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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백과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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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소품 문학을 풍부하게 일군 문인 이옥은 하층 여성, 천한 노비, 도적, 저잣거리의 다양한 인물군상들로 생생한 저잣거리 이야기를 글로 담는 일을 좋아했다.   '실시학사 고전문학연구회'가 펴낸 <이옥 전집 3>은 이옥이 지향한 또 다른 문학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옥 전집 3권에는 <백운필>과 <연경>을 실었다.   <백운필>은 이옥 문학 백미로 비둘기, 도요새, 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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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소품 문학을 풍부하게 일군 문인 이옥은 하층 여성, 천한 노비, 도적, 저잣거리의 다양한 인물군상들로 생생한 저잣거리 이야기를 글로 담는 일을 좋아했다.

 

'실시학사 고전문학연구회'가 펴낸 <이옥 전집 3>은 이옥이 지향한 또 다른 문학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옥 전집 3권에는 <백운필>과 <연경>을 실었다.

 

<백운필>은 이옥 문학 백미로 비둘기, 도요새, 꿩, 매 사냥 따위 새 이야기와 장수피, 용, 범치, 청어 따위 물고기 이야기와 승냥이, 말, 소, 여우, 고양이 따위 짐승 이야기, 거미, 이와 벼룩, 나비, 송충이, 좀벌레 따위 벌레 이야기, 거울, 파리채, 오이 생활 주변의 자질구레한 사물들을 담아 조선시대 백과사전으로 불러도 문제없다.

 

<연경>은 '담배'를 뜻하는 것으로 담배 재배, 담배가 우리나라에 어떻게 들어왔고, 성질, 담배 도구와 쓰임새를 적었다.

 

새와 물고기, 곡식, 벌레, 사물, 채소, 꽃 따위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기 위해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한자사전인 <훈몽자회(訓蒙字會)>, 역관들의 주로 보던 만주어 한어사전 <한청문감(漢淸文鑑)>, <본초집해(本草集解)>, <술이기(述異記)> 비롯해 많은 의학서적들을 인용했다. 이쯤 되면 이옥의 독서량이 얼마나 방대했는지 알 수 있다. 책 한 권을 펴내는  위해 쏟았던 이옥의 열정과 집요함, 성실함은 부럽기도 하고, 얄팍한 지식나부랭이로 책을 펴내는 요즘 사람들은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게 한다.

 

요즘 도심 비둘기들은 '평화'보다는 사람들을 귀찮게 하는 새가 되어 버렸다. 그럼 이옥 살았던 시대 비둘기는 어떤 대접을 받았을까?

 

비둘기란 새는 이미 시각을 깨우쳐주지도 못하고, 제사상에도 오르지 못하는 것으로, 다만 그것이 서로 좋아 장난치는 모습이 극히 예쁘고 거리낌 없을 취할 뿐이다. 못된 아이들과 방탄한 자들이 기르는 것도 오히려 부끄러운 일인데, 간혹 늙어 물러난 재상이나 부잣집 젊은이들이 울을 울긋불긋하게 만들어 놓고 뜰에서 기르기도 한다. 문득 주인의 품위가 열 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는 후생들이 경계할 만한 일이라 할 수 있다.(66쪽)

 

비둘기가 사람들을 품위를 열 발 아래로 떨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이옥을 설명하고 있다. 후생들에게 이를 경계하라고 했는데 지금 우리는 비둘기를 아직도 '평화'를 상징하는 새로 생각한다. 새에 대한 생각도 시대마다 다른 것 같다.

 

요즘은 없지만 우리 조상들은 새 점을 친 모양이다. 93쪽에는 새집 점 이야기를 했다. 까치는 남쪽에 있으면 상서롭고 북쪽에 있으면 해로 일이 있다고 했다. 제비집이 기둥 안에 잇으면 식구가 불어나고, 기둥 밖에 있으면 노복들이 흩어져 도망간다는 점괘가 있다고 이옥은 전한다. 하지만 이옥은 이런 새집 점은 믿을만 하지 않다고 말했다.

 

요즘 우리를 괴롭히는 벌레는 무엇일까? 벼룩과 이는 없어졌다고 하지만 한 번씩 어린 아이들 머리에서 머릿니가 나왔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을 보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옥 시대에는 많은 벌레들이 나와 괴롭혔던 모양이다.

 

오뉴월이 교차할 즈음, 바람이 무덥고 비가 지루하게 내려 습기 차고 후덥지근해지면 모기·파리·벼룩·이 외에 또한 벌레들이 많다. 분진(粉塵)처럼 하얗고 아주 미세하여 식별할 수 없는 것이 상 위에서 꿈틀거려, 자세히 살펴보면 벌레이다. 창틈에서 또닥또닥 먼 마을의 다듬이질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 있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벌레이다. 밤에 누워 있는데, 크기가 기장 알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팔을 타고 올라오는데, 어루만져 살펴보면 벌레이다. 방 안 지척 간에 어찌 이리 벌레가 많은가? (181쪽)

 

<연경>은 담배 이야기를 담았다. 담배는 언제쯤 들어왔을까? 이옥이 살았던 시대가 정조 시대이다. 그 때에 2백 년이 되었다고 했으니 4백 년이 넘었다. 이옥은 담배가 들어온지 2백 년이 되었는데도 문자로 기록한 것이 있어야 할 터인데, 편찬하고 수집한 자들이 이를 기록하였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안타깝다고 했다.

 

결국 자기가 <연경>을 통하여 담배 재배와 담배가 우리나라에 어떻게 들어왔고, 성질, 담배 도구와 쓰임새를 적었다. 눈에 띄는 것 하나는 담배를 피워서 안 될 때와 장소에 대한 이야기이다.

 

'높은 분 앞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아마 이 때부터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 풍습이 생겨난 모양이다. '아들과 손자가 아버지와 할아버지 앞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앞에만 아니라면 나이는 상관없다는 투로 이해해도 되지 않을까? 조선시대는 어릴 때부터 담배를 피웠음을 보여준다. 물론 손자가 성인일 수도 있지만. '천한 자가 귀한 사람 앞에서 안 된다'는 말은 이옥 역시 조선시대 지배계급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대목은 '혹심한 더위나 가뭄이 들 때 안 된다'와 '태풍이 불 때 안 된다'는 말이다. 재해를 당했는데도 한가롭게 담배를 피우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인지, 아니면 자연재해가 담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풍습이 있었는지 정확한 설명이 없지만 참 재미있는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백운필>은 당시 유행한 백과전서적 글쓰기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담배의 경전인 <연경> 또한 담배라는 소재가 매우 특이하며, 문체도 색다르다. <백운필>과 <연경>은 보잘것없는 사물이라도 기록할 가치가 있으면 책을 담는 충분한 자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것까지도 책으로 썼던 이옥의 치열한 산문정신을 보여준다.

 

 

YES24 책읽는 주말 - 6월 참여

k****e 2009.05.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