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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고로 이 포스팅 스포일러 만빵입니다. 안 보신 분은 그냥 슥슥 피해가시는 쪽을 권해드리고 싶어요.(제가 원래 만화책 감상할 땐 스포일러 신경 안쓰는 편이라)
산지는 한참 됐는데 왠지 이제서야 본 카린 증혈기 14권. 1권을 처음 보고 '코피 흘리는 흡혈귀라니!'하면서 빠져들었던 기억이 소록소록. 이런 설정으로 어떻게 낭만과 시련이 있는 가슴 아린 소녀 로망스 가족극화(?)를 완성할 수 있었는지 정말로 신기할 따름입니다. 오죽하면 작가도 후기에서 신기해하고 있겠어요. 역시 이야기란 살아있는 생물인가봐.
결국 모든 증혈코피의 저주가 풀리고(달리 프시케라고도 읽는다) 더이상 코피소녀가 아닌 카린은 사실상 인간이 되어 켄타와 맺어지게 되었다는건 이런 물건의 해피엔딩을 위한 황금패턴이고 이걸 뒤집으면 어쩔 수 없이 배드엔딩이니 모 아니면 도가 될 수밖에 없었겠지만, 다 보고 나서 몇가지 울컥하는 점이 생겼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일단 렌과 브리짓의 관계인데, 아니 뭐 둘이 그래서 행복해졌다는 결말은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적장의 수장을 강간해서 자기한테 반하게 만듬으로써 모든 일이 해결됐다는건 좀 지나치지 않나_no 아스피린처럼 막장 분위기면 모르겠지만 이 훈훈한 분위기에 찬물 한번 날카롭게 뿌려주시는구려! 여자 작가가 이런 내용 쓰고 있어도 되는 겁니까 카게사키 선새애애애앵!(콰쾅)
그리고 문제가 되는 엔딩인데, 전 보고 나서 '아니 어째서!?'라고 소리치고 말았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들이 어둠의 일족답게 폼 잡고 가족의 사랑에서 우러난 희생정신을 듬뿍 발휘하는 부분이 도대체 왜 이런 삽질을 하나 싶은 거에요. 도대체 내세우는 이유가 하나도 납득이 안간다고. 카린이 인간이나 마찬가지가 됐으니 흡혈귀인 우리는 그 아이의 인생에 도움이 안될게 뻔하니 행복을 위해 그 아이의 삶에서 퇴장하겠다. 카린의 기억도 다 지워버리고, 모든 것은 켄타와 우리만 아는 일로 남겨두자. 우린 언제까지나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을테니 행복해라.
...라니 이게 뭥미!? 나 이 엔딩 반댈세!
솔직히 내용상에서는 엄청 비장하게 희생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전혀 그럴 필요가 안느껴지는데? 도대체 왜? 카린의 기억을 지우고 고아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뭐가 있지? 어차피 켄타가 알고 있을 거면 카린도 알고 있어도 상관없잖아? 서로 사는 세계가 달라도 가족으로서의 연을 유지한 채, 서로에게 웃어줄 수 있는 거잖아? 그게 가능한 세계에서 살고 있잖아? 여기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구질구질한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그건 전부 얄팍할 뿐이고.
마치 한국 드라마에서 모든 시련을 다 극복하고 났더니 '그게 폼나니까' 한쪽이 전혀 납득가지 않지만 왠지 그럴싸해보일지도 모르는 이유를 대고 뜬금없이 떠나버리고, 한쪽이 그걸 쫓아가서 여러가지 인생역경을 겪은 끝에 만나는 엔딩 패턴 같아 이거! 너무 뜬금없는 데다 전혀 납득 안가는 이유로 희생하고 있다고 당신들!;;;
그런 이유로 다 보고 나서, 해피엔딩이 된 것은 좋았지만 뜬금없이 쓸데없는 희생정신의 발로와 무게잡기에는 왠지 버럭 한마디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고 말았습니다. 당신들, 분명히 말하는데 삽질했어. 이건 희대의 삽질이야.
그래도 몇년 동안 열 네권씩이나 되는 책을 차근차근 사모아온 처지라서 완결을 보고 나니 감개무량하군요. 카게사키 선생의 다음 작품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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