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3)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10.0
리뷰 총점 종이책
야매스러운 날, 야매 미장원에서...
"야매스러운 날, 야매 미장원에서..." 내용보기
비가 많이 온 다음날이었다. 젖은 낙엽이 보도블록에 질펀했다. 개중 검붉은 단풍하나를 주웠다. 잎맥을 따라 찢어진 단풍잎이 막 떠오른 햇살에 말라가고 있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가방에 있는 책 속에 끼워 넣었다. 오늘, 불현듯 낯선 남자의 스킨냄새에서 망각한 애인을 되살리듯 책갈피에서 단풍잎을 발견했다. 단풍잎이 꽂혀있는 자리는 조연희 시인의 시집 『야매 미장원에서』의
"야매스러운 날, 야매 미장원에서..." 내용보기

비가 많이 온 다음날이었다. 젖은 낙엽이 보도블록에 질펀했다. 개중 검붉은 단풍하나를 주웠다. 잎맥을 따라 찢어진 단풍잎이 막 떠오른 햇살에 말라가고 있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가방에 있는 책 속에 끼워 넣었다.

 

오늘, 불현듯 낯선 남자의 스킨냄새에서 망각한 애인을 되살리듯 책갈피에서 단풍잎을 발견했다. 단풍잎이 꽂혀있는 자리는 조연희 시인의 시집 『야매 미장원에서』의 「고도리」편이었다.

 

창밖에서는 쏴아 흑싸리 흔드는 소리가 들리고

그럴 때마다 얘, 누가 온 것 같아.

엄마는 2월 매화 열 끗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오빠가 집을 나간 건 기러기가 대이동을 하던 계절이었다.

팔월 공산의 세 마리 새처럼

그렇게 지붕을 넘어간 가족들

 

나는 칠월 홍돼지처럼 날마다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다.

정말 형편없는 패야.

철마다 매화 벚꽃 난초 모란 국화가 피어나는

카키색 군용 담요는 한때 우리의 정원

우리 가족 다섯, 고도리처럼 다시 모여

함께 만두를 빚을 수 있을까.

그러나 삶은 뒤집어야만 볼 수 있는 패였다.

엄마가 찾고 있는 패는 없는 게 아닐까.

언니는 왜 섣달 비 쭉정이 같은 사내를 꼭 쥐고 있는 것일까.

 

얘, 누가 온 것 같아.

엄마는 끝나지도 않은 화투를 접으며 말했다.

열 끗 중 한 개의 패가 내 아버지였지만

아직도 난 내 패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 시 <고도리> 전문

 

10월에 나온 시집에 ‘10월 단풍’이 시 <고도리>에 꽂혀있는 운명이라니. 이럴 줄 알았으면 ‘광’이 있는 붉은 국화나 꺾어 말릴 것을 그랬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시인의 말처럼 삶은 뒤집어 보아야 볼 수 있는 패이니 말이다. 그날, 그곳, 그 나뭇잎, 10월 단풍, 그 책, 그 시, 그 자리. 이제는 과거인, 현재였던 그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나다운’ 일이 그 단풍을 주워 그 자리에 끼워 넣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운명 같은 우연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며 시를 읽는 것이다. 뒤집어보아야 알 수 있는 패이니 읽어보지 않고 무슨 수로 배길까. 오늘, 이곳, 이 자리, 야매 미장원에서… 말이다! 

YES마니아 : 로얄 p******7 2016.10.3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야매 미장원에서'를 읽고
"'야매 미장원에서'를 읽고" 내용보기
고도리   조 연희   창밖에서는 쏴아 흑싸리 흔드는 소리가 들리고그럴 때마다 얘, 누가 온 것 같아.엄마는 2월 매화 열 끗 한 장을 집어 들었다.오빠가 집을 나간 건 기러기가 대이동을 하던 계절이었다.팔월 공산의 세 마리 새처럼그렇게 지붕을 넘어간 가족들   나는 칠월 홍돼지처럼 날마다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다.정말 형편없는 패야.철마다 매화 벚꽃 난초
"'야매 미장원에서'를 읽고" 내용보기

고도리

 

조 연희

 

창밖에서는 쏴아 흑싸리 흔드는 소리가 들리고

그럴 때마다 얘, 누가 온 것 같아.

엄마는 2월 매화 열 끗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오빠가 집을 나간 건 기러기가 대이동을 하던 계절이었다.

팔월 공산의 세 마리 새처럼

그렇게 지붕을 넘어간 가족들

 

나는 칠월 홍돼지처럼 날마다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다.

정말 형편없는 패야.

철마다 매화 벚꽃 난초 모란 국화가 피어나는

카키색 군용 담요는 한때 우리의 정원

우리 가족 다섯, 고도리처럼 다시 모여

함께 만두를 빚을 수 있을까.

그러나 삶은 뒤집어야만 볼 수 있는 패였다.

엄마가 찾고 있는 패는 없는 게 아닐까.

언니는 왜 섣달 비 쭉정이 같은 사내를 꼭 쥐고 있는 것일까.

 

얘, 누가 온 것 같아.

엄마는 끝나지도 않은 화투를 접으며 말했다.

열 끗 중 한 개의 패가 내 아버지였지만

아직도 난 패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시인의 시를 읽으면 문득 눈길이 머무르고 상상의 나래를 편다. 시인의 시에는 맛스러운 표현들이 많다. 그녀의 삶이 시가 되어 맛을 낸다. ‘골목 끝에 그대/ 막다른 그리움이 있어서(골목은 기억이다 중에서)’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막다른 골목에 들어 앉아 있는 막막하고도 적막하기 그지없는 그리움을 만난다. ‘뒷굽에 매달려 온 생의 고단함을 털어내고(모래내 풍년재활용센타 중에서)’싶을 때, ‘수증기 같은 눈물만 뚝뚝 흘리던(자궁근종 중에서)’날에는 한 줄 시가 ‘곡소리가 끊긴 상갓집처럼 적막한(쓸쓸한 연애 중에서)’ 내 시간들을 위로한다. 아직 자신의 패를 보여주지 않은 작가의 다음 시가 기다려진다.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s*****6 2016.10.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