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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빌헬름 하우프 라는 작가의 이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작가 소개 란에 보니 독일 낭만주의 시인이자, '근대 동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뛰어난 동화작가라고 한다. 근대 동화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이의 작품을 이제야 처음 읽어보다니.. 작게 한숨이 나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상해 본 작가의 모습은 인생의 굴곡을 많이 겪은 황혼의 남자였는데 작가 소개 란을 다시 보니 그는 스물다섯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더구나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한 시기는 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그는 정말 천재였던것 같다. 그만큼 이 작품은 인생의 여러 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가 그린 사람들의 심리나 반응은,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가 있게 다뤄졌다. 비록 판타지적인 소재를 취하여 표현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그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것처럼 느껴질만큼 작품 안의 상황은 사실적이었다.
이 책은 액자 구성 형식을 띄고 있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부유한 족장 알리 바누와 그를 보면서 무심히 수다를 떨던 청년들, 그리고 그 청년들에게 말을 건네며 대화를 이어가는 한 노인.. 세상의 어떤 사람도 부러워할 만한 지위와 부를 가진 족장 알리 바누는 프랑켄에게 아들을 빼앗긴 슬픔에 가슴아픈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 년에 한 번씩 아주 성대하고 떠들썩한 잔치를 벌이고 노예들을 풀어준다. 그것도 바로 자신의 아들이 납치된 바로 그 날 말이다. 노인은 그 이유가 한 예언자가 족장의 아들이 바로 그 날 돌아온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청년들에게 말해준다. 그리고 족장의 집에 아는 이가 있다며 잔치에 청년들을 초대한다. 성대한 잔치는 노예들의 이야기로 더욱 풍성해지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족장은 노예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알고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게 한다. 이 이야기들이 바로 이 책에 실려있는 또 다른 동화들이었다. <난쟁이코>, <아브넬, 아무것도 보지 못한 유대인>, <가난의 수호천사 슈테판>, <갓 구워 낸 머리>, <영국 청년>, <알만소르 이야기> 단순히 작품 속에서 노예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흘려 읽기에는 이야기 한 편, 한 편이 모두 완성도가 높았고, 깊이 있는 주제를 담고 있었다.
특히 <갓 구워 낸 머리>와 <영국 청년>이 인상적이었는데, 술탄의 비밀스런 명령이 일으킨 소동을 보면서 우습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끔찍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지만 또 다르게 보면 있을 수 있는 일 같은 상황을 설정해놓고 작품 속 인물들이나 독자들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잡아 놓는 작가의 말 솜씨에 놀라울 뿐이었다. 또 하나의 이야기 <영국 청년>. 이 이야기도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풍자적인 이야기인데 읽으면서 <피리부는 사나이>가 잠깐 떠올랐다. 다수라는 이름으로 한 사람을 존중해주지 않고, 오해하며 이방인처럼 대한 결과로 '영국 청년'이 태어난 것 같아 씁쓸했다. 신사가 좀 너무했다 싶은 마음도 들긴 하지만 어쨌든 마을 사람들의 지나친 호기심과 오해, 그리고 허영심이 바로 오랑우탄을 선망의 대상으로 만들어놓지 않았다 싶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옛날 이야기일뿐이면 모르지만 오늘날의 우리 모습도 그리 다르지 않기에 더 인상적이었던것 같다.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와서, 알고 보니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눈 노인은 바로 족장의 친구이며 카이람의 스승 무스타파였다. 그리고 마지막 노예가 들려준 <알만소르 이야기>는 그 자신의 이야기, 즉 알만소르는 카이람이었고, 족장의 잃어버린 아들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 책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낯선 이슬람의 이국적인 풍경과 문화, 작품 속의 판타지적인 요소들은 나를 그 곳 어딘가로 데려가는 것만 같았다.
이 책의 권장 연령을 10세 이상이라고 했는데, 내 생각엔 초등 고학년 정도는 되어야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풍자적인 표현이 많고 약간은 잔인한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 뒤편에 '알렉산드리아의 족장 들여다보기'라는 코너가 있는데 책을 읽고난 후 작품을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작품을 읽은 후 꼭 꼼꼼하게 읽어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