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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까지만 하더라도 가족 관계에서 아들과 딸을 따지지 않았고 처가살이와 친정살이가 널리 유행하였다. 그래서 16세기엔 딸아들 차별없이 재산 상속이 이루어졌고 제사도 자녀들이 서로 돌려가며 지내는 윤회봉사(輪回奉祀)가 관행이었다.
<미암일기>는 1567년에서 1577녁까지 11년에 걸쳐 매일 한문으로 기록한 유희춘의 개인일기인데 미암과 부인 송덕봉 그리고 자녀와 일가친척 집안의 노비들 이 서울과 향촌에서 살아가는 모습이을 이야기체로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 정창권은 한국학 연구서 상임 연구원이며 고전 문학 전공자로 유희춘의 미암일기의 연구서를 이야기 형식으로 일기의 내용을 소설로 재현했다. 그 시절의 관직생활, 살림살이, 나들이, 재산증식, 부부생활, 노후생활까지 알수 있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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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자주 다툼이 발생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본가" 이 말은 듣는 저에겐 몹시 불쾌함을 느끼게 하는 단어였습니다. 그러나 그말에 반박할 수 있는건 단지 저의 심정 뿐이였습니다. 후~ 이제야 그말에 제대로 반박 할 수 있는 지식을 알려주는 책을 발겼하여, 읽는 동안 가슴이 몇번이나 후끈하게 달아 올랐습니다. 저에게 "본가"라는 말은 온전히 시댁만을 일컷는 말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은 조선시대,즉 일본의 침략기를 거치기 전의 생활사를 몰랐던 것입니다. 여자가 결혼을 하면 모든것(종교,신혼집의 위치,사상...)을 시댁에만 맞춰야 한다는 발언은 일제기의 잔재라는 것을 이제는 말할 수 있게 해준 이책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
| 워낙 역사 관련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16세기 조선시대 양반네들의 일상적인 삶이란 어떠했을까라는 호기심+남의 일기를 훔쳐본다는 즐거움을 갖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미암 유희춘이라는 한 개인이 꼼꼼하게 기록한 일기를 현재의 우리가 읽기 쉽게 풀어쓰며, 그 당시 상황을 재현해 낸 책인데, 미암은 우리가 잘 아는 허준이라든가 송순, 이황 등의 당대 학자들과 교유하였고, 전라감사, 사헌부 대사헌, 홍문관 부제학 등을 지냈다. 이 책의 장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우선 너무나 재미있어서(역시 남의 일기를 읽는다는..) 마치 소설처럼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양반들의 시시콜콜한 실생활에 대한 정보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 일례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지금과 같은 가부장적 가족 관계도 이때는 전혀 없었다. 유교적 폐습에 의한 현재와 같은 사회 전반적인 지독한 가부장적 제도는 17세기 이후, (개인적인 판단으론 인조반정 이후) 집권 세력의 자기 정당성을 획득하고자, 사회 전반적으로 엄격한 유교적 윤리를 판단의 잣대로 이용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인 셈이다. 결혼을 하면, 관직에 있는 남자들은 대부분 떠돌아 다녀야 했기 때문에, 처가에 들어가 살았고, 제사 역시 똑같이 지냈으며, 남녀 간의 관계가 대등한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지니고 있었다. (사실 이러한 내용인지 모르고 그냥 읽게 되었는데....어찌나 속이 다 시원하던지...) 그러나, 이 책을 단순히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보기만 한다면 이 책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그 당시 사람들의 생생한 삶...이사는 어떻게 다녔으며, 목욕은 어떻게 했고, 결혼하고, 제사 지내고, 생일 잔치하고, 책꽂이 정리는 어떻게 하고...등등..진짜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정리된 이 책을 보면서...때론 웃음도 나고(주인공이 목욕하기를 싫어한다거나, 한동안 이가 많이 없어졌다가 다시 생기니까 좋아하는 대목 같은 거<-옛사람들은 죽을 때가 되면 이가 없어진다고 생각해서 기뻐했다고 한다) 때론 동감도 하고(병을 핑계로 궁궐에 안 가는거...--;) 하면서 읽다보면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 (이러한 책들을 읽고, 사극 등의 고증을 많이 고쳐야할 것 같다) 한번 쯤 읽고, 지금 우리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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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역사라 해야하나, 역사의 일상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굵직굵직한 사건이나 인물 위주의 역사는 흥미를 끌기는 쉬우나 자극성 강한 음식처럼 언젠가는 질리게 마련이다. 그때쯤 생각나는 것이 역사의 갈피에 숨겨져 무심히 넘어 갔던 일상의 모습들이 아닐까? 너무나 흔하고 소소해서 별다른 가치나 의미를 두기가 힘들다고 볼 수도 있으나 정작 중요하고 도도한 흐름은 그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마치 전체의 99%는 수면 밑에 감춰 놓은 빙산처럼 한 시대를 온전히 - 과연 어느 정도가 온전한 이해인가는 정도의 차이겠지만 - 이해하기 위해서 일상의 탐구는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상당한 기대를 가졌다고 해서 성급했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선 중기의 미암 유희춘이란 문신을 나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그가 퇴계며 기대승이나 송순같은 학자들과 이산해니 누구니 하는 굵직굵직한 관료와 교류한 당대의 유명인사임을 알게 되었지만 애초에 그런 것은 별 관심이 없던 바였다. 중요한 것은 1567에서 1577년까지 10여년이 넘게 씌여졌다는 그의 일기를 통해 당대 사대부의 내밀한 속내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 결론적으로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충족 시켜주지는 못한 것 같다. 내 생각과 달리 이 책은 미암집이란 개인의 문집을 편자가 나름의 기준으로 재구성한 2차 자료이다. 더구나 그것도 단순하게 내용을 재편집한 것이 아니라 편자의 주관적 해석하에 풀어 써 놓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애초에 기대했던 원 저자의 직접적 육성을 듣기는 힘들어 진 것이다. 물론 읽는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식의 가공품이 더 입맛에 맛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나로서는 날 것 그대로의 원재료를 만나고 싶었던 터라 실망 할 수밖에 없었다. 원본을 - 물론 우리말로 옮겨진 - 구할 수 있는가 검색해보니 5권짜리가 있는 모양인데 현재 절판이란다. 따로 도서관을 이용해야 하는지 방법을 궁리해 봐야겠다.
사족 하나 - 책 제목이 상당히 운치가 있어 뭔가 그럴듯한 조선조 사대부 계층의 로맨스를 기대했었다. 불륜이나 샛바람질이 아니 부부간의 은근하고 깊이있는. 이 책의 내용에서는 그런 점을 발견하기가 힘들었다. 미암과 그의 정부인인 덕봉 송씨가 금슬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하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는 힘들었다. 이 역시 원본을 읽다 보면 느낄 수 있는 것인지. 아무튼 기획의 승리라고 해야 하나?
사족 둘 - 책 중간중간에 감사나 현감 같은 지방관들이 낙향애 있는 사대부들의 살림을 챙기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쌀이며 반찬등을 챙겨 주는 것은 다반사고 집을 짓는데 인력을 빌려 주기도 하고 급기야는 토지 매입을 위한 자금 변통까지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드문 일이 아니었던 모양인데... 이 책의 내용만 가지고는 정확한 당시의 실상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일단은 양반의 특권이 지나쳤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저러고도 나라의 재정이 건강하길 바란다면 웃기는 일 아닐까? 저런 특권의 향유에 익숙해져 있는 계층들이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에 생산적인 논의를 하리라고 기대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조선 중기를 나름 긍정적인 면에서 보고 있는 편이다. 특히 여성의 권리가 후기에 비해 강했다는 측면에서. 그러나 위와 같은 사회구조를 보고서는 그런 평가에 동의 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이다. 이런 사회 구조가 후기에 비해 그나마 낫다고 한다면 조선의 후기 사회 구조가 더 어이없었다고 말할 수밖에... |
| 사실 이 책이.. 초반부에는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갈수록 책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20장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앞까지 읽었던 것을 서점에 가서 다 읽고 돌아왔다. 이 책은 하루하루의 생활을 돌아봄으로 16세기의 조선사회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생활사를 통해서 16세기의 조선시대를 돌아보게 되고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한국이(조선이) 가장에게 모든 권한이 주어지고 여자는 삼종지도, 칠거지악이라는 것을 등식으로 대표되었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이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남존여비사상이 보여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부인 송덕봉의 당당함과 멋이 묻어나지 않던가. 또한 그 시기의 처가살이를 통하여 그리고 제사나 재산분배에 있어 아들 딸 구분없는 모습은 16세기의 조선시대가 오늘날 우리가 아는 조선시대와는 참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이 한권으로 모든 것을 다 알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녀를 통해서 살림을 산다는 것(오늘날에는 단순한 집안일..그야말로 흥미롭기보다는 힘겨운 일로서의 살림이지만... )이 무엇인지, 결혼을 하고도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가족공동체라는 것에 대하여.. 이 책을 읽는 내내 사실은 내가 여성이기 때문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미암 유희춘보다는 부인 송덕봉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추어진다. 사실 우리가 모르긴 해도16세기인들은 참으로 당당하였다고 한다. 비록 관비라 할 지라도 그녀가 의녀이거나 여형사 였다면 그것이 여성이라는 것보다도 더 앞섰기에 그녀들의 기개 또한 참으로 높았다고 한다. 또한 미암은 책읽고 책모으는 것을 좋아하여 대략 3500여권의 책을 소장하였는데 중국에 다녀오는 사신들에게 구입해달라고 하기도 했고 직접 그대로 보고 쓰기도 했으며, 또한 반값으로 샀다가 전가로 파는 선비(?)들로부터 구입하기도 하였다. 가끔 조선시대 선비들은 책을 사고 모으는데 깊이 빠져서 심지어 먹을 것이 없을 때에는 책을 팔아서 끼니를 연명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주 세세히 미암이 소장한 책을 리스트로 적은 것을 저자가 정리를 해두었다. 특히 여기서 또 덕봉의 지혜가 드러나는 부분이 있는데 미암이 '예기'라는 책을 사고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는 것을 덕봉이 서가 정리를 하면서 찾아서 주는데 그 많은 책들의 측면에 표기를 함으로써 다음번에 책 찾기가 쉽도록 하는 지혜를 보이기도 했다. 미암과 덕봉이 주고 받던 편지에는 늘 말하는 것 이상의 표현을 시로 담아서 보내곤 했는데 참으로 멋있기 그지 없다. 이 책을 보고 나니 그전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던 조선의 뒷골목 풍경에 대하여 궁금해진다. TV 드라마로 내어놓는다면 사실 그간의 식상한 장희빈이나 정난정, 연산군, 대원군..뭐 그런 이야기들 보다도 훨씬 신선할 터인데 말이다. 오늘날 보다도 여성과 남성이 좀더 평등한 시대. 일부로 평등이나 차별을 부르짖지 않아도 되는 그 시절에 대하여 다시 돌아본다면 말이다. 혹자들은 뭐라고? 지금처럼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가 된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다면 이 책을 꼬옥 읽어보기를 바란다. 덕봉의 삶에 묻어난 여유로움(그녀에게는 안주인이라는 말로만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 부부간의 존중하는 마음(함께 또 따로 개인으로서 있는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그것을 표현하는 글들을 보면서 무릇 부부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를 존중하고 각기 제 위치에서 자신의 삶을 힘껏 누려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실 가족공동체이기 어려운 이 즈음에 일과 육아를 함께 해야하는 여성들이게 있 쉬운 일은 아니고, 오늘날 '미암'과 같은 인물도 흔하지는 않은 듯 하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는 노비와 주인, 양반들과 첩, 그리고 처가살이, 나들이, 살림살이, 기타 시집살이(시어머니 덕봉의 마음씀이 묻어난다.)의 생활사을 한 사람의 일기를 통해서 보여준다. 작가가 사실을 통해서 재구성한 부분은 좀 쉽고이해하기 쉽도록 그려져 있다. |
| 이제까지는 역사를 대개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아왔다. 거시적 인 시각으로만 보아온 역사는 한 개인에게만 촛점을 맞추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왕이나 위인, 영웅들은 개인을 넘어서 나라와 운명을 같이 하므로 단지 한 개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국가와 시대와 운명을 같이 했던 왕이나 영웅이 주인공이었다. 그것은 그만큼의 무게와 책임있는 해석을 요구하며 역사를 보는 자에게 몫을 부여해 주었다. 하지만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 미암일기 1567-1577'는 미암 유희춘의 개인일기를 통해 당시의 소소한 개인사와 생활사를 마치 이웃집 들여다 보듯이 친근하게 보여준다.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약점투성이고 종종 다투고... 그리고 그의 일기에는 동의보감의 허준 등 역사 속에서 낯익은 이름들도 등장한다. 실력있는 문필가이기도 했던 미암의 아내 덕봉의 뛰어난 지혜와 살림살이와 노비들의 이야기,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달리 당시의 조선에서는 '비교적' 남녀의 의무와 권리가 평등하였다는 것과 부부는 혼인한 뒤에 처가살이를 하며 장인 장모를 모셨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한 권의 역사책을 드문 일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
| 그동안 TV등을 통해 항상 보아왔던 '양반'생활이란건 남자들은 화려한 갑옷을 입고 말을 타는 무관이나 위엄있는 관복을 입고 가마에 올라타 궁궐에 드나들거나 마루위에 뒷짐지고 서서 큰소리로 노비들에게 호령하고 정갈하게 치운 사랑방 비단방석 위에 앉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었다. 가끔은 뜻이 맞는 선비들과 경치좋은 정자에서 간단한 술상을 놓구 시를 읊고 호쾌한 웃음을 날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여자들은 한눈에 고급스럽고 빛깔고운 비단으로 옷을 해입고 노리개와 옥가락지등 악세사리로 치장하고 방에 앉아 수틀을 앞에 놓고 자수를 놓는다거나 어여쁜 자기로 차를 마시거나 노비들이 들여오는 밥상으로 식사를 하고 몸종이 거들어주면서 몸을 씻는 등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책을 읽으며 결코 양반생활도 생각만큼 만고태평한 손쉬운 것만은 아니었다.더구나 조선중기의 생활은 우리가 흔히 아는 조선시대 후기의 모습과는 차이가 있었다. 미암 유희춘의 11년간의 개인 일기를 토대로 하였다는데, 다소 개인적인 부분이지만 어느정도 그 시대의 실상을 보다 가까이서 살펴볼수 있는 좋은 자료인듯 싶다. 무엇보다도 여성들의 지위가 지금까지의 생각과는 달리 남성들과 동등하였다는데 흥미롭다. |
| 이 책은 미암 유희춘이라는 분이 남긴 일기를 토대로 16세기 조선조의 생활을 이해하기 쉽게 써 놓았습니다. 소소한 집안일에서부터 개인의 일상사. 사회사까지 자세히 알수가 있지요. 집안의 집기나 의복. 음식. 잠자리.부부문제. 재산증식등등 두루두루 자세히 나와 있어서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아주 좋습니다. 이 책을 읽을때 이런점도 한번쯤 생각해보면 어떨런지요. 노비를 통해서만 모든 일을 하고 생활을 할수있는 양반들이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었을지. 육체적인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사람은 누구나 금방 병들기 마련인지라 . 정신 역시도. 또 소출은 적고 땅덩이는 적은지라 양반들 사이에 권력다툼이 일어날수밖에 없고 그래서 당쟁이라는 역사가 시작되는 배경이 되기도 함을. 쉽고 편하게 읽을수있는 책이지만 생활사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도 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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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 좋은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정창권의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는 보기 드문 작품이다. 미암일기라고 해야 맞을 이 책은 1513년부터 1577년까지 16세기를 풍미한 당대의 문인이었으며 정2품의 벼슬을 한 미암(眉巖) 유희춘이 55세인 1567년부터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1577년까지 약 11년에 걸쳐 거의 매일 한문으로 기록한 일기가 주요 소재로 하여 쓰여진 것이다. 일기이기 때문에 이 책은 16세기 조선시대의 생활사를 소상히 알아볼 수 있다. 집안의 대소사와 신변잡기, 왕실 소식, 가계의 수입과 지출, 결혼, 부부간의 사랑, 노비문제 등 두루 섭렵되어 있다. 게다가 저자는 이 미암일기를 책으로 내기까지 조선시대의 사료, 문집, 생활사, 가족사, 여성사를 비롯하여 미술, 음식, 건축, 복식, 농업, 노비에 관한 광범위한 문헌들을 참고함으로써 일기에서만 나올 수 있는 사고의 정체성을 훌륭하게 극복하고 남음이 있다.
미암이 홍문관 부제학에 제수되어 홀로 서울에서 관직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미암은 부인에게 홀로 지내면서 여색을 가까이 하지 않았으므로 은혜를 입은 줄 알라며 자랑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부인은 장문의 편지를 보낸다. 겉으로 인의를 베푸는 척하는 것이 남이 알아주기를 원하는 병폐요, 홀로 독숙(獨宿)함은 스스로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질책한다. 16세기 여권의 강했음을 드러내는 보여주는 실례이다. 양반이 첩을 두는 이유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혀 놓고 있다. 무비판적인 사회적 풍조, 남성들의 잦은 거주 이동, 부인의 일을 대신하기 위한 것, 여색을 탐하는 일 등의 이유가 그러하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실례들이 부지기수로 나타나고 있고, 그런 잔잔한 흐름들이 책을 잡고 단박에 읽어내도록 만드는 마력을 보여주고 있다.
16세기의 사회는 여성의 역할이 매우 큰 시대였다. 허난설헌, 신사임당, 황진이, 이매창이 이 시대의 여성이다. 그것은 실로 사회에 있어서 여성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고 가족 또한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남자가 여자 집으로 혼례를 올리고 그대로 눌러 사는 장가와 처가살이 혹은 친정생활이 보편적 혼인풍속이었다고 하며, 제사 역시도 장손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돌려 가며 제사를 지내기도 하고, 외가집 식구들과 돌려 가면서 외조부의 기제를 지내거나 처부모의 기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신사임당이 외가인 강릉에서 태어났고, 덕수 이씨 이원수와 결혼한 후에도 친정인 강릉에서 지내다 율곡을 나았다는 것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이 책으로 말미암아 충분한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이 바로 그런 것이다. 역사의 이해란 인물에 대한 이해나 정치적 배경 뿐 아니라 그 당시의 사회적 제도, 관습, 생활사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인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책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으나, 정창권의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는 수작 중의 수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상깊은구절]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가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였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중략)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요.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당신의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