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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선한 감정이나 손에 잡힐 듯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어렵다. 눈에 선하지만 눈앞에 있지 않고, 손에 잡힐 듯 하되 손 안에서 살펴지는 법은 없다.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가 깃들어 있는 무수한 오브제들의 탄생은 그래서 가능하다. 게다가 사랑은 언제나 역사를 지닌다. 어떤 사랑이든 그 사랑을 말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되돌려 보아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아일랜드의 라스모이 마을의 그해 여름, 이 우리가 책에 실린 사랑을 들여다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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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이 책을 발표한 나이를 보고 놀랐다. 무려 80세가 넘은 나이에 이 글을 쓰고 발표를 했다니 왕성한 필력 의지에 감탄하게 된 글인데 아일랜드의 작은 시골 마을이 주는 분위기와 더불어 주인공들의 섬세한 심리가 잘 드러나서 꽤 몰입감이 있는 글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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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렇게도 일상적이구나'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하나같이 일상이 섬세하게 촘촘하게 담겨있다. 그래서 스토리 보다도 그 문장들을 읽고 또 읽으며, 다른 장소에 가있고 다른 소리를 듣는 듯했다. 또 엘리도 남편 딜러핸도 플로리언도 코널티도 오펀 렌도 악한 인물이 없다. 사람 하나하나의 연약함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다 읽고 주인공들의 사랑이 실패했지만 하나도 슬프지 않았고 오히려 뭔가 정화되는 느낌을 가졌다. 그렇게 다시 하루하루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플로리언이 마지막에 맞는 가을의 싸늘한 기운과 함께, 비슷하지만 새로운 다른 날들을 향해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 뭔가 시원하고 상쾌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들보다 오펀 렌이 가슴 아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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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소설집(현대문학에서 나온)을 읽고 윌리엄 트레버에게 빠져 버렸다. 두번째로 접한 그의 책이 바로 이 여름의 책이다. 이 책은 장편 소설이라 저번의 단편 소설집과는 사뭇 달랐지만 그래도 역시 좋았다. 윌리엄 트레버만의 묘사방식이 그대로 전해져오면서도 장편이라 그 감정이 계속 이어져가는 것이 단편 소설과는 다른 맛이다. 단편 소설은 굉장히 신선하게 읽었다면 이 장편 소설은 더 깊은 감정을 오래 머무르게 했다. 그래서 이 책을 덮고도 그 여운에서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