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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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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플라토노프를 처음 읽었다. 플라토노프의 이름은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체벤구르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 책을 사지는 않았는데 워낙 낯선 이름이라 뭘 쓴 사람인지 찾아보는 계기를 제공받았다. 1899년에 태어나 1951년에 사망했으니 러시아 현대사 중에서도 격동의 시기를 살아낸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책에는 다섯 편의 단편 작품들이 실려있다. 각각의 작품들이 어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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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플라토노프를 처음 읽었다플라토노프의 이름은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체벤구르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그 책을 사지는 않았는데 워낙 낯선 이름이라 뭘 쓴 사람인지 찾아보는 계기를 제공받았다. 1899년에 태어나 1951년에 사망했으니 러시아 현대사 중에서도 격동의 시기를 살아낸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책에는 다섯 편의 단편 작품들이 실려있다각각의 작품들이 어떤 주제를 다루며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와는 별개로 몇 가지 공통되게 발견되는 사항들이 있다. (다섯 편 모두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하나는 철도와 기차 얘기가 작품의 중요한 소재가 되거나 흐름 상 의미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열차를 타고 내리거나 운행하는 얘기가 작품 곳곳에 깔려있다플라토노프의 아버지가 철도 기술자였으며 플라토노프 자신도 열차 기관사의 보조원으로 일했던 경험이 여러 작품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궁핍하거나 권력과는 거리가 먼 서민들이다권력은 보이지 않으며 서로 갈등하고 부대끼며 사랑하고 옹호하는 생활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또 하나는 배우자와의 관계에 흔들리는 남편이 등장하며 그들의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여성의 굳은 심지와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라는 점이다정치적 상황 때문이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플라토노프는 부부가 다 살아있는 상황이라면 일부일처제를 옹호하는 입장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는 글쓰기를 한다.


플라토노프는 1931년에 발표한 [저장용으로빈농의 기록]이라는 작품을 읽은 스탈린이 분노함으로써 상당한 수준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그래서인지 이 책에 실린 작품 중 1930년대 중반에 발표된 몇 작품은 약간 propaganda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불우하고 힘든 생활을 견뎌내고 타인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를 보호하고 지탱하는 모습을 보이는 인물들은 자신에게 쏟아진 비난을 넘기 위한 몸부림의 산물이 아닐까 싶었다.

  이 단편집에 수록된 첫 작품인 귀향-책의 해설 등에서는 이바노프의 가족이라고 한다-은 플라토노프가 쓴 마지막 작품이다. 1946년에 발표한 이 작품이 다시 당으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으면서 플라토노프는 더 이상의 작품을 발표할 수 없었다고 한다고난을 극복하고 승리하는 영웅의 모습을 그려냈어야 했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이바노프가  그런 모습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는 게 스탈린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다육신은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아직 마음은 돌아오지 못한 귀향 군인의 흔들림을 당시의 권력은 허용할 수 없었던 것 같다작품의 흐름이 다소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말과 행위는 충분히 이해되며 그들의 불안 역시 납득이 되는 상황이다시대를 잘못 타고난 작가의 고통을 상상하게 된다.

  모든 작품들에서 보이는 상황 묘사와 각 인물들이 보이는 심적 갈등의 묘사가 섬세한 점은 플라토노프가 보이는 장점이다.


P.S.

책세상에서 나오는 각종 문고 류는 일단 가격 면에서 반갑다특히 세계문학 영역은 오래 전에 발간된 것들이 남아서-이 책을 작년에 구입했는데 2002년 12월에 발간된 초판 1쇄이니요즘의 책값에 비하면 많이 싸다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 여럿 있으니 문학에 관심을 두신 분들이라면 이 문고를 들여다보시고 품절되기 전에 장만해두시면 좋을 듯하다. 

a******9 2018.07.05. 신고 공감 5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