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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에서 책 짓는 한 사나이의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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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엄청나다. 어느 출판사 대표가 2004년 한 해동안의 일기를 엮어 책을 냈다. 850페이지에 이르는 엄청난 양에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일상의 기록들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다. 홍지웅. 열린책들의 대표다. 열린책들은 러시아문학 전문 출판사로 출발해 현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외 문학 전문 출판사로 자리매김했다.   분량도 많지만, 놀라웠던 것은 홍지웅 사장의 전방위적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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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엄청나다. 어느 출판사 대표가 2004년 한 해동안의 일기를 엮어 책을 냈다. 850페이지에 이르는 엄청난 양에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일상의 기록들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있다. 홍지웅. 열린책들의 대표다. 열린책들은 러시아문학 전문 출판사로 출발해 현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외 문학 전문 출판사로 자리매김했다.

 

분량도 많지만, 놀라웠던 것은 홍지웅 사장의 전방위적 관심과 책에 대한 열정이다. 이 책에서는 2004년 헤이리 파주 출판 도시가 막 들어서기 시작할 때였다. 당시 한국출판인회의(http://www.kopus.org/default.asp)의 회장직을 맡으며, 단행본 출판사들의 권익과 시대적 책임활동, 그 속에서 열린책들을 이끌어갔던 분투기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부터(현재도 마찬가지지만) 출판사 편집자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잡지사 에디터로 근무하여 잔뼈가 굵은 나로서는 그들의 작업환경과 일상 속 모습들이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 낯설게 다가왔다. 한편으로 출판 편집자들은 매거진 편집자들을 일단 한 단계 깔고 보는 경향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단행본의 경우 작업의 호흡과 과정이 긴 반면, 매거진은 매달 숨막히는 마감에 시달린다는 점. 대우는 매거진 쪽이 낫지만, 삶의 질(어느 정도 지켜지는 출퇴근 시간)은 단행본 편집자들이 낫다.

 

다른 출판사와 달리 열린책들의 편집자들은 주로 교정, 교열 전문 에디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폴 오스터, 움베르토 에코, 아멜리 노통브 등 각 국가별로 대표 작가들을 키워내 큰 성과를 거둔 출판사라 해외 저작권 관련한 일들은 기획 파트에서, 저명한 외주 번역가 풀을 갖춰놓고, 원고 교정, 교열을 내부에서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전체 18명으로 적어도 70여 권 이상의 책을 펴내야 유지가 가능하다.

 

우리가 짐작으로만 알고 있던 단행본 출판사의 일상을, 그 출판사의 대표의 일과를 빠짐없이 살펴볼 수 있었다. 일복 많고, 뚝심 있으며, 책에 대한 열정만큼은 장인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홍지웅 대표. 문화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물론 미술, 건축, 번역에 관한한 그의 식견은 놀라울 정도였다. 통의동의 열린책들 사옥의 모습은 그야말로 이국의 매력적인 건물로 다가오고, 그 외에도 당시 파주에 건립 중인 열린책들 사옥이나 서교동에 들어선 SBI(Seoul Book Institute) 건물 건축 과정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새삼 경이로운 눈빛으로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퇴근 후 책상에 앉아 천천히 음미하려 했다. 하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는 손길. 주말 밤을 새 가며 책읽기를 끝마쳤다. 면면을 장식하는 수많은 출판사의 대표들. 그리고 그들의 삶과 열정,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켜나갔던 시대의 지식인들. 김영사 박은주 사장, 한길사 김언호 사장, 푸른숲 김혜경 사장, 돌베개 신철희 사장, 사계절 강맑실 사장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분들의 일상이 이 책 속에 조그맣게 자리한다.

 

베르베르가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대형 작가로 발돋움하게 됐던 이야기. 각 나라별로 대표 작가들을 발굴해 키워나간 이야기. 출판의 기획에서부터 교정, 교열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과정들을 담은 이야기. 헤이리가 하나의 거대한 출판도시로 발전하게 되는 초기 이야기. 출판사의 매출과 수익, 광고 집행에 관한 이야기, 출판사 대표란 자리가 온갖 기부금과 사재 출연의 자리란 이야기까지 너무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한 사람의 생애 중 단 1년을 기록한 일기인데, 그 무게는 실로 대단하다. 연필로 꾹 눌러쓰듯 써내려간 그의 365일 일기를 통해 알량한 편집자의 자존심을 내세웠던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한편으론 조금은 늦은 듯 싶지만, 나의 꿈을 위해 제대로 준비를 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언제까지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매거진 편집에 매달릴 수는 없는 노릇. 컨셉츄얼하게 남이 하지 않는 분야, 시대의 요구에 귀기울일 수 있는 책들을 기획해서 출판하고 싶다. 여전히 걸음마, 아니 그 첫발도 내려놓지 못한 상태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은 힘을 얻었다.

 

열린책들 편집부 및 디자인팀 직원들의 이름도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1년에 2번 정기적으로 해외 탐방을 나가고, 열린책들의 정신을 고스란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된 카잔차키스 전집, 블로흐 전집, 에코 전집, 프로이트 전집, 각 국가별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 작가들의 책들을 리스트에 담았다. 당장 SBI를 통해 출판 편집 과정과 교정, 교열 과정을 살펴보니 올해 모집은 모두 끝났다. 내년에는 서울출판학교의 기초 과정부터 하나하나 다져나갈 생각이다.

 

PS 1) 열린책들은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편집 디자인이 아주 훌륭하다. 홍지웅 사장의 뚝심과 크리에이티브한 경영이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현재 열린책들 외에 미메시스, 별천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으로 사업 영역이 나뉘어져 있다. 특히 건축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미메시스의 건축가 시리즈가 참 마음에 든다. 

 

PS 2) 홍지웅 대표는 편집자의 교정, 교열 능력에 대해 많은 부분 아쉬움을 토로한다. 교정, 교열 전문 편집자라면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한 권의 책에서 오탈자, 띄어쓰기가 완벽한 책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 말을 방증하듯, 이 책에서도 3~4군데 오자가 눈에 띈다. 역시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너무 지난하다.



t******2 2010.08.30. 신고 공감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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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만나고 만들고 짓고 다니고 쓰고 찍은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만나고 만들고 짓고 다니고 쓰고 찍은" 내용보기
열린책들, 책 만드는 이야기, 출판사 이야기, 에디터, 출판인, 경영자 마인드, 장인정신, The Social, SBI, 파주 출판도시, 건축, 가족, 비전, 미래, 후배 전문인 양성, 뮤지엄   원고지 5,000매 분량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리고 아마 앞으로 이 책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하게 될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은 단적으로 '홍지웅'이라는 한 인간을 보여주면서, 출판인과 그를 둘러싼 출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만나고 만들고 짓고 다니고 쓰고 찍은" 내용보기

열린책들, 책 만드는 이야기, 출판사 이야기, 에디터, 출판인, 경영자 마인드, 장인정신, The Social, SBI, 파주 출판도시, 건축, 가족, 비전, 미래, 후배 전문인 양성, 뮤지엄

 

원고지 5,000매 분량의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리고 아마 앞으로 이 책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하게 될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은 단적으로 '홍지웅'이라는 한 인간을 보여주면서, 출판인과 그를 둘러싼 출판 동네의 환경, 그리고 그들의 아비투스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가 가진 건축에 대한 심미안,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건축가들과의 관계나, 건축 이야기 건축가들 이야기도 책 이야기 못지 않게 즐거웠다. 개인적으로 '미메시스'에서 나오는 책들을 즐겨 읽는 편인데, 미메시스가 이런 연유로 생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문화, 예술에 대한 심미안이나 그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역시 참고할 만하다.

단기적으로, 그리고 좁은 안목으로 사적인 부를 늘리는 데만 급급한 게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과 미래의 계획을 세우는 모습에서 출판인으로서의 장인정신과 경영자로서의 마인드를 동시에 느끼게 되기도 한다.

후배 전문인을 양성하기 위해 SBI를 짓고, 베네통 그룹의 파브리카 같은 아트스쿨을 지으려는 포부를 키우는 것도 귀감이 된다.

 

앤디 워홀의 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일기는 홍지웅의 2004년 한 해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래서 얻을 것이 참 많다.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을 통해 자신들의 편집 노하우를 철저하게 나누고 공유했던 것처럼, 이 일기를 통해 그는 자신이 가진 노하우와 생각을 오롯이 나눈다. 그런 마인드가 참 존경스럽다.

 

문체는 간결하면서 섬세하다.

간혹 일 때문에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일이 있는데, '이 사람은 안 되겠군.' 싶을 때가 있다. '용건만 간단히'와 '무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 내용을 잘 전달하는 것과 예의 있게 하는 것은 별개인데 그걸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 자기가 의도한 게 잘 전달되지 않으면 무조건 상대방이 오해한거란다. 이런 사람들이 가장 어이 없다. '나 원 참. 그대의 의사 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오!'

그런데 홍지웅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모든 것들을 아우르고 포괄한다. 일기라는 것이 결국 하루의 압축인데, 그가 압축한 하루하루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물 흐르듯이 읽힌다. 약 850쪽 분량의 방대한 양이지만 읽는 부담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면서도 어느 한 부분 놓치지 않고 매우 세심하게 감싼다. 그런데 또 까탈스럽거나 예민하다는 느낌보다는 둥글둥글한 느낌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꽤 많은 포스팅을 했고, 하나의 리스트를 새로 만들었으며, 10여권의 책을 구입했다. 내년부터 나도 일기를 써볼까 진지하게 고민을 하기도 했다.

 

통의동에서 책을 짓다, The Andy Warhol Diaries, 1000 Chairs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서서히 잠식해 들어오는 책,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책이 좋다.

 

에디터나 출판사 설립을 준비하거나 목표로 하는 사람, 책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 열정이 식어가는 사람, 그 누가 읽어도 좋을 만한 책이다.

 

 

[덧붙임]

 

1. 이 책은 사철 방식으로 제작했는데, 사소해보이는 이런 작은 부분에서도 책에 대한 그의 철학과 프로 정신이 느껴진다. 컬러 사진들을 섹션으로 묶어서 배치하여 문자로 상상하던 것들을 이미지로 구현하게 하되, 그 둘은 잘 분리한 것도 마음에 든다.

2. 저자가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 결심한 것 중 하나가 건강 관리 혹은 체력관리이다.

테니스를 다시 시작해볼까? 중학교 때는 정말 많이 쳤고, 미국 와서도 한동안은 꽤 열심히 쳤는데 요즘은 바쁘고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주말엔 쉬기 바쁘다. 정식으로 레슨을 받아야지 하다 차일피일 미뤘고. 이 참에 제대로 다시 시작해야겠다.

미국 있는 동안 골프도 배워야겠다. 티칭 프로가 공짜로 레슨을 해주겠다는 것도 마다하고 있었는데, 이 참에 시작해야겠다. 주말이 어려우면 주중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3. 도처에서 내 영혼이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책이 있는 다락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 아 캄피스

TV가 분초의 미디어이고, 신문이 하루의 미디어라면, 책은 영원의 미디어다. - 홍지웅



c*****g 2010.08.19. 신고 공감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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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동에서 책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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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읽을 때, 표지만 보고 출판관련 책이겠거니 해서 집어왔기에 이 책이 일기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내용을 본 순간 매우 소소한 것까지 적혀 있는 개인의 기록에 당황했었다. 읽으면서 이것저것 금액이랑 한 일이 나와 있으니 나중에 역사적 사료로 괜찮겠구나 싶었고, 그 다음에는 현재 출판의 규모를 알 수 있어서 어, 이건 지금 읽어도 괜찮겠네, 싶어졌다. 개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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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책을 읽을 때, 표지만 보고 출판관련 책이겠거니 해서 집어왔기에 이 책이 일기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내용을 본 순간 매우 소소한 것까지 적혀 있는 개인의 기록에 당황했었다. 읽으면서 이것저것 금액이랑 한 일이 나와 있으니 나중에 역사적 사료로 괜찮겠구나 싶었고, 그 다음에는 현재 출판의 규모를 알 수 있어서 어, 이건 지금 읽어도 괜찮겠네, 싶어졌다. 개인이 생전에 자신의 생활을 이렇게 밝히려면 자신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확신 없이는 상당히 힘든 일일텐데, 솔직하게 속을 다 까발림으로서(?) 우리 출판계의 현실을 정직하게 보여주니 감사한 생각도 든다.

 

 에세이라고 해도, 사실 개인의 기억에 의존해서 그 사람의 관점으로만 보는 일이니 지나가서 미화가 될 수 있고, 그 사람의 관점이 담뿍 들어간 책이 아닌가. 사실 그런 재미에 읽기도 하고. 하지만 이 책에 있는 기록은 객관적이다. 처음부터 공개를 염두에 두고 그럴싸하게 쓴 글이 아니라서 그런지 낯선 이의 집에 들어간 듯한 어색함이 있다. 하지만, 이 어색함이 현실감각을 잘 돌이켜주니 나쁜 기분만은 아니다. 출판을 하면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윤색하지 않고 무던하게 기록해 놓아서, 사료를 읽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A로 하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B로 변경됐다. 라는 기록에선 그래서 화가 났는지, 아니면 무던하게 일처리가 되었는지 궁금해지지 않는가. 하지만 압축된 사실만을 기록함으로서 꽤 많은 여백을 남겨두고 있다. 그런데 압축된 사실의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800페이지가 넘어가는 구성에, 글자는 10포인트나 되려나. 중간에 화보가 있다고 하지만 분책을 해서 만들면 세 권은 족히 나올 구성이다. 세세한 설명이나 주석이 없어 행간을 읽어야 하는 꽤 머리를 써야 하는 책이다. 도저히 소설책처럼 하루에 잡고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틈틈히 두고두고 일주일동안 꼬박 읽었다. 하지만 읽고나면 머릿속에서 출판사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는 꽤 도움이 되는 책이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a***a 2010.09.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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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솔직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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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주로 내는 <열린책들>이라는 출판사 사장이 쓴 일기인데, 이런 류의 책들이 흔히 빠지는 1차원적 자화자찬이 없어서 좋다. 게다가 한국에서 드물게 보이는 솔직한 책이다. 출판계, 건축계 인사들과의 일화들을 가능한 한 최대로 구체적 인명을 밝혀가면서 세세히 서술하고 있다. 트럼프 자서전 등의 외국책을 보면 상대방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까는 글들이 많은데 우리나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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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주로 내는 <열린책들>이라는 출판사 사장이 쓴 일기인데, 이런 류의 책들이 흔히 빠지는 1차원적 자화자찬이 없어서 좋다.

게다가 한국에서 드물게 보이는 솔직한 책이다. 출판계, 건축계 인사들과의 일화들을 가능한 한 최대로 구체적 인명을 밝혀가면서 세세히 서술하고 있다. 트럼프 자서전 등의 외국책을 보면 상대방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까는 글들이 많은데 우리나라 책들은 다른 사람 얘기를 할 때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나쁜 얘기는 거의 없어서 맹숭맹숭한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책에서도 상당 부분은 이니셜로 처리한 경우가 있지만 세부 비용 내역이라든지 매출 수량 같은 민감한 수치들도 세세히 밝히고 있어서 현장감과 리얼리티가 돋보인다.

소설을 거의 안 봐서 열린책들에서 나온 책들은 읽어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한가지 단점은 독자에게는 불필요한, 건물 짓는 얘기가 너무 많아서 건너뛰면서 읽게 된다는 점이다.

x****e 2010.01.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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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밤을 새워 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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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침이 오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읽은 책이다. 어찌보면 업무일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사실만을 담아내고 있으나 그의 감성과 열정이 이토록 와닿는 것은 그의 일상을 엿보는 중에 자연스레 전해지는 강렬한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 선배, 그것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생 선배의 모습에 많은 자극을 받았다. 치열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살아가는 선배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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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침이 오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읽은 책이다. 어찌보면 업무일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사실만을 담아내고 있으나 그의 감성과 열정이 이토록 와닿는 것은 그의 일상을 엿보는 중에 자연스레 전해지는 강렬한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열심히 살아가는 인생 선배, 그것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생 선배의 모습에 많은 자극을 받았다. 치열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살아가는 선배를 만나고 싶다면, 또 지금 자신의 일을 그냥 습관처럼 하고 있다면 이 일기를 읽어볼 것을 강추!!!

m****n 2009.06.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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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짓다 :『통의동에서 책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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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3월 23일, 3월 28일만 빠진 2004년 365일의 기록. 이 일기를 몇 번의 호흡에 읽었는지 확인해보니 책 귀퉁이가 총 11번 꺾여 있다(나는 가름끈이 없는 책은 접으며 읽는다). 징글징글하다. 괴상하다면 괴상한 취미겠지만(?) 나는 음반 한 장을 사도 executive producer, producer, co-producer, directer, composer 등을 누가 담당했는지 확인해보곤 한다. 책도 마찬가지(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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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3월 23일, 3월 28일만 빠진 2004년 365일의 기록. 이 일기를 몇 번의 호흡에 읽었는지 확인해보니 책 귀퉁이가 총 11번 꺾여 있다(나는 가름끈이 없는 책은 접으며 읽는다). 징글징글하다. 괴상하다면 괴상한 취미겠지만(?) 나는 음반 한 장을 사도 executive producer, producer, co-producer, directer, composer 등을 누가 담당했는지 확인해보곤 한다. 책도 마찬가지(이 책의 발행인은 당연히 홍지웅). 그래서 과거의 어느 날엔가 웹을 검색해 저자의 이야기가 실린 80년대 후반과 90년대의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땐 장발이었다. 『통의동에서...』는 장발의 저자와 그렇지 않은 저자 사진이 모두 있다. <열린책들>의 사무실이나 책들 사진도 풍부하고. 그런데 부제가 <... 2004년의 일기>라고는 하지만 비단 어느 한 해에 국한된, 어느 하나의 직업(!)에 국한된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아니라 『다잡(多jobs) 홍(지웅)씨의 365일』인 셈 ㅡ 그러므로 결국 이 책을 읽는 건, 그것을 읽음으로써 머릿속에서 책을 쓴다는 적극적인 행위이고, 궁극적으로는 내 우뇌를 즐겁게 하는 일이며(나는 우뇌주이자인지도 모른다), 출판계의 위기다, 침체다, 하는 말이 나와도 좋은 책은 독자가 외면하지 않는다는 상투적이고도 진실된 말에 입각하듯 나도 이 책을 읽는 거다. 2월 19일 일기를 보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를 빗대어,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책 한 권이 300만 부 이상 팔린 적이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1000만 부는 상상할 수 없는 수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건 단순히 이상이나 꿈이 아닌 현실로 나타나야만 하는 일이다. 영화 한 편의 관람료와 책 한 권의 가격은 거의(정말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영화가 더 재미있는지 ㅡ 넓은 의미의 재미 ㅡ 책이 더 재미있는지는 수용자의 차이겠지만, 나는 이것이 이기고 지고의 논리는 아니라고 본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책장 어디엔가 꽂힌, 내 머리에서도 잊힌 책을 문득 끄집어내 보는 행위 자체는 영화의 그것보다 더 하다고 느낀다. 왜 책이 영화보다 <안 팔리는지>는 나로서는 의문이다. 게다가 이(내가 들고 있는) 『통의동에서...』도 2009년 3월 10일 초판 1쇄의 그것이다. 출간됐을 당시 도서관에서 잠깐 보고 작년인 2010년 말에 비로소 구입했는데 아직도 초판 1쇄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사람들은 왜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을까. 아니면 최소한 읽어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걸까. 우리나라의 독자층 ㅡ 내 살 깎아먹는 이야기지만 ㅡ 은 <이런 책>에 흥미가 없는 걸까. 사업장 하나를 굴지의 출판사로 키우고 그간 엄청난 작업을 해왔던 사람의 이야기라도, 소설이나 인문서, 처세에 관련된 책이 아니면 <안 팔리는 시대>인 건가. 폴 오스터의 『빵 굽는 타자기』의 원서 제목 ㅡ <Hand to Mouth>로 <하루 벌어 하루 산다>는 뜻 ㅡ 처럼 책과 출판 문화는 이런 식으로 진화해온 게 아니며 이 사실 또한 독자를 비롯한 모두가 알고 있을 텐데. 그래서 『통의동에서...』는 재미있게 읽은 책(인 동시에 기록)이면서도 아쉬운 책이다.


p.s 순전히 궁금증에 의한, 아직도 의문인 점. 『나무』 해적판의 주인공인 P는 어떻게 되었는가?

u******o 2011.12.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