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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사람은 이런저런 많은 타격을 받기 마련이지만, 치매는 그 중에서도 가장 둔중한 타격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한 때,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기억을 온전히 그대로 가진 채로 육신이 죽는 것과 육신은 비록 살아있더라도 자신을 포함하여 살면서 가진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는 것 중에 어느 게 더 나을까 하고. 문득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났다. 거기서 인위적으로 규정된 수명이 다해, 자신을 만든 사람을 찾아 수명을 늘리려 지구에 잠입한 안드로이드 룻거 하우어는 결국 그 일을 실패하고 수명이 다해 죽으면서 이런 말을 남긴다. 나는 너희 인간들이 상상도 못할 것들을 봤어. 오리온 좌의 어깨 위에서 불을 뿜던 공격함들. 탄호이저 게이트 근처 암흑에서 명멸하던 C 광선 하며. 하지만 이제 모두 사라지겠지. 빗 속의 내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야. '블레이드 러너'에서 기억은 정체성을 의미한다. 영화는 초반부터 기억을 통해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구별하는 장면을 통해 그것을 나타낸다. 기억을 잃는 것. 그것은 곧 자신을 잃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치매는 육신은 살았어도 정신적으론 이미 죽은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품위라는 게 있다. 노년의 품위란 살아온 모든 것이 어디에 이르렀나 하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표식이다. 치매는 그것을 스스로 파괴시킨다. 정말 점잖고 반듯하게 살아와 누구에게나 존경받던 사람이 치매에 걸리자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을 연거푸 내뱉고 주위 사람들에게 폭력을 서슴없이 휘두르는 등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는 모습을 몇 번 목격한 나는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나는 죽더라도 지금 가지고 있는 기억을 가진 채로 죽고 싶다. 부디 내가 아닌 다른 나가 되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운명은 사람의 뜻과는 상관없이 찾아온다. 미국의 하비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저명한 과학자였고 미국국립보건원의 유능한 의사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미국에서 68초마다 한 명 생긴다는 알츠하이머가 찾아오고 말았다. 그것도 아직은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인 56세라는 이른 나이에 그만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만 것이다. 치매와 알츠하이머는 약간 다르다. 치매는 정신 질환만 있지만, 알츠하이머는 신체까지 영향 받는다. 몸을 거의 못 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하위 범주로 들어간다. 그토록 자신의 삶을 잘 통제하던 그가 알츠하이머에 걸리자마자 차츰 통제가 무너지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잇단 폭언을 일삼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식의 결혼식 날, 축사를 읊는 자리에서 그것과 아무 상관도 없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주구장창 늘어놓아 하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렇게 자신의 사회적 평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가 계속되고 결국 직장에서도 밀려나 집에만 있게 된다. 그 후로 20년 동안 내내. 그것을 곁에서 지켜보고 계속 돌본 사람이 있다. 바로 그의 아내, 메릴 코머다. 그녀로선 정말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하비가 알츠하이머에 걸렸을 때는 메릴이 그와 재혼한지(하비는 세 번째 결혼이었다.)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그러나 그녀는 점점 '내가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이 아니게 되는 그를 헌신적으로 돌본다. 호전의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고 내내 낯선 사람이 되는 그와 아주 오랜 시간을. 메릴 코머는 그 시간을 한 권의 수기로 발간했다. 그것이 바로 이 책 '낯선 이와 느린 춤을'이며, 제목은 그렇게 절로 지어지게 되었다. ![]() 나도 치매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지만, 치매를 돌보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정보가 부족하다. 가족 중의 누군가가 치매에 걸린다는 것은 살면서 당하는 가장 낯설고 황망하기 그지 없는 경험이라 그렇지 않아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쩔쩔매게 되는데, 더구나 치매의 증상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나타나기에 그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메릴 코머도 비슷했다. 그 심정을 다음과 같이 토로한다. 내 서가에는 치매 환자 돌보기에 관한 책들이 잔뜩 꽂혀 있지만 정작 내게 필요한 정보는 항상 책에서 빠져 있다. 환자의 두뇌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얽혀 있고 각기 다른 특징이 있다. 나는 치매 환자를 돌볼 때 공통되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p. 16) 그녀가 이 수기를 쓰게 된 이유도 아마 여기 있지 않을까 싶다. 그녀는 이 책에 하비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거쳐온 모든 과정을 저널리스트 출신답게 상세하고 정확하고 기록했는데, 이것은 분명 치매 환자를 돌보는 미국의 1천 5백만 명의 보호자들 중 누군가는 자신의 수기에서 필요한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정말 동의하는 것이지만, 메릴 코머의 말대로 보호자 역시 치매의 간접 희생자로, 사회적 보호의 대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나이가 많든 적든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는 뇌 질환, 충격에 따른 뇌 손상, 기억력 감퇴로 인한 만성 질환 등에 시달린다. 보호자는 치매 환자와 비슷한 입장에 놓여 있다.(p. 19) 하지만 우리 사회는 치매 환자도, 그 보호자도 오로지 가족의 문제로 국한시키고만 있다. 그래서 짊어지게 되는 생계를 위협할 정도의 비용 부담, 가족 생활의 파괴와 해체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도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이의 수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 혹은 그녀가 받고 있는 돌봄으로 인한 고통을 사회에 환기시켜 그 보호를 위해 필요한 움직임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게는 개인적인 경험도 있어, 상당히 편치 않은 독서였다. 치매는 정말 무서운 병이다. 하지만 그 무서움을 옆에서 그걸 함께 지켜본 자만이 안다는 게 문제다. 지근 거리에서 치매 환자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이에게 치매는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그러니 혼자 치매 환자를 돌보며 고생하는 이에게 '어쩌겠어, 그게 자식된 도리인 걸. 자네가 참아야지.'와 같은 말을 참 태연하게 할 수 있는 것이며, 그저 개인이 감수할 문제로 치환할 뿐, 사회적으로 널리 공론화 되지도 않는 것이다. 치매 환자가 갈수록 늘어나 이제는 정말 사회 차원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었는 데도 말이다. 메릴 코머의 이런 말을 들으면 과연 언제까지 개인의 문제로만 남겨둘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직장일과 간병을 곡예하듯 병행하다가, 경력을 포기하고 시간제 일자리를 찾고, 어쩔 수 없이 조기에 퇴직을 하고, 스스로의 노후 준비를 위험에 빠뜨린다. 우리 중 누구도 자기자신을 순교자나 이타적인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우리가 돌보고 있는 가족은 어떻게 될 것인가? (p. 245) 치매 환자도 문제지만 보호자가 당하는 고통과 삶의 위험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나는 메릴 코머의 이 책이 사람들에게 읽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치매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정말 한 개인이 짊어지기엔 너무나 큰 짐이다. 최근엔 민간 요양소도 많이 늘어났다지만, 여전히 그 곳에 보내는 게 부담이 되는 가정도 많다. 정보도 부족하고 늘 우왕좌왕 하다가 치매 증상이 악화되거나 보호자들의 고통과 희생이 잘 이해되거나 소통되지 않아서 아니 되었을 수도 있었던 가정 붕괴가 일어나는 경우도 잦다. 국가 차원에서 치매 환자의 관리와 보호자들의 보호가 정녕 시급한 시점이다. 이 책 때문에라도 많은 분들이 문제에 통감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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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 책이나 영화 속 빈번히 접하게 되는 말이지만, 남의 일이니까 저렇게 간단하지- 내가 겪는다면 이겨낼 자신이 그다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람은 끊임없는 관계와 시험을 치루면서 살아가고 그 속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도 하지만 잃기도 한다. 한창 치기어린 시절에는 사람은 '의지'와 '열정'만 가지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젠 모두 잘 할 수 없고, 의지가 아닌 무언가의 순리대로 흘러가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걱정을 해도, 하지 않아도 흘러갈 일이라면 걱정을 하지 않는게 그나마 낫고,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 삶이라면 오늘 하루를 즐겁고 열심히 사는 게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좀 더 잘 돌보기 위한 대비책은 필요하고, 난 그 방법을 여전히 책에서 찾는다. 읽기가 조금 괴로웠지만 미안하게도 내 일이 아니었기에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책 <낯선 이와 느린 춤을>. 50대의 나이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박사님 이자 남편을 헌신적으로 돌본 한 여성분의 개인적이고도 사적인 그래서 더욱 적나라하고 힘들었던 20여년의 기록이다. 저자는 1980년대 활발히 활동한 뉴스기자로 1996년 의학박사였던 남편이 조발성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리면서 일을 그만두었다. 이후 19여년을 간병해온 이야기가 잡지에 실렸고, PBS 뉴스아워와 ABC방송 프로그램으로 방영되었다. 가족이란 공통된 기억의 힘을 바탕으로 결속하는 것인데, 알츠하이머 병은 그런 기억을 왜곡하고 파괴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보호자는 태풍의 피해자와 다르지 않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 잔해 더미를 뒤져서 손상된 낡은 사진이나 감정 어린 소중한 물건들을 찾아내려 하는 것처럼, 환자의 과거 기억 중에서 남아 있는 것들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짜맞추어서 미래라는 형태를 만들려고 한다. 알츠하이머라는 태풍을 뚫고 나아가게 하는 의미를 찾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하비와 내가 같이 쓰는 방에 희미한 빛이 비친다. 하비는 늘 나와 함께 하지만 그의 정신은 나와 함께하지 않는다. 우리는 가깝게 있지만 또한 각자 고립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방의 문을 기꺼이 모두에게 활짝 열어 보인다. 여러분이 안으로 들어와 각자의 방법을 찾아내기를 희망한다. 내가 고통스러움에 맞서며 써내려간 이 이야기의 가치를 거기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수는 미국에서만 540만명이고 세계적으로는 44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암이나 에이즈라고 말하면 다들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치매는 크게 누군가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사람들을 갉아먹고있다. 저자는 68초마다 사람들은 치매에 걸리며, 그 중 절반은 제대로 '치매'진단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책의 서문에서 밝힌다. 남편과 겪어낸 19년간의 사적인 '알츠하이버 병 간호'의 기록을 어렵게 꺼내놓는 이유는 자신의 가족이 손자가, 후세의 사람들이 알츠하이머에 대한 자각과 대비를 통해서 자신만큼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있다. 하비는 존재감이 있고, 의지가 강한 동시에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그러던 사람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걸핏하면 화를 냈다. 아주 사소한 일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고, 지갑이나 열쇠나 신문 등을 찾지 못하면 자기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집에 있는 사람을 탓하며 성질을 부렸다. 내가 그런 행동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그는 노발대발했다. 그가 지나치게 화를 내는 바람에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게 다시 그이 화를 돋구었다. 이런 일이 생길때면, 대개 그가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서 현관문을 쾅 소리나게 닫고는 차를 몰고 어딘가로 가버리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되었다. 나는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긴 거라는 생각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소중한 사람이, 내 가족이 치매라는 사실은 언제부터 알 수 있을까? 보통 TV나 드라마에서 봐온 치매는 갑자기 길을 잃거나, 가족의 얼굴을 기억못하거나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그 상황이 왔을때는 이미 치매가 시작되고 한 참이 지난일- 알츠하이머의 명백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 자각하지는 못하더라도 무언가 관계의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위와 같이 잦은 실수, 그리고 분노 조절 장애등이 발생하고 가족들은 그것이 치매초기증상이라는 생각없이 그저 관계의 절망에만 빠진다. 저자또한 처음에는 남편의 변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신뢰받고 저명한 박사였던 '하비박사'는 자신이 알츠하이머라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나이탓에 그저 조금 몸이 안좋으려니 생각하고 그간 자신이 해왔던 연구와 세미나 참석등을 지속하려 한다. 저자인 아내가 걱정이 되어 해외출장을 동행하려 하지만 단호히 거절, 그렇게 떠난 출장지에서 이틀간 행방불명되었고, 출장의 목적은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한채 아내의 손에 이끌려 되돌아온다. 그리고 치매 진단을 받게된다. 그러나 더 안좋은 상황은 연이어 발생한다. 치매로 인해 나타나는 충격적인 증상의 하나는 절제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치매 초기의 사람들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해서는 안될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된다. 성희롱의 오명, 그리고 그간의 실수로 인해 하루 아침에 하비박사는 퇴직과 연구소 '출입금지'라는 결정을 받게된다. 재혼부부였고 각자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일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살아왔던 둘이지만, 이제부터는 남편의 간병까지 책임져야되는 상황에 처한 저자는 남편의 간병인을 구하고, 수입없이 간병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남편의 퇴직금과 자신의 수입 등을 정리한다. 본인이 왜 '출근'을 하지 못하는지 더 이상 자각할 수 없게된 하비박사는 매일매일 집과 가까이있는 자신의 연구실로 가려하고, 길을 잃고 풀숲을 헤매기도 한다. 그리고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 까지 직면한다. 스스로 목욕도, 잠들지도 못하는 하비박사를 돌봐야하는 것은 온전히 아내의 몫- 그렇게 며칠이, 몇 달이 순식간에 흐른다. 어느날 밤에는 일찌감치 침대에 누워있던 하비가 내 눈치를 살폈다. 그러더니 갑자기 왜 자기 침실에 있는 거냐고 물었다. ...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줘도 하비는 우리가 결혼한 사이라는 걸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희생을 인정했다. "당신이 정말 내 아내라면, 지금 겪고있는 일들은 당신에게 너무 가혹하네요" 나는 그가 내게 어떻게 해야 할지 좀더 말해주기를 바랐다. 하비박사의 불안증세는 점점 심해졌고, 폭력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퇴직금으로 병원과 다른 도움등을 받으며 살아가기 위해선 '알츠하이머 병'에 대한 공식진단이 꼭 필요했고 저자는 진단을 위해 남편을 병원에 입원시킨다. 기술과 노하우는 없었지만 정성을 다해 남편을 돌봐온 아내곁을 떠나 환자 케어에대한 '효율성'을 중시하는 병원에서 불안증세가 심한 환자인 그는 꽤 많은 약물을 투여받고 나쁜 상태에 빠지게된다. 하비박사는 위협적이 되었고, 급기야 목욕을 시키는 도중 주먹으로 아내의 얼굴을 떄려 상처를 입히게 된다. 병에 걸린 이후 매일같이 하비를 조금씩 잃어간다고 느꼈지만, 이 사건은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 예전에는 그를 진정시켰던 방법들이 이제는 효력을 잃었다. 약물도 듣지 않았고, 내가 친밀한 손길을 내밀어도 이제 소용이 없었다. 이제 그의 정신에는 어두운 면만 남은듯했다. 하비는 병원에 갇혀있을 뿐 아니라, 이상하고 음험한 병에 갇혀 버렸다 자 이제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알츠하이머 발병환자와의 이야기는 이제 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는 쉴새없이 걸어다니고 힘이센, 약물도 잘 듣지 않는 까다로운 알츠하이머 환자였기에 요양원 생활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자체적으로 간병인 전담팀을 꾸려가면서 남편을 돌봐왔던 아내는 그를 집에서 돌볼 결심을 하게 된다. 내가 그를 돌보게 되면, 그를 버렸다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추운 겨울에 장거리 운전을 할 필요도 없어지고, 간병인이 그만둘까봐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어진다. 하비가 뭔가 일을 저질러서 카퍼릿지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고 노심초사할 필요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하비가 자신의 행동 때문에 무시당하거나 묶여 있거나 약에 취해 지낼 가능성이 없음을 알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었다. 나는 하비가 비록 치매에 갇혀 있기는 하지만, 그의 머릿속 깊은 곳에서는 내가 그를 돌보고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하고 바랐다.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귀감이 되었던 '박사'였던 하비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결심- 그리고 그 결심으로 인해 저자는 자신의 삶을 내려놓고 사랑했던 남편이었던 '하비'의 전담 간병인으로 십여년을 살게된다. 예측할 수 없는 치매환자와의 동거- 의사들은 하비가 5년을 채 넘기기 힘들것이라고했지만, 간병인 전담팀을 꾸리고 집에서 최대한 정성껏 돌본 결과는 정신이 스러져가는 하비의 육체를 지지해주고, 간병의 시간은 점점 길어진다. 가족 누군가가 병에 걸리면 그 병의 전문가가 된다고 했던가? 병원의 힘에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간병인 전담팀의 '팀장'이 되어버린 저자는 알츠하이머 전문가가 되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의 어머니또한 치매 초기증상임을 알게된다. 어머니또한 돌봐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는 상태- 이같은 악순환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드라마가 아닌 논픽션이라 해피엔딩따윈 없이 '그렇게 그는 그자리에 있다'로 끝날 것 같은 힘든 '알츠하이머 간병기'는 생각과는 다른 또다른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읽기 괴로웠던 책의 마지막 부분이 그나마 '다행이다'로 귀결되는 부분이 있어 마음을 쓸어내렸다. 약 20여년간 알츠하이머 환자를 돌보면서 누구도 알지 못했던 알츠하이머 환자의 실상과 간병의 힘듦을 직접 겪어낸 저자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이 생기는 것을 줄이기 위해 알츠하이머 환자에 대한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예방활동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그 뒷이야기는, ...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남겨둔다. 내가 이 병에 대하여 솔직하게 밝힌 사실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 나는 다른 간병인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차마 하지 못했던 일을 나만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마 내가 조금 더 길게 간병을 했을 수는 있다. 내가 대단한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며, 내가 해온 방식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알츠하이머 관련 활동을 하는 이유는 누구도 나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책은, 알츠하이머 라는 병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알츠하이머를 겪고 있는 가족의 괴로움, 절망, 실상까지 빠짐없이 담고 있어 읽는 내내 괴로웠지만, 끝까지 책을 덮지 않았던 이유는 알츠하이머로 정신이 사라져버리고 있는 하비라는 남편을 아내인 저자가 '사랑과 기억'을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를 돌봐왔던 이야기를 나 또한 끝까지 지지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절망을 끝까지 참아내면 어떤 식으로은 '희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무서운 병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자각하기도 싫고, 생각하기도 싫어서 외면되고 있는 병- 경각심, 그리고 세상의 많은 알츠하이머 간병인들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잡아주는 책이었다. 하비와 나는 여러 해 동안 어떤 낯선 이와 느린 춤을 추었다. 알츠하이머는 하비와 나 둘 다를 사로잡았다. 그 병은 훌륭한 정신 하나를 파괴했고, 더불어 우리의 인생을 파괴했다. 나는 병마가 내 목을 조를 때에는 싸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그 병은 내가 다른 방식으로 탈출하는 건 막지 않았다. 내가 다음 춤 상대가 되는 건 단지 시간 문제인 걸까?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 속의 나는 지쳐 있고, 20년의 세월을 잃어버리고 서 있다. 처음 하비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떄부터 찾고 있었던 것을 지금도 나는 찾고 있다. 우리 모두가 치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내 인생이 해피엔딩이냐 아니냐는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제대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그리고 만약 내가 괴로운 일을 겪고 있다면, 그 일을 감내하는 것을 넘어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 같은 일을 겪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 또한 삶의 보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노력하면서 살고 있는 걸까? 소중한 사람들을, 가족들을 어떻게 대하면서 살고 있는가? 사랑을 주고 받는 것을 너무 당연히 생각하지는 않았나..? 많은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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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메릴 코머는 미국 1980년대 방송 부분 여성 기자 첫 세대였다. 기자이자 토크쇼 진행자이며 제작자이기도 했다. 잘 나가던 그녀가 남편의 간병을 위해 젊은 나이에 일을 그만두고 19년간 간병한 기록이 이 책이다. 유능한 의사였던 남편은 50대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린다. 책은 아래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나와 한 집에 사는 이 남자는 내가 사랑해서 결혼했던 그 사람이 아니다. - 13쪽
발병 초기 메릴이 겪은 고통이 눈물겹다. 그렇게 젊은 나이에 치매가 발병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당시 알츠하이머에 대한 정보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메릴은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남편 하비을 보며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생각에 고통스러워한다. 남편을 관찰하고 일지를 기록해 병원에 가지만 의사는 메릴의 말을 무시하고 같은 동업자 남성인 하비의 말만 듣고 이상 없음 소견을 내린다. (이건 뭐 맨스플레인의 전형적인! ) 하비는 메릴이 자신을 모욕한다고 생각하며 화를 낸다. 그러나 직장 일도 제대로 못하고 심지어 학회 참가하러 런던에 갔다가 발표를 망치고 혼자 파리로 가서 실종되는 등 문제가 나날이 생긴다. 하비는 직장 여성 동료들에게 성희롱 혐의도 받는다. 결국 하비는 58세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직장을 사직하게 된다. 몸은 건강하기에 체격 조건 우월한 하비가 폭력적으로 굴면 메릴은 그저 당하는 수밖에 없다. 입원도 시켜봤지만 차도가 없다. 메릴은 모든 정신적 기능을 잃고 몸만 살아 있는 하비를 거의 내내 집에서 간병한다. 간병인을 두지만 밤당번은 메릴이다. 직장 생활과 경제 상의 어려움은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도 고립된다. 메릴 스스로 친구들에게 징징거려서 지겹게 할까 걱정하기도 한다. 메릴은 자신이 느끼는 고립감을 일기에 틈틈이 적는다.
사람들이 우리를 버렸다. 하비가 예전의 그가 아니라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나까지 같이 버려져야 하나? - 190쪽
힘든 시기, 메릴은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하비도 나를 돌보기 위해 자기 직업을 희생할까? 라고 생각하던 메릴은 돈은 대 줄지라도 아닐 것이다,란 결론을 내린다. 치매 발병 직전 하비의 외도를 목격한 일이 메릴을 회의하게 만든다. 메릴은 남편 하비의 세번째 아내였다. 그녀가 19년간 간병하는 동안 하비의 친아들은 방문하지 않는다. 하비와 피 한방울 안 섞인 메릴의 아들과 며느리가 간병을 돕는다.
이 와중에 설상가상, 메릴의 어머니도 치매가 발병한다. 메릴은 어머니 집에 간병인을 두고 두 집을 번갈아가며 간병하다가 어머니가 문제를 자꾸 일으키자 어머니도 모셔온다. 어쩌면 이런 삶이 있을까? 메릴의 남동생은 자살했다. 아버지는 자살을 시도했으나 살아 남아서 정신 온전하지 못한 상태로 12년 살다가 돌아가셨다. 물론, 맏딸로서 메릴이 뒤치닥거리를 하고 어머니를 받아 주었다. 그런데 어머니와 같이 살게 되니,,,
어머니가 우리집으로 오시게 되면서, 오래 묵은 감정의 응어리들도 함께 딸려왔다.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해묵은 상처들이 되살아났다. - 225쪽
아, 난 이런 감정이 어떤 느낌인지 대강 알겠다. 어떻게 메릴은 이런 상태에서 두 치매환자를 간병하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일기 쓰기의 힘일까? 메릴은 쓴다. '손자손녀를 위해 이 글을 쓴다. 내가 남편과 어머니를 위해 해온 일을 내 아들이 나를 위해 하게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라고. 그녀는 자신이 길게 간병을 했을 수는 있지만 자신이 대단한 일을 했다거나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는 방송 출연을 계기로 제프리 비 알츠하이머병재단을 운영하게 된다. 여기에 대해서도 메릴은 이렇게 쓴다. '내가 알츠 하이머 관련 활동을 하는 이유는 누구도 나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그녀는 현재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한 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 책의 제목과 관련한 이야기는 책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하비와 나는 여러 해 동안 어떤 낯선 이와 느린 춤을 추었다. 알츠하이머는 하비와 나 둘 다를 사로잡았다. 그 병은 훌륭한 정신 하나를 파괴했고, 더불어 우리의 인생을 파괴했다. (중략) 내가 다음 춤 상대가 되는 건 단지 시간 문제인 걸까? - 323
2016년 내내 엄마 문제로 힘들었다. 그랬던 2016년 마지막날에 읽은 책이다. 그런데 2017년 첫날에 눈 떠서 어제 다 읽고 침대 머리맡에 두고 잔 이 책을 보니,,,, 메릴이 겪은 19년과 같은 시절이 내게도 20년간 계속될지도 모른다, 오늘이 그 첫날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들어 끔찍했다.
책은 참 좋은데, 읽고 나니 막막하고 가슴이 휑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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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 코머 저자 : 메릴 코머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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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 증가와 더불어 치매와 알츠하이머병 환자도 늘어가고 있다. 육신보다 영혼의 사망이 먼저 일어나고 수십 번의 크고 작은 죽음 끝에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알츠하이머병. 뇌의 신경세포를 점차 파괴해가는 알츠하이머병은 한 사람이 평생 쌓아온 기억을 무너뜨리고 인간의 모든 능력을 하나씩 앗아가는 치명적인 병이다.
이 책은 알츠하이머병에 관한 기록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증세가 나타나기까지 수년이 걸린다. 치매 어머니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을 20여 년간 보살펴 온 아내의 이야기다. '가족이란 공통된 기억의 힘을 바탕으로 결속하는 것인데 알츠하이머병은 그런 기억을 왜곡하고 파괴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보호자는 태풍의 피해자와 다르지 않다.'
발병 초기 어떤 증상을 보이며 병이 진행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한 사람이 철저히 망가져가는지 알츠하이머병의 실상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다.
국립보건원 의학 박사인 하비는 어느 날부터 사소한 행동 변화를 보인다. 기억력에 문제를 보이기도 하고 임상소견에 대한 질문에 엉뚱한 답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병은 서서히 진행되고 점차 인지능력 저하를 보인다. 진단 결과 알츠하이머병 확률이 65퍼센트로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뇌기능이 정지되어가고 정신이상과 행동이상 증세를 보인다. 시력도 감퇴되고 언어능력이 상실된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에 의존한다. 마지막 단계에 이르자 더 이상 배고픔과 갈증을 느끼지도 못한다. 신체가 말 그대로 폐쇄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기억만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느낌이 있고 상상력이 있고 의지가 있고 욕구가 있는 도덕체이다.'라고 올리버 색스 박사는 말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도 인간이다. 그래서 육체적 보살핌과 더불어 정신적인 보살핌도 중요하다. 아내 메릴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하비의 뇌는 한계 능력을 상실했지만 육체는 살아있는 기현상을 보인다. 메릴은 그렇게 20여 년간 <낯선 이와 느린 춤을>추었다. 하비를 보살피는 동안 그녀의 삶은 없었다.
기억은 모든 지식과 인식의 바탕이다. 만일 기억이 없다면 우리 삶은 아무 연관 없는 하나의 비연속체에 불과할 수 있다. 적당한 망각은 미덕이지만, 한 인간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알츠하이머병은 환자는 물론 보호자 모두 고통스러운 질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치료법은 없고 단지 병의 증세를 가볍게 하는 약물복용 방법 외엔 없다. 인간의 기대수명은 늘어가고 있지만 장수가 진정한 축복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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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던 남자가 낯선 사람이 되어버렸다.
저명한 의사였던 남자가 환자가 되었고, 더 없이 자상했던 남자가 포악해졌다.
그리고 이 남자는... 사랑했던 아내가 기억에서 없어지고, 가족들을 잊어간다....
진짜 이 책, 시작부터 답답함이 팍팍 느껴진다.
하지만, 누구하나 피해갈 수 없는 병이고 예고없이 불쑥 찾아오는 병이다.
그 어떤 병보다 가슴아픈 병이고 지치게 하는 병이다.
알.츠.하.이.머
이 책을 쓴 사람은 남편이 조발성 알츠하이머로 56살부터 현재까지 20년동안 간병을 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엔 서류를 잊어먹고 발표자료를 기억못하고 성격이 조금 괴팍해진 수준이었다.
하지만 점점 많은 걸 잊어먹고, 이런 표현 그렇지만 맹수처럼 변해간다.
요양시설에 맡기자니 너무나도 비인간적이고, 함께 있자니 180cm가 넘는 거구의 남편이 공격해오는걸 막을수 없어
이도저도 어려운 경우에 처한다.
<신체는 뇌보다 오래산다>라는 단락이 나오는데 진짜 이게 제일 와닿았다.
머리가 점점 죽어간다.
물론 본인도 지쳐간다. 한번씩 제정신이 돌아왔을때 자식보기 미안해지고 자책하고 자괴감에 빠지고
할아버지가 아버지한테 "형님~"이라고 부를때도 가슴한켠이 덜컥 내려앉지만, "미안하다~"라고 하실때도 또 한켠이 내려앉는다.
사랑하는 가족이 날 못알아보는 것만큼 슬픈일이 세상이 어디있을까?
이 책 쓴 사람은 자식들을 위해, 다른 남은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는데.
뭐 이렇게 해야한다는 교본이 없고, 이렇게 될 것이라는 경향도 없고
결국은 비극이고 슬픈 일인데, 덤덤하게 받아드리고 묵묵히 버텨내라고... 그렇게 같이 잘 이겨내보자고 하는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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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란 한낱 개인의 문제인가? 절망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끝내 놓지 않는 위대한 여정!
사랑하는 사람이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늘 함께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정신이 나와 함께 하지 않고, 나와의 그 어떠한 기억도 공유하지 못하는 채로 살아간다면 그 기분은 어떠할까. 알츠하이머라는 몹쓸 병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모든 것을 앗아가는 그 비통한 순간순간을 마주해야 하는 일이란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일까.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 다음으로 두려운 것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보호자가 되는 것이라면 기꺼이 환자를 간병하는 일에 자처할 수 있겠는가. 58세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을 무려 20년간 간병해온 아내의 이야기 <낯선 이와 느린 춤을>은 이 가슴 아픈 질문으로 끊임없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아름다운 실화이다.
이 책은 알츠하이머병이 한 인간을 어떻게 파괴시키는지,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고통과 외로운 싸움, 나아가 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는 법에 대해 매우 진솔하게 이야기해나간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에서 근무하며 학회에서도 매우 저명한 과학자이자 의사인 하비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은 그 이른 시기만큼이나 매우 무섭고 빠르게 그의 이성을 앗아갔다. 환자들마다 병의 진행 속도가 저마다 다른 데다 알츠하이머병을 가깝게 느껴본 적이 없는 까닭에 사소한 변화와 증상들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기의 이상 증세를 ‘신호’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저 잠깐 잊어버린 것으로 치부할 수도, 유독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라 여길 수도, 높은 스트레스로 인한 병증 중에 하나라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
최근의 연구결과가 밝혀냈듯이, 행동 변화는 치매의 초기 신호들 중 하나이다. 누군가가 항상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만으로 치매의 신호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평소 하던 행동에 변화가 생기거나 평소에 잘할 수 있었던 능력이 저하된다면 문제가 다르다. 하비의 사무실이 무질서했던 것은 치매의 신호가 아니었다. 하지만 하비가 예전과 달리 사무실에서 뭔가를 찾아내지 못하여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있는 건 정말로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 41P
가슴 아프게도 나의 외할머니에게도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할머니는 경로당에 가는 척하며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버스를 잡아타고 종점에 가기도 하고, 자신의 숨겨둔 돈을 찾으러 가야한다고, 누군가 훔쳐가려 한다고 나에게 조용히 말하기도 했다. 때로는 자신의 유일한 보호자인 나의 부모님이 자신을 학대한다며 낯선 약국에서 버티는 사람에 경찰이 출동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은 굉장히 멀쩡하게 잘 지냈고, 대답 또한 또렷하게 잘 하시곤 해서 이것이 치매인지 아닌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전문 기관으로부터 테스트도 받았지만 아직 치매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분명 치매 초기 증상인 것 같은데 치매라는 판단을 할 수 없다니. 우리 가족은 당혹스러웠다.
이 책 속의 하비 또한 마찬가지였다. 기억을 잊는 사소한 일들부터 시작해 험악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 등 여러 이상 징후들이 점점 눈에 띄게 발견되었지만 그는 무려 2년간이나 뚜렷한 진단명을 받지 못했다. 그저 항우울제와 아리셉트 같은 약을 처방 받았을 뿐이다. 정확한 진단이 없이 애매하게 흘러간 시간동안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정확한 치료 행위를 진행시킬 수가 없다는 건 가족들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다 빠른 진단과 완화할 수 있는 치료법을 진즉에 손썼다면 병의 진행은 좀 더 느려졌을까. 그렇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함께 고통을 겪는 가족들로서는 그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문제는 단순한 망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을 겪는 이들이 보호자에게 때로는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그들은 어마어마한 완력을 행사한다. 저자 역시 이러한 위험에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병에 잠식되어 무력한 인간이 되어 가고 있을지라도 여전히 그는 가치 있는 사람이며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사람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으로 저자는 남편을 다독여야했다. 그것은 남편만이 아니라 어쩌면 이 비극적인 현실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저자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여름철에 갑자기 폭풍우가 닥쳐오듯이 얼굴 표정이 갑자기 험악해지면서, 내 손목을 으스러질 정도로 세게 움켜잡았다. 손을 빼지도 못하고 혹시 내 팔을 부러뜨릴까 겁에 질렸지만, 나는 의식적으로 그에게 더 가까지 다가갔다. 머리와 턱을 아래로 내려서 그가 다른 손으로 내 목을 움켜쥐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는 붙잡히지 않은 팔로 그를 감싸 안으면서 무서움을 억누른 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당신은 훌륭한 의사에요.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돕는 사람이잖아요. 힘들어하는 거 잘 알아요. 나는 당신을 도우려는 거에요.” 되풀이해서 이렇게 말했고, 내 말 중 어떤 대목을 그가 알아들었는지, 혹은 내 목소리가 그를 진정시켰는지 몰라도 하비는 힘을 빼고 내 손목을 놓았다. / 106P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가족들은 저마다 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저자인 메릴 먼로 역시 모든 커리어를 내려놓고 고군분투한다. 적당한 보호소도 찾아보고 간병인과 교대로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나름 일지를 써가며 그가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려 한다. 하지만 보호소에서도 쫓겨나고, 간병을 하느라 재산도 여의치 않다보니 오로지 집에서 간병을 하기로 결정하는 가운데, 어머니마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악재가 겹친다. 그럼에도 그녀는 포기를 하지 않는다. 이미 육체와 정신 모두 바닥인 상태인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돌보면서 겪는 그녀의 고통을 여과 없이 담아낸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감탄을 반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면 과연 어땠을까.
물론, 우리는 일찍 환자를 포기해버리는 이들에게도 질책보다 위로가 필요하다. 그만큼 이 병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가혹하며 보호자를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궁지에 몰아간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나의 엄마가 내게 전화해 무너지듯이 울었던 날, 나도 그저 그 무게와 고통을 가늠만 할 뿐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엄마를 수시로 떠올렸고 그래서 마음이 더 아팠다. 얼마나 외로운 싸움이겠는가. 이 싸움을 얼른 끝내기 위해 병을 앓는 사람이 좀 더 일찍 편안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길 바란다면 그 마음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우리를 버렸다. 하비가 예전의 그가 아니라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나까지 같이 버려져야 하나? 나는 그저 선택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열심히 잘 싸우거나, 치료법을 찾아내어 시간을 벌어서 병을 완치할 기회를 가지거나. 최악의 경우가 되면 하비가 치료를 중단하고 평화를 되찾아 내게 작별 인사를 건넬 수 있게 하거나. 내가 그를 진실하게 대했다는 점에 대하여 하비가 고마워 했으면 좋겠다. 누구라도, 그 사람이 병에 걸려 나을 희망이 없다는 이유로 인생에서 잊혀서는 안된다. / 190P
내가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는 어머니에 대해서가 아니라 병에 대한 것이었어야 했다. 나는 다른 환자보호자들은 어떻게 이런 상황을 견디는지 궁금증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들도 자식의 기대와 부모가 필요로 하는 것 사이 어딘가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극도의 피로감이 죄의식보다 더 커지는 순간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조언은, 각자가 처한 생활환경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보호자들은 도대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제 더 이상은 못 하겠어.”라고 포기하게 되는 걸까? / 238P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알츠하이머병을 정면으로 응시한 메릴 먼로는 일반 대중의 눈에 이 병이 잘못 그려지고 있는 것을 애통해한다. TV에서는 알츠하이머병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동떨어진 광고들이 만연할 뿐, 실상 그 민낯을 드러내는 일에는 주저한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잠재적 환자들이 늘어가는 시대에 여전히 환자, 환자보호자들에 대한 처우나 제도 개선의 변화 역시 미비하다. 결국, 그녀는 하비를 간병하면서 겪는 일들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한다.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녀가 어떤 보상을 받으려는 마음으로 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비의 명성에 금이 가게 할 수도 있고, 주위의 시선을 감내해야 하며 자칫 오해를 부를 수도 있으나 그녀는 알츠하이머병의 실상과 이를 곁에서 겪는 가족들의 아픔을 모두가 알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또한 이 사회에 경각심을 고취하고 제도 변화 및 의료 발전에의 촉구를 유발하고자 한다. 공개하지 않고 숨어서 생활한다고 해서 환자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게 아니라고 믿은 것이다.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은 나아가 알츠하이머병의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임상 연구에 참가하기에 이른다. 매년 테스트에 참여하여 인지능력을 검사하고 자신의 데이터가 과학 연구 발전에 기여토록 한 것이다.
그녀는 이제 알츠하이머를 생각하지 않는 일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디에서든 그것의 미세한 신호를 감지하기도 한다. 가족들과 휴가 간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는 부인, 같은 말을 반복하다가 매번 결과를 다르게 말하는 일행들, 자신이 무엇을 하던 중이었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그 증후들을 발견하곤 한다. 그들도 언젠가는 이 병으로 고통 받을지 모르는 일이다. 특히 가족 중에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한다. 그녀 역시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이 ‘나는 이 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였다. 내가 가족의 짐이 되면 어쩌나, 병이 나를 갉아먹는 것보다 더 큰 공포는 내가 그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이기에.
하비와 나는 여러 해 동안 어떤 낯선 이와 느린 춤을 추었다. 알츠하이머는 하비와 나 둘 다를 사로잡았다. 그 병은 훌륭한 정신 하나를 파괴했고, 더불어 우리의 인생을 파괴했다. 나는 병마가 내 목을 조를 때에는 싸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하지만 그 병은 내가 다른 방식으로 탈출하는 건 막지 않았다. 내가 다음 춤 상대가 되는 건 단지 시간 문제인걸까?
거울을 바라본다. 거울 속의 나는 지쳐 있고, 20년의 세월을 잃어버리고 서 있다. 처음 하비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걸 알았을 때부터 찾고 있었던 것을 지금도 나는 찾고 있다. 우리 모두가 치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 323P
현재 저자는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 헤프리 빈 알츠하이머병재단의 CEO가 되었고,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한 활동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이 사회가 알츠하이머병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병을 앓고 있는 남편의 곁에서 함께 하는 일상도 변함이 없다. 그녀는 말기 호스피스 치료를 집에서 하기로 하고 그의 마지막 날에 낯선 이의 손길이 닿지 않게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비, 자신이 사랑하는 이 남자와 마지막으로 느끼는 촉감이 자신이길 바라는 단 하나의 소망으로 그녀는 언제나처럼 마지막인 듯 하비에게 키스를 건네며 지내고 있을 것이다. 이 땅의 많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영원히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 것이다. 나의 엄마에게도 위로와 사랑을 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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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견디시는지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성인a saint이신가 봐요." -p231 마리아라는 간병인은 치매에 걸린 노인(저자의 어머니)을 몇 달간 모시다 더이상 돌볼 수 없다고 말한다. 마리아는 30대 중반의 여자로 간병 일자리를 간절히 원했고 헌신하려 했다. 그녀는 강인하고도 온화한 성품으로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미안해하면서도 확고한 태도로 자신은 이제 한계에 달했다고, 더이상은 모실 수 없다고 말하면서 떠난다. 그러면서 그녀는 저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견디시는지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성인a saint이신가 봐요." 나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그렇게 느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의문은 나에게 돌아왔다. '나라면 저 상황 속에서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남편과 어머니를 돌본 한 여자의 사적인 기록이다. 그녀의 남편 하비는 의사이자 과학자로 학계에서 국제적인 명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명석한 두뇌와 건강한 신체를 자랑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58세의 나이에 조발성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앓게 된다. 낯선 이의 침입이었다. 남편 하비는 점점 폭력적이 되어가고 기억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감정변화도 점점 급격해진다. 어느날 밤에는 일찌감치 침대에 누워 있던 하비가 내 눈치를 살폈다. 그러더니 갑자기 왜 자기 침실에 내가 있는 거냐고 물었다. 마음이 진정되지 않고 밤에 잠이 안 올 때 들으려고 침대 옆 협탁에 녹음기를 두었는데, 얼른 그걸 가져와서 그 대화를 녹음했다.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줘도 하비는 우리가 결혼한 사이라는 걸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희생을 인정했다."당신이 정말 내 아내라면, 지금 겪고 있는 일들은 당신에게 너무 가혹하네요." 나는 그가 내게 어떻게 해야 할지 좀더 말해 주기를 바랐다. -p98 남편 하비는 완전히 기억을 잃어버리고 어린 아이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도와주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씻기, 용변보기, 식사하기. 모든 것을 도와줘야 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는 질환이다. 의사들은 남편 하비의 생존기간을 6개월이라 이야기하지만, 그의 육체는 쉽게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는 알츠하이머병 치매에 걸린 후로 20년을 더 살게 된다. 자신이 살고 있다는 자각도 없이. 그리고 그의 부인 메릴 코머는 본래 방송 토크쇼 진행자였으나 일을 그만두고 간병에 전념하게 된다. 무려 20년 간을 그녀는 남편을 간호한다. 도중에 그녀의 어머니도 치매를 앓게 되고, 남편과 어머니 두 명을 함께 돌보게 된다. 간병인을 고용해서 함께 돌보긴 하지만, 모든 일을 감독하고 책임지고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간병한다. 직업이 토크쇼 진행자에서 전문 간병인으로 바뀌게 된다. 그녀는 어떻게 그 모든 것,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희생할 수 있었을까? 헌신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그녀의 남편을 사랑했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20년을 간병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보면서 수없이 의문이 들었다. 슬프고 안타까웠다. 그녀도 처음에는 간병이 2~3년 정도 일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조발성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이른 나이에 발명하고 예후가 안좋은 병이다. 하지만 남편 하비는 20년을 넘게 살았고, 그녀는 그를 버릴 수 없었다. 신념과 인내와 끈기로 간병을 해냈다. 어떤 사람들은 그녀의 행동에 찬사와 박수를 보내고, 어떤 이들은 그녀가 어리석다고, 자신의 인생을 살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친한 친구들은 이렇게 말한다. "할 만큼 했잖아. 악몽같은 상황을 겪여냈고, 직장도 포기했고." "어디든 안전한 곳에 그를 맡기고 네 인생을 되찾아." "아무도 매일매일 24시간 대기 상태로 있을 수는 없어. 앞으로 나아가기에 늦지 않았어." "너무 늦기전에 이 생활을 벗어나야지." -p160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하비도 너처럼 그렇게 했을까? 너를 보살피려고 모든 걸 포기했을 거 같니?" -p163 그녀는 말한다. "고통을 통해 나는 신념과 끈기를 얻었다" 고. 하비라면 절대 환자를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나는 여전히 그녀가 어떻게 이 모든 것을 견뎌냈는지 모른다. 다만 인간의 숭고한 정신을 보았을 뿐이다. 한 여자의 사적인 기록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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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치매가 그저 안타깝고 주인공들은 기억만 잃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본인이 인간이라는 것까지 잃어버리는 무서운 병 치매. 이 글에서는 남편이나 본인에 대한 미화도 없이 고되고 외롭게 격리되어 간병해야 하는 현실만 담겨있다. 다른 간병기들처럼 애틋한 사랑, 힘들지만 사랑하니까 해야하는 간병이라는 말 대신 자신의 책임이라는 말을 한다. 커리어도접고 남편 간병만 20년째.. 말만 들어도 답답하다. 미국의 너싱홈도 우리 요양원과 다를 바 없다는 데에서는 무섭기까지 하다. 장수시대 과연 어떻게 나이 먹을 수 있을까. 치매라는 병 앞에서 남편은 이미 인성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말이 슬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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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세에 치매 진단을 받은 의사이자 과학자인 남편. 이를 20여년 간 간병하는 아내 이어지는 어머니의 치매. 현재 치료되어 질 수 없는 치매 사실적으로 그려지는 치매환자 및 보호자의 모습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 책을 쓴 저자의 심정대로 치매에 대해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보다 더 잘 알고 있었으면 한다. 치매에 관하여 알게해준 저자에게 고맙고 그리고 그 남편을 마지막까지 같이 해주는 동반자로의 모습으로 감동받게 해주어서 고마웠던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