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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폭력과 도저한 불안을 끝내 견디지 못했거나 가까스로 견디고 있을, 견뎌야 할 어린 영혼들에게
"일상의 폭력과 도저한 불안을 끝내 견디지 못했거나 가까스로 견디고 있을, 견뎌야 할 어린 영혼들에게" 내용보기
영혼 박물관   인태와 무언, 순재 그리고 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이다. 나와 인태, 순재는 어쩌다 보니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무언이만 뚝 떨어진 학교로 갔다. (p.9)   나는 인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도 인태를 놓칠까봐 애가 탔다. (p.12)   인태는 그렇게 혼자가 되어갔다. 덩달아 나도 혼자 견디는 법을 터득해왔다. 나는 인태가 낯설게 느껴지면
"일상의 폭력과 도저한 불안을 끝내 견디지 못했거나 가까스로 견디고 있을, 견뎌야 할 어린 영혼들에게" 내용보기

영혼 박물관

 

인태와 무언, 순재 그리고 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이다. 나와 인태, 순재는 어쩌다 보니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무언이만 뚝 떨어진 학교로 갔다. (p.9)

 

나는 인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도 인태를 놓칠까봐 애가 탔다. (p.12)

 

인태는 그렇게 혼자가 되어갔다. 덩달아 나도 혼자 견디는 법을 터득해왔다. 나는 인태가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이상하게 거부감은 일지 않았다. 어쩌면 인태가 언젠가는 이렇게 될 거라고 예감했는지도 모른다. 인태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떤 것을 보고 있는 거라는 느낌. 그래서인지 이상하게 나도 그 흐름에 속하고 싶었다. (pp.12-13)

 

당분간 학교를 쉴까 해.”

학교까지 그만둔다고?”

그만두는 건 아냐. 쉬는 거지.”

그게 그거잖아.”

유치원까지 합해서 12년이나 다녔으니까 쉬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그러다가 다시 가야 할 것 같으면 가고, 아니다 싶으면 안 갈 수도 있고.”

그게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야?”

맥락도 없이 불쑥, 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렇진 않아. 나름 오래 고민한 거야. 지금 이대로가 아닌, 다른 경우의수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p.15)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뭘 하고 지내는지도. 누나는 네가 집에 있을 때는 게임만 한다던데.”

누나 말은 어느 정도 맞아. 게임도 하니까. 하지만 그것보다는 주로 부검을 하고 있어.”

? 시체를 부검한다고?”

부검은 맞는데 시체는 아냐.”

그럼 뭐야?”

영혼!”

영혼을 부검한다고?”

. 죽은 자들의 영혼.”

그게 가능해?”

벌써 경험했는걸.”

어떻게 하는 건데?”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거야.”

내가 알아들 수 있게 말해봐. 좀더 구체적으로.”

이를테면 꿈속으로 영혼을 불러들여. 그리고 대화를 하는 거지. 왜 그렇게 됐는지, 뭐가 잘못됐는지 묻고 위로도 해주고. 부둥켜안고 실컷 웃거나 울기도 해.” (pp.16-17)

 

그럼 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야?”

물론, 반대인 경우가 더 많지.”

인간이 무심코 밟아 죽인 꽃과 벌레, 분풀이용으로 부숴버린 의자, 인간에게 도살당한 소와 돼지, 비행기나 배에 탔다가 죽은 사람들의 영혼도 있어. 폭발 사고로, 건물 붕괴 사고로 죽은 사람들의 영혼도…….” (p.18-19)

 

누나한테 들었는데, 네가 이따금 어딜 가서 늦게 온다고……”
, 거긴 아지트야.”
아지트?”
영혼 박물관이라고.”
영혼 박물관, 그 이름이 나를 끌어당겼다.

거기 가는 거하고 부검이 관계가 있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

무슨 말이 그래?”

거긴 그저 모여서 놀고 즐기는 데야. 물론 책도 읽고 토론도 해. 콘서트나 공연, 전시회도 열고. 그야말로 이것저것 해보는 실험실이지. 가끔 전문가들을 초대해서 빵이나 천연비누, 허브 초 같은 것도 만들어. 그걸로 물물교환 장터도 열고. 단 이윤보다는 생명의 가치를 확산시킬 활동들. 물론 실험이 쉽지만은 않아. 뭔가 시작했다가 안 되는 경우도 있거든. 그러면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하면서 때를 기다려. 점검의 시간을 가진다고 해야 하나? 어설퍼도 더뎌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어…… 먹고 싶은 게 있을 땐 재료를 가져와 자유롭게 해먹고. 오픈 키친이랄까? 중요한 건 우리끼리 한다는 거야.”
그런 걸 다 아이들이 한다고?”
그렇다니까. 너도 가볼래?”
나 같은 애도 갈 수 있는 데야?”
불안한 청춘이면 누구든 환영이야.” (pp.19-20)

 

 

저 자식은 돌아오지 않다. 하는 짓 보면 모르냐? 누구도 말릴 수 없을걸? 네 눈엔 그게 안 보여?”

우린 친구잖아. 이제 우리 셋밖에 없는데.”

아직도 우리가 친구인 거 맞아?”

인태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애도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가 봐.”

그런 건 어떤 건데? 누군 아프지 않아서 이러는 줄 알아? 나도 눈만 감으면 무언이 그 자식 생각이 나서 미칠 것 같단 말야. 무언이 그 자식은 왜 죽은 거야, ?”

그만해. 제발!”

“…….”

우리는 무언일 애도한다면서 고작 우리끼리 다투는 게 일이잖아.” (p.22)

 

더 이상 말이 필요없었다. 인태와 나는 영혼 박물관으로 향했다.

어둠을 지나 빛을 향해 나아가는, 불안한 영혼들의 꿈을 위한 실험실.’ 현관의 목판에 그렇게적혀 있을 뿐 어디에도 영혼 박물관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입구부터 계단에 이르기까지 숲의 전경이 펼쳐진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로 인해 마치 숲 속의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서는 느낌이었다. (p.34)

 

순재랑 연락했어?”

있잖아, 부검. 어젯밤에 겨우 시작했지. 원체 머릿속이 복잡한 놈이라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걔 의사 되면 시체 부검할 텐데, 영혼 부검부터 가르쳐주려고.”

죽은 것들한테만 하는 게 아니었어?”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 죽은 것처럼 살고 있는 영혼들이잖아.” (p.36)

 

 

여기까지 다 읽고 나서 이게 무슨 리뷰인가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혹은 다 읽다 말고 이게 무슨 리뷰인가 하고 나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리뷰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어떤 작품들은 자기 스스로 이야기를 하게 그냥 놔두고 싶은 게 있는데, 『영혼박물관』이 그랬다.

만약 내가 발췌한 문장들을 보고 공명한 사람들이라면, 스스로 울린 그 문장들을 보고 이 책을 찾아 읽게 될텐데, 그렇게 이 책을 만나는 게 가장 적절한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뭔가 ‘사족’처럼 덧붙이기보다는, 작품 스스로가 말하는 소리를 전해주고 싶었다. 그게 『영혼박물관』을 전달하는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곧 세월호 참사 2주기가 돌아온다. 그동안 명백한 진상 규명도 이루어지지 못했고, 책임자 처벌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살릴 수도 있는 국민들이 눈앞에서 죽어갔는데도 이를 책임지려는 위정자들은 없었고, 모든 걸 경제 논리로 덮으려 했다. 그 와중에 유가족들을 향한 도를 넘는 비난들이 가해졌고, 그를 볼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심지어 주검으로나마 가족을 찾지 못한 사람들의 비통함과 애통함이 상존하는 실정이다. 2년 동안 그 무엇도 해결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토록 무력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문제를 고통스럽게 자문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세월호 참사로 사랑하는 친구를 잃은 어린 영혼들에게 이 책을 나눠주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책임지지 못했던 영혼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을 함께 위로하고 싶다.

아직도 우리가 당신들을 기억한다고, 같은 마음으로 애도하고 슬퍼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의 저자인 김혜정이 작가의 말에서 썼듯, “일상의 폭력과 도저한 불안을 끝내 견디지 못했거나 가까스로 견디고 있을, 견뎌야 할 어린 영혼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누군가 문학의 존재 이유를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대답 대신 건네고 싶은 책이다.

 

YES마니아 : 로얄 c*****g 2016.04.10. 신고 공감 3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독립명랑소녀, 영혼 박물관에 가다!
"독립명랑소녀, 영혼 박물관에 가다!" 내용보기
명랑할 근거가 없이도 명랑하게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들 들려준 <독립명랑소녀>가 이번에는 <영혼 박물관>에 갔단다. 불안한 세상에서 꿈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아이들, 마음 붙일 곳도 기댈 데도 없어 방황하는 아이들... 그 외로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 그것이 영혼의 부검이라고 한다. 그 전언이 사뭇 진지하고 아름답다.
"독립명랑소녀, 영혼 박물관에 가다!" 내용보기

명랑할 근거가 없이도 명랑하게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세상 이야기들 들려준 <독립명랑소녀>

이번에는 <영혼 박물관>에 갔단다.

불안한 세상에서 꿈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아이들, 마음 붙일 곳도 기댈 데도 없어 방황하는 아이들...

그 외로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

그것이 영혼의 부검이라고 한다.

그 전언이 사뭇 진지하고 아름답다.

s*******8 2015.05.0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영혼도 부검받고싶다.
"내영혼도 부검받고싶다." 내용보기
10대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뭐든 꿈꾸는대로 이룰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 하지만 난 지금도 꿈을꾸고 풀리지않는 수학문제를 풀어야하는 50대 청춘을 보낸다. 10대를 추억하며 그시절 청춘들이 겪는 아픔, 방황, 침묵에 위로가 될수있는 영혼박물관에 감사한다.
"내영혼도 부검받고싶다." 내용보기
10대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면 뭐든 꿈꾸는대로 이룰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 하지만 난 지금도 꿈을꾸고 풀리지않는 수학문제를 풀어야하는 50대 청춘을 보낸다. 10대를 추억하며 그시절 청춘들이 겪는 아픔, 방황, 침묵에 위로가 될수있는 영혼박물관에 감사한다.
c*******6 2015.06.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