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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는 발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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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삶을 지배하는 궁극의 이념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네 삶의 가치를 결정하고, 도덕적 관념의 잣대가 되며,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우리의 모든 관념, 우리의 생각을 정의하고, 우리네 의식의 저변에서 우리의 일상의 지배하는 삶의 가치는 어디서부터 유래되었을까? 라는 이런 의문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도모하기 위해 만난 것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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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네 삶을 지배하는 궁극의 이념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네 삶의 가치를 결정하고, 도덕적 관념의 잣대가 되며,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우리의 모든 관념, 우리의 생각을 정의하고, 우리네 의식의 저변에서 우리의 일상의 지배하는 삶의 가치는 어디서부터 유래되었을까? 라는 이런 의문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도모하기 위해 만난 것이 고미숙 작가의 근대성 3부작이다. 계몽의 시대는 그 3부작 중 첫 번째 책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모든 가치를 대변하는 속도에 대한 강박감, ‘빨리빨리가 한국인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정서로 부각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근대화 이전 조선의 유교사회에서 빠른 것은 경박한 것이고, 저급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느림은 죄악이고, 게으름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여유로움이라는 단어 또한 삶에 쉼표가 아니라, 나태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이런 듯 우리 의식의 저변을 지배하는 도도한 흐름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근거를 저자는 근대화의 과정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근대계몽기는 이 땅에 근대성이 정초된 기원의 장으로 1894(갑오동학혁명)에서 1910년까지를 이른다. 한편으론 일제 병탄이 진행된 시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계몽운동이 왕성하게 이루어진 시기이다. 저자는 이시대의 사회여론을 주도한 독립신문, 대한매일신보,황성신문에 기록된 사설을 기본 자료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시간은 단수가 아니다. 즉 과거, 현재, 미래는 하나의 선위에 일직선으로 놓인 것이 아니다. 최근에 상영된 인터스텔라에서 보면 미래와 현재가 한 공간에 존재한다. 딸이 더 늙어 젊은 아버지가 딸의 임종을 지켜봐야 하는 장면은 시간을 선분위에 존재하는 하나의 단수로 생각하는 우리네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다. 하지만 현대 물리학의 기본개념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에서의 장면은 공상이 아니라. 과학적 기본이론을 근거로 한 것이다. 즉 시간은 복수의 개념이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을 단수로 본다. 과거, 미래, 현재를 하나의 선분위에 놓고서 접근한다. 이런 사고의 근간을 갖게 된 원인으로 저자는 근대화 과정에 도입된 기차를 주목한다.

 

  시간의 균질화, 선분화를 주도한 것은 근대화 과정의 상징처럼 되어있는 기차의 도입이다. 기차는 공간의 직선화를 꾀했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가장 직선화된 길이 바로 기차의 선로이다. 휘돌아가는 것이 없다. 산이 있으면 굴을, 계곡이 있으면 다리를 건설했다. 가장 직선화된 빠른 길을 통해 가장 빨리 이동하는 것이 바로 철도이고, 기차이다. 그 과정에서 사이공간은 의미가 없다. 시간의 휘어짐도 인정하지 않는다. 빠르다는 것은 옳은 것이고 정의이며, 느린 것은 그릇 것이고 잘못된 것이다. 속도에 대한 강박감도 거기서부터 비롯되었다. 무조건 빨리, 앞으로, 앞으로. 이러한 철도의 도입과 선분화 과정이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의식에 변화를 일으켰다. 기차가 보여준 엄청난 힘에 대한 경이로움은 그것을 만들어낸 서양 문물의 대한 무조건적인 동경을 불러왔다.

 

  이런 시공간의 선분화 의식은 이 시기에 도입된 진화론과 병합되어 진보라는 개념으로 확장했다. 진화론의 기본개념은 과거보다 현재가, 현재보다 미래가 더 나아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진화론에서 시간의 흐름은 진보를 전제로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명체가 진화하는 것과 같이 세상이 좀 더 나아진다는 논리이다. 이는 과거에 대한 부정을 통해 현재를 존중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한다. 이 논리에 철도의 논리가 융합하여 근대화 이전 우리의 역사는 미개한 것이거나 버려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 된 것이다. 서구의 물질문명을 대표하는 기차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기차가 가진 힘의 논리에 의해 우리의 지난 과거는 버려야 할 존재가 되고, 개혁해야 할 대상이 된 것이다. 근대화 이후 계몽주의 사상이 도입되면서 과거를 부정하고, 무조건 신문물을 숭상하고, 그를 따라야한다는 근대화 논리가 온 국민의 의식 속에 자리 잡았다. 그 의식은 지금도 옛 것을 허물고 서양식의 높은 건물을 짓는 것을 재개발이라는 미명으로 온 국토를 삽질해대는 개발열풍의 근원인 것이다. 마치 서양식의 높은 건물을 짓는 것이 근대화이고 발전된 모습인양 우리네 뇌리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평면을 이끌어 가는 척도가 바로 진보다. 미개와 진화, 야만과 문명의 차이는 결국 시간적 차이를 지칭하게 된다. ‘아직 이른’ ‘보다 늦은등의 연표들이 자연스럽게 쓰이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 그런 기준에 따르면, 역사가 진보한다는 것은 앞의 시기가 뒤의 시기보다 열등한 것이고, 달리 말하면 앞으로 나아갈수록 더 성숙해지는 수직적 위계를 지닌다. (67)

 

  우리가 습관처럼 사용하는 민족이라는 단어도 이 시기에 태동했다. 과학문명을 기반으로 밀려드는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 전 국민을 단합시킬 하나의 이념이 필요했다. 전 국민을 하나로 엮기 위한 공통의 심리적인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민족이라는 단어이다. 거기에 전통성을 부여한 한민족이니 단일민족이니 하는 개념도 이때 등장한다. 거기에 더해 암울한 민족을 이끌 영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그 영웅은 이라는 표상으로 전이된다. 근대화시기에 써진 많은 문학작품이 영웅주의와 이라는 개념을 자주 사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진 않다.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의 대표적인 정서라고 하는 ()’도 이때 등장한다. 한은 우리의 고유정서가 아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는 일본의 미술학자 야나기 무세요시가 만들어낸 개념이다 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근거로 조선 500백 동안 전쟁은 단 2번밖에 없었으며,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각종 문학작품의 근간에 흐르는 감성은 해피엔딩과 한바탕 신명풀이라고 얘기한다. ‘()’이라는 개념은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 하기위해 민족성의 근간에 패배주의적 감성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주지하기 위한 일제의 개략이라는 것이다.

 

  한때 우리민족 감성의 근간인 ()’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기위해 도서관을 전전했던 나의 과거 전력을 돌아볼 때 선뜻 받아들여지는 논리는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있는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언급된 각종자료와 계몽기 신문의 사설을 근거로 봤을 때 저자의 주장이 나름 설득력이 있다. 우리가 지금 민족의 대표적 정서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특별한 의도에 의해 각색된 것임을 아는 것은 지금 우리 일상 속에서 우리를 조절하는 무의식의 근원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증진시킨다. 이는 올바른 우리를 알기위한 하나의 시도이다. 계속 이어질 저자의 주장이 기대된다. 우리의 의식 저변에 자리하고 있는 근원에 대한 올바른 깨달음은 현재 우리의 위상을 알게 하고, 현재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잘못된 인식과 현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서 벗어나 올바름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채호식으로 말하면 아()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 투쟁의 대서사시가 바로 역사이다. 아득한 고대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순수한 혈통으로 구성된 단일민족의, 타자들의 침략에 맞서 싸운 투쟁들의 신성한 궤적, 그것이 바로 역사에 대한 근대적 표상이다. (235)

 

 

YES마니아 : 로얄 h*****o 2015.04.09. 신고 공감 4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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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의 시대 : 근대적 시공간과 민족의 탄생-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
"계몽의 시대 : 근대적 시공간과 민족의 탄생-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 내용보기
고미숙 선생님의 신간이 나오기를 항상 주시하고 있기도 하고, 출간 때 강연이 있으면 북드라망에서 메일을 보내주기도 하기에 이 책이 나왔을 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3권을 다 사기엔 가격이 후덜덜하기도 하고 좋은 책 같이 읽자는 생각에 출간하자마자 동네 도서관에 신청을 했다. 책을 기다리는 동안 출간 기념 강연회가 있어서 다녀오기도 했다. http://blog.yes24.com/document/7
"계몽의 시대 : 근대적 시공간과 민족의 탄생-고미숙의 근대성 3부작" 내용보기

고미숙 선생님의 신간이 나오기를 항상 주시하고 있기도 하고, 출간 때 강연이 있으면 북드라망에서 메일을 보내주기도 하기에 이 책이 나왔을 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3권을 다 사기엔 가격이 후덜덜하기도 하고 좋은 책 같이 읽자는 생각에 출간하자마자 동네 도서관에 신청을 했다. 책을 기다리는 동안 출간 기념 강연회가 있어서 다녀오기도 했다. http://blog.yes24.com/document/7762185 

 

여름방학이 되자 근대성 3부작 중 첫번째 권인 "계몽의 시대"를 거의 끝까지 재미있게 읽다가 개학이 다가와서 반납했다가 지금 봄방학이 되어서야 다시 빌려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오래 읽게 된 이유는 책이 재미 없어서는 절대 아니었다.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민족, 섹슈얼리티, 병리학" 이후 고미숙 선생님이 어떤 맥락에서 꾸준히 이런 이야기를 풀어 가시는지 짐작이 되기 때문에 항상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이런 류의 인문학 서적은 몸과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집중력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내야 하는데 타이밍이 다소 어긋났을 뿐이다. 읽자 마자 생생할 때 정리를 했어야 하는데 오늘 결론 부분과 부록 만을 읽어 인상만 적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대적 시공간"

의식 구조 차원이 아닌 시기 상으로만 보면 우리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시간 개념은 빨라지고 공간 개념은 좁아졌다.  지식권력들은 '과학'과 '객관'이라는 이름 하에 시공간을 정확하고 치밀하게 규정하려고 했다. 동서양 문화는 뒤섞이기 시작했다(혹은 서양 문화는 동양을 잠식했다). 새로 발명한 신문물들 뿐만 아니라 종교와 학문처럼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말이다. 저자는 무려 한 장을 할애할 만큼 심혈을 기울여 '개신교'가 한국 근대화 과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분석하고 있다. 종교에 딸려온 학교나 병원 같은 제도들은 서양(미국?) 정신과 물질 문화를 자연스럽게 한국에 이식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한국'이나 '역사', '우리'라는 단어를 섣부르게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민족의 탄생"

왜냐하면 '민족'은 자연스럽게 주어진 개념이 아니라 만든 개념이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근대로 넘어오던 때, 세계 지식인들은 각자의 생존을 위해 민족 개념을 발명했다. 나라의 규모나 위치, 이웃 나라와의 관계나 역사에 따라 나름의 민족 범위를 경계 짓고 특징을 만들어갔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도구는 언어, 역사, 지리였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말은 입장에 따라 달라졌는데 한국인들은 '한글과 한국어'에 신화에 가까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고, 일제는 '국어(일본식 표현)'가 우리말이 되도록 강제하고자 했다. 역사 연구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국 사람들이 '공통점'을 공유하며 결집할 계기들을 찾아냈다. 지리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순수한 혈통을 이어온 단일민족임을 부각시켰다. 본문만큼 재미있는 부록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황산벌"이 근대에 만든 민족 개념을 해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국 통일 즈음 삼국의 언어는 영화에서는 지역 사투리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 시기 교통, 통신이 발달하지 않아 교류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으리라 가정하면 각각 한 나라의 표준어처럼 서로 자연스럽게 소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정치적으로 해석된)적으로 황산벌 전투는 고구려나 백제가 보기에는 당나라에 대항해 용감하게 싸우다 희생한 기억, 신라가 야비하게 고구려 땅을 당나라에 넘겨주고 얻은 반쪽짜리 통일로 기록될 것이다. 이렇게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민족의 처음'부터 지금 지도와 같은 영토가 아니었음을 생각하면 역사나 지리 역시 하늘에서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개념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정권이 '국가안보'나 '민족주의'를 필요할 때만 차용하며 내부에서 결집하려고 하거나, 국가 대항 운동 경기(올림픽이나 월드컵...)를 이용해 마치 민족이나 국가가 어머니 마냥 처음부터 있었던 개념인 듯 규정하는 세태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시 생각해볼 만하다.    

 

"고미숙 선생님의 글쓰기(수유너머...)"

근대 미시사에 관한 책을 즐겨 읽곤 했다. 고미숙 선생님 역시 근대 신문이나 지식인의 글을 인용하면서 맥락을 설명하고 분석해서 일관성 있는 주장을 제시하고 있어 재미있다. 꼭지들은 짤막한데 적절한 위치에 배치해 물 흐르듯 읽을 수 있다. 이 책 출간 강연회 때도 공부나 글쓰기에 대해 말씀하신 바 있기도 하고, 평소 고미숙 선생님 자신이 글을 쓸 때 짧은 분량이라도 매일 꾸준히 쓴다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한 인생에 걸쳐 같은 주제를 두고 파고들며 공부의 지경을 넓히고 앎을 타인과 공유하고 함께 공부하며 성장하는 선생님을 본받고 싶다고 생각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o****2 2015.02.15. 신고 공감 2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