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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건대 북한의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은 그 이후 전개된 판문점 회담을 포함한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싱가폴 정상회담 등 역사적인 대변혁의 서막이었다. 불과 1년전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상태가 고조되고, 일각에서는 60여년만에 또다시 전면전이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 초기에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 검토가 행해진 일이 알려지면서 당시의
긴장 상태가 트럼프와 김정은 간에 "누구 책상에 놓인 버튼이 더 크냐"의 단순한 애들 말싸움 같은 것이 아니었음이 입증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쟁이 발발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역시
그런 큰 사건의 가능성에 대한 예측은 금융 시장이 어떻게 상황을 평가하는가를 보면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금융
시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테스트에, 혹은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설전에 그리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물론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 다음날은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큰 하락폭을 보이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전쟁
발발 가능성을 심각하게 간주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나는 우연히 신문을 통해 알게 된 탈북자 영어교육 자선 단체의 설립자와 친분을 쌓으면서
탈북자와 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예전에 노덕 강제 수용소의 실상에 대한 폭로라던가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비판이나 국내 보수단체의 문제 제기에도 그냥 다른 먼 세계에서 일어나는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치부했었다. 그러다 탈북자와 그들의 남한 사회 적응 문제, 많은
문제들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현실적인 문제의 하나인 영어 학습 부담을 도와주려고 먼 타국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인이 있다는 사실을
몸소 알게 되면서 북한 문제를 좀 더 현실의 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통일로 가는 중간 단계인 통일과도정부가
북한에 들어선 이후 장평군에서 벌어지는 마약조직과 이에 맞서는 장리철 및 그 주변 인물들의 투쟁을 다룬 소설이다.
소설이라는 것이 모두 현실을 기반으로 한 상상의 산물이지만 이 소설은 과연 북한 정권이 무너지고 한반도가 통일의 길로 접어들면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될까 라는 질문에 대한 한 가지의 답을 제시하는 미래 예측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가 스스로 얘기하듯이 소설 속의 설정은 ‘통일
전문가들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평가했던 시나리오’라고 할만큼 낙관적인 예측에 기반한 이야기이다. 조선인민군이 조선해방군으로 변신하여 량강도 일대, 즉 개마고원을
사실상 자치 지역으로 삼고 있고, 최태룡의 태림건설 같은 마약 카르텔 조직들이 창궐하고 있지만 통일과도정부는
평화유지군과 대한민국 정부의 도움을 빌어 통치기구로서의 역할을 그나마 수행하고 있어 무정부상태의 혼란은 모면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김씨 왕조가 평화적으로 무너졌고, 국지전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대규모 난민이 발생하지 않았고, 중국 군대의 주둔이라던가 중국과의
영토분쟁이 없었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각각의 변수들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가에 따라 통일과정이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 내부 반란이나 분열로 인한 유혈사태로 북한 정권이
급작스럽게 붕괴되고, 그 혼란스러운 틈을 타 군사 반란이 일어나거나,
중국 군대의 북한 영토 진입 등의 일들이 일어난다면 이는 그야 말로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 전 정권에서 ‘통일대박’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지만 기실 그 지지기반인 보수진영은 결코 통일을 환영하지 않는다고 본다. 우선 통일 독일의 사례와 함께 단순 계산으로도 어림 짐작이 가는 통일 비용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급작스런 붕괴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흡수 통일은 현 진보정권에서도 결코 환영하지 않을 것이다. 보수정권이던 진보정권이던 급작스런 위기상황 발생시 우왕좌왕하지 않고 평소에 준비해 놓은 대로 차분히 그러나
과감하고 신속하게 상황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과 함께 주변 4강과의 관계를 잘
닦아놓는 수 밖에는 딱히 대안이 없다. 외교적 역량을 통해 필요한 때 주변 강국의 협조를 강구할 수
있도록 준비함과 동시에 그들간에도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고도의 역학관계 조율과 관리도 필요하다. 정상외교를 통해 남북관계의 개선이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북한과 통일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향후 통일이 된다면 어떻게 그 기회를 개인적인 부의 축적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은 듯 하다. 소위 ‘통일 수혜주’가 주식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생각이 얼마나 순진하고 나이브한 것인가 자문해보게 되었다. 통일은 그렇게 장미빛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 공산도 크다. 통일로
인해 북한 동포들이 더 큰 어려움과 곤혹스로운 상황으로 빠져들 수도 있고, 이는 결국 휴전선으로부터
멀지 않은 거리에 살고 있는 나 개인과 내 가족, 나아가서는 내가 속한 공동체와 전체 국가 경제에 심대하고
지속적인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우리는 정말 진지하게 어떻게 통일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을
고민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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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소설은 웬만하면 다 읽지만 이번 소설만큼은 특이하다. 우선 제목부터가 색다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닌 '전쟁'이라니. 제목만 듣고는 헬조선이라 울부짖는 청년층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홍보글을 보니 남한과 북한의 통일 가상시나리오라고 한다. 안읽어볼 수가 없다.
남북한이 통일은 했지만 군사분계선도 없애지 않고 하나된 정부도 세워지지 않았다. 북한은 김씨 왕조가 무너지고 과도정부가 세워진다. 주민들은 낯선 자본주의 경제를 익히느라 서툴고 양강도와 자강도는 조선해방군이라는 반정부 진영이 통치하고 있다. 개성의 장풍군의 신사업가 최태룡은 조선해방군이 대주는 마약 판매를 하고 있다. 북한 내 판매가 신통치 않아 남한으로 활로를 개척하려 하고 이를 저지하는 세력이 끼어든다.
주인공 장리철은 신천복수대 101특작부대 출신이다. 통일 전 천리행군 도중 낙오하여 방랑자가 되었다. 옛 전우들을 찾다가 개성의 장풍군까지 흘러들어왔다. 뜻하지 않게 최태룡의 행보에 걸림돌이 되어 조직폭력배가 된 동료들과 조우하게 된다.
특작부대 출신이 조직폭력배가 된다는 내용은 이응준 작가의 '국가의 사생활'에서 접한 기억이 있다. 단 해당 소설의 무대는 남한이었으며 둘러싼 상황도 전혀 다르다. 뿐만 아니라 소설을 읽다보면 기시감이 드는 특징들이 여럿 있다. 多讀者만이 알 수 있는 그런 것들이. 작가의 말을 통해 밝혔듯 여러 소설에서 차용한 부분이다.
통일 후 가능성 높은 가상의 시나리오란 점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박ㄹ혜가 통일은 대박이라고 순siri가 고쳐 준 연설문을 읽었다는데 과연 그럴까 하고 생각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 의문에서 창안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탈북자들이 제대로 정착하기 힘든 현재 환경에서 북한 주민들이 쏟아져 들어온다며 심각한 사회혼란이 발생할 수 도 있다.
개인적으로 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두꺼운 분량에도 술술 읽히는 데다 이후의 상황도 너무 궁금해서다. 오랜만에 훌륭한 소설을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