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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통, 마흔의 고통(痛)이지만 마흔에 통(通)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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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나를, 무엇보다 내가 나를 소외시킨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통해 치료나 위로, 혹은 예방주사가 가능할 것이다. 우울증은 심하던 경미하던 당신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유능한 기자이자 좋은 남편과 아빠인 한 남자의 마흔살 생일파티에서 시작한다. 우울증으로 추락하고, 회복되다가 재발하며,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진솔하게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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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나를, 무엇보다 내가 나를 소외시킨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통해 치료나 위로, 혹은 예방주사가 가능할 것이다. 우울증은 심하던 경미하던 당신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유능한 기자이자 좋은 남편과 아빠인 한 남자의 마흔살 생일파티에서 시작한다. 우울증으로 추락하고, 회복되다가 재발하며,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진솔하게 고백한다. 현대사회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에게 해당될 수 있지만 사실 누구도 우울증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 문제다.

" 그렇다면 우울증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 나는 정말로 어느 누구도 우울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다. 뇌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려고 할 때 사용하는 풍요로운 신체기관이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기관이기도 하다.(47p) 우울증을 바라보는 조금 더 영적인 다른 방법들이 있다. …… 당신 인생에 있어서는 안 되는 어떤 것이 들어와 있음을 경고하는 주요 신호이자 표현인 것이다.(48p)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어떤 것, 당신이 원하는 어떤 것, 당신을 참 당신으로 만들어줄지도 모를 어떤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실은 그것이 당신의 핵심 자아와 비극적으로 불화하고 있는 것이다.(49p) "

 

69년생 영국인 남자로서의 특수성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도 너무 익숙하게 이해가 된다. 나는 노력과 자기계발을 통해 자기운명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무한긍정의 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모든 영광과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인간의 역사 전체에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 낯선 문화는 우리 삶에 꼭 필요한 길고도 고된 수고나 희생과 인내에 대해서 많은 답을 주지 않는다.

더 이상 책을 읽을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없고, 정상적으로 일을 하는 것은 물론 주변 가족들에게까지 절망을 주는 한 남자. 저자는 위축되고 무너지며, 자신의 우울증 밑바닥까지 들어가 관찰하고, 명상하고, 다시 회복되다 재발하며, 그로 인해 더 절망하고, 결국 받아들이며 극복해낸다. 그 과정을 날카로울 정도로 진솔하게 드러낸다.

" 나는 숨을 깊숙이 들이켜고 그 감정 속으로 들어가 정체를 파악하려 노력한다. 감정이지 실체가 아님을, 반작용이지 위협이 아님을. 이것은 전진하는 길이며, 나에게는 연습이 필요하다.(174p) "

 

저자는 단순히 성찰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가는 것 이상으로, 우울증이라는 증상에 대해 의학적이고 전문적인 고민과 시도를 했다. 주치의, 비슷한 증세가 있는 환자들, 동료들, 아내와 부모 등 많은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풍성한 관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우울증이라는 병 자체에 대해서도 상당히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기력, 과잉생각, 불면증 등 실제적인 측면에 대한 부분도 재미있다.

" 불면증은 수면 부족이 아니다.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가만 두면 선 채로 존다. 그들은 본능은 있지만 기회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불면증 환자들은 자신의 수면 능력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기회는 있지만 본능이 없다.(239p) "

 

저자 스스로의 관계에 대한 고민은 고스란히 현대 사회의 관계와 경쟁에 대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우울증은 그 비교에서 오는 경쟁과 배타성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다.

" 다른 사람의 성공을 기뻐하기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다른 이의 성공은 곧 우리의 실패라는 독성 논리는 어디서 오는걸까? 인생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당신과 관련있는 누군가의 성공은 분명 그 관계를 부요하게 하여 당신의 세계마저 유익하게 하지 않는가?(213p) "

 

회복되다가도, 과제처럼 스스로와 경쟁하며 초조해하다가 재발하고 다시 더 깊은 절망에 빠졌던 저자는, 받아들이고 인정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안정을 찾는다. 혹 다시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겠지만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역설적인 결론을 인정하며 저자는 더 자신이 되었고, 주변을 더 받아들이게 된다.

" 나는 사람들에게 아니라고 말해도 좋으며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친구, 동료, 아내일 것임을 배워야 한다. 때로는 상황이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으면 대개 훌륭하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335p) "

" 비가 퍼붓는데 피신처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면, 물에 젖는 것이 얼마나 나쁠지 또는 해가 반짝이면 얼마나 좋을지에 관해 고민하지 마라. 그냥 물에 젖어 그게 정말 어떤 기분인지 겪어봐라. 그것이 이 병에 관한 근본적인 진리, 내가 이제야 겨우 이해하게 된 역설이다. , 결코 제대로 좋아지지 않을 것임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회복이 찾아온다.(369p) "

 

영국인스러운, 혹은 기자스러운 유머러스하면서도 회의적인 담담한 문장들이 더 진솔하게 마음을 움직인다. 유려한 번역 탓인지 읽히는 속도가 빠르고 몰입이 된다. 나는 서른 후반이다. 표현하기 어려운 위로와 희망이 있었다. 이 위로는 좀 신기했다. 왜냐하면 좌절과 추락을 말할 때도, 회복을 말할 때도, 재발과 다시 회복을 말할 때도 동일하게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결론과 교훈과 설득 이상의 울림이 이 책에 있다. 중년의 남자라면, 마흔을 기준으로 좀 지났거나 아니면 좀 남았다면, 혹은 이런 남자를 주변에 가까운 관계로 둔 여자라서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 싶다면, 이 책은 참 좋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이 책의 원제는 <Underneath the Lemon Tree: A Memoir of Depression and Recovery> 이다. <레몬트리 아래서: 우울증과 회복에 대한 회고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걸마흔통으로 표현한 것은 이 책의 핵심을 정확히 재해석해낸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생각보다 중년의 남자에게 실체를 보여주고 정체성을 찾아주는 일에 서툴러 보인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내가 가야 할 방향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n**g 2016.11.15.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