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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훈은 오래 전 <나는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를 읽을 때부터 좋아했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을 괜히 선택했나 잠깐 후회가 들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남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후일담 같은 건 읽어 줄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그 질질거림이 싫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나는 애초에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했을까? 그냥 연애 감정이 뭔지 단순하고 객관적으로 보여주길 바랐다. 아무리 소설이라도 말이다. 물론 난 작가의 이름 하나 보고 선택한 게 더 타당하지만. 표지도 마음에 든다, 그런데 다 읽고 난 느낌부터 얘기하자면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왜 초반에 질질거림이 싫다고 했던 것일까? 생각해 보면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뭔가 그 사랑에 다가가지 못했고,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어영부영 멀어져간 기억들이 건드려질 것만 같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연애 감정은 아닐까? 지금은 그 때보다 너무 많이 떨어져 나왔기 때문에 유치하고, 미숙함, 미성숙 뭐 이런 단어로 설명되어질 그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할 것 같아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럼에도 책은 기꺼이 미숙했던 나와 마주보기를 권하고 있다. 그런데 또 하필 작가는 우리가 한때 불렸던 386 세대들을 그렸다. 물론 연배는 나 보다 조금 앞서긴 하지만.
지금의 386 세대는 어떠한가? 다들 50줄을 타고 있고 어떤 이는 60이 코앞이다. 아이들은 막내가 고등학생쯤 되었을 것이고 보통은 대학들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고, 어떤 이는 한번 정도 이혼을 했을 것이며, 한 가지 이상의 병들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엊그제도 송년회를 갖다 왔는데 같이 모이기로 한 사람의 형이 뇌종양 판정을 받아서 못 나왔다. 그런데 연배가 그래서인 건지 아니면 의학이 좋아져서 그런 건지 그리 놀라지도 않는다. 딱 그런 세대의 사람들이 이 책에도 나오는 것이다. 작가는 왜 하필 그런 세대의 사람을 소환한 걸까? 사람은 죽으면 모를까 사랑은 언제 어떻게든 다시 마주하게 되어 있나 보다. 아니 그 보다 자신이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산다면 정말 과거에 사랑했던 사람을 한 번쯤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이 소설은 바로 그렇게 시작하는 소설이다.
소설의 얼개도 약간 복잡하다. 두 남녀간의 (이루지 못한)사랑에 대해 올곧게 그린 게 아니라 이를테면 주인공은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동시에 저 사람도 좋아한다. 그런데 그 좋아하는 강도나 색깔이 다르다. 그리고 동시에 누군가의 사랑을 지켜보기도 한다. 존경의 의미로. 누구는 순수고, 누구는 정염으로 사랑하기도 한다. 또한 그 순수함이 오히려 정염에 불을 지피는 작용을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조금은 복잡하다. 하지만 그 글 줄기를 타고 주인공의 고뇌와 철학적이면서도 인문학적 교양과 사유가 돋보이기도 한다. 작가가 대단하다 싶다.
이 작품은 역동적이면서도 동시에 관망적이기도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현재와 과거를 왔다 갔다 하며 모자이크 기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저변엔 죽음이 깔려 있기도 한데 그래서일까? 이야기가 제법 묵직하다. 읽고 나면 우린 모두 다 온전한 사랑에 이를 수 없는 나약하고 미숙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그 사실에 오히려 위로 받는 느낌이다. 주인공이 한때 좋아했고 애인 때문에 불교에 입적한 학교 선배 월명 스님이 그런 말을 한다. 산다는 게 그런 것 같아 갈증이 나는 상태가 반복되거든. 육체보다 영혼의 갈증이 더 심할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우리의 시절일 거야, 이 갈증이 사라지고 그저 습관적으로 살아가면 그땐 늙은 거지. 젊은 우리는 항상 갈증이 나거든.(201p)
우리들의 젊은 시절을 함축적으로 설명해 주는 것도 같다. 갈증의 시절이니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온전한 사랑이 이르지 못하는 지도 모르겠다. 또한 누구는 사랑은 길을 잃지 않는다고도 했는데 주인공이 나영을 만나 나누는 대화가 제법 의미심장하다. ...... 어떤 사람은 그자 떠나갈 때 가장 잘 보이는 것 같아.“ “사랑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다가가기 전과 떠나갈 때 가장 잘 보이는 것.” “모든 건 연결되어 있으니까. 생각의 꼬리가 자꾸 이어지는 거지. 결국 사람과 사랑은 자웅동체의 생명체야.”(238p)
잡지 못하고 이루지 못할 때 비로소 보이는 사랑의 실체. 과연 그럴듯한 명제 같다. (물론 인정하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어쨌든 그러고 나니 내 이루지 못한 사랑도 위로 받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삶을 비극이라 여기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삶을 시작한다.’ 유명한 시인 예이츠의 말이다. 서문은 첫사랑을 두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사랑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결혼한 지 1년 되는 시점에서 교통사고로 임신한 아내를 잃기도 한다. 어찌 보면 참 사랑과 인연이 먼 사람처럼도 보인다. 그런데 그런 것조차도 괜히 위로 받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말미에 가면 주인공 서문이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모습이 서술되어지는데 소박한데도 장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는 나중에 그의 첫사랑 나영과 함께 동반 자살을 하는데 죽어야 이루어지는 사랑이 쓸쓸하기도 하고 처절하기도 하다.
그렇잖아도 저자는 이 소설을 지금도 가끔 자나간 옛 연인을 생각하는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고, 그것을 아예 잃어버린 사람들이 읽는다면 더 좋겠다고 했다. 이런 작가의 의도가 충분히 들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살다가 어느 때가 되면 조용히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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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감정
이 책은
소설이다. 장편소설.
그 안에 여러 명의 여자에 대한 주인공의 연애감정이 들어 있다.
주인공 서문은 상처를 한 중년의 남성이다.
그가 황보나영이란 여자의 전화를 받게 되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기록하는 많은 여성과의 연애담이라고나 할까.
이 책에 거론되는 그의 여자 이름을 적어보자.
황보 나영, 소미 (월명대사), 신경자, 정희, 그리고 죽은 아내.
이 책의 내용은
줄거리는 생략한다. 많은(?) 여자와의 만남이 기록되어 있으니, 여자 한명마다 하나의 이야기가 진행이 되고 있다. 그러니 굳이 그 내용을 여기 옮겨 놓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연애감정'이란 어떤 것일까
‘연애 감정’은 뜻밖의 장소와 뜻밖의 시간에 등장한다.
바로 황보나영과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우리 젊은 시절, 오빠가 나에게 글 제목을 하나 준 적이 있어요. 기억나요?”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황보나영을 만나게 된 순간, 그녀는 주인공 서문에게 말한다.
“그럼, 기억나지, 연애 감정이라는 제목이었지?”
서문의 답변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길고 긴 그녀의 글, 연애감정.
그런 것을 말미로 미루어 둔채, 앞부분에서는 저자는 연애감정이란 말을 다른 사람에게 사용함으로써 독자들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소미 누나를 보는 순간 연애 감정을 느꼈다. 그것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110쪽)
그런데 연애 감정은 바람이 부는 것처럼 아주 사소한 동작과 연관되어 있다. (110쪽)
그런 것쯤 실상 별거 아니다. 연애 감정이 누구에게 전속해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러나 연애감정이란 제목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데, 이왕이면 한 사람에게만 쓰고, 나머지는 아껴둘 것을. 그 말을 여기저기 아무에게나 사용한 것 같아, 조금 격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의 흐름이 더디다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힘이 부치는 듯한 감을 받았다. 이야기의 흐름이 더뎌서 그런 것일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저자가 서문이란 주인공에게 너무 많은 여자를 감당하게 했다. 위에서 거론한 여자들 - 황보 나영, 소미 (월명대사), 신경자, 정희, 그리고 죽은 아내- 을 함께 끌고 가려니 여간 힘이 부치는 것 같다. 그 여자들에게 골고루 신경을 써야 하니 스토리도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슴에 진하게 다가오는 연애 스토리가 보이질 않는다. 그러니 이야기의 흐름이 자꾸 더디게 가는 것 같다.
또한 저자는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와 그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딸의 대화에서, 딸이 거울 뉴런에 대하여 말하는 장면에서 그런 것이 발견된다,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에게 딸은 거울 뉴런에 대하여 설명한다. 길고 긴 설명이다.
이것은 저자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지, 보통 모녀 사이에 있음직한 대화로서는 영 아니다.
저자는 그렇게 너무 많은 여자들을 맡겨 등장시키고, 더하여 많은 정보를 독자들에게 주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니, 소설적인 재미가 떨어지고 이야기의 흐름이 느려진다.
여러 개의 연애 감정, 하나로 뭉치면 어떨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주인공의 마음에 들어 있는 많은 연애감정들, 그것들을 다 한 개의 가슴에 담기에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아닌가? 그런 것쯤은 요즘 세태에 아무런 일도 아닌 것인가
수많은 연애감정을 한 사람이 가지고 있기에 넘치듯이, 이 소설도 여러명의 여자에게 보내는 연애감정 대신에 한 사람에게 보내는 연애감정을 조금 더 집약적으로 보여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제목이 <연애감정>이니, 그 연애 감정을 나타내기 위하여 한 사람에게만 집중해서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여기 저기 보내느라 흩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연애감정을 집약적으로 만들어, 마지막에 등장하는 황보나영이 글짓기 과제로 썼다는 ‘연애감정’을 집중적으로, 탐구해 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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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불에 잘 타는 이유는 물기가 메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신록과 녹음의 시절이 지나 이젠 나도 건조해져서 어디서건 떨어져버릴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하지만 불을 지피는 마음은 예민한 감정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다. 그 마음을 가만히 살펴보니 달팽이가 지나간 촉촉한 자리 같기도 하다. 땀과 눈물의 세월 탓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유를 확장해 나가니 밤하늘에 별이 빛나거나 파도가 바위에 포말 치는 이유도 다 하늘의 어둠과 바다의 고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누구라도 청춘의 상처는 있다
작가 원재훈은 1988년 가을 <세계의 문학>에서 시詩 <공룡 시대>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론 <낙타의 사랑>, <그리운102>, <사랑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라 하네>, <딸기> 등을, 소설로는 <만남, 은어와 보낸 하루>, <미트라>, <모닝커피>, <바다와 커피>, <망치> 등을, 산문집으론 <나무들은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다>, <꿈길까지도 함께 가는 가족>, <내 인생의 밥상>,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여행>,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착한 책>, <소주 한 잔>, <고독의 힘>, <상처받을지라도 패배하지 않기 위하여> 등을 펴냈다. 이 외에도 동화에서부터 인물론, 번역, 영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며 쌓아온 작가의 내공과 연륜이 장편소설 <연애 감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는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말처럼, 누구라도 청춘의 상처는 있을 것이다. 젊은이나 늙은이나 연애 감정을 잘 간직하고 산다면 인생이 덜 비참할 것이라는 게 작가가 생각한 연애 감정의 속살이다. 피부와 달리 속살은 만지면 아프다. 그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추억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피부가 벗겨진 살처럼 추하고 더럽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그때 품었던 감정은 더 어려운 인생을 살면서 용기를 주는 순수한 힘을 가지고 있었고, 그 청춘의 피부 위에 우리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푸른 꽃과 붉은 꽃을 문지르면서 살아온 것이다.
붉은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붉은 피가
돌아오고,
80년대 대학 시절, 여학생 후배들은 남학생 선배들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대신 주로 '형'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소설의 주인공인 서문의 대학 후배 황보나영은 그에게 '오빠'라고 불렀다. 이 둘의 사랑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비록 만나는 기간이 짧았지만 둘의 '연애 감정'은 오히려 매우 길었다. 소설은 30여 년이 지난 시점에 주인공 앞으로 걸려온 나영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다.
글 쓰는 솜씨가 탁월했던 서문은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에 이미 신춘문예에 당선할 정도였다. 고교 시절 문예반이었던 그는 문예반 선배의 연인이자 3살 연상인 원소미에게 연정을 품는다. 그래서 대학 선택도 그녀가 다니는 대학을 택했다. 교정에서 만나기 위해. 이처럼 그에겐 사랑에 관한 한 바람기가 있었다. 1979년 3월, 대학 신문사에서 신입생인 그를 인터뷰하면서 앞으로 대학 생활을 어떻게 보내겠냐고 묻자, 그는 거침없이 이렇게 답했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의 첫사랑인 소미 선배에 이끌려 찾아간 학교 앞 미미 카페는 주간 다방, 야간 주점이라는 영업 방식으로 운영 중인 곳이었다. 따라 들어간 다방은 담배인지 대마초인지 분간할 수 없는 연기로 자욱했다. 주인장 미미는 예술 전문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배우를 준비 중인 소미의 친구였다. 턴테이블은 이정선의 '섬소년'과 김정미의 '봄'을 뱉어내고, 이곳에서 섬 소년으로 불린 그는 대마초를 처음 경험한다.
책상 위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가 있다. 이 인형은 그 속에 또 다른 작은 인형들이 숨어 있다. 나영의 전화를 받은 서문은 마치 작은 인형을 꺼내는 것처럼 지나간 사랑의 발자취들을 더듬어 간다. 그의 사무실은 천보 플라자 빌딩 502호다. 한번은 사무실에 찍힌 발자국을 보고 무단침입자가 있다고 관리인과 대판 싸움을 벌인 후 그의 이름은 502호가 되어 버렸다. 사실 그 발자국은 자신의 발자국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사랑은 발자국을 남긴다.
나영은 두 여자 사이에 있었다. 그녀는 마치 육지와 바다의 가운데 위치한 섬과 같았다. 이렇게 작가는 연애 감정을 청춘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섬으로 비유한다. 나영에게서 오랫만에 전화가 걸려온 사실을 가장 친한 대학 친구 종혁에게 전했더니 현재의 나영은 초기 암 환자라고 말해주었다.
나영은 서문의 대학 동창 남궁민과 결혼했지만 이혼했으며 둘 사이에 낳은 딸은 현재 의사이고, 전 남편은 대학 재단이사장의 딸과 재혼해 그 학교 교수이자 평론가로 잘 나가는 편이었다. 한편 민과 대학 시절 앙숙 사이였던 종혁은 현재 신문사 논설위원으로 종교 분야 기사를 쓰는 기자로 활동 중이다.
30여 년이 지난 시점에 나영은 백사장에 찍힌 새 발자국을 늑대 발자국이라고 우겼던 그 섬의 이름을 전화로 물어왔던 것이다. 사실 이 섬의 이름을 그녀는 알고 있었지만 과연 선배 서문도 이를 알고 있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 섬은 군산에서 배를 타고 한참 들어간 격렬비열도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섬이자 철새들의 천국인 '어청도'였다.
다시 서문의 첫 사랑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사실 소미는 그의 문예반 선배 고도찬의 애인이었다. 고교 시절 선배는 '고도'라는 필명을 가진 재능이 뛰어난 시인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문예반 후배들은 모두 그를 마치 교주처럼 추종했다. 서문이 문예반장을 맡고 있을 때 그는 소미를 데리고 학교에 오곤 했다. 당시 서문은 소미를 통해 대학 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불교 사상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 선배는 이 여자 저 여자에게 기웃거리는 바람둥이 스타일로 서문을 좋아하는 경자를 취하고 말았다. 경자는 고교 때 문학의 밤 행사를 준비하면서 만난 여자 친구였는데, 당시 그 선배는 경자를 눈에 담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는 선배에게서 빌린 이상 시집을 돌려주려고 선배 방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깜짝 놀라 당황해하는 경자를 보고 말았다. 이런 얘기를 들은 소미는 "에이. 나쁜 개새끼"라고 혼잣말을 했다.
이후 몇 달이 지나 경자의 자살 소식을 같은 교회에 다니던 고교 동창으로부터 들었다. 경자의 자살 사건 이후로 고도찬은 아예 행방을 감추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고도찬의 집안은 부유한 가문이었다. 당시 경찰은 사실상 고도찬에 의한 살인을 고의적으로 자살로 은폐햇던 사건이었다. 이 일이 발생한 이후 소미는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불가에 귀의하고 말았다.
"고향에서 올라온 오빠예요"
주인집 할머니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자 그녀는 이렇게 대처했다. 나영은 이집에 자취방을 얻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은 이 말을 전적으로 믿지 않는 듯했다. 칠순을 넘긴 이 할머니는 같은 고향 분으로 그녀의 집안을 훤히 알고 있었고, 그녀의 부모들과도 안부를 묻고 있는 사이였다. 그녀는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성장했다.
"이 방에 남학생을 데리고 온 거 처음이거든요"
"그래,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기를 바란다"
그녀의 아버지는 평생 시골 고둥학교 국어 선생님으로 재직하면서 검소하게 살았던 분이다. 가끔 그녀를 데리고 갔던 강원도 홍천의 두타산에서 실족사했다. 그녀의 손을 늘 따뜻하게 잡아주던 아버지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지만 이젠 대신 손을 잡아줄 사람이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그녀는 자신의 에세이에 '아버지의 산에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글을 남겼다.
주인공 서문은 첫사랑 소미 누나가 생각치도 않았던 승려가 되고, 여자 친구의 죽음이 가져온 혼란스러움을 잊고자 하필 광주로의 여행을 떠났다. 5월의 광주, 그는 그곳에서 지옥을 보았다. 그의 다리에는 깊게 길게 패인 상처가 있다. 대학생활의 휴학과 스스로에게 절필을 선언하고 다른 분야로 눈을 돌렸다. 그의 선택은 동물 생태학이었다. 마음을 추수려 복학하고 새로 신입한 후배로 나영을 만나 호감을 갖게 되어 어느 봄날 섬 여행을 함께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둘은 서로의 연애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학도인 나영은 에세이를 쓰고 싶어 했다. 이에 서문은 그녀에게 수필의 제목('연애 감정'인 듯 함)을 하나 주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라고 권했다. 이후 그녀는 봄 날이 가기 전에 한 편의 에세이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바로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둘의 사랑은 그렇게 깊어 갔다.
청춘을 새를 닮았다. 한 곳에 갇혀 머무르기 보다는 자유롭게 날기를 원한다. 어청도를 함께 여행다녀 온 후 서문의 태도가 급변했다. 그 섬에 살면서 그림을 그리던 연상의 여화가와 눈이 맞았기 때문이다. 여화가는 그 섬의 등대지기로 근무하는 그의 삼촌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나영이 풋사과라면 화가는 농염한 붉은 사과였다. 비가 몹시 내리던 저녁 그는 여화가의 나신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이후 둘은 서로의 몸을 탐하게 되었다. 결국 둘은 결혼했지만 임신한 아내는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멀어지는 서문으로 인한 그 공허한 마음을 채워준 이는 바로 전 남편 낭궁민이었다.
어청도의 등대
섬은 연애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주인공 서문이 후배인 나영과 사랑의 꽃을 피운 곳도, 한순간에 타오른 욕정으로 화가였던 아내를 만난 곳도 모두 '어청도'라는 섬이다. 육지의 끝인 섬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육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마치 선뜻 마주하기는 어려운 연애의 상대처럼 말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스스로의 발자국을 되짚어간 사람들만이 진정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옛사랑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여기에 모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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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감정"
책표지가 너무 예쁘다.이책을 읽는다면 정말 연애감정이 생길꺼 같은... 나에게는 생길수 없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드니 더 사랑스럽게 보이는건 왜일까 책표지에 이런글이 있다. "타자기로 사랑을 전하던 시절.백지위에 아프게 각인되던 언어들처럼 우리의 연애는 순수하고 뜨거웠다." 이 한마디가 이책속에 순수하고 뜨거워야만 했던 그 시절 그 순간에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저자는 생애 가장 찬란했던 사랑의 기억 그리고 청춘의 속살 이야기를 이책속에 고스란히 스며들게 써내려가고 있다. 그옛날 힘들었던 시절 사랑이 있었기에 행복했고 아름다울수 밖에 없었던 그들에 시간들속으로 들어가 우리들도 나도 설레였던 그시절로 돌아가보자.
이 이야기는 과거속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20대를 꿈같이 보냈던 두 대학생 남녀가 30년이란 세월이 흐른뒤 다시 인연으로 만남을 가지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사람은 기억을 남기지만 기억은 그 사랑을 잊으라 한다.그 순수하던 시절 그 기억으로 얼마나 더 청춘의 바다를 건너고 항해해야만 우리는 편히 잠들수 있을까..그들이 가지고 있던 그 기억속 이야기들은 무엇을 간직하고 있는것일까... 인간은 제각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살아가는 방식도 고통도 삶도 다 다른 그런삶 그러나 연애감정 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누구라도 자신만의 소중했던 추억의 한자락을 간직하고 있을것이다.누군가를 만나 설레고 사랑했던 그 감정들.... 이책은 그 청춘의 이야기들을 조각들로 만든 모자이크 소설이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주인공 서문이라는 남자에 기억속 조각들이 모자이크처럼 이야기를 이어가기 때문이다.중년에 서문은 아내를 잃고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힘들다.그런 그에게 어느날 황보나영이라는 대학시절 후배가 찾아오고 그에 기억속 80년대 풋풋하고 당당했던 그 시절 여자들을 떠올리며 연애감정이 하나하나 되새기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 민주주의란 명아래 거리로 나가 목청을 높이던 시절 그런 시절 대학생들에게 지금처럼 유흥문화를 즐기는 것도 연애를 하고 풋풋한 감정을 느끼는것도 사치로 느껴질만큼 아름답지 못했다. 경제적인 문제까지 심했던 그 시절 ..하지만 서문에 대학교 시절은 그런 역경이 있음에도 그 마음을 숨길수 없을 정도로 풋풋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했다고 느끼면서 살아왔고 서문 자신의 기억속 그곳에 사는 여자들은 소중한 추억이자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는것이다. 주인공 서문을 중심으로 그에게 있었던 여자들에 얽키고 설킨 연애감정들은 소설속에서 연애감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책속으로 스며들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현실과 환상 생과 시가 뒤엉킨 세계를 마술적으로 섬세하고 흥미롭게 그려내는 저자의 글들은 시간이라는 마모 속에서도 생의 본질은 결국에는 사랑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는 연애감정을 청춘의 바다에 정처없이 떠있는 아름다운 섬에 비유한다. 서문이 사랑했던 여자들을 만난곳들이 섬이었으며 불타오르도록 사랑을 했던 자신의 아내도 어청도라는 섬이다.육지의 끝 바다의 끝에 자리 잡고 있는 섬은 고립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사방으로 열려있는 서문의 기억의 공간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섬은 언제나 자신이 있는 그곳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를 안고 있으며 육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마치 결코 잊지 못하면서도 선뜻 마주하기를 어려운 서문의 연애의 기억처럼 말이다.과거와 현재,현실속 환상을 산자와 죽은자를 넘나드는 기억속 파편들을 조각조각 잘 맞추어 나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아내가 죽고 상실속에서 힘들게 살아온 서문을 통한 옛기억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며시작되는 이야기들은 그속에서 연애감정을 표현하고 이어지는 이야기속에서 옛사랑에 대한 추억을 비춘다.
그 시절 그옛날 느꼈던 소중했던 감정들이 이책을 통해 다시금 내 기억에 한자락을 떠올리게 하여 나에게도 이책은 오랜시간동안 기억속에 남을꺼 같다.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이루고자하는 감정들 연애감정...순수하고 소중했던 기억에 끝자락을 나또한 간직하고 있으리라 자신에 기억속 소중히 간직한 연애감정들을 이책을 통해 다시한번 새록새록 되살려보는것은 어떨까..추억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감정들이지만..누군가는 아픈 기억일지도 모르겠다. 풋풋하고 소중했던 기억에 조각들을 우리도 다시금 맞추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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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했던 지난날, 그 순수함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 소설은 1980년대 순수했던 두 대학생 남녀가 30년 뒤 다시 만남을 가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존재로서 삶, 그걸 작가는 주인공 서문을 통해서 이야기 하고 있으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인간은 어떻게 우리의 과거를 기억하고,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서문의 인생을 비추면서 말한다. 또한 이 소설은 지극히 남성적인 소설이며, 남성의 시선으로 사랑과 연애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들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서문이라는 남자. 섬소년이라 불리고 있으며, 502호, 서문 선생님, 오빠,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는 남자는 아픈 상처를 안고 중년의 인생을 살고 있다. 아내와 결혼 후 1년이 지난 시점 아내는 교통사고로 인하여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홀로 남아있는 그 남자는 매년 아내가 세상을 떠난 그 날이 되면, 힘겨움과 아픔, 슬픔을 함께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전화 한통은 그 남자가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꺼낼 수 밖에 없었고, 서문은 그로 인하여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서문에게 걸려온 전화는 서문에게 오빠라고 말하고 있다. 그 남자는 30년의 세월 동안 그 여인을 잊고 지냈지만 전화 한 통화로 인하여 서로에게 단절되었던 순수했던 그 때의 사랑에 대한 기억들을 다시 생각 나게 한다. 나영이라 불리는 여자는 20대 서문의 청춘의 한 페이지였으며, 두 사람 사이에는 존재하는 사랑은 그렇게 다시 만남으로서 재생되고 말았다. 리 소설의 특징. 서문을 위한 서문에 의한 서술 구조. 서문은 자신에게 찾아온 아픔으로 인하여 자신에게 익숙한 경험들만 기억할 수 밖에 없었다. 즐거움보다 아픔과 슬픔을 마주 하였고, 그것이 자신의 기억으로 존재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과 만남과 이별 속에 존재하는 고독함이 서문에게 있다. 타자기 소녀의 등장. 타자기 소녀는 시간이 멈춰 버렸다. 서문의 딸 처럼 보이는 소녀의 모습과 구시대의 상징이 되어버린 골동품으로 치부되던 타자기는 어울리지 않았고, 그것이 우리에게 신비로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타자기 소녀를 통해서 서문은 자신의 슬픔을 꺼낼 수 있었고, 과거 청춘이었던 그 시절의 순수함을 꺼낼 수 있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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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80년대 학번의 선배들은 왠지 우리보다 깊은 사고와 열정적인 연애를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오렌지족으로 대변되는 우리는 가벼움을 상징한다면 민주화 항쟁 시대를 겪은 선배들은 무거움을 상징하는 듯 싶었죠. 이제 가벼움, 무거움, 연애, 사랑 따위의 단어보다는 모성애, 가족애란 단어가 더 익숙하게 되었지만.. 저도 모르는 내면에 과거를 그리워하는 한 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 표지에 소개된 사랑은 기억을 남기지만, 기억은 그 사랑을 잊으라 한다 는 한 문장에 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민주화 시대가 배경인 글인지라 치열한 사회적 배경이 많이 소개되었을 듯 싶었는데, 제목 자체가 연애감정인지라 인물 중심의 배경 소개가 주를 이루고 있어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기 더 쉬웠던 것 같습니다. 책 속의 인물들 대화 속에 소개되어진 책을 보며 옛 생각이 나기도 하고, 또 궁금해 찾아보기도 하게 되더라고요. 시간을 내어 책 속의 책 내용이나 음악은 다시 찾아 읽고 들어야 겠단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주인공 서문.. 책을 덮은 후에도 솔직히 이 사람이 정말 진정한 사랑을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면 소미 누나를 비롯한 나영과 아내가 된 화가까지 더 나아가 자살한 신경자까지 서문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자의 사랑과 여자의 사랑이 다른 것인지, 아니면 사람마다 사랑하는 방법이 다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한 사랑은 정말 단순한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과거의 기억을 더듬거려 회상하게 되더군요. 살기 바쁘단 핑계로 연락이 소원해졌던 친구들 소식도 궁금하고,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싶은 그들도 생각이 나고.. 한참 주인공의 동선을 따라 감정 이입은 다 해 놓고선 그래도 젤 괜찮은 인물은 기자 친구란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사람 타입 참 변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표지그림 하나는 정말 기막히게 선정을 잘했구나 싶을 정도로 이 책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산한 겨울 날씨에 흠뻑 빠져보고 싶은 분들게 스산한 사랑이야기 추천해 드려요.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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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그러하듯이 다른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나'는 나이가 들지 않을 것이라는 신기한 상상(*^^*)을 하지 않을까? 나 역시도 그러했지만 지난 날을 생각해보면 어느사이 강산이 여러 번 바뀔 만큼의 시간이 흘러 있음을 느끼며 어느사이 '중년'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면서 지난 날을 되돌려 생각해보면 연애다운 연애를 해보지 못했다는 점이 제일 아쉽다고 할까?
『 연애 감정 』 지금 생각해보니 제일 아쉬운 점은 연애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80년대에 대학생활을 마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 시기로 다시 돌아가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동물 생태학자 ‘서문’도 자신이 찍어놓은 발자국조차 도둑 발자국으로 오인하는 모습을 보이며 중년의 초조함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렇게 아쉬움을 느끼고 있을때 조금은 희미한 ‘황보나영’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다. 나한테는 누가 전화를 걸어 추억속으로 여행을 떠나게 해줄까? 상상을 해보니 쉽지 않다.
남자 선배를 ‘형’이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러웠던 시절에 술집 ‘풍뎅이’에서 문학과 예술을 논하던 그 시절의 모습을 보며 연애는 못했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고 싶다. 작가는 연애 감정을 청춘의 바다에 떠 있는 아름다운 섬에 비유하며 사랑의 흔적을 ‘서문’으로 하여금 찾아 다니게 한다. 그렇게 갈 곳은 없지만 나도 훌쩍 이 책을 들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누군가 ' 황금'보다 좋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 지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을 알지만 『 연애 감정 』의 ‘서문’을 바라보며 한번쯤은 대학생활을 마무리한 8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사랑의 흔적을 찾아 다니고 싶다. 그렇게 다니다 보면 지금의 사랑이 최고라는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오늘 밤 꿈 속에서라도 과거로 떠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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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으로 몸과 마음이 시린 요즘. 괜스레 사랑이야기가 고프곤 합니다. 아마도 마음만이라도 따뜻해지고 싶어서인지...... 책 제목부터 무언의 '사랑'의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따스하지만 아련한 무언가...... 특히나 책의 앞표지에 적힌 문구.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을 말이다. 이 소설은 연인의 그 눈빛 같은 소설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그 느낌. 왠지 책을 읽으면서 제 모든 감정도 포옹해 줄 것 만 같았습니다. 이 책의 앞 장에서부터 뭔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육지의 끝이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아마 자네는 해변이라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이곳에서 살다 보니, 육지의 끝은 섬이라는 생각이 드네. 섬은 육지의 마침표라는 생각 말이야.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처럼 인간은 언젠가는 세상과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는 법이지. 그걸 나는 적멸이라고 부르겠네. 그래. 자네가 생각한 대로 나는 지금 다른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네. 막상 마주하고 잇으니까 그리 무섭거나 허망하지도 않아. 바다 위에 떠 있는 구름처럼 말이야. - page 9 이 문장의 의미는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과 연관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삶을 비극이라 여기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삶을 시작한다. ... 그 삶을 사랑하라." - page 400 감정이 메말라버린 동물 생태학자 '서문'. 그는 아주 젊은 시절부터 미래나 희망이라는 단어를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그의 희미해진 기억 속 한 여인 '황보나영'으로부터의 전화로 그의 삶에 작은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1980년대의 그 시절. 청년들이 세상을 향해 부르짖음 속에 피어난 사랑. 그 사랑은 타자기로 백지에 하나씩 찍어내듯 서툴었지만 오랜 여운을 남기고 아로히 새겨지게 됩니다. 그러다 중년 시기에 돌아본 사랑의 모습에 쓰라림과 아쉬움, 아련함으로 결국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남는 흉터와도 같음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녀석을 만나는 동안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었다. 손이라도 잡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때 볼을 만져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질 못 했다. 그때 손을 뻗어 녀석의 볼을 만지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하지만, 그것 역시 허상이 아니던가? 이미 영혼이 되어버린 아이가 어떤 몸을 빌려 나에게 다녀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이제는 모든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문장인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이토록 가슴에 와 닿는 것인 줄은 정말 몰랐다. 나는 흔적만을 찾아오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age 384 그 시대의 그 소년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것일까...... 간만에 '사랑'의 두근거림과 아련함, 쓰라린 상처를 맛보았습니다. 책 속의 나영이 인용한 문장. 미당 선생의 시처럼 붉은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붉은 피가 돌아오고, 푸른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면 푸른 숨이 돌아오는 그런 세상을 이제 우리는 볼 수 있을까요? 오빠, 제가 오빠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꽃으로 문지르던 기억을 이젠 하나둘 펼쳐 보일게요. - page 354 한 손에 붉은 꽃을 들고, 한 손에 푸른 꽃을 들고 가슴을 문지른다는 그녀. 누구나 간직한 상처를 이처럼 꽃으로 문지르면서 살아온 그녀처럼 괜스레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각박한 세상 속에 살아가기에 자신의 감정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들에게 붉은 꽃처럼 다가올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잠시나마 자신의 인생에서의 연애 감정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되어 살며시 입가에 미소가 띠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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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스러움이 별거 있을까? 비단 나이를 먹어간다는 생물학적 노화에 따른 중심부로부터 배제 뿐만 아니라 감성적 메마름으로 부터 시작되는 냉소적이고 계산적인 감정의 변화가 마치 쩍 벌어진 거북등 마냥 무언가 감정의 풍요를 느낄 여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체념하게 된다. 누구나 다 겪는 과정이라고. 사랑이라는 감성을 붙들기에는 세상이 너무 각박하고 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 치열하기 때문에 아직 미래가 더 많은 젊은이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라고. 어느새 달라진 내 모습에 사랑은 더욱 언감생심일 것이다. 하얗게 내린 서릿발 같은 머리에 오랜 술, 담배로 인해 갈라지는 목소리, 늘어진 피부를 보며 점차 그 뒤에 내 순수했던 젊음과 사랑은 아득해져 갈 것이다. 그렇게 중년은 사랑이라는 연애감정과 매일 작별해 가고 있다. 솔직히 중년의 연애감정은 불륜이나 말초적 자극에 집착하는 변태적 성애로 비춰지는 것이 여전하다. 이미 누릴만큼 누렸는데 그 나이에 뭘 또 사랑을 갈구하냐고. 그러기에 사랑이 아니라 그건 욕망이자 더 나아가 쾌락에 다름없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이성을 바라보거나 우연히 옛 인연을 조우했을때 느끼는 두근 거림은 여전히 연애감정이 켜켜이 쌓인 먼지 속에서 살아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애감정>은 서문이라는 주인공이 아내를 잃은 후 하루를 버텨내기에 급급한 그에게 어느 날 황보나영이라는 후배 여자에게서 연락이 오면서 접어 두었던 80년대의 여자들을 떠올리며 연애감정을 되새겨 보는 소설이다. 서슬퍼런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던 대학생들에게 캠퍼스의 낭만과 이성과의 순수한 사랑은 기대해서는 안 될 사치였을 것이다. 경제적 여유마저 없던 시절, 시골 촌뜨기 부모들은 소를 팔고 논마지기를 내놓아 등록금을 마련하여 당시 청춘들에게 올인하였기에 더욱 사랑은 한가로운 소리로 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타까운 분위기 하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사랑을 통해 연애감정을 느꼈고 서문의 회상을 통해 그 때의 여자들을 불러내며 소설은 이어 나간다. 저자는 주인공을 통해 당시의 다양한 연애감정을 풀어낸다. 황보나영이든, 소미누나든 어느 한 명의 여자와 교감하는 연애였다면 더 좋았을까? 하지만 우리에게는 감정이입할 여지가 더 적지 않았을까? 서문이 회상하는 여자들을 통해 우리 역시 과거로 돌아가 당시 사랑하고 헤어지며 또 미워하기도 했던 사랑의 존재를 떠올릴 것이다. 그녀는 황보나영일수도, 소미누나일수도 있고, 화가였던 서문의 아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났던 대학 1학년 시절이 떠오른다. 그리고 써클(동아리)실 문을 열며 수줍은 얼굴로 빼꼼히 들여다 보던, 내 가슴에 가장 큰 떨림을 안겨준 그 드라마틱한 순간을 함께 한 그녀가 궁금해졌다. 자~! 독자의 감정이입과 몰입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이 문학의 주요 기능 중에 하나라면 이 책은 큰 혜택을 베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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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은근하고 아련하다. 나의 청춘은 어떻게 기억될까? 술을 마시고 어울리고 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전념하다. 10대 20대 풋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삼각관계에 얽혀서 뜻하지 않는 상처로 청춘이 기억되기도 한다. 혹은 긴 연애 후에 이별하고 다른 인연을 만나서 급하게 결혼에 이르기도 한다. 욕망에 이끌려 청춘의 에너지를 소비하기도 한다. 때로는 그의 결과물로 행복 혹은 불행의 구속이 시작되기도 한다. 여전히 청춘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가 많이 어색할 만큼 시간이 흘렀다면 우리는 그 시절을 어떻게 기억할까. 시대의 아픔을 겪고 편지를 쓰고 집에 전화를 해서 약속을 잡고 서점 같은 곳에서 마냥 기다려야 했던 그 시절. - 주인공 '서문'은 몇 십년 만에 대학시절의 사랑 '나영'의 전화를 받고 1980년대 초반의 추억으로 돌아간다. 그 전에는 짝사랑한 선배 '소미'누나가 있었고 복학을 한 뒤에는 '나영'이 있었다. 삼촌이 일하는 등대섬에서 만난 화가가 있었다. 그 화가는 아내가 되었다. 결혼이라는 남녀간 인연의 종착점은 때로는 이성적이 아닌 즉흥적 혹은 본능적인 행동에 의해 초래되기도 한다. 덜 뜨거운 사랑도 사랑지만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뜸을 드리기도 한다. 이미 사냥한 먹이감에는 한눈을 파는 것처럼. -
가슴이 쿵쾅거리는 경험을 오랜만에 겪었다. 아련해져가는 이 시기에 나의 사랑, 청춘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 것인가. 선명하고 불 같이 타올랐던 기억으로 새기기 전에 미지근한 채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사랑을 나눠야 한다. 오랜만에 아주 괜찮은 책을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