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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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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입니다. 5월, 그날의 아우성이 살아오는, 5월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역사 속의 5월은 4월의 함성소리를 뒤이어 피빛으로 피어난 진달래였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우리 현대사의 아픈 모습이 오롯이 살아있습니다. '4월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62)고 신동엽 시인이 일찌감치 노래하였지만 우리에게 5월은 아픔과 눈물을 딛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상징의 계절
"뚜벅뚜벅" 내용보기
 5월입니다. 5월, 그날의 아우성이 살아오는, 5월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역사 속의 5월은 4월의 함성소리를 뒤이어 피빛으로 피어난 진달래였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우리 현대사의 아픈 모습이 오롯이 살아있습니다. '4월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62)고 신동엽 시인이 일찌감치 노래하였지만 우리에게 5월은 아픔과 눈물을 딛고 뚜벅뚜벅 걸어오는 상징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역사는 나아갑니다.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을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 김준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 에서 (203)
 이 책은 제목 그대로 詩를 통하여 우리가 걸어온 현실을 숨김없이, 가감없이 만나보는 노래와 눈물의 한바탕 잔치마당입니다. 슬픔과 아픔의 현대사를 제가 감히 '한바탕 잔치'라고 부르는 것은 여기에서 현대사의 증인!으로 소개되는 詩들이 낯설지도 않고 노래로도 많이 불리어지는 까닭입니다. 때론 설워지기도 하지만 그 익숙한 리듬에 저도 모르게 따라 부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해방 이후(1945~1959), 1960~70년대(1960~1971), 유신시대(1972~1979), 민주화시대(1980~1987), 통일로 가는 시대(1988~2000)로 현대사의 큰 전환점을 기준으로 이야기는 다섯 모둠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그 구분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한 시대를 걸어가며 시인들이 수 놓아둔 詩들은 지금도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그것이 노래이든, 아우성이든 우리는 그 손짓을 따라가며 외치기도 하고 읊조리기도 합니다. 
 
 "남의 나라 군대 끌어다 제 나라 형제 쳤는데
 뭣이 신난다고 외국 장수 이름을 절에 갖다 붙이겠소
 하기야 인천 가니까 맥아더 동상이 서 있더라만
 남의 나라 장수 동상이 서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더만"
  - 김남주, '남의 나라 장수 동상이 있는 나라는' 에서 (43)
 시인이 전해주는 어느 농부의 이야기 몇 줄만으로도 우리는 질곡의 해방정국과 한국전쟁의 비극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詩가 우리에게 주는 여러가지 좋은 점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잘 찍은 한 장의 사진이 몇 권의 책보다 더 잘 현실을 설명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詩의 진정한 매력은 그 자체로 노래가 되는 것입니다. 詩는 사랑이고 그 사랑의 노래가 곧 詩임을 저는 믿습니다.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 날 스러져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 이영도, '진달래-다시 4.19날에' 에서 (65)

 

 


 

 시보다는 노래로 더 다가오는 시야. 아빠처럼 198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노래지. 매년 4·19가 되면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단다. (67)
 그렇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현대사와 연결되는 詩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노래한 詩와 현대사에 얽힌 이야기를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듯 펼쳐나갑니다. 그래서 詩 한편에 얽힌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상황까지 쉽게 배우고 익힐 수도 있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국어 선생님의 시로 만나는 한국현대사]가 되겠습니다. 지은이가 뜻한 바는 詩를 통하여 만나는 우리 현대사의 참모습이겠지요. 그렇게 아이들이, 우리들이 詩를 통하여 우리네 역사의 모습을, 한 장면을 감동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이 시간들이 참 좋습니다.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 박노해, '노동의 새벽' 에서 (284)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 문병란, '직녀에게' 에서 (320)
 우리 문학사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을 작품으로 손꼽히는 '노동의 새벽'을 다시 만납니다. 1987년의 노동자대투쟁 이후로 벌써 스무해가 훌쩍 지났습니다. 지금의 우리 모습이 당시의 노동자들과 비교하여 얼마나 나아졌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정치경제적으로 엄혹한 시절에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놓은 남북간의 신뢰관계도 자꾸 무너져가고…. '직녀에게'가 더욱 그리운 까닭입니다. 답답한 현실일수록 이런 노래들을 더 자주 부르게 됩니다. 겨우 61편의 시가 이 책에 실려있지만 모두가 한 시대를 관통한 '화살'같은 시들입니다. 
  아마도 1980년대의 한 복판을 젊음으로 보낸 시절이 있기에 지은이가 소개해주는 詩들이,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더욱 제 가슴에 와닿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 자주 울컥하나 봅니다. 우리 현대사와 詩를 한꺼번에 만나고 그 질곡의 역사와 詩가 전해주는 감동도 오롯이 느끼며 만나보는 이 책, 그래서 더욱 따듯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지금은 5월입니다. 너무도 화창한 봄날입니다. 지나온 현대사를 넘어 우리가 어깨걸고 가야할 길은 아직 저 멀리 있습니다. 그래도 함께 가시지 않겠습니까?
 무엇하러 여기 왔는가
 잠 못 이룬 밤 지새우고
 아침 대동강 강물은 
 어제였고
 오늘이고
 또 내일의 푸른 물결이리라
 때가 이렇게 오고 있다
 변화의 때가 그 누구도
 가로막을 수 없는 길로 오고 있다
 변화야말로 진리이다
 - 고은, '대동강 앞에 서서' 에서 (346)
2009. 5. 1. 저녁, 5월, 그 날이 다시오면….
들풀처럼
*2009-121-05-01
w******e 2009.05.0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시 속에 우리의 역사가 그대로~
"시 속에 우리의 역사가 그대로~" 내용보기
아,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접하고 감추어진 진실에 눈시울이 붉어지다 못해 뭔가가 복받쳐 올라왔다. 그래도 역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바른 길을 찾는 모양이다. 시가 한국 현대사가 되고 한국 현대사가 다시 시가 되었다. 국어 선생님이 엮은 시를 통해서 우리의 현대사를 알 수 있으며 우리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시를 통해서 저자가 들
"시 속에 우리의 역사가 그대로~" 내용보기

아,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접하고 감추어진 진실에 눈시울이 붉어지다 못해 뭔가가 복받쳐 올라왔다.

그래도 역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바른 길을 찾는 모양이다.

시가 한국 현대사가 되고 한국 현대사가 다시 시가 되었다.

국어 선생님이 엮은 시를 통해서 우리의 현대사를 알 수 있으며

우리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시를 통해서 저자가 들려주는 감추어진 진실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은

시인이자 부평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신 신현수님께서

딸 율희에게 얘기하듯 들려주는  시를 통해서 우리의 현대사를 되짚어 볼 수 있게끔 했다.

 

우리의 역사와 함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는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심금을 울렸다.

나는,

솔직히 정치를 잘 모른다.

아니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었다.

어렴풋이 신문과 방송에서 떠드는 소리가 다 인줄 알고 믿어 왔었다.

그것이 진실인 줄 알았다.

살면서, 나이가 들면서 어린 시절을 더듬어보면

그 옛날 내가 어렸을 때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 기억난다.

하지만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 여겼기에 나라에 무슨일이 일어났구나! 뭐 이정도였다.

정확히 내가 초등학교 2학년때(그때는 국민학교시절-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 가셨다고

학교에서 단체로 묵념을 하러 간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의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 놀다가도 저녁 6시가 되면

지나가던 모든 사람들이 차렷을 하고는 국기를 향해 '나는 자랑스런~~~ 을 했다.

마산 3.15 극장에 영화보러 다니면서도 3.15 의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영화를 열심히 보러 다녔고

4.19 의거 탑을 지날때면 마산의 상징이라 여기며 뿌듯해했다.

성인이 되었을때도 민중 이야기보다는 사랑이야기에 관심을 가졌고 사랑에 관한 시집만 접하려 했었다.

그 와중에서도 마산 MBC 이원열 아나운서를 좋아해서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은 열심히 청취했던

기억이 난다.

(이원열 그분이 진행하던 가요 프로그램에서는 민중가요, 노찾사, 안치환, 이런 가수들 노래를 많이 들려줬다.)

그때부터 어렴풋이나마 나도 민중가요를 좋아하고 즐겨 불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나는  국어 선생님의 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를 접하게 되었다. 지금 난,

솔직히 이 책은 내가 그동안 보아왔던 책과는 확실히 다르다.낯설다.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고 시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시 대부분이기에......

하지만 우리는 감추어진 진실을 알아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하는 책.

 

정치적인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한 신향식님을 향한 그리움을 적은 김남주 시인,

청년 전태일의 삶과 죽음의 기록을 <전태일 평전> 을 쓴 조영래 변호사,

유신 독재에 맞선 문학 오적 필화 사건의 <김지하>,

1980년대 노동운동의 물꼬를 튼 상징적사건 사북 항쟁, 5. 18 민주화 운동, 삼청 교육대,

 간첩 조작 사건의 상징<오송회 사건>, 박종철 물고문 치사 사건, 국가 공권력의 희생양 이한열,

전교조 운동으로 교단을 떠나게 된 도종환시인, 농촌 시인<이중기>......

                                *1971년 그해 나는 세상에 태어났다*

 

한 편의 시로 전율을 느끼며  시가 가진 의미와 시가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이 함축되어 있는 책,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들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김영삼 ) 감추어진 진실은,

그분들의 시대에는 어떤 역사속 진실이 숨어 있는지, 시를 통해 만나 본다.

특히 전두환 5공화국  정권 너무 많이 저지른 일 (283쪽-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또한 국화옆에서로 너무 유명한 서정주님은 우리 시문학사의 위대한 시인으로 칭송되지만 한편으로는

역사의식 하나 없는 무지몽매한 인물임을, 쓴웃음이 나온다.

서정주, 그는 일본이 그렇게 빨리 망할 줄 몰랐다고 했다.

그가 전두환 생일 축시를 썼을 떄도 역시 군사 독재가 그렇게 빨리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질 줄 몰랐을 것이다.

*또 한가지 되짚어 봐야 할것은

인천 자유 공원에 있는 맥아더 장군 동상(그의 진실은 뒤로 한채 오로지 영웅적 인물로 남아있는 안타까운 현실)

남의 나라 장군 동상이 인천의 청소년들이 뽑은 인천을 대표하는 역사 인물 1위라니.....

 

이 책을 엮으신 신현수 선생님께서는 책  집필 작업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작업을 격려해 주고, 의미를 부여해 주고,

 많은 사진을 (진짜 이 책에는 역사의 증거 사진이 많이 있다.) 비롯해서 이 책의 꼴을 만들어 준 강봉구 선생님께

공동 저자로 올리고 싶은 마음이라 하셨다. (나도 그 마음엔 충분히 공감해 본다. )

그렇지만 너무 많은 증거 자료와 함께 하다 보니 내 눈에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들어 왔다.

오타

1. 97쪽 이동순 시인 소개란에 김태수 시인이 소개 되어 있다.

2. 117쪽 마파람에 대한 요점만 있고, (마파람)이 없다.

3. 121쪽 8째줄 단간(X) 판잣집 ☞ 단칸(O) 판잣집

4. 137쪽 6째줄 힘을 함쳐(X) ☞ 힘을 합쳐(O)

5. 198쪽 성희직 시집( 그대 가슴에 장비꽃(X) 한 송이를)

           ☞ 그대 가슴에 장미꽃 (O) 한 송이를

* 그리고 책의 중간중간 글씨가 겹쳐서 읽기가 불편한 부분도 몇 있었다.

 

* 아직 두 아들이 이 책을 읽기엔 빠른듯 해서 조카 별이에게 이 책을  선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가 현대사가 되고 현대사가 시가 되는 이 책의 의미를 생각할때

내가 두고두고 읽고 또 읽고 싶어서 조카 별이에게 주고싶은 마음보다 간직하고픈 마음이 더 커서 조금은 미안한 기분든다.ㅎㅎ

 *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참으로 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서 있음을 다시 한번 더 깨달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세월이 지나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참 민주주의가 될까?

그런 의미에서 이광웅 시인의 시 ...'목숨을 걸고' 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해당이 되는  듯 하다.

 

목숨을 걸고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이 광웅... 전두환 정권 시절의 대표적인 용공 조작 사건인 '오송회' 사건에

연루되어 7년형을 선고 받고 5년을 복역하다가 사면되어 군산제일고에 복직되었으나 '전교조 사태' 로 해직되었다.

 

* 이 책은 누구보다도 '통일의 알갱이로 우뚝우뚝 커 가는 건강하고 옹골찬' 우리네 청소년이 읽었으면 좋겠고,

하루하루 소시민적 일상에 젖어 부끄러운 삶을 살아가는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신현수님은 말한다.

http://www.blog.naver.com/pyn7127/ 네이버블로그 클릭- 다른 사진첨부도 있어요^^*

g**********l 2009.03.13. 신고 공감 1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오래된 서가에서 역사를 품은 시를 다시 꺼내 읽다
"오래된 서가에서 역사를 품은 시를 다시 꺼내 읽다" 내용보기
대학 시절, 최루탄에 취해 돌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김지하의 시집을 펼쳐들곤 했다. <타는 목마름으로>... 그렇게 민주주의는 멀게만 느껴졌고, 백열등 전구조차 밝혀주지 못했던 지하 자취방 구석으로 들어오던 한줄기 빛...   세월은 흘렀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어느정도 민주주의는 이뤄진 듯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월급쟁이가 되었고, 아이들이 생겨났고, 그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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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최루탄에 취해 돌아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김지하의 시집을 펼쳐들곤 했다. <타는 목마름으로>... 그렇게 민주주의는 멀게만 느껴졌고, 백열등 전구조차 밝혀주지 못했던 지하 자취방 구석으로 들어오던 한줄기 빛...

 

세월은 흘렀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어느정도 민주주의는 이뤄진 듯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월급쟁이가 되었고, 아이들이 생겨났고, 그 아이들은 무럭무럭 커갔다. 알듯 모를듯 아이들의 그렇게 사교육에 물들어갔지만 그것을 뿌리칠 용기가 없었고, 세월은 그렇게 흘러지고 있었다.

 

봄을 앞둔 2월의 어느날... 오랜만에 오래된 사물함을 정리하다가, 이십 년 전 일기장도 나오고, 그 속에 눈물로 쓰던 시 한 구절도 나오고, 최루탄 냄새가 묻어 있는 듯한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도 나왔다. 먼지가 수북히 쌓인 그 사물함 속에 이십 년 전의 추억이 그렇게, 나도 모르는 새 숨겨져 있었다.

 

옛날 책들을 찾았다. 그렇게 수없이 마음을 울리고 울렸던 시집을 찾았다. 그러나 없었다. 어느 헌 책방에 묻혀 있을까? 아니면 이미 폐지로 버려졌을까? 수십 권이나 되던 시집 중 유일하게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만 남았다. 아쉬웠다. 그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우연히 <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사>라는 책을 발견했다. 필자의 약력을 보니 내 고향에서 해직되셨던 분이셨다. 현직 국어교사이면서도 사회 운동을 열심히 하는 분이셨다. 저자가 쓴 시도 보였다. <아아 4.3>...

 

제주시 일도리 23 이도리 53 도남리 27 삼도리 46 용담리 45 건입리 47...

 

두 페이지에 걸쳐 쭉 나오는 알쏭달쏭한 숫자들의 의미를 찾기 위해 몇 번이고 읽었지만, 그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바로 그 다음 페이지에 저자의 '시 해설'을 읽고 나서야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4.3항쟁 때 제주도에 죽어간 사람들의 숫자를 마을별로 정리한 것... 4.3항쟁 추모자료집에 적혀있던 자료를 보고 느꼈을 저자의 먹먹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이미 잊혀졌거나 아니면 정부에 의해 왜곡된 억울한 죽음들이 어디 4.3항쟁 때 제주도민 뿐이겠는가!

 

2mb 정부 들어서 내 마음도 먹먹하다. 어디 하소연할 때도 없고, 앞은 다시 깜깜해졌다. 그러나 이십 년 전 숨죽이며 읽었던 그 시 한 구절 한 구절이 이 책을 통해 다시 복원되어 기쁘다. 그 시절 그 시집들은 사라지고 없지만, 역사의 구비구비마다 걸쳐진 시와 역사의 흔적을 만나면서 다시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고, 일상사에 찌든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책이이서 고맙다.

 

h****i 2009.03.04.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한 편의 시로 민족의 아픔을 공감하는 가르침
"한 편의 시로 민족의 아픔을 공감하는 가르침" 내용보기
오늘 하루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것을 느꼈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우리 현대사에 대해 무지하였으며 아이들에게 텅 빈 시를 가르쳤던가를 반성했다. 민만하다. 맥아더 장군 동상이 왜 문제인지 이제 알았다. 각종 문학 책들과 신문에서 얼핏 읽었던 사북항쟁이나 YH사건, 오송회, 인혁당 사건 등에 관해서 절절한 아픔을 공감하였다. 그리고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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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것을 느꼈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우리 현대사에 대해 무지하였으며 아이들에게 텅 빈 시를 가르쳤던가를 반성했다.

민만하다. 맥아더 장군 동상이 왜 문제인지 이제 알았다. 각종 문학 책들과 신문에서 얼핏 읽었던 사북항쟁이나 YH사건, 오송회, 인혁당 사건 등에 관해서 절절한 아픔을 공감하였다. 그리고 그런 깨어 있는 시를 쓰고 읽어준 분 중에 국어 선생님이 많았던 것을 보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고 나의 그런 고민이 당혹스러웠다.

20여일 뒤에는 수능을 친다. 숨 소리만 가득한 교실에서 ‘문제 풀어라’만 외치는 내가 어찌나 부끄럽던지... 현실이 그러니 어쩌겠느냐 하면서도 수업 시간에 다루었던 시들, 시인들, 그들의 뜨거움과 절절함을 난도질하고 차갑게 얼려버렸던 것을 떠올리면서 좀 달라져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내가 무슨 혁명가는 되지 못하더라도 시 한편 가르칠 때 우리 역사의 맥락에서 진실되고 오롯이 가르쳐야겠다.

 

j*****4 2009.10.2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