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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교류가 예전에 비해 많이 활성화되어 있고, 크로스오버라는 하나의 장르로까지 정착되었다. 혹자들은 순수 정통음악을 훼손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현상을 폄하하기도 하지만, 원래 음악자체가 어느 장르가 더 낫다는 식으로 나누어지지 않았던 만큼, 그와 같은 태도는 편협한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겠다. 현재에도 그러한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있는데 1976년경에 클래식 음악과 팝 음악이 만났다고 하면, 사회적으로 하나의 이슈거리가 되고도 남을만 하다. 그리고 협연을 한 사람이 다름아닌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와 클레오 레인과 같은 당대의 수퍼 스타였다는 점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서로 다른 장르의 사람들이 만났고, 또한 서로의 장르에서 내노라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강한 개성으로 인해 자칫 실패로 끝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었지만, 이들이 만나서 내놓은 협연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작품적으로도 상당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들의 만남이 가능하였던 것은 이들과 친분이 많았던, 이 음반의 제작자이자 작곡자이기도 한 존 댕크워스(John Dankworth)의 공로가 컸다. 그는 이 음반에서 “My Day Has Started With You"와 ”Charms" 두 곡에서 자신의 작곡 실력을 뽐내고 있기도 하다. 1. Feelings 원래 모리스 알버트가 불러서 히트를 한 곡이다. 존 윌리엄스의 기타는 그저 담백하게 흐르는 데 반해, 클레오 레인의 보컬은 모리스 알버트보다 더 절절할 뿐만 아니라 클래시컬하게 다가온다. 클레오 레인이 가진 보컬의 색깔을 아주 잘 드러낸 곡이다. 2. Time Does Fly 폴 하트가 작곡한 곡으로, 현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곡이다. 처음부터 바이올린이 등장하는데, 바이올린이 가진 팽팽한 긴장감이 더해져서 전체적으로 곡의 분위기를 약간 업시키고 있다. 3.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원곡은 로버트 플랙이 불렀는데, 로버트 플랙이 흑인 여성 특유의 끈적끈적하면서도 애잔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면, 클레오 레인은 로버트 플랙과는 다른 느낌을 가지게 한다. 로버트 플랙이 물흐르듯이 자연스런 보컬을 선보였다면, 클레오 레인은 자신의 감정의 폭을 그대로 곡에 실어 나르고 있어, 오히려 제목에 걸맞는 보컬은 클레오 레인의 보컬이 아닌가 할 정도로 보컬이 아주 강렬하게 와닿는다. 4. Before Love Went Out Of Style 이 곡은 만능 엔터테이너인 더들리 무어가 만든 곡이다. 더들리 무어는 외국의 인지도에 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큰 인지도가 없는데, 재즈를 좋아해서인지 전체적으로 재즈적인 색채를 많이 느끼게 한다. 5. My Day Has Started With You 클라리넷과 기타로 시작하는 이 곡은 이 앰범의 숨은 공로자인 존 댕크워스가 만든 곡 중의 하나로, 클레오 레인이 직접 가사를 썼다. 앞서의 곡들과 달리 이 곡에서 클레오 레인은 보컬의 큰 변화없이 읊조리듯 아주 편안하게 노래하고 있다. 6. Wave 보사노바의 달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곡이다. 여름이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사랑을 받는 곡으로, 한 여름 미풍이 간간이 불어와 더위를 달래주는 것처럼, 클레오 레인은 감미롭고 부드러우면서도 경쾌한 창법을 구사하고 있다. 7. Eleanor Rigby 너무나도 유명한 비틀즈의 명곡이다. 원곡이 그룹의 곡이었던 만큼 여태까지 존 윌리엄스의 기타와 어쿠스틱 악기로만 연주되었던 것과 달리 전자음이 등장한다. 거기에 맞추어 클레오 레인도 락적인 보컬을 들려주는데, 특히 여성 보컬이어서 원곡이 주는 이미지와는 상당한 다른 느낌이다. 8. Awake My Love 프렌치 팝을 연상시키는 감미로운 곡이다. 들릴 듯 말 듯 연주되는 존 윌리엄스의 기타 배킹과 고즈늑하게 울리는 클라리넷, 그리고 사랑을 깨우는 클레오 레인의 보컬이 무척 인상적인 곡이다. 9. If 브레드의 명곡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사랑을 받고 있고, 광고음악 등의 배경음악으로 쓰이고 있다. 그룹 브레드의 데이비드 게이츠의 보컬이 좀 더 나긋나긋하고 여성적이었다면, 오히려 클레오 레인의 보컬이 여성이면서도 좀 더 남성적인 느낌이 배어나오는 것 같아서 아주 이색적인 곡이다. 10. Charms 이 음반의 제작자인 존 댕크워쓰가 클레오 레인과 공동작업한 My Day Has Started With You와 함께 클레오 레인의 작사실력을 볼 수 있는 곡으로, 듣기 편하고 부담없는 보사노바 풍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11. Sleep Now 이 음반 중에서 가장 변화가 심하고 마치 아리아를 연상시키는 듯한 클레오 레인의 보컬과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는 조금은 이질적으로 들린다. 이 음반을 제작한 존 댕크워쓰도 비록 이곡이 예외적인 분위기를 가지는 곡이긴 하지만, 다른 곡들에 대한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곡이라고 한다. 12. He Was Beautiful 이 음반을 우리들에게 각인시켜 준 노래가 바로 이 곡이다. 스탠리 마이어즈의 카바티나가 원곡으로, 존 윌리엄스의 기타 연주로 이미 유명해진 곡이었으며, 마이클 치미노 감독이 베트남 전을 배경으로 당시 젊은이들의 고뇌를 영화화 한 ‘디어 헌터’에서도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되어 영화의 분위기를 전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이번에는 클레오 레인이 원곡에다 가사를 붙여 노래하고 있는데, 존 윌리엄스의 기타에 목소리라는 또 다른 악기가 더해져 원곡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주 감미로운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이 음반의 특징은 한마디로 여유와 여백이라고 하겠다. 있는 듯 없는 듯이 연주되는 존 윌리엄스의 기타 연주와 감정을 조절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클레오 레인의 보컬은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수가 된 두 사람이 아니라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사운드라고 하겠다. 화려한 꾸밈이 없이 단조로운 사운드에서 뿜어져 나올 수 있는 매력이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음반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조합이 만들어 낼 사운드를 알아내고 이 음반을 기획한 존 댕크워쓰의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이 아니었다면 이 음반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불어오는 미풍이 살짝 살짝 귓불을 스치며 지나가듯이, 우리들 마음에 간직한 추억을 들추어 내는 매력적인 음반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