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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melot - [Epica]
국내 음반 시장이 침체인 와중에도 몇 년 전만 해도 수입으로만 구입 가능했던 앨범들이 라이센스 되어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추세는 소수지만 순도 높은 충성도를 가진 마니아층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마니아 중에는 유럽반, 일본반, 국내반, 싱글반, 한정 디지팩까지 죄다 챙겨야 직성이 풀리는 콜렉터마저 있을 정도다. 물론 이런 마니아 부류도 그렇게 어리석지 않아서 허접, 졸작 따위는 사지 않는다. 철저히 음악성과 완성도 위주로 그 작품성이 검증하고 충족된 앨범이라면 주저 없이 구입 비용을 지불한다. 이런 지경이니 밴드가 생존하기 위해서나 팬을 위해서나 연구와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제 웬만한 앨범들은 발매 즉시 리얼타임으로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됐으니 청계천 뒤지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2003년 공개된 카멜롯(Kamelot)의 신작 에피카[Epica]는 독일 대문호 괴테(Goethe)의 희곡 "Faust"의 내용을 기초로 한 컨셉트 앨범이다. 파우스트는 알려진 데로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괴테에 작품에 등장하는 박학다식한 노학자 파우스트 박사는 악의 상징 메피스토텔레스(Mephistopeles)와의 지적인 대결 구도를 벌이는 인물이다. 본작의 내용은 주인공 아리엘과 그가 사랑한 여성 헬레나, 그리고 매혹적인 미녀 모습의 메피스토텔레스와 애증을 전개하면서 우주의 진원인 에피카(Epica)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스토리로 결국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텔레스의 유혹에 굴복하게 되지만 파우스트는 종국에 이르러 마침내 시공을 초월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본작에서는 주인공 아리엘이 자신이 갈구하던 과학과 종교의 진실한 답을 찾을 수 없어 자신 내면으로의 탐구여행을 떠나는 장면(Farewell)부터 헬레나와의 급작스런 만남(On the Coldest Winter Night), 임신한 헬레나의 자살(Helena's Theme)까지의 내용으로 앨범 라이너 노트엔 본작 [Epica]를 part 1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봐선 카멜롯의 차기작은 본작에 이어진 "Faust"의 컨셉트로 2, 3부작으로 계속될 것을 짐작케 한다.
파우스트는 이미 유명 클라식 작곡자들인 '리스트'나 '말러' 등에 의해 주요한 음악적 소스나 텍스트로 사용되었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욕망과 복잡한 감정, 이성, 위선 등이 극적인 내용의 전개가 클라식 작곡가들을 유혹하였을 것이고 다양한 형식미와 테크닉, 장비를 덕분에 음악적 표현력을 폭넓게 확대한 메탈 역시 인간을 비롯한 심오한 영역에 대한 접근이 많아지고 있다. 본인이 알기엔 파우스트를 컨셉트로 앨범을 제작한 메탈 밴드는 카멜롯이 처음인 듯하다.
국내에 서서히 팬층을 넓혀가고 있는 카멜롯은 가장 극악스런 메탈로 일컬어지는 데스메탈의 본고장 플로리다 출신으로 95년 밴드의 기타리스트 톰 영블러드(Thom Youngblood)와 드러머 리차드 워너(Richard Warner)에 의해 결성된 팀으로 전통의 메탈 레이블 노이즈사를 통해 데뷔작 [ETERNITY](95)를 공개하는데 팬들과 평단을 모두 만족시키며 유망 메탈 밴드로 주목받기 시작하여 이듬해인 1996년, 기존의 멜로딕컬한 유러피언 메탈에 프로그레시브 요소까지 첨가시키며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실력을 과시한 2번째 앨범 [DOMINION]으로 또 한번 주목을 끌게된다. 이후 보컬 로이 칸과 드러머 그릴로로 교체되고 현재의 [Epica]에 이르고 있다.
파우스트는 무겁고 복잡한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카멜롯은 심포닉과 멜로딕을 바탕으로 갖가지 효과음과 다양한 음악적 수사를 곁들여 보기좋게 완성된 파워 에픽 메탈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미국 출신이어서 인지(로이칸은 노르웨이) 앨범 전반 스트레이트하고 명쾌한 사운드(Center of the Universe, Descent Of The Archangel)가 돋보인다. 클라식의 장엄하고 스펙타클한 전개는 랩소디가 분명 한 수위다. 그러나 전체적인 완성도는 카멜롯 역시 만만찮다. 로이 칸의 보컬이 고혹적인 슬로우 넘버(Wander, The Coldest Winter Night)를 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나 완급 조절을 통해 감정과 심리 묘사하는 한편 지속적인 긴장감을 유발하며 펼쳐지는 다이나믹한 사운드는 랩소디 못지 않은 전율 가득한 한편의 드라마다. 뿐만 아니라 로덴베르그 교향악단의 현악 심포닉과 마리의 아름다운 소프라노의 클라식함(Helena's Theme)이나 에스닉한 선율(Edge of Paradise, Lost & Damned), 신디사이저 효과음의 적절한 첨가 등이 서사적인 파우스트의 시네마틱한 전개에 일조하고 있다.
파우스트에 음악적 해석이나 접근에 대한 평가는 평자마다 다를 것이나 문학에 대한 메탈의 접근과 해석은 이상적인 메탈미학 구현의 하나다. 본작에서 선보인 카멜롯의 파우스트 뿐 아니라 2002년 최고의 메탈 앨범으로 평가받아 마땅할 랩소디의 '반지의 제왕 3부작 완결편'같은 작품들은 서사적인 스토리가 음악적 표현으로 극대화된 것으로 수준 높은 메탈의 미학적 완성에 더욱 근접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는 에픽메탈 씬이 지향해야할 트렌드라 여겨진다. 카멜롯의 신작 [Epica]는 수록된 곡 모두가 나무랄 데 없는 빼어난 넘버들로 전작 [The Fourth Legacy](99), [Karma](01)와 동일한 작풍이 이어지고 있다. 카멜롯의 전작들에 만족한 팬이라면 신작 [Epica]은 두 말할 필요없는 필청 앨범으로 [The Fourth Legacy]부터 프로듀서를 맡았던 샤샤 페스와 미로(Sascha Peath & Miro)의 역량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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