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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처럼 소설 형식을 빌려 전혀 다른 분야의 주제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을 자주 만납니다. 제가 읽은 것만 해도 "주가조작(소위 시세조종)"을 소재로 한 것, 신참 직원이 몇 번의 실수를 딛고 회사에 적응해 나가는 것, 그리고 해외 유명 자계서 저자가 쓴 우화 형식의 짧은 책 등 적어도 세 권이며, 이들에 대한 리뷰 역시 빼먹지 않고 올린 적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 권이 더 있는데, 중국 현지에 진출한 무역 회사 간부직의 회고담 포맷을 한 실무서 겸 소설이었습니다. 까다롭거나 따분한 주제도 이처럼 "이야기"의 외피를 입히면 뭔가 호기심도 생기고, 맥락에 따른 독서가 이뤄지는 덕에 기억에도 오래 남더군요. 물론 지나치게 작위적인 소설화는 거부감이나 유치하다는 느낌만 줄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이 책은 완전한 소설화 형식은 아니지만, 적절히 의인화, 상징화한 "보편적 캐릭터" 김철수 팀장을 통해, 이래라 저래라 그래야 한다 식의 판에 박힌 설교가 아니라, 내 주변에서 얼마든지 있음직한 사례와 생동감 있는 교훈화를 통해 저자의 주장을 전달합니다. "김철수"라는 이름이 좀 식상함을 안기긴 하지만, 몇 년 전 센세이션을 일으킨 비슷한 정치인의 이름도 있었기에, 이런 이름이 그저 교과서에 박제화한 위화감만을 일으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 실제로 그런 이름을 쓰는 이도 있었구나." 제가 읽기에 이 책 속에서의 김팀장은, 한편으로 조직 분위기에 친화, 순응하는 모범생 같은 구석도 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저런 나이대의 중간관리자들이 흔히 보이는 허술하거나 감정적 측면도 보이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들이 "요 정도만이라도 했으면"하고 현실적인 레퍼런스로 삼는, 아닌 듯 은근 힘이 센 보편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자는 그러나 우리의 의표를 찌르는군요. "야, 여기의 김팀장만큼만 해! 나가려고 해도 사장이 붙잡는다." 저자의 말처럼 회사의 중심을 잡는 이들의 딱 김철수 정도의 조직장들입니다. 사장이라면 일단 사람을 알아보고 적절한 직원을 그 자리까지 끌어올려, 회사도 win하고 직원 기도 적절히 살려주는 센스가 필수적입니다. 제가 예전에 읽은 <사장은 차라리 바보인 게 낫다>라는 책에서도, 설령 바보일망정 사람 보는 눈 하나는 확실해야 한다는 게 잊혀지지 않는 포인트였습니다.
일단, 채권자에게 시달리기를 밥 먹듯하는 무능한 사장 말고, 자기 회사 하나는 알토란같이 꾸려가는 영리한 CEO를 기준으로 삼을 때, 이런 사장이 요구하는 관리자상(像), 사방에서 같이 일 좀 하자고 소매를 끄는 팀장의 이상형은 무엇인지, 이 책에서는 꽤나 치밀한 시방서를 펼쳐 보입니다. 이런 가르침을 독자에게 전달하려면, 자계서류와는 달리 지침과 요구사항이 구체적이라야 합니다. 디테일이 세밀하게 채워져 있으면 있을수록 좋습니다. 그게 특정 업종, 특정 회사를 염두에 우선 둔 것도 무방합니다. 치밀한 현실감은 결국 다른 분야, 다른 조직에까지 보편성을 갖고 적용되는 게 보통이니 말입니다. 반면, 어려서부터 기본적인 소양이 쌓여지지 못한 채 허투루 안이하게 나이만 먹고 대접은 대접대로 받고만 싶은 짝퉁 같은 돼지 인생은, 설령 고전을 읽는다 한들 수박 겉핥기식의 무의미한 막장 드라마 자동 변환 작업만 수행하기 마련입니다.
"3분 안에 자신의 역할을 설명한다." 역할의 설명이란 뭐냐, 내가 사장 당신에게 월급을 받고 무슨 일을 하겠다는 실무 계획의 프레젠테이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주관적으로 내 가치를 높게 보는 건 누구나 당연하고 마찬가지이므로, 나를 직원으로 쓰겠다는 사장의 눈에 들게, 그의 관점에서, 또 조직의 관점에서 재 세팅한 나를 박진감 있게, 절실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그 역할이란 게, 솔직히 말해 3분까지 갈 필요도 없습니다. 단 다섯 문장 정도로, "이 회사에는 이런 이유로 누가 필요하며(입사 전 회사에 대한 연구가 철저했단 거죠), 그게 바로 나 자신임을(결국 자신이 그간 계발과 자질 확충에 소홀하지 않은 인재임을 증명하는 과정) 3단 논법의 명쾌한 언술로 임원진에게 납득시켜야 합니다. 객관적으로 타당한 주장이면 주장일수록 그 소요 시간은 더 짧게 단축됩니다. 본래 일이 잘 되려면 듣는 사람이나 말하는 사람이나 번거로운 언사가 불필요한 법입니다.
"개인과 회사의 비전을 연계하라" 이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이는 입사전 단계에도 갖춰야 할 태세, 마인드셋일 뿐 아니라, 어차피 오너가 따로 있고 나는 소모품인 것 그냥 대충 월급이나 받아먹자는 마인드에선 결코 생길 수 없는 각오이자 "태도"입니다. 요즘 CEO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건 능력 팩터보다 차라리 "애티튜드"입니다. 이 친구 나만큼이나 마음이 절실해져서 일에 임하는구만! 뭐 이런 확신을 줄 수 있어야, 그 많은 직원 중에 내가 눈에 띌 수 있습니다. 정주영 창업주도 "생각 많이 하는 사람이 대접받아야 한다"인데, 그가 그처럼 뛰어난 순발력 융통성으로 업적을 일궈낸 것도, 특별히 머리가 좋다, 기억력이 빼어나다, 업황의 분석력이 좋다, 이런 자질보다(이런 거라면 그 아랫사람들이 훨씬 잘하죠), 얼마나 사업과 조직의 미래를 절실하게 걱정하고 자나깨나 경쟁에서 살아남을 각오로 가득차 있느냐, 여기에 비결이 있던 겁니다. 정말 그 생각밖에 안 하는 사람은, 머리가 돌머리라도 남보다 탁월한 아이디어를 결국은 도출해 냅니다. 회사가 좋아하는 팀장은 바로 이런 타입입니다. 재능보다 "열정, enthusiasm"이죠. 우리말 "열정"으로는 사실 이런 의미가 잘 부각 안 되지만, 여튼 요즘은 많은 이들이 이 말을 그런 쪽으로 새겨 가는 추세인 듯도 하네요.
"생존 전략"? 그 본질이 어디에 있을까요? 우리 말에도 그렇고 독일 속담에도 "궁하면 통한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재상이나 제독, 야전 사령관에게 패전의 경우 엄청나게 가혹한 책임 추궁을 하는 관례가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주원장도 관료를 정성 들여 임용한 후 후대하되, 수뢰, 부정청탁이 발각되거나 기타 불성실한 태도가 거슬린 경우 가차없이 일가를 몰살하는 주벌을 내렸습니다. 현대 CEO가 물론 이런 정신 나간 처신을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반대로 직원들이 그런 절실한 애착, 이걸 못하면 내가 죽고 만다는 그런 결의와 절박함이 반드시 함양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성, 경, 신을 군자의 덕목과 윤리 강령으로 받아들인 동양의 성현들이 강조한 가르침과도 일맥 상통합니다.
"혁신은 유지가 아닌 생존이다." 이 말을 받아들이는 태도에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어차피 열심히 해 봐야 그 자리네."라며 무슨 노력이나 담대한 시도에라도 평가를 절하하며 주위의 의기, 의욕까지 빼앗는 직원, 웻 블랭킷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이런 사람은 결국 자기 자리까지 남에게 빼앗기게 됩니다. 반면, 그 자리를 지켜 내는 데에도 의의를 둘 뿐 아니라, 혁신을 위한 발버둥 그 자체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진취적이고 긍정적 성향의 직원도 있습니다. 자신뿐 아니라 조직 전체에 유의미하게 이바지하는 팀장, 조직장이란 바로 이런 마인드셋이 확고히 구축된 인재를 가리킨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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