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립형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재생버튼을 누르고, 주섬주섬 책을 챙겼다. 그리고 CD가 돌아가기 시작한 순간, 과장없이.. 손이 멈추고 입이 반쯤 벌어졌다. [You were there]..막 수업이 끝난 어수선한 강의실이 청아해졌다. 잠시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었다. 비가 오더니 약간 싸늘해진 날씨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시리게 귀에 젖어오는 음색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소년합창단..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빈소년합창단을 떠올릴 것이고, 조금 더 안다면 파리나무십자가가 떠오를 것이다. 빈소년합창단은 매년 한 팀씩(나머지 세 팀은 빈을 지킨다) 세계순회공연을 하고, 성가(聖歌)의 형식에서 벗어나 유명 팝을 리메이크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데 가장 성공한 소년합창단이다. 나는 고등학교 때 방송부활동을 하면서 이들의 음악을 구해 듣기 시작했는데,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보이소프라노합창>중에 리베라로 시작해 리베라로 끝나는 곡이 하나 있었다.(이번 베스트앨범에 수록되었는데, 제목도 [Libera]더라;;) 그래서 알게 된 게 리베라소년합창단이었다. 그때는 소년합창단이면 그냥 다 같겠지.. 하고 말았다. 한창 빈소년합창단의 내한공연을 찾아다니고 세일러복을 입은 남자아이들이 부르는 팝에 황홀해할 때였으니까.
간신히 정신을 차려 레포트를 제출하고 강의실을 걸어나왔다. 해가 거의 기울었다.
베스트앨범이라는 타이틀답게 수록된 곡 하나하나가 명곡이고 음질 또한 예술이다. 그들의 고정 레퍼토리가 되어버린 [Sanctus]나 [Ave Maria]등을 제외하고라도, 엄선된 고전 성가와 엔야 등의 팝페라 장르에서 따온 신비로운 음악들.. 수줍은 듯 소박하게 귀를 끄는 [Secret], [We are the lost] 그리고 가끔은 비트감있는 [Salva me], [Libera]나 [Gaudete]등을 섞어주어 전체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균형이 잘 잡힌 모양새이다. CD1에서는 13번의 [Air on the G string]을 추천하고 싶은데.. 굉장히 익숙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가사가 없는 보칼리즈 형식으로 편곡한 트랙이다. 바이올린 대신 소년의 목소리를 악기삼아 연주해가는 G선상의 아리아.. 여리디 여리게 이어지는 도입부분의 솔로를 듣다가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애절함과 비장미가 돋보이는 4번의 [Salva me]. 당분간은 CD1에 빠져 살 것 같으니 CD2는 차후에..^^
합창단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들의 목소리는 신에게 바치기 위한 것이다. 순수한 소년들의 때묻지 않은 마음으로 오롯한 신을 향해 노래할 때 이들의 존재는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틀을 벗어나 좀더 대중적으로 다가서려는 시도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진정한 감동을 주는 것은 역시 가장 본연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다.(빈소년합창단의 그 기품있는 아이들이 "너는 나의 엑스터시~"할 때는 솔직히 살짝 놀랬다.)
강경옥 작가의 Normal City에서, 어릴적부터 자신을 괴롭혀오던 강박에서 벗어난 소녀가 창가에서 아침햇살을 맞으며 이야기했었다. "마치 오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침인 것만 같은 기분이야." 그리고 난 오늘 저녁에 그 기분을 맛보았다. 가장 아름다운 저녁인 것만 같다.
ps. 가사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틴어는 전혀 모르지만 그래도ㅠㅠ |
|
세개의 합창음악을 듣고 있는데 빈소년,옥스포드뉴컬리지,리베라소년합창단입니다.
모두 특색이 있고 아름다워요. 리베라소년합창단은 약간 뉴에이지쪽인거 같아요. 클래식하지 않고 뉴에이지라 너무 신비롭고 너무 아름다워서 지상의 소리같지 않다는 느낌??? 천사가 부르는 음악이 맞네요.
하루일과를 마치고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들으면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질거 같아요 어떤음악은 너무 아름다워서 가슴이 아프고 슬픕니다. 세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다 사소하게 느껴질듯한 그런 공간에 있는 듯한//// 아뭏든 cd두장을 한장값에 사서 본전을 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