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 너 사랑해도 되냐?”… 대식이 석원에게 했던 이 말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동안 나의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부터 기대감과 함께 설레임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어떤 느낌의 영화일까? 동성애 영화이면서 한국 영화 최초로 동성애 정사씬을 과감히 보여준다고 했는데….’ 이성애자(?)인 나는 사실 동성애자들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는 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전에는 그저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소위 변태라고 생각했었다. 사회에서의 인식이 그대로 나에게 전해져 나도 그냥 그렇게 생각했었나 보다. 최근에는 약간 생각이 달라졌었다. 그들이 동성을 좋아하는 것은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태어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흑인, 백인, 황인종을 선택할 수 없듯이 그렇게 생겨먹은 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나의 짧은 경험과 지식에 의한 이런 나의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어느 정도 그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성애자들이 이성에 대해 관심과 사랑을 가지듯 그들은 동성에 대해 사랑을 느끼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가슴에 남는 것이 3 가지 있다. 바다…길… 그리고 사랑… 바다… 이 영화에 나오는 바다(나도 어쩌면 가봤을지도 모르는 동해로 추정되는 바닷가)는 유난히 푸르다. … 그 바닷가 옆으로 이어지는 길… 아무도 없는 쓸쓸한 바닷가…답답한 그들이 마음을 잠시 쉬어가던 그 바닷가. 일주와 처음 만남을 갖고 죽으려는 그녀를 구했던 그 바다는 쓸쓸하지만 그들을 매우 따뜻이 감싸주는 듯 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석원이 떠나고 혼자 남은 대식이 소주와 함께 약을 먹고 자살하듯 몸을 내던지던 바다는 너무나도 암담하고 처절한 슬픔에 빠져있던 대식을 대변하듯이 쓸쓸하고 차가웠다. 길… 이 영화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길’은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식,석원과 일주를 만나게도 해주고 헤어지게도 한다.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구실도 마련해주고 서로를 알아가는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과 인간의 소통문제) 시간도 제공해준다. 또한 길은 처음엔 그들에겐 희망이었다. 하지만 대식은 영화 속에서 얘기한다. 길이 끝나는 거기에 희망에 있을 줄 알았는데, 길이 끝나는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우리의 인생도 그러하지 않을까?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은 어떠한 관계에서도 가능한 것인가? 우리는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혹은 많은 글들이나 영화들에서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나도 이 영화를 보면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해보았다. 이 영화는 대식과 석원, 일주와 대식사이의 감정의 흐름(왜 사랑을 느끼나?)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해주지는 않았지만 영화에 몰두하다 보니 대식의 감정에 공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정말 석원을 사랑하는구나… 남자들 사이에서도 사랑이 가능하구나…그 대상이 동성이라는 것만 틀리지 이성애자들이 이성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끼는 구나… 솔직히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동성애자들 사이의 정신적 사랑에 대해서는 100% 공감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육체적 사랑에 대해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영화의 첫 장면이나 중간에 보여지는 동성간의 정사씬은 내게는 상당히 충격적이었고 그냥 막연하게 생각했던 과정을 눈앞에서 펼쳐주었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다 보면 정신뿐 아니라 육체도 함께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동성간의 육체적인 사랑이라…난 아직은 솔직히 이 부분은 잘 공감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내게 충격적이지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줬으며 동성간에도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번째 영화가 된 거 같다. 그리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면 언젠가는 그 마음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 사람이 동성이던가 이성이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