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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은 춘추전국시대 황하를 중심으로 한 중원일대 여러 나라의 노래가사를 모은 책이다. 단지 공자가 편찬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삼경의 위치에 올라 유교경전이 되었고,
이후 詩를 문학차원이 아닌 도덕적 차원으로 접근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시경]을 흉내 내어 당나라 시기에 지어진 詩들을 모아 선집으로 편찬한
것이 [당시삼백수]이다. 청조
건륭제 때 활약한 손수가 직접 편찬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삼백수]의 서문(序文)인 형당퇴사서(蘅塘退士序)에서
당시의 속담을 인용하여 '당시(唐詩) 삼백수를 숙독하면 시를 읊지 못하는 사람도 시를 읊을 수 있게 된다.'라고
말했다. 아마 이 말은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일반적으로
한시(漢詩)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구조인 시체(詩體)를 알아야 한다. 전문적인
것까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알 필요가 있다. 한 구절의 글자수가 다섯 자인 것을 오언(五言), 일곱 자인 것을 칠언(七言)이라
하며, 절구(絶句)는 4구절, 율시(律詩)는 8구절로 이루어졌다. 그밖에
배율이라든지 압운, 점대 등 여러 가지 규칙이 있지만 한문의 틀을 규정하는 것으로 한자를 쓰지 않는
문화권의 사람이 시를 감상하는 데는 굳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나라는
중국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문화제국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수많은 시인들이 등장했고,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거나 혹은 역사시간에 배운 시인들의 대부분이 당나라 시대에 활약한 사람들이라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백, 두보, 왕유, 백거이, 맹호연, 유장경 등 우리가 한번쯤 들어본 시인들 대부분이 [당시삼백수]에 등장한다.
이러한
당나라 시대의 시들을 모아 편찬한 시선집은 손수가 [당시삼백수]를
편찬하기 이전에도 있었지만, 당나라 전시기의 작품을 두루 반영한 것은 이 시선집이 유일하다고 한다. 손수는 작품성보다는 각 분야의 대표작으로 여겨지는 시들을 시체(詩體)별, 즉 오언고시, 칠언고시, 오언율시, 칠언율시, 오언절구, 칠언절구 등으로 구분하여 당나라 시인 77명의 詩 310수를 수록했다. 그는 애초부터 이 시선집을 서당의 학습교재용으로
만들었으며, 따라서 평점과 인명과 지명 등 간단한 주석만을 덧붙였다고 한다. 이것이 후대로 오면서 상세한 주석과 詩 자체에 대한 해설의 필요성을 대두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 그러한 주석 중 장섭이 1834년에 펴낸 [당시삼백수주소]를 이 책을 펴내는데 판본으로 삼았다고 역자는 말한다. 장섭은 주소본 주석서를 펴내면서 자신이 독자적으로 선정한 詩 10수를
끼워 넣었고, 그래서 [당시삼백수]에는 총 320수가 수록되었다고 한다. 77명의 시인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이 선정된 시인은 두보, 이백, 왕유이다. 이들 3인의
작품이 전체의 1/3 가량인 102수에 달한다.
언제부터인가, 동양고전을 원전으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자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아직까지 마음 뿐이다. 얼마나 공부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한시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그렇게 되기에는 어려울 거라는, 단지 꿈에 불과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책을 읽어나가다 내가 꿈꾸는듯한 삶을 묘사한 詩 한 수를 발견했다. 왕유가 지은 죽리관(竹里館)으로
오언절구이다. 한 구절의 글자수가 다섯 자, 그리고 4구절로 이루어졌다.
獨坐幽篁裏 (독자유황리) 홀로 그윽한 대숲에 앉아
彈琴復長嘯 (탄금부장소) 거문고 타다 길게 휘바람 불다
深林人不知 (심림인부지) 깊숙한 숲이라 사람들은 모르고 明月來相照 (명월래상조) 밝은 달 찾아와 서로를 비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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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삼백 수를 숙독하면 시를 읊지 못하는 사람도 시를 읊을 수 있게 된다." 이 문구는 청나라 건륭제 시기의 손수가 엮은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의 서문의 한 구절이다. 중국의 문학은 한대(漢代)의 문장(文章), 송대(宋代)의 사(詞)와 더불어 당대(唐代)의 시(詩)로 나눠볼 수 있다. 특히 당나라는 과거를 시문으로 채택을 하였으며, 자연스럽게 시가 유성하였으며, 학자는 물론이거니와 기녀와 평민층에서도 두루 시를 지었으니 손수가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를 엮은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실제 우리가 교과서에서 들어봄직한 중국의 고대 문인들의 이름은 대부분 당나라와 송나라 시대에 활약한 인물들이 많으며, 그중에서 이백, 두보, 백거이와 같은 문인들이 당나라 시기에 활약한 것을 떠올려본다면 당시(唐詩)의 위상을 새삼 느낄 수 있게 된다. 특히 한시(韓詩)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에게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명대 말기의 고문사파(古文辭派)를 대표하는 이반룡의 <당시선(唐詩選)>과 비교를 통하여 생각해볼 수 있다. 사실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보다는 <당시선(唐詩選)>이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정형화된 성당(盛唐 : 당현종 개원 원년인 713년 12월부터 두보가 죽는 당대종 대력 4년인 770년까지의 시기)때의 시를 이상적인 시의 세계로 간주하여 나름의 시론을 구체화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협함은 청나라 이후 비주류로 몰리면서 오히려 <당시선(唐詩選)>이 밀리고,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가 주목받게 된다. 이러한 중국 고대 문학의 흐름과 연관지어 생각하면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는 근체시는 물론이거니와 고체시와 악부가 다양하게 실려 있기 때문에 우리가 오히려 다양한 당시(唐詩)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어 보인다. 인간출판사에서 출간한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는 원래 처음 편찬한 손수의 소개한 시를 기본으로 하여 청나라 도광제 시기인 1834년 장섭이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에 좀더 상세한 주석을 덧붙인 <당시삼백수주소(唐詩三百首註疏)>를 기본으로 하여 읽는 이의 시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사실 손수가 선정한 77인의 작가의 320편의 시가 실려 있기에 처음 읽기에는 방대한 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나, 상세한 주석과 해석으로 인하여 읽을수록 그러한 어려움을 조금씩 떨쳐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평측이나 자수에 제한없이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의 고체시는 물론이거니와 당나라 시기에 그 형식이 완성된 근체시(율시 및 절구)를 모두 읽어볼 수 있어서 감히 이 책 한권으로 당시(唐詩)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책의 구성은 우선 형식적인 측면으로 구분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읽기 전에 아래와 같이 간략히 그 형식의 차이점을 이해하면 좀더 나으리라 생각된다. 절구(絶句) : 기(起), 승(承), 전(轉), 결(結)의 네 구로 이루어졌는데, 한구가 다섯 자로 된 것을 오언절구, 일곱 자로 된 것을 칠언 절구라고 한다. 율시(律詩) : 오언율시, 칠언율시 등 여덟 구로 이루어진 시 배율(排律) : 율시와 같은 창작법이지만, 열 구 이상 장편으로 된 시로서 장률(長律)이라고도 한다. 고체시 : 평측이나 자수에 제한없이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 근체시 : 당나라 때에 형식의 틀이 이루어 졌고, 율시 및 절구가 대량으로 등장한다. 이렇게 형식적인 측면만 간략히 파악을 하고 이 책에 실려있는 시를 읽는다면 형식이 주는 어려움을 쉽게 배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를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아마도 그동안 말로만 듣던 당대의 유명한 시인들의 시를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닌가 싶다. 사실 교과서에서 분면 이백, 두보, 백거이는 물론이거니와 '퇴고(推敲)'의 유래가 된 가도와 한유 역시 모두 당대에 활약한 시인이다. 이들에 대한 이름은 들었지만, 자세한 그들의 삶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시를 직접 접할 수 없었기에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를 통하여 그들의 시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요소가 아닌가 생각된다. 등루(登樓) : 누각에 올라
花近高樓傷客心 화근고누상객심 : 고루 가까이 핀 꽃 나그네 상심케 하고 萬方多難此登臨 만방다난차등림 : 나라가 어지러워 이곳에 올라 둘러보다 錦江春色來天地 금강춘색래천지 : 금강의 봄빛은 천지에 찾아오고 玉壘浮雲變古今 옥루부운변고금 : 옥루산 뜬구름 예와 지금 다르다 北極朝庭終不改 북극조정종불개 : 북극성 같은 조정 바뀌지 않을 테니 西山寇盜莫相侵 서산구도막상침 : 서산의 도적은 결코 침략하지 마라 可憐後主還祠廟 가련후주환사묘 : 가련한 촉한 후주도 종묘 지켰으니 日暮聊爲梁父吟 일모료위량부음 : 이 저녁 아쉬운 대로 <양보음> 읊다 두보의 <등루(登樓)>라는 시는 이 책에 실린 그의 많은 시 중에서 눈길을 끈다. 왜냐하면 역자인 신동준 씨가 언급한 중국의 '문사철불분가(文史哲不分家)'라는 표현처럼 문학과 역사, 철학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최근 학문의 통섭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러한 표현은 응당 적절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두보의 시 <등루(登樓)>를 바라볼 수 있는데, 시(詩)라는 문학적인 측면은 물론이거니와 당 대종이 토번의 침공을 받아 피난을 가는 역사적인 사건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성도에 있는 유비의 사당을 바라보면서 당시 시국의 비참함을 <등루(登樓)>를 통하여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 역시 두보의 <등루(登樓)>와 마찬가지로 당 현종과 양귀비의 비극적인 운명이라는 역사적인 장면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시에서는 양귀비를 나라를 망친 여자로 빗대면서 비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백거이는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영원한 사랑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인 의의가 남다른 시가 아닌가 생각된다. 칠언고시로서 무려 120구라는 방대한 분량을 통하여 안록산의 난으로 인하여 피난을 가던 당 현종과 양귀비가 결국 병사들의 반란으로 양귀비가 비참하게 죽는 상황에 대하여 그들의 사랑이 내세에 영원함을 기원하는 <장한가(長恨歌)>는 역사를 떠나서 둘의 사랑을 해절하게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비익조(比翼鳥)'와 '연리지(連理枝)'가 바로 <장한가(長恨歌)>에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하여 직접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밖에 수많은 당시(唐詩)가 수록되어 있기에 역자가 강조한 시를 통한 당나라 시대의 역사와 철학을 마주할 수 있으며, 또한 저자인 손수가 그랬던 것처럼 읊는 것만으로도 당시(唐詩)에 대하여 익숙해질 수 있으니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를 어렵게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형식과 한자어가 다수 등장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부록으로 수록된 당나라의 역사와 당시(唐詩)의 형식에 대한 설명, 그리고, 당나라 시인의 삶에 대한 요약을 통하여 이러한 부분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전공자가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당시(唐詩)를 상세한 해석과 주석을 통하여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반가운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교과서에 잠깐 언급되어 있던 당나라의 유명한 시인들의 작품과 그 작품을 통하여 그들의 삶을 반추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