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인을 기리며
너무나 찬란했던 생의 기록을 담은 이 책을 읽으면서 몇일밤을 웃다가울다가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은이의 부고소식을 들었습니다. 어찌 이분은 마지막까지 저에게 충격을 줄까요. 그러고보니 책 곳곳에 생에 대한 이별사가 숨어 있습니다. 책 마지막에는 이 책의 집필 동기와 인생을 관조하는 코믹한 사진 한장이 실려있습니다. 작별인사 치고는 너무 간단하네요. 하지만 죽음까지 너무 쿨하신 분. 먹먹한 마음에 인터넷을 여기저기 보았는데 저 세상으로 가는 마지막 옷으로 색동옷을 주문해서 입으셨다고 하네요. 정말 그분답습니다.
김점선 화가의 책은 그 무엇보다 치유의 힘이 있다고 느껴서 좋아합니다. 가장 힘든 삶의 순간, 세상 앞에서 두려운 시기, 자신을 못 믿어 위축될 때 이분이 건네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거짓말처럼 괜찮아집니다. 마지막을 예감하셨는지 우리에게 점선뎐이란 얘기를 전해주고는 훌쩍 가셨습니다. 책을 내시고 단 몇 주만에..
고통을 물감 삼아 인생의 환희를 그려낸 화가의 글로 그린 자화상.. 젊은 날의 고통 앞에서 당당하라고..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말씀해주시니 그 말씀 잘 간직할게요.
감사합니다. 김점선 님. |
|
어제 백화점에 갔다가, 구입했다. 영화를 기다리면서, 버스 안에서...훌러덩 읽었더니 금새 읽을 수 있었다.
일단, 그간의 출간된 책을 다 갖고 있기때문에..뭐랄까, 이 책은 거의 종합 정리 버젼이다. 겹쳐지는 부분도 있고, 추가된 부분도 있다. 그간의 책이 빳빳한 질좋은 종이로 출간되었다면, 이 책은 비쥬얼 면에서...너무 칼라풀해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별 다섯개는 충분히 넘는 책이다.
그녀의 남편이 죽기기전에 쓴 황홀경에 대한 느낌, 그리고 그녀가 죽기전에 쓴 글들을 읽으니...한 사람이 이 세상에 왔다가, 살다가, 죽을때까지의 여정을 몇 시간 만에 음미할 수 있어 새롭다.
밑에 벤자민 버튼~ 그 영화를 봐서 그런지, 개인적으론... 영화와 책이 상호보완적인 시너지 역활을 해서 느끼는 바가 더 특이했는지 모르겠다.
종종, 아니 무의식적으로 '가치'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의미를 두었나보다. 가치 있는 일, 가치 있는 삶, 가치 있는 시간... 거의 강박관념 수준이다.
책을 읽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도,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도, 직장에서 쥐 뜯기는 것도, 종종 우울증에 걸리는 것도, 성질 드러운 레슨 선생님한테 바이올린 배우는 것도...
더 좋고, 나쁜 것이 있을까..과연?
너무 고민하며 살았는지도 모른다.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죽어버릴 것 같다는...그냥 닥치는 대로, 맘가는대로 편하게 살아가보는 것도, 대신 허영심같은 것을 버리고 살면 좋았을 텐데...
그녀의 나팔꽃 그림과 달리는 오리,그림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하다. 그녀의 이런 저런 일대기는 어쩌면 그림을 위한 해석일 수도 있겠다. |
|
유작 한편을 만났다. 별을 몇개를 줘야할까? 그녀의 인생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책 을 만났다면, 그녀의 인생에 대한 묵념으로라도 별 5개, 아니 10개는 줘야하지 않을까? 김점선. 누군가의 말처럼, 점이 선을 이루는 화가. 김점선. 미친듯이 그림을 그리다 오십견이 오고, 팔목을 못쓰기 시작하고는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그녀. 몇 편이나 되는 책도 쓰고, 많은 그림을 그리면서도 그 그림을 못마땅해하던 그녀. 너무나 당연하게 질서를 우습게 보는 그녀. 그런 작가, 김전선, <점선뎐>을 만났다.
그녀의 이야기.. 내 생활과는 너무나 동 떨어진 이야기들이 나온다. 미술을 좋아하는 그녀, 그녀의 유년 시절부터 그녀가 암에 걸려 아파하는 이야기까지. 그런데,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글 속에서 많이 아파했을텐데도, 그녀는 덤덤하다. 비로서 자기의 영혼과 자기의 몸이 일치했다면서 좋아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나뿐인 아이에게 컵으로 우유를 먹이기 위해 10번이나 우유를 컵에 따라줬다는 이야기, 아들의 결혼식에 반바지 입고 하객석에 있었다는 이야기, 선배말에 오기로 그날 만난 청년과 결혼을 하고 사는 이야기. 나는 너무나 평범한 인간이라 이렇게 비범한 사람은 따라갈 수가 없다. 하지만, 그녀가 이야기 하지 않던가? 나쁜 책은 많이 읽어야 한다고. 자기가 경험할 수 없는 나쁜짓은 책으로 경험을 해야한다고. 그녀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나에게 그녀는 너무나 비범해서 나는 그런 행동을 할 수가 없을터이고, 그녀의 책을 통해서 그녀의 삶을 살아본다는 것이다. 7살때의 느낌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그녀. 5살, 그 어린나이의 자기 성취를 느꼈다는 그녀. 그냥 책을 머리속에 집어 넣었다는 그녀.
어떻해야할까?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녀의 삶이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이다. 난 그녀의 어머니 처럼 할수가 없을듯 하다. 그녀보다 그녀의 어머니를 닮고 싶다. 수학과 다니는 아들이 무색할 정도로 미분,적분을 푸시고, 아이들을 무리없이 가르치시고, 아이가 잘못을 했을때 아이와 3시간도 넘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의 어머니를 닮고 싶다. 내 아이가 자유롭게 살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싶다. 아마, 그녀의 삶이 자유로울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어머니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무조건 믿어주던 그녀의 어머니. 바람나 가출한 딸을 2년만에 만나고도, 어린 손자의 돌을 너무나 행복하게 차려주신 그녀의 어머니. 지금 나, 그녀의 죽음이 아쉽다. 많이. 진작 그녀, 김전선을 못 만난것이 아쉽고, 이 책 <점선뎐>을 만난것에 감사한다. |
|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예술가에게 삶은 바로 이런 것임을 보여주고 간 그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녀의 솔직함과 돌발적인 면모에 웃음짓게 만들고, 때로는 뭉클하게 만드는 에세이. 쓰고 싶은데로 쓰고, 그리고 싶은데로 그리는...김.점.선. 그녀가 누군지 몰랐던 사람도 좋다. 누구에게나 강추!! |
|
참 독특한 사람. 참 멋진 화가 김점선. 그녀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살아가는데는 정답이 없다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열심히 살아가면 원하는 걸 결국 얻을수 있다는 걸 그녀의 인생을 보면서 느꼈다. 자신이 아는 자신을 끝까지 믿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세상을 마주하는 내 자신이 버겁고 힘겹게 느껴지는 요즘인대 책을 보면서 용기가 났다. 글을 보면서 이렇게 웃고 울고 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책으로 내가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그림이 참 예쁘다. 글을 보면서 그림을 보면서 그리고 사진을 보면서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김점선 화가가 어서 병을 딛고 다시 쾌활한 모습을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
|
|
요근래 인물에 꽂혀서 인물에 관련된 책을 주로 많이 읽고 있다. 모 신간책에서 '작가들은 모두 마음안에 우주를 품고 있다'라고 하는데 요즘 사람에 대한 글들을 읽다보면 모두들 작던 크던 모나던 삐뚤던 다채롭던 흑백이건 저마다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김점선이라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
|
그녀는 과격하다. 그녀는 저돌적이다. 그녀는 타협하지 않는다. 그녀는 열정적이다. 그녀는 솔직하다. 그녀는 신랄하다. 그녀는.... 한사람의 인생행로에서 이처럼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는것도 그녀를 통해서 처음보지않았는가 생각해본다. 1946년생이니 우리아버지 나이인데 이처럼 생각이 젊고 다양할수 있다니 아버지에게도 한번 읽으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이제 나이가 들어서 책을 한시간 이상 읽을수 없다는 대목에 이르러 아버지께 독서를 권하는것도 못할짓이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서너살의 어린시절의 기억과 사진에서 초등 학교시절의 에피소드들 당시의 생각과 현재의 생각과 생활들을 이렇게나 솔직하게 이야기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고 과격해도 그녀는 나이를 먹었고 어떻게 보면 세월만큼 많이 둥글어져버렸다. 자신만의 삶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그녀의 인생은 나에게 새로운 눈을 하나 달아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남의 눈치라든지 남의 이야기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인생에서 추구한 그녀는 진정 자기자신을 하나의 명작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라면 그녀의 살아온 이야기와 자식을 키워온 모습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오로지 좁고 높은 목표만을 위해서 줄세우기에 여념없는 부모라면 아이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제공해야하는지 힌트를 얻을수 있다고 본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해주고 모든부모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요즘의 세태에서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
|
점선뎐 서글프다! 인생이란 참 서글프다! 살아있다는 것도 서글프고 살아간다는 것도 서글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느껴지는 내 마음 속의 소리이다. 한 사람의 세상을 아름답게 보던 이가 우리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오늘 날씨와 같은 책을 읽은 느낌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한 사람의 일생을 경험하게 되었다.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없는듯한 존재가치도 아닌 한 사람. 책을 보면 책안의 느낌이 밝으면 내 기분도 밝아지는 느낌을 주는 책이 있는가 하면, 책의 내용이 무거워 그 무게에 나 자신이 잠식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책 내용이 밝은 내용이 아니다. 그렇다고 어두운 책도 아니다. 단지 왠지 모를 무게감이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책 지은이의 삶이 파란만장했기에, 그리고 그녀의 삶이 고통 속에 있었기 때문일까? 만일 그러한 세상사를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면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무게감은 성공한 것일 것이다. 요즘 들어 나 자신도 늘 생각하는 것이 죽음이다. 죽음이후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 것이며, 어떤 모습을 하게 될 것인가? 죽음이후 사람들은 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 것이며, 어떤 말들을 서로서로 주고받을 것인가? 무엇인가를 남긴다는 것, 그것은 참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작가는 죽음을 앞두고 이 책을 남겼다. 자신의 삶을 그림과 함께, 사진과 함께, 글과 함께 그리고 있다.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이기려는 몸부림은 아니었을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각 장마다, 각 문장마다, 각 단어마다 그의 서글픔과 아픔과 고통이 서려있는 듯하다. 어쩌면 먼저 가진 선입견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독특한 사람이다. 그녀는 거침이 없는 입담꾼이며, 그녀는 솔직담백한 사람이다. 이 책은 그녀의 삶을 담고 있고, 그녀만의 세상 철학을 담고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을 그리고 있으며, 세상을 향해 홀로 외로이 외치는 함성을 담고 있다. 오십견으로 인해 붓을 들 수 없는 환경 속에서도 그녀는 그림을 그린다. 어쩌면 고집스러워서 캔버스와 물감이 아닌 것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만 같은 그녀이지만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좋아 과학의 힘을 빌어서라도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세상을, 그리고 마음을 다 그려낸다. “생각하지 마라! 오로지 그리기만 하라!” 젊은 날 그녀의 철학이 담겨진 문장이다. 자신의 일에 세상의 어떠한 철학도, 어떠한 권력도 개입할 수 없다는 스스로의 외침이다. 그녀는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았을 것이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자신의 전기. 그녀의 이 책은 죽음조차도 고통스러운 순간이 아니라 아름다움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표현이다. 남이 알지 못한 고통의 순간을 보내면서 남에게는 언어가 아닌 예술로서 자신을 내 보이고 있다. 자신을 내 보이면서 자신과 같은 삶을 사는 이에게는 아름답게 삶을 표현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상을 사는 사람에게 세상의 부귀영화보다는 자신의 삶이 얼마나 가치있는 작품인지를 그림과 잔잔한 글로 표현을 하고 있다. 한번밖에 살지 못하는 인생. 우리는 내 인생의 작품을 그리면서 그 작품에 어떠한 철학을 담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는 책이다. |
|
" 이왕 배를 여는 데 왕창 잘라내주시오. 나는 늘 내 창자들이 쓸데없이 긴 게 불만이었소. 내가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내장은 크로마뇽인과 다름없지 않소. 나는 나의 내장을 디자인하고 싶소. ... 이왕 배를 열 거면 나를 도와주시오 " 김점선. 나는 그녀를 몰랐다. 김점선은 2009년 3월 22일에 돌아가셨다. 암에 걸려 투병하던 중 마지막으로 자신의 자서전을 썼다. 점선뎐. 이 책을 유작으로 그녀는 하늘로 떠났다. 떠난 후에야 알았다. 김점선은 자유인이다. 영혼이 순수하다. 세속에 빠지지 않는 예술가이다. 인간실격을 읽으면서 순수한 사람은 소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줄 알았다. 잘못 생각했다. 현실에도 얼마든지 있다. 김점선을 읽으면 백남준, 한대수, 이중섭이 생각난다. 다 괴짜들이다. 난 괴짜가 좋다. 괴짜들은 세상을 더 다양하고 재미있고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괴짜들은 세상을 보는 시각이 예술이다. '사는 것이 예술이다. 죽을 때 나라는 것에 감동하고 싶을 뿐.' 내 좌우명이 된 다카하시 아유무의 말이다. 김점선도 말한다. '각자의 삶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술품이다.' 통한 것 같아 기쁘다. 이 책에선 유년 시절부터 생각했던 것을 적어나가고 있다. 수십 년 전이었을 텐데 몇 년 안된것 같이 정확하고 꼼꼼하게 그녀의 그 시절 당시의 감정을 묘사하고있다. 얼마나 영향이 큰 일이고 감정에 충격을 느꼈으면 이렇게 세세하게 잘 기억하는 것일까. 김점선은 '가장 최선의 상태에서 익명의 사람들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남기는 최고의 인류애를 표현한 방식이 바로 책을 쓰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피천득은 '과거를 역력하게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장수를 하는 사람이며, 그 생활이 아름답고 화려하였다면 그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유복한 사람이다.'라고 했다. 김점선은 가난했고 육체의 생은 비록 암으로 짧은 편이었지만, 실은 참으로 마음의 부자이며 장수한 사람이다. 나도 훗날 내 삶을 뒤돌아보며 작품 하나를 남길 수 있을까? 신해철은 'Questions'라는 곡에서 묻는다.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보았고 또 느껴야 하는가? 내게 다가올 끝날이 오면 나는 무엇을 찾았다 말해야 하는가?' 죽을 때 명쾌한 대답을 하고 싶다. 김점선처럼. '체 게바라, 빈 라덴, 김삿갓, 홍경래, 임꺽정, 아르튀르 랭보, 오스카 와일드 같은 사람들이 저항하는 사람들이다. .. 대표적인 튀는 사람들을 열거했을 뿐 역사상 반항아들, 저항아들은 무수히 많다. 이름을 남긴 수많은 사람들의 절반 정도는 반항과 저항으로 출발해서 자신의 정신적인 왕국을 만들고 죽은 자들이다. ... 암 덩어리들이 내 몸속에 생겼다.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곧 그것은 나의 정신과 일치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내 생애는 저항과 반항으로 점철된 생애다. ... 내 몸에 '앎'이 생겨난 것은 내 몸이 정신과 일치한다는 증표다. 이제야 속과 겉이 같은 사람이 되었다. 오랜 수양의 결과로 환갑을 넘겨서야 제대로 된 인간이 된 것이다. 이런 내 몸애 경의를 표한다.' - p. 224~226 김점선은 암도 예술로 보았다. 삶을 예술로 보는 김점선에게는 죽음까지도 결코 두려운 대상이 아니다. 반면에,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읽는내내 아빠미소 지으며 행복하게 읽은 편도 하나 소개한다. * * * 지금도 설 차례상 앞에 서면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그 추억에 나는 저절로 웃음을 머금는다. ...(중략).. 사춘기를 거치면서 여러 나라 시인들이 쓴 시를 읽고 그들의 생애를 알게 됐다. 수많은 시인들이 후대가 없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언제부턴가, 명절날 차례를 지낼 때면 그들이 문득 생각났다. 죽은 시인들이 한없이 가엾게 느껴졌다. 그 중에서도 아르튀르 랭보가 제일 불쌍했다. 그러던 어느 해, 아버지 몰래 불어와 한자가 뒤섞인 지방(紙榜)을 썼다. 그렇게 몇 번 차례를 지내고 나서는 붓으로 정성들여 써보기도 했다. 그 랭보의 지방을 식구들 몰래 차례상 뒷다리, 안 보이는 곳에 붙였다. 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시치미를 뚝 뗐다. 조상님들이 음식을 잡숫는 시간에 나는 속으로 말했다. '랭보 씨, 음식 먹는 시간입니다. 어서 드십시오.' 차례가 끝나면 몰래 지방을 떼어내서 뒤뜰에 가 혼자 태우기도 하고, 어떤 때는 며칠이고 내 책상 속에 감춰두기도 했다. 조상님들은 그런 나를 충분히 이해하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식구 누구에게도 그 사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행동했기 때문에 한 번도 누구에게 들킨 적이 없었다. 나의 이런 행동은 몇 년년이나 계속됐다. 나중에는 랭보 외에도 프랑스 시인 베를렌, 말라르메, 보들레르의 지방도 만들었다. '어서 와 드십시오. 한국 설날의 차례상을 즐겨보셔요.' 내 사춘기의 명절에는 이렇게 나만이 간직한 비밀이 있다. - p. 83 * * * 김점선을 떠난 후에야 알게되어 너무 안타깝다. 이해인 수녀, 박완서 작가, 최인호 작가, 장영희 교수, 정호승 시인, 사진작가 김중남, 앙드레김, 조영남, 피아니스트 신수정 등.. 김점선의 친구들이다. 친구들만 봐도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들과 함께 한 김점선을 생각하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김점선이 떠나고 1년 후 추모 1주기가 열렸었다. (꾸준히 매 년 열리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그녀의 친구들과 지인들이 행사를 주최했다. 이날 추모의 밤에선 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개됐는데, 유언 같은 마지막 육성이 들려왔다고 한다. “내 걱정 말고 자기 일들이나 열심히 하쇼!” |
|
언제 어떻게 그녀의 그림을 접하게 되었는지 기억 나지 않지만 어린 아이같은 그림체와 강렬한 색감에 매혹되어 김점선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그녀의 그림을 담은 그녀의 책을 사서 읽어 보기도 하고 티비에 출연해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혼자 즐거워 했었다. 왠지 그녀는 그녀라고 하기에는 좀 거리감이 있는 성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사람이어서 그녀를 책이나 티비에서 간접적으로 만날때면 여자가 맞나 싶게 아리송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그녀의 어린시절 피난길 이야기를 들으니 그렇게나 세대차가 났었나 싶어 참 낯설게 느껴진다. 다섯살때부터 그녀는 이미 자뻑의 세계에 빠져 있었다니 참으로 놀랍다. 게다가 모든 사물에 대한 느낌을 고스란히 자신의 것으로 받아 들여 고통스러워 하고 자신이 원하는 색을 만들어 내기 위해 다른 사람과는 달리 그늘진곳에 채송화를 심었다니그녀가 어려서부터 참 남달랐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다. 아들을 낳아야하는 여자의 숙명때문에 남자 아이처럼 머리를 자르고 남자옷을 입은 돌이 되었을때부터 그녀는 벌써 성정체성의 혼란속에 빠져 있었나보다. 그런데 그녀의 손에는 이미 붓이 들려져 있었으니 그녀의 어린아이 같은 그림은 운명인걸까?
학창시절에 자신은 그림 그리는것만큼 쉬운것이 없어 친구들 대신 그림을 그려주며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두발 자유화가 있은 이후로 몇년간은 머리를 감고는 빗질을 하지 않고 그냥 말려 산발을 했으며 몸을 씻은 후에는 수건으로 닦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마르도록 두었으며 추워지면 그제서야 옷을 입었다고 한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세상속에서 그녀는 더 행복했나보다.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절대 참을 수 없는 정의로움 때문에 비분강개해 싸우기도 엄청 싸웠단다. 그녀의 모습을 생각할때면 그러고도 남으리란 생각에 그냥 웃음이 난다.
아이를 가져서는 그래도 태교를 위해 힘쓰기도 하고 자식을 자유롭게 키우려 애쓰고 규범적으로 캐우려 했던것을 보면 천상 엄마는 맞는것도 같은데 아빠아 아이가 배낭을 메고 여행을 가면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그림을 그리느라 집은 엉망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살림은 잼병인가보다. 남편은 아내의 싸움기질을 10년이 지나서야 바라봐 주었으며 아들은 엄마 없이도 스스로 라면을 엄마보다 더 잘 끓여 먹는 아이로 자랐다.
아이를 키우는 교육에 있어서는 그녀보다는 그녀의 남편이 더 치중했으며 자신은 학교라는 규율속에 들어가는게 싫은데 아이는 유치원을 학교를 간다니 기겁을 했고 방학은 시작과 함께 숙제에서 해방시켜 무조건 실컷 놀게 했지만 방학이 끝나기전날엔 아들이 문을 잠그고 방에 들어가 밤을 세고 숙제를 했다는 이야기와 수학을 포기하려는 아이와 마주보고 앉아 각자 풀어본 과정을 바꿔보며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하고 동화책을 읽지 않으려는 아이에게 동화책의 재미난 부분쯤에서 읽기를 중단하는등 나름 아이의 교육에 부모로써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각자의 영역이 있고 각자의 할일이 있어 그 이외에는 절대 신경쓰지 않아남편이 베낭을 메고 여행을 가고 나면 온집안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이 놀랍고 아들의 결혼식에 조차 하객으로 참여할 정도로 예식이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싫어 한 점선 그녀는 참으로 자신만의 세계속에서 갈등하고 성장하고 그렇게 제멋에 겨워 살며 멋진 그림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나보다.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무언가 특별한 인연이라기 보다는그녀의 그런 기질을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이었기에 그녀와 친할 수 있었으며 남편의 암선고와 함께 남편의 소중함을 일순간 황홀로 깨닫게 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기도 하며 그렇게 김점선 그녀 또한 암에 걸려 암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참 어린 아이 같은 세계속에 살다간 참으로 순진무구한 사람인듯도 하고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란 생각을 하니 더 많은 것을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 참 슬프게도 여겨지는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다. 때로는 그녀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지만 그녀의 이유있는 행동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게 되며 남들과 너무도 다른 삶이지만 그녀의 삶에 껄껄 웃기도 하면서 문득 그리움이 차오름을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