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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한자로 되어 있기에 골치 아프고 어렵나요? 여기, 한시지만 무지 재미있는 책이 있어요. 이 글을 쓰신 선현경 선생님은 어쩜 그렇게 그림까지도 예쁘게 잘 그리셨는지 한시에 어울리는 그림이면서도 우리 어린이 친구들이 좋아하는 색감으로 무지 재미있게 그림을 그렸답니다. 한시라는 어려운 주제를 감칠맛나는 어감으로 친구에게 얘기하듯 풀어 썼고, 선현경 선생님의 돌아가신 함머니 (살아생전 이야기를 무지 좋아하셨다 합니다.) 와 딸 은서를 중심으로 한시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이 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어린이이기에 요즘 아이들이 많이 쓰는 풉, 햐, 흠, 훗, 에고고고, 휴우, 앗, 킥,킥, 킥. 으윽, 와~ 라는 말도 곁들여 썼기에 한시를 배운다기보다 한시에 얽힌 이야기를 할머니가 이야기해주고 (옛날 할머니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잖아요. 우리 엄마아빠들이 들으면서 자란 이야기)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 그 이야기에 대한 생각과 느낌, 글의 핵심들을 은서를 통해 자연스레 배우게 된답니다. 이 책에서는 한자 시를 한글 시로 바꿔 주었기 때문에 전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답니다. 시는 직접 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거, 다 말해 주지 않고 돌려서 말하는 거, 하나하나 설명해 주지 않고 스스로 알아차리게 해 주는 거, (시인들은 친절하지 않은가 봐요.ㅎㅎ)
20여편의 한시 이야기를 왕할머니께 듣고 3434 3434 3543의 운율에 맟맞춰 은서도 짧게 지어 본답니다. (예: 방학이 끝나가니 고양이 밥 안 먹네 / 방학이 끝나가니 하늘이 깜깜하네 ) 이 책 그림속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 고양이예요. 은서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나봐요. 귀엽고 깜찍한 고양이 그림이 많이 그려져 있답니다. * 방학 동안 배운 한시를 좀 더 알고 싶은 친구들을 위해서 한시와 한시를 지으신 분들을 소개해 줬어요. * 이 책에 나오는 한시 목록 .영춘(봄날-김부식) .오침(낮잠-황정견) .제목미상(노연양-중국 당나라 시인) .산중(산속-이이) .영반월(반달-황진이) .산사야음(산 절에서 한밤중에-정철) .제사촌야좌(산골에서 한밤중에 앉아-이광려) .협행잡절(산골짝을 지나며-강진) .관물음(사물을 바라보며-고상안) .삼천리외심친일편운간명월(삼천 리 밖에서~ 양사언) .대월(달을 기다리며-능운) .강아지가 떨어뜨린 매화(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어우야담에 실렸다=유몽인) .까마귀 검다하고~이직 .신설(첫눈-이수광) .신설(첫눈-이언적) .정석가 (악장가사에 나오는 시) .상야(하느님~-지은이 미상) .사룡(뱀과 용-지은이 미상) .제목미상(부구수습수중앙~민사평) .제목미상(구구야심득~-유소우) ![]()
*유치원 다닐 때 시조 10편 외우기에서 장원을 먹은 적 있는 승민이는 요즘도 가끔 시조를 읖는답니다. 뜻은 잘 몰라도 일기를 쓰면서도 가끔씩 시로 대신하기도 하죠. 승민이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 이야기가 재미있다하고 견주매화락 / 계행죽엽성 개가 달리자 매화가 떨어지는구나. 닭이 가자 댓잎도 생기네요. 아무래도 전 거짓말 같은 시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하고 이에 빗대 자신의 소망을 비는 것) 상야가 좋으네요. 상야 상야 아욕여군상지 장명무절쇠 / 산무릉 강수위갈/ 동뇌진진 하우설/ 천지합 내감여군절/ 하느님 하느님! 저는 님과 사랑하며/ 길이 변함 없고파요./ 산언덕 없어지고/ 강물이 다 마르며/ 겨울에 벼락치고/ 여름에 눈 내리고/ 하늘과 땅이 합쳐지면/ 그때 헤어지겠어요. *엄마, 아빠,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은책으로 손색이 없답니다. 한시를 읽고 우리 친구들이 사물을 눈여겨보는 습관이 생길 것이며 생각의 힘이 무럭무럭 자라 날거예요. (우리가 너무 잘아는 정민 선생님께서 감수 하셨답니다.) *아쉬운 오타 1. 25쪽 5째줄 이 시는 제목이 알려지 (X) 않았대요. ☞ 이 시는 제목이 알려지지 (O) 않았대요. 2. 33쪽 6째줄 그렇게 모두를 (X) 쩔쩔매며 고민을 하고 있는데 ☞ 그렇게 모두들(O) 쩔쩔매며 고민을 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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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라, 1시가 아니라 한시(漢詩)다. 한자도, 한문도 아니고 한시, 그냥 시도 아니고 한시를 주제로 한 어린이 책이라니!
요즘 아이들은 한문만 보면 머리 아파하는데 말이다. 한자보다는 오히려 영어가 더 친숙한 시대의 아이들이 아닌가. 심지어는 요즈음엔 어른들도 한자를 보면 머리 아파하지 않는가. 주민등록증에 이름을 한자으로 표기하다가 한글로 바뀐 것은 경찰들이 검문을 할 때 주민증의 한자로 적힌 이름을 읽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개가 있지 아니한가. 옛날에도 교육적인 이유로 학생들에게 신문을 읽으라고 했었다. 지금이야 논술공부 때문에 신문을 읽으라고 하지만 예전엔 신문을 읽으면 한자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신문도 한글 전용이 대다수인데다가 신문기자들도 한자는 커녕 한글도 오탈자를 수준을 넘어 초등학교를 어디 나왔는지 헷갈리는 수준의 기본 맞춤법을 틀리는 기사들을 남발하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초등학생들이 한자를 어려워 하는 것은 당연지사. 심지어는 대학에서 어문학, 그것도 국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조차 '검은 것은 글씨요, 흰것은 종이라...' 하는 꼬락서니를 워낙에 많이 보아왔는데 말이다. 그리고도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동기들을 나는 여럿 알고 있다. 우리말 어휘의 80퍼센트 이상이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과연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칠 때 문자의 사전적인 뜻을 암기하라고 하는 것 외에 도대체 뭘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뭐 요즘 세태가 그러하니 더 이상 말하는 것은 구차할 뿐인가. 초등학교도 조작과 탈법이 횡행하는 일제고사를 보는 세상이니 전인교육과 인성교육은 사치일 뿐이다. 바로 그 일제고사 말이다. '완소'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하는 것은 '어린이 대상 성범죄 보다도 더 나쁜' 반교육적인 행위 아니던가.
그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시를 알려주겠다는 무한도전 만큼이나 야심찬 의도로 씌여진 이 책은 과연 재미있을까? 재미를 쫓다가 알맹이를 잃어버리거나, 내용전달을 하려다가 재미를 놓치는, 그렇지는 않을까.
하지만 책을 받아보고 이내 그러한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나는 한시>는 이렇게 독특한 소재를 담고 있는 책이다. 초등학생인 어린 주인공이 무섭기만 한 왕할머니와 우연한 기회에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한시를 배우고 풍류(?)를 배우고, 시를 배우면서 또한 할머니와 가까워져 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예로 들어있는 한시들은 시 자체 뿐 아니라 뒷 이야기도 풍성하다. 철저하게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씌여진 이 책은 이규보의 <백운소설>에 실려있는 김부식의 시 영춘(詠春)으로 시작한다.
<백운소설>에는 김부식이 이 시를 '유화천사홍(楊柳千絲綠), 도화만점홍(桃花萬點紅)'이라고 지었는데 정지상의 귀신이 나타나서 "버드나무가 천 가지인지, 복사꽃이 만 송이인지 네가 그것을 세어 보았느냐? 왜 이렇게 시를 짓지 않느냐?"하고 꾸짖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 글자에 따라서 시는 이렇게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조선시대 대사헌을 지낸 채수(蔡壽)의 일화를 들려주면서, 한시는 누구나 지을 수 있다는 것도 가르쳐준다,
이렇듯 한시란, 깜찍한 상상력을 풀어가다보면 꼬마에게도 어려운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왕할머니에게 한시를 배운 아이도 드디어 스스로 한시를 지어본다.
개학이 다가오는 것이 싫은 아이의 발상이 참 깜찍하다. 그렇지, 시는 이런거야,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것이다. 초등학생들조차 영어몰입교육에 매달려야 하는 꿈 없는 요즘 세상에서 이 책은,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주는 책인듯 싶다.
저자는 처음에 이 책을 만화로 구성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만화에는 한시의 여백과 이야기를 담을 수가 없어, 즉 한시의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가 없어 어느정도 진척된 작업을 그만두고 처음부터 다시 동화로 바꿔쓰기 시작했다고 첫 머리에 밝히고 있다. 만화는 아니지만 이 책에 실려있는 삽화들은 참으로 아기자기 귀엽고 깜찍하다. 만화로 구성하려고 했다니까 생각나는 건데, 대만 만화가 채지충(蔡志忠)의 동양고전만화가 한때 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만화임에도 동양화풍의 그림은 참 멋있었는데, 절판된지 오래되었다. 그 만화에서 다루었던 한시와 동양고전들도 참 쉽고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이야기가 딴길로 샜군. 그나저나 아이들이 이렇게 한시를 알아가다보면, 너무 조숙해지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요즘엔 참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책이 많이 나오는 듯 하다.
책은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에게 주면서 말 잘듣는 학급 학생에게 선물로 주고 느낀 점을 받아오라고 당부했다. 나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정작 책을 읽을 대상인 아이들은 어떻게 보았을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