 사람이 떠 오르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일까? 어딘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때면 춘천이었다. 그리고 춘천에 도착하면,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기분도 들고,더 먼 곳으로 가는 여행지 보다도 더 멀리 와 있는,정말 세상 밖으로 떠나온 기분을 경험한다.
사람이 싫어 여행을 떠나지만 정작 사람을 그리워 하게 만드는 곳 그곳이 춘천이란 생각을 해 본다.
작가들의 춘천에 대한 단상들을 들으면서 공감도 하고,함께 웃기도 했다.그리고 감히 느껴 볼 수 없는 아픔을 마음 속으로 상상도 해 보았다. 이 책이 고마운건 그래서일게다.작가의 이야기만 들어 볼 것이 아니라, 당신이 가지고 있을,담아 두고 있을 춘천의 추억을 한 자락 꺼내여 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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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은 대학MT의 도시였고 연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았을 도시이다. 서울에서 가까운 거리여서 그랬을까. 아님 안개와 호수가 강이 있는 몽환의 도시여서 그랬을까.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경춘선의 기차는 이제 더 이상 철로를 달리지 않는다. 춘천까지 전철 복선이 놓여지고 그 곳은 이제 서울에서 훨씬 가까운 도시가 되었다. 문인 29인의 춘천연가를 들여다 보니 어쩌면 그 도시 어디에선가 나와 한 번쯤 스쳐갔거나 그니들이 그 곳에 머물러 있을 적에 나도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첫사랑의 남자와 청평사를 오르거나 남이섬을 거닐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남춘천역에서 내려 소양강입구까지 버스를 타고 다시 배를 갈아타고 들어갔던 청평사의 기억은 예전 세 명의 남자와 춘천을 가보았다는 여성작가의 추억담과 겹쳐졌다. 나는 이도령을 기다리는 춘향이의 절개처럼 오로지 한 남자와의 기억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순수하다고 해야할까. 아님 나중에 만난 남자들과는 그 도시를 가지 않는 것으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고 싶었던지 둘중에 하나일 것이다.
지금은 내 친한 친구였던 여자의 남편이 되어버린 그 때의 내 남자친구와 바로 저 굽어진 길을 내려가 배를 타고 청평사로 올랐었다. 앞서 말한 여작가는 같이 동행한 남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배시간을 챙겨 다시 되돌아 나가자고 하자 은근히 배가 끊겨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을 그려보다 되려 화가나더라고 했던가. 그 곳으로 향하는 배가 하루 몇 편 다녔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해가 떨어지기 직전에 막배가 끊겼던것 같다.
나도 은근히 배가 끊기기를 바랬던가. 아마 그랬을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날 나는 남자친구와 크게 싸우고 들어갈 때는 같이 들어간 기억이 있는데 나올 때는 따로 따로 왔던 것 같다. 무슨 일로 싸웠는지는 기억에 없는데 그 즈음 유난히 다툼이 잦았었고 아마 그 살벌한 분위기를 회복해 보겠다고 나선 여행이었을 것이다. 가난한 학생들이 주머니돈을 털어 떠난 여행은 그 유명하다는 닭갈비니 막국수를 먹을 형편이 아니었다. 소양강근처 어디쯤에서 도토리묵에 동동주를 한잔 했던가.
과묵하고 내성적이었던 남자친구는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는데..왜 우리는 그 때 그렇게 싸웠을까. 이렇게 떠나보내지 못하고 가슴에 남을 남자였다면 조금 더 잘해줄 걸 그랬다. 비록 몇 십년 후에 그가 살고 있는 도시에 갔다가 망설이던 끝에 전화한 나를 결국 만나러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복수를 했지만 말이다.
그 사이 춘천을 몇 번 다녀오면서 나역시 춘천은 늘 그 남자친구를 떠올리는 도시로 남게 되었다. 오년 전쯤 지인들을 쫓아 춘천시내에서 카페를 하고 있다는 어느 분의 안내로 LP판의 살짝 지직거리는 음악도 즐기고 춘천사람들만 간다는 닭갈비집에 가서 후라이팬에 볶은 닭갈비가 아닌 석쇠에 구워먹는 제대로 된 닭갈비에 식당 앞마당에서 뜯은 오가피잎과 곰취잎으로 풍미를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기분좋게 취한 여흥때문이었는지 몇 글자 남겨놓은 글이 있었다.
춘천 가는길
안개로 휘감은 경춘가도는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가슴설레는길
곱게 보냈던 그니는 어느 하늘 아래서
나를 기억이나 할지..
사랑방을 꾸민 옛친구는 찌그러진
프라이드를 몰고 마중왔는데
기가 막힌 닭갈비에
아직 때이른 곰취나물은 서울 촌놈을
살짝 아우리고..
막배 끊어져라 기원했던 청평사의
그배는 아직도 여전해서
이제는 딸가진 에미마음
예전같지 않은데..
사랑하는 님의 어설픈 농담도
어쩌면 그리 달콤한지
챙겨주신 추억 한다발
소중히 안고..
아쉬운 발걸음
내내 뒤돌아 다시 옵니다.
춘천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도시에 관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내가 열렬히 사랑했던 한 남자의 흔적과 질풍노도의 시기에 문학의 길로 나를 안내했던 작가 한수산이 작가의 꿈을 꾸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다는 그 도시 춘천! 사랑의 이별과 추억이 있는 그 도시에 가려면 제발 혼자가지 마시라. 인생을 살면서 치열한 사랑의 추억 한편쯤 남기고 싶다면 제발 혼자가지 마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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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 감상 춘천이라는 도시... 강원도에 있다 보니 산이 많고.. 물이 좋아보이는.. 그런 도시 입니다. 전 경남 창원에 살다보니.. 강원도라고 하면 정말 멀다.. 라는 느낌이 듭니다. 강원도는 .... 두어달전 제 친구넘이 속초에서 결혼을 한다고 해서 버스 타고 17시간을 달려 가본게 다인듯도 싶네요.. 거기다 비가 와서 ㅠ_ㅠ 에휴.. 하지만, 언젠가 - 1년 안으로 생각하긴 합니다만 알순 없죠.. - 춘천과 강릉, 속초등의 아름다운 정경을 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가 와도 이쁜데.. 좋은 날씨에 가면 더 이쁠듯도 싶다는 생각이 그냥 좋네요. 요즈음 읽은 책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은.. 이런 제 생각을 더욱 더 부채질 해주는.. 좋은...?! -ㅇ-;;; 책이었습니다. 솔직히, 사진은 전문작가분이 찍었다고 하지만, 약간은 흐릿한 느낌이 - 이것도 연출인가? - 드는 아쉬움이 조금은 있었지만.. - 팍~! 다가오는 느낌보단 멀리서 아련히 느껴지는 사진들? - 그래도 사진과 글들은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무려 29명의 문인들이 쓴 춘천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들? 29명의 문인들이 춘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춘천에서 한 시절을 보낸 문인들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 그런 글들이 담겨 있는 .. 이 책을 본다면, 성격 급한 분이라면 주말에 바로 춘천으로 ㄱㄱ... 할련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성격이 느긋한 편이라 ^^; 2010년엔 춘천에서 서울까지.. 무려 1시간 30분이면 된다고 하니.. 전 춘천으로 이사갈련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어차피 제가 하는 일은.. 공간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아서요.. 좋은 글과 좋은 사진으로 즐거웠던 책. 춘천, 마음으로 찍은 풍경. 감상을 마쳐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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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겠지만 춘천은 내 마음속에 다른 도시와는 다른 느낌을 가지는 도시로 자리를 잡았다. 흔히들 이야기 하는 호반의 도시. 안개와 눈과 낭만과 예술의 도시... 무엇보다도 경춘가도의 끝에 자리 잡은 마음 저편,,, 아릿한 그리움이 서린 곳에 자리잡은 유형의 도시이면서도 무형의 의미가 더한 도시가 되었다. 그 도시에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꼭 같은 한국말을 하면서, 나와 같은 신문을 보고 나와 같은 시름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춘천이라는 수상한 부호는 나에게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틀림없다. 대학원 수업때문에 수없이 지나쳤던 춘천가도. 주변에 스쳐가는 경치들. 춘천은 나에게 그런 도시였다. 대른 사람들에게 춘천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일것이다. 같은 시대를 같은 자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저마다 느끼는 것이 다른 법이다. 서로 다란 시간대를 살면서 춘천과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서로 춘천에 대해서 같은 느낌을 가질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있는 것일게다. 내가 아는 도시 춘천. 그곳을 다른 이들은 어떻게 느꼈을까하는 생각이... 사실 내가 재일 좋아하는 글은 수필이다. 시간이 나면 나도 짬짬이 어수룩한 수필을 써볼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나 반대로 내가 제일 읽기 싫어하는 장르 또한 수필이다. 내가 수필에 애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사람들이 쓴 수필이란 이름의 글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글을보지 않고 나 스스로 자아내는 글이야말로 남들의 영향을 받지 않은 나만의 글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각설하고... 그런 나에게 이 책은 견고한 방어막을 무너떠리는 힘을 가진 책이었다. 제목부터가. 표지의 사진부터가 왠지 마음을 끌리게 했다. 춘천... 그들은 그곳을 어떻게 느꼈을까... 책을 찬찬히 읽으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저마다의 춘천을 경험하면서 살아가며 느낀 것들을 읽으면서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다. 나보다 나은 글들을 읽는 순수한 즐거움을 경험하면서... 잘 기획되고, 잘 쓰고, 잘 정리하고, 예쁜 사진들과 함께 잘 정리된 깔끔하고, 아름답고. 마음에 와닿는, 좋은 책이다. 이렇게 후한 글을 남기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언젠가 글쟁이가 되고 싶은 마음의 줄을 놓지 않고 살아가면서 선배(가 될) 문인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함꼐 은근한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나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그저 학창시절 교화서를 읽듯이 마음을 완전히 풀어놓게 만드는 책이다. 주말 오후, 느릿하게 책을 펴들고 한줄 한줄 교감하면서 읽으면서 춘천이라는 서로 다르면서 또한 같은 공간에 대한 사념의 능선을 넘나들면서, 오늘 하루 나는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런 책들을 자주 접할 기호가 있으면 나의 삶은 아마도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나도 이젠 경계심을 줄이고 다른이들이 쓴 책에 좀 더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할 것 같다.... 그런 깨달음을 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