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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건맨(The Left Handed Gun)] (감독 아서 펜, 1958년작)
"[왼손잡이 건맨(The Left Handed Gun)] (감독 아서 펜, 1958년작)" 내용보기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영화광으로 산다는 것도 연애를 하는 것과 별다를 바가 없다. 다른 사람, 그냥 친구라면 아무 관심도 없을 사소한 일들에 관심이 생기고, 또 그게 눈에 들어오는 것 - 그게 사랑의 징조가 아닐까. 가령 아서 펜 감독의 [왼손잡이 건맨]은 영화광이 아니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영화이다. 5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흑백인데다 같은 감독이 만든 [보니와
"[왼손잡이 건맨(The Left Handed Gun)] (감독 아서 펜, 1958년작)" 내용보기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영화광으로 산다는 것도 연애를 하는 것과 별다를 바가 없다. 다른 사람, 그냥 친구라면 아무 관심도 없을 사소한 일들에 관심이 생기고, 또 그게 눈에 들어오는 것 - 그게 사랑의 징조가 아닐까. 가령 아서 펜 감독의 [왼손잡이 건맨]은 영화광이 아니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영화이다. 5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흑백인데다 같은 감독이 만든 [보니와 클라이드](1967년)처럼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작품도 아니다. 그렇다고 뭐 남다른 재미가 있어서 오락영화로 볼 만한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고 하기도 뭐 하다. '빌리 더 키드‘를 다룬 영화는 흔해 빠졌으니 그의 인생이 궁금해서 본다는 이유도 그럴 듯 하지 않고 폴 뉴먼이라는 걸출한 배우의 초창기를 보겠다는 것도 더 멋진 작품([상처 뿐인 영광], [영광의 탈출], [허슬러])을 줄줄이 보유한 그의 경력을 보건대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광인 나는 [왼손잡이 건맨]을 본다. 아서 펜이 만든 서부영화가 궁금하고 폴 뉴먼이 연기하는 ’빌리 더 키드‘는 어떤 모습일지 알고 싶어서.


겨우 열 한 살의 나이에 살인을 시작했다는, 그리고 평생 스물 한 명을 살해했다는 전설의 인물이지만 역사적인 기록에 따르면 ‘빌리 더 키드’의 첫 살인은 18세 때였으며 그조차도 정당방위였고 많아야(?) 아홉 명의 목숨을 빼앗았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에서 나오듯이 “서부에서는 전설이 사실이 되면 신문에도 전설을 싣는” 법. 더군다나 지금 봐도 꽤나 귀염성 있는 얼굴, 가냘픈 체격, 호감을 주는 성격, 이유가 없지만은 않았던 살인 등으로 ‘빌리 더 키드’는 더할 나위 없는 악당인 동시에 민중의 영웅이다.


겨우 스물 한 살의 나이에 사망한 ‘빌리 더 키드’의 범죄 인생은 무척 짧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영화화하기에는 너무 길어서 [왼손잡이 건맨]도 실제 역사적인 사실과는 꽤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미국의 국가적 신화를 관통해 흐르는 폭력과 피비린내, 사회규범을 어기는 이에 대한 매혹과 혐오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화이다. 빌리(혹은 윌리엄 보니, 그 외에도 그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통했다.)는 매력적이지만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킬러로 정의의 이름으로 악당을 처단하고자 했던 그의 원래 목표는 점점 흐릿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빌리 더 키드’는 보니와 클라이드 커플의 먼 선배격이라고 할 수 있겠고 아서 펜이라는 감독이 미국이라는 국가의 전설적인 무법자들에게 보내는 일련의 러브 레터 중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미 서른셋이라는 나이였던(폴 뉴먼은 데뷔가 늦은 배우 중의 한 사람이었다.) 폴 뉴먼은 너무도 지적이고 차분하며 단정해 보여서 죽는 순간까지 읽을 줄도 모르던 빌리를 연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인지도 모르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신경과민의 에너지로 가득 찬 외톨이 괴짜를 제대로 연기해낸다. 위대한 영화, 위대한 감독, 위대한 배우는 아닐지언정 맹아 상태의 그들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왼손잡이 건맨]은 가치 있는 영화라고 하겠다. 최소한 영화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y******n 2011.02.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