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3)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67%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33%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10.0
  • 50대 6.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불을 지펴야겠다
"불을 지펴야겠다" 내용보기
아빠는 마음이 가난하여 평생 가난하였다 눈이 맑은 아이들아 너희는 마음이 부자니 부자다 엄마도 마음이 따뜻하니 부자다 넷 중에 셋이 부자니 우린 부자다 ('반올림 - 수림이에게' 전문)   찬바람 매서운 겨울날 군불 뜨끈히 땐 방에 들어선 것 같은 따뜻한 시집을 만났다. '불을 지펴야겠다'는 제목에서부터 올라온 온기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식지않고 내 마음
"불을 지펴야겠다" 내용보기

아빠는 마음이 가난하여 평생 가난하였다

눈이 맑은 아이들아

너희는 마음이 부자니 부자다

엄마도 마음이 따뜻하니 부자다

넷 중에 셋이 부자니

우린 부자다

('반올림 - 수림이에게' 전문)

 

찬바람 매서운 겨울날 군불 뜨끈히 땐 방에 들어선 것 같은 따뜻한 시집을 만났다.

'불을 지펴야겠다'는 제목에서부터 올라온 온기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식지않고 내 마음을 따뜻이 덮혀주었다.

 

'반올림'에서 '마음이 가난하'다고 말한 것은 시인 자신을 두고 한 말일까?

하지만 시집을 읽어보면 시인에 대한 느낌이 그 반대로 다가온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모두 애정어린 시선을 보낼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는 이 세상의 구석구석을 돌아볼 여유가 없을 거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살며시 엿본 듯한 기분이다.

이런 일기 적을 수 있다면 늘 똑같아 보이는 하루하루가 사실은 얼마나 다채로운 시간들이었나 새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젊은 코미디언 이야기가 담긴 시 한 편이 어쩐지 오래 가슴을 울린다.

시를 읽다가 잊고 있던 그 얼굴이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해졌더랬다.

아 맞다, 그때 그렇게 세상을 떠난 그 사람이 있었지...

누군가에게는 평생 쏟을 눈물의 거의 전부를 쏟아내야 했을, 크나큰 슬픔을 가져다 준 이별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잠깐의 애석함으로 지나갔던 일. 웃음을 보내기 위해 가던 길 위에서 사고를 당하고 끝내 세상을 떠난 그녀의 이야기를 보며, 나는 앞으로도 가끔씩 그녀를 떠올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웃음을 주려다 세상 떠난 누군가 있었다고.

 

시집 속에 풀어놓은 작가의 '사소한 기억' 속을 거닐며, 내 잊혀진 기억들도 떠올려보고, 이리저리 타인의 삶을 상상도 해보고 포근한 시간이었다. 한 번도 해 본 적 없지만, 부뚜막 앞에 앉아 아궁이에 나뭇가지 밀어 넣으며 불을 때보고 싶어졌다. 

j******o 2009.03.1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시와 만나다...
"시와 만나다..." 내용보기
기러기   개화산 너머에 푸른 강이 있다. 겸재의 한양진경 파릉팔경에 나오는 강이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개화산 아래 강기슭에 살았다 예전처럼 헛개나무에 오줌을 누다 하늘을 보니 기러기 난다 활처럼 휘어 무리지어 날던 이들이 내 눈 위에서 대열을 바꾸어 V자를 그리며 날아간다 힘내라는 뜻이다 내 선배들은 이 나이에도 징역살이를 했다 지금도 옳은 일을
"시와 만나다..." 내용보기

 

기러기

 

개화산 너머에 푸른 강이 있다. 겸재의 한양진경 파릉팔경에 나오는 강이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개화산 아래 강기슭에 살았다

예전처럼 헛개나무에 오줌을 누다 하늘을 보니

기러기 난다

활처럼 휘어 무리지어 날던 이들이

내 눈 위에서 대열을 바꾸어

V자를 그리며 날아간다

힘내라는 뜻이다

내 선배들은 이 나이에도

징역살이를 했다 지금도

옳은 일을 하다가 감옥에 갈 일은 많다

그러나 나는 방 안에 처박혀

몇 편의 시를 쓴다 그때 내 나이에 선배들은 얼마나 나의 이 외로운 밤을 그리워했을까

내가 헛개나무 뒤로 슬며시 모습을 숨기자

활처럼 다시 대열을 이루며

기러기 난다

 

..................

지금도 옳은 일을 하다가 감옥에 갈일은 많다...라는 말이 정말 피부에 와닿는다. 방안에 처박혀 몇 편의 시를 쓰고 있는, 글을 쓰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알것 같다. 아니 시인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얼마전 우리 가족도 옳은 일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한 옳은 일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하고 그리고....옳은 일을 하는 와중에도 너무나 어려운 고난들이 많다...어려운 일만 할수 있는 것은 아니고 더 어려운 일들이 더 어렵게 한다. 그래서 나는 그만두라고 하였다. 옳은 줄은 알지만 방안에 처박혀 글을 쓰는게 낫지 않겠냐고 이끌었다. 나의 이끔이 잘못된 것일까? 옳은일을 하려고 하다가 얽힌 일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우리를 꼭 붙잡고 놔주지 않으려 한다. 더이상 너와 관계하지 않겠다고 외면을 하려고 해도 자꾸 따라온다.

 

불을 지펴야겠다

 

.................

의미있는 일을 한번 해야겠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서설이 내리기 전 하나의 방을 마련해야겠다

 

..........................

의미있는 일은 무엇일까? 반문해보게 하는 그러한 싯구절이다. 의미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의미있을 하려해도 의미없는 일들이 자꾸 회방을 놓는 경우가 참 많다. 한길로 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걸레가 나쁜가?

걸레도 걸레 나름으로 밤하늘에 나부낄 때가 있다

.................[걸레]중

 

이러저러한 시를 읽다보니 불현듯 나의 잘못한 일들이 떠오른다. 혹시 내가 아는 사람중 나와 연관된 안좋은 기억을 되새겨 보며 시를 쓰는 사람이 생겨나면 어쩐다지? 주위에 글쓰는 사람이 없는 것이 마음이 편할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걸레라는 시도 정말 가슴 아픈 일인데도 불구하고 참 구수하게 글로 풀어놓았다. 걸레가 나쁜가? 나쁘지 않지.... 걸레는 더러운 것들을 닦아내는 역할을 하니 말이다. 걸레도 걸레 나름으로 밤하늘에 나부낄 때가 있다~~라는 말이 푸근하게 들린다. 그 말 또한 맞는 말이니 말이다. 어릴적에는 엄마가 걸레를 가지고 오라고 하면 두개의 손가락으로 더럽다는 듯이 들고 갔다. 하지만 그런 딸을 보는 지금은 딸에게 퉁박을 놓는다. " 네 손이 더 더럽거든?"

 

[굴욕에 대해 묻다]라는 싯구절도 가슴으로 이해가 된다. 냉전중에 아내에게서 밥을 얻어먹는 것도 치사스럽고 굴욕적일 것이고 아내가 맛나게 해준 밥을 남편이 깨작깨작 거리는 것 역시 굴욕인 것이다.  남편에게 보여주어도 아마 빙그레 웃을 것 같다. 자기도 아는 이야기일테니 말이다.

 

'시란 무릇 인간의 소리없는 함성이요 그 목소리가 두루 인간세계에 빛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라고 시인은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시에 인생이 끌려가는 근대문학은 사라지고 생명과 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를 소중히 하고 동시대인과 순행하는 시의 시대가 와야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에서 차분함과 마치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짓고 웃음짓는 그러한 나의 모습을 이웃들의 모습들을 보는듯하다. 그리고 그 시인의 아내의 고충도 이해가 가고 말이다. 시인의 아내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겪어보고 싶지는 않다. 지금으로도 충분하니 말이다.

y****4 2009.03.1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글을 쓰는 사내가 걷는 길 (불을 지펴야겠다)
"글을 쓰는 사내가 걷는 길 (불을 지펴야겠다)" 내용보기
시를 노래하는 말 287글을 쓰는 사내가 걷는 길― 불을 지펴야겠다 박철 글 문학동네 펴냄, 2009.3.2. 7500원아빠는 마음이 가난하여 평생 가난하였다눈이 맑은 아이들아너희는 마음이 부자니 부자다엄마도 마음이 따뜻하니 부자다넷 중에 셋이 부자니우린 부자다 (반올림, 수림이에게)  지난날에는 그저 파묻히고 말던 이야기였으나, 이제는 바깥으로 환히 드러납니다. 지난날에는 힘이
"글을 쓰는 사내가 걷는 길 (불을 지펴야겠다)" 내용보기
시를 노래하는 말 287


글을 쓰는 사내가 걷는 길
― 불을 지펴야겠다
 박철 글
 문학동네 펴냄, 2009.3.2. 7500원


아빠는 마음이 가난하여 평생 가난하였다
눈이 맑은 아이들아
너희는 마음이 부자니 부자다
엄마도 마음이 따뜻하니 부자다
넷 중에 셋이 부자니
우린 부자다 (반올림, 수림이에게)


  지난날에는 그저 파묻히고 말던 이야기였으나, 이제는 바깥으로 환히 드러납니다. 지난날에는 힘이 없던 이들한테 쓰라린 이야기였으나, 이제는 힘을 휘두르던 이들 몸짓이 낱낱이 드러나고요. 고은 시인이 저질렀다는 성추행이 널리 불거지면서, 다른 문인들이 저질렀다는 성추행이나 막짓도 하나하나 불거집니다. 이 가운데에는 송기원 소설가가 술자리에서 새내기 시인 볼에 뽀뽀를 했다가 뺨을 맞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문단에서 힘이 있다면서 여린 이한테 더럽거나 지저분한 짓을 일삼은 이들은 그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까요? 그들이 저지른 더럽거나 지저분한 짓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고개 숙이거나 무릎 꿇거나 빌거나 뉘우친 적이 있을까요?


어느 날 나는 아내 앞에서
나도 모르게 북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 학원비로 분위기가 냉랭한 가운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툭 던지고 말았다
몸이 아파도 주눅들지 않는 곳에 가서 살고 싶다고
고개를 돌리며
아내는 신경질적으로 낮게 읊조렸다
“당신은 거기 가면 아오지 감이야” (아오지)


  고은 시인 막짓과 함께 새삼스레 불거진 송기원 소설가 막짓 이야기를 듣고 나니, 송기원 시인이 1990년에 낸 《마음속 붉은 꽃잎》(창작과비평사)이라는 시집을 읽던 무렵 매우 거북하던 일이 떠오릅니다. 이 시집은 송기원 소설가가 전라도에서 ‘술과 몸을 파는 늙은 가시내’를 만나서 술 마시며 나눈 이야기를 가득 다룹니다.

  박철 시인이 2009년에 낸 시집 《불을 지펴야겠다》(문학동네)에는 이녁이 ‘지방에 일을 보러’ 가서 ‘가시내를 옆에 끼고 잔 이야기’를 쓴 시가 나오기도 합니다. 송기원 소설가는 ‘술과 몸을 파는 늙은 가시내하고 술 마시며 나눈 이야기’를 시로 담았다면, 박철 시인은 ‘가시내를 옆에 끼고 잔 이야기’를 〈인연〉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시집에 실었습니다.


둘 다 괜찮다고 말하며 몸을 내려올 때 문밖에서 호각소리가 들렸다
새벽녘, 잠이 든 그녀를 두고 골목을 빠져나오다가
모퉁이 구멍가게에서 계란 한 봉지를 사서
되돌아가 슬며시 문을 열고 들여놓았다
방문 소리에 잠이 깬 그녀가 아유, 이걸 뭘, 하며 몸을 일으키곤
밥이나 좀 끓여 먹고 가라고 손을 잡았다
첫차 타고 산에 올라야 한다며 돌아나오는데
아침 해가 까맣게 떠오르고 있었다 (인연)


  《불을 지펴야겠다》라는 시집을 읽은 지 여러 해이지만, 이 시집을 두고 뭐라 말해야 좋을는지 아리송합니다. 한쪽에서는 이녁 아이하고 곁님하고 늙은 어머니를 그리는 이야기를 시로 쓰는데, 다른 한쪽에는 ‘가시내를 돈으로 사서 잠자리에 든 이야기’를 시로 써요.

  이러한 시는 ‘안과 밖은 모두 같다’는 빗댐말일까요. ‘사람은 어디에서나 똑같은 사람으로서 만나고 헤어지는 삶도 같다’는 빗댐말일까요. 아니면 다른 어떤 깊거나 거룩하거나 대단한 뜻을 담은 시짓기일까요.


추운 날 

아궁이에서 불 때는 엄마 모습 보기 좋았다

저녁 밥 짓는 겨울 석양 무렵

부엌 문턱에 앉아보다가

디딤돌에 섰다가

조금조금 다가가 부뚜막에 앉으면

얘야 연기 난다 맵다 매워 저리 가라 저리 가

눈물 찍어내며 엄마 손사래를 치면 (부뚜막)


  서로 살을 섞는 이야기가 소설에 퍽 자주 흐릅니다. 시에서도 서로 살을 섞는 이야기를 다루지 말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한국에는 틀림없이 성매매업소가 있습니다. 시인이나 소설가라 해서 성매매업소를 들락거리지 말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아이하고 곁님이 있다 하더라도, 늙은 어머니를 애틋하게 그리더라도, 얼마든지 성매매업소를 들락거리면서 그곳에서 만난 이를 ‘인연’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시라는 문학으로 얼마든지 담아내어도 됩니다.


싼 것이 편한 인생이 있다 팬티도 양말도 런닝구도
싼 것을 걸쳐야 맘이 편한 사람들이 있다
한번 산 운동화를 사골 고듯 신고 다니는
그런 사람들이 보석처럼 지키는 한 가지가 있다 (보석)

피뢰침의 뒷주머니에 등굣길 뽑기장수의 연탄불 속에
나의 작은 책상을 하나 놓아두어야겠다
지우개똥 수북이 주변은 너저분하고
나는 외롭게 긴 글을 한 편 써야겠다
세상의 그늘에 기름을 부어야겠다
불을 지펴야겠다 (불을 지펴야겠다)


  글을 쓰는 이들이 부디 착하고 고울 수 있기를 빕니다. 겉보기로 착하거나 얼굴이 고운 글쟁이가 되기보다는, 속마음이 착하고 마음결이 고운 글님이 되기를 빕니다. 어제까지는 얄궂거나 아쉬운 걸음을 걸었다면, 오늘부터는 상냥한 걸음걸이로 다소곳하게 삶을 짓고 글을 지을 수 있기를 빕니다. 부디 마음 가득 참다운 보석을 품으면서 하루를 열기를 빕니다. 2018.2.15.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시읽기)


이달의 사락 h*******e 2018.02.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