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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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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예스블로그 이벤트 서평 당첨 도서 <저자는> 저 : 팀 피츠  ---발췌하다Tim Fitts 문예지 『그랜타Granta』 『게티스버그 리뷰』 등에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커티스 음악대학 인문학부, 템플 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문예 창작을 강의하며 문예지 『페인티드 브라이드 쿼털리』에 편집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광견병 아님No Rabio」이라는 작품으로 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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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예스블로그 이벤트 서평 당첨 도서

 

<저자는>

 저 : 팀 피츠  ---발췌하다

Tim Fitts 문예지 『그랜타Granta』 『게티스버그 리뷰』 등에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커티스 음악대학 인문학부, 템플 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문예 창작을 강의하며 문예지 『페인티드 브라이드 쿼털리』에 편집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광견병 아님No Rabio」이라는 작품으로 푸시카트 프라이즈의 주목할 만한 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단편집 『저체온증Hypothermia』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소주 클럽』은 그의 첫 장편소설이다.
2000년경 한국에서 5년간 살았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그동안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어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미국에서 한때 동료로 일했던 한국 여성을 다시 만나 결혼을 결심한 것도 그때였다. 부부는 지금 미국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다.

<책읽고 느낀 바>

  커피매니아지만 원두 커피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커피는 수프리모 인스턴트 믹스다. 이 믹스도 이젠  노란 커피 전국민 애호 믹스를 마신다. 수프리모의 내가 원하는 절대맛이 없어져서다. 커피 시장이  우유가 가미된 부드러움으로 승부수를 띄우면서 커피양을 미세하나마 줄였다. 그 조금의 차이가 쌉쌀한 쓴 맛을 없앤 효과로 작용한거다. 노란 믹스 커피는 오히려 달달했던 맛을 줄이고 약간 쓰게 만들어 물 양을 잘 조절하면 내가 선호하던 수프리모 맛에 가깝다.

 

  커피는 여유로움이기에 한가운 시간에 맛을 음미하며 마셔야 제격이다. 이 좋아하는 커피도 과용하면 트림이 난다던지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시키니 믹스 두 잔 혹은 믹스 한 잔에 아메리카노 혹은 알커피로 조절을 한다. 간혹 시골에 가서 일 도와드릴 때 과용하게 될 때를 제외하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절대맛을 아는 일은 중요하다고 본다. 그건 열 일 제치고 누릴 수 있는 향락이자 자신만의 즐거움이기 때문. 그런면에서 담배, 술, 도박, 섹스 등의 중독자를 아주 조금은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자신이 중독자라는 오명으로 불리고 싶지 않으면 절제이자 자기 관리를 잘해야한다.

 

  장황하게 커피 이야기를 쏟아내는 건 술 매니아도 이런 연유로 마시는게 아닐까 싶어서다. 난 술도 안 좋아하는데 건강 검진을 해도 술을 마시지 말라고 나온다. 술을 마셔서 기분 좋은 상태에서 중단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범죄는 일어나지 않으리. 그 상태서 멈춤할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일게다. 더 마셔서의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을 몰라서 마신다고는 생각할 수 없음이라. 취한 모습이 되면 자연 흐트러진 모습이 될테고, 느슨한 상태에서의 몸과 맘은 무장해제요, 그러자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에서 피할 수가 없고 오히려 마음은 그렇지 않음에도 사고를 저지를 가능성이 100% 라 본다. 

 

  술을 마시다 보면 모든 면에서 무뎌진다고 보는데, 그런 상태를 원해서 마시는 건지. 그런 상태로 보는 세상이 좋은 건지. 그 순간만이라도 아무 생각이 안나게 알콜로써 자신의 감정을 마취시키려함인지. 내가 유추해보는 건 마시지 않는자, 즐기지 않는 자의 분석일 뿐이다. 다만 나도 좋아하는 커피 매니아니 내가 좋아하는 마음에 빗대어 이해해 보고픈 마음은 있다. 이 좋아하는 커피도 빈 속에 마시면 속이 쓰리고, 과하면 심장이 벌떡거리고, 신트림도 올라오고...이런 부작용을 생각해 조절한다. 이런 조절이 술에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나만 좋으면 되는게 아닌 그게 한 가족의 구성원이라면 폐해는 주지 말아야지...

 

  홍원호 작가는 홍 선장의 차남이자 결혼한 유부남이다. 형 수호는 축구 귀재라할 만치 자신의 영역에서의 남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실력을 지닌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구단과 계약을 했는데 이게 보통 계약이 아닌 상태에서 아버지가 배를 타라고 했다. 배 타고 돌아올 시간은 적정해 보였고 그 단서를 이수하지 않으면 축구 선수의 길을 반대한 아버지. 배에서 형은 사고를 당했고 축구선수의 길은 물 건너갔다. 다리를 절며 아버지와 척지고 사는데 이런 형이 전화를 했다. 어머니가 찍사를 부쳐서 성게 할멈과의 불륜 현장을 포착했고 이혼하신다니 말리라고.

 

  아버지가 하는 일은 허구헌날 바람 피고 소주클럽 멤버들과 지내는 일인데 사진 찍힌 건 처음이다. 안봐도 비디오인데 어머니는 격노했다니 그것도 좀 이해가 안간다. 아버지 그런줄 모르고 사신 어머니인가. 그럼에도 늘 한 상 푸짐하게 차려내고 아버지 수발에 온갖 정성을 들이는 모친이신데. 자식들을 거둬먹이는데도 신기할 정도다. 누구 손 하나 빌리지 않고 뚝딱 차려내는 어머니표 밥상. 거기에 빠질 수 없는게 막걸리다. 비법은 고구마를 넣으시는데 이게 속 달래주는 치유약이다. 어머니의 삶은 여장부 스타일인데 갖가지 음식을 보면 여간 미각이 아니다.

 

  인생의 패배자 같은 수호 형, 부담이라는 여동생과 그녀의 남편 미키는 영어 강사. 아내는 순수했던 사람이었는데 남편의 수입이 생기고부터 변했다. 남편의 부재를 이용해 백화점의 쇼핑을 하는줄 알지만 변해가는 그녀만큼 자신도 변했나 싶은 중년남 홍 작가는 착잡하다. 자신의 소설은 자국내에서는 내지 않았지만 나름 인지도는 형성하면서 새로운 책에 대한 압력이 들어오던 때 본가로 왔다. 형 이야기와 아버지 이야기가 주가 되는 그 소설은 답보 상태였는데 본가로 와서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니 모든게 답답하다. 더구나 자신의 소설을 교재로 만들자는 맘에 안드는 제부 미키의 계획에 온 식구가 동의하고 자신을 몰아가는 분위기에 질린다.

 

  평생을 가족만 싫어하던 홍 선장, 아버지는 다방 여자들만 챙겼다. 문씨 아저씨가 꼭 있었고 그네들 사이에 있을 때 아버지는 기세등등했다. 그네들 속에 있어야만 숨을 쉬는 것 같고 그네들 속에서는 영웅 같은 존재였다. 그네들과는 말도 잘 통하고 그네들과는 통정도 했다. 그렇게 한 세월을 늙어가는 아버지지만 홍 작가 미친 짓인 줄 알면서도 독도행 배에 탔다가 본 아버지는 귀신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를 지적하면 거기서 참조기가 떼로 잡히는 것. 고등어와 오징어가 잡히는 것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이 정경은 형이 축구공을 가지고 펼쳐내는 신출귀몰함과 닮았다. 둘은 앙숙일망정. 이 기이한 현상을 알딸딸한 상태서 경험한다.

 

  술독에 빠져서 벌이는 모든 일 속에서도 세월은 가고, 가족들이 받는 심적 고통은 대단하나 내 놓은 사람인 아버지이자 남편은 저 살고 싶은대로 살았다.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내하는 시간들은 화목과 우애하고는 멀다. 서로 반목한다기보다 다정하지가 않다. 사고 방식들이 정상적이지 않다. 어머니는 남편 없이 자식들 거둬먹이는 일이 소일거리이자 삶이고 그 사이사이 밭일도 한다. 형은 아버지를 증오하면서도 살아내고 차남은 어머니의 시정을 그나마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가까이 있으며 잘 먹는 사위를 장모는 귀애한다. 아버지와는 어울림이 되지 않는 가족 구성원들도 살고, 살아간다.

 

  저자가 한국에서의 삶이 있다고 해도 이렇듯 한국적인 속살을 세세히 알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책은 술술술 잘도 읽힌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는 도중 늘 등장하는 막걸리며, 소주에 나도 한 잔해야지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나는 도대체가 정상적이지 않은 이 가족들을 보면서 홧병이 난다. 끓어오르는 기막힘을 어쩌지 못했다. 그 놈의 술이 뭔데. 징글징글하지도 않나 싶었다. 홍 작가는 어머니 막걸리를 마시며 치유가 된다지만 결국은 지 애비 아들인가 나중에는 황씨 부인과 정사를 벌이는데 썩소가 흘렀다. 하여튼 유쾌하지 않은 책이지만 술술 잘 읽히며 전혀 헛소리만은 아닌 홍 작가의 생각들은 제 정신이었다.

k******5 2016.12.13. 신고 공감 10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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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있어 다행이다. (파블 11기 12-4)
"술이 있어 다행이다. (파블 11기 12-4)" 내용보기
그동안 했던 일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주는 끈은 타인의 도움보다는 한 잔의 술이다. 퇴근길 비가 바람에 날리며 사위를 물들인 날 머릿속을 파고드는 상념을 뿌리치며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터놓을 벗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여긴 적이 늘어난다. 되는 일이 없다고 푸념한 게 새끼를 쳐서 입에 담기도 힘든 말들로 돌아와 비수처럼 가슴에 꽂힐 때도 흔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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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했던 일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주는 끈은 타인의 도움보다는 한 잔의 술이다. 퇴근길 비가 바람에 날리며 사위를 물들인 날 머릿속을 파고드는 상념을 뿌리치며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터놓을 벗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여긴 적이 늘어난다. 되는 일이 없다고 푸념한 게 새끼를 쳐서 입에 담기도 힘든 말들로 돌아와 비수처럼 가슴에 꽂힐 때도 흔한 세상에 혼술을 즐긴다. 타인과 연대하며 살기에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가는 요즘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학습하며 소주클럽의 회원들의 기괴한 행동에 아연실색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사는 인생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문제는 도처에 복병처럼 자리한다. 오입질에 술꾼으로 통하는 아버지는 자식을 셋이나 뒀지만 어느 자식과도 살가운 정을 나누며 살지 못했다.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고 지낸 아버지는 물때에 맞춰 고기가 몰리는 곳을 알았고, 선상에서 보낸 시간만큼 어획량도 많아 수입도 많았지만 주색에 빠져 버는 대로 소비해 살림에 도움은 되지 않았다. 가정을 멀리 하고 로즈버드 다방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온갖 추태를 벌이며 아버지는 원초적인 본능에 충실하였다. 성게 팔이 할머니와 정을 통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 어머니는 이혼하겠다며 집을 나갔고, 그 소식을 접한 원호는 문제 수습을 위해 거제로 내려와 양파 껍질을 벗겨내듯 지난시간을 떠올린다.


   평생 동안 자식들과 유대하기는커녕 어떤 계기로 피붙이들과 멀어져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축구 선수로 전도유망한 형이 국가 대표 선수 선발을 앞두고 공백이 생겼을 때 아버지를 따라 바다로 나가 조업하다 미드필드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였다. 아버지가 살아온 방식대로 형의 치료를 고집하다 축구 선수로서의 생명은 끝이 나버린 셈이다. 평생을 술독에 빠져 지내온 아버지는 생의 마지막을 알아차렸는지 상식 밖의 비장한 각오로 독도로 향하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결혼하여 50여 년을 사는 동안 남편에게 미운 정이 붙어서인지 바다로 가는 길에 둘째 아들이 함께 하기를 바랐다.


  독도 수비대라도 되는 듯 아버지와 함께 하는 이들은 의기투합하여 술판을 벌였고, 그때마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 우기는 일본인들에 맞서 그들의 어선을 폭파시키려는 뜻을 공고히 하였다. 무모해 보이는 행동을 밀어붙이다 아버지는 협심증과 지나친 간 손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이내 병원을 탈출하여 그동안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하다 죽음에 이르고 말았다. 술꾼호색한 남편을 만나 가슴앓이를 하면서도 남편을 내치지 못하고 지냈던 엄마는 남편의 장례식을 치르며 비로소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화학 첨가물 없이 천연 재료로 누룩을 띄워 발효를 시켜 막걸리를 빚고, 감칠맛 나는 음식으로 식구들을 대접하며 지낸 어머니의 가족사랑은 책임과 의무를 넘어서는 가치의 실현이었다.


   원호는 대학 입학 후 MT를 가서 선후배 간의 추태를 본 후로 학교를 나와 길 위를 떠돌며 갖은 고생을 떠안고 살아갔다. 노동으로 비루한 잠자리를 제공받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푸념을 늘어놓기보다는 경험으로 값진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는 글감을 찾은 것이라 위안 삼고 조지 오웰의 책을 읽을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기던 작가였다. 떠돌며 이 자리를 찾아 나섰고, 그때마다 다른 인생을 사는 이들의 일면을 취재하고 글을 썼기에 고단한 일상에 쉼을 줄 수 있었다. 매제인 원어민 강사 미키가 소설을 독해 지문으로 쓰자고 제안했을 때도 그는 출판사와 맺은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는 조건을 들어 오롯이 자신만의 길을 걸으려 했다. 매춘으로 근근이 일상을 잇는 이들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소설의 소재를 찾았고, 작가로 소신 있게 살다 가려는 뜻을 강하게 드러냈다.


  삶을 이을수록 인생은 명쾌한 게 아님을 깨닫는다. 정한 길을 걸으며 한길을 보고 살아가려 마음을 다잡지만 도처에 마음을 뒤흔드는 일들이 읍소하고 있어 흔들리면서 살아가는 인생이다. 인간관계에 넌더리 날 때마다 홀로 술 한 잔을 마시며 시린 마음을 달랜다. 믿었던 사람에게 치이고 난 뒤부터는 웬만한 사람보다는 혼자 해결하는 게 낫다는 지론이다. 원호가 엄마표 막걸리를 마시며 쓰린 속을 달래고 상처 입은 마음을 위무하던 것처럼 나 역시 술을 마시며 헐벗은 영혼을 달랜다

n*****9 2016.12.12. 신고 공감 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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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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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클럽팀 피츠/정미현문학동네/2016.11.15. <소주 클럽>에는 황혼 이혼을 하네 마네 하는 부모님을 중재하려고 거제도 본가에 들른 중년의 사내 홍원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홍 선장네 가족의 사연이 담겨 있다. 어느 날 오후 형이 전화를 했다. 아버지가 성게 파는 할머니와 바람이 나서 엄마가 이모 집으로 짐 싸가지고 갔으니 고향에 내려오라는 전화다. 어머니는 사람을 붙여 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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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클럽

팀 피츠/정미현

문학동네/2016.11.15.


<소주 클럽>에는 황혼 이혼을 하네 마네 하는 부모님을 중재하려고 거제도 본가에 들른 중년의 사내 홍원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홍 선장네 가족의 사연이 담겨 있다.


어느 날 오후 형이 전화를 했다. 아버지가 성게 파는 할머니와 바람이 나서 엄마가 이모 집으로 짐 싸가지고 갔으니 고향에 내려오라는 전화다. 어머니는 사람을 붙여 증거사진을 확보했단다. 나는 마감할 소설이 있다는 핑계로 내려갈 수 없다고 했다. 형이 성질을 내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내려간다는 약속을 했다. 다음날 거제도 집에 도착했다. 형의 얘기로 아버지는 어제 밤에 나왔고, 어머니도 이모와 한 시간을 같이 있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증거 사진 이야길 했고, 나는 옥수수 따는 일을 해야만 했다. 어머니가 담근 막걸리 한 잔에 노곤하여 평상에서 잠이 들었다.


나를 깨운 여동생과 식구들이 아버지 찾아오라는 성화에 못 이겨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아버지의 단골 집 ‘로즈버드 다방’에서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의 소주 클럽인 문씨 아저씨와 다방아가씨들은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집에 가자고 했지만 고소 취하 전에는 절대로 집에 안 들어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도로 조기잡이를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거절을 했다. 형은 포항 스틸러스 프로축구단에 입단하기로 되어 있는 상태에서 아버지와 고기잡이 나갔다 다리를 다쳐 축구 인생을 접었다. 그 뒤로 아버지와 말도 섞지 않는다. 형이 서울 동대문 운동장으로 축구 시합을 갔을 때, 아버지는 형과 나만 남겨 놓고 술집에 들렸다가 집으로 먼저 내려갔고, 뒤에 남은 우리 형제는 돈 한 푼 없는 상태에서 아버지를 찾느라 여러 가지 사건을 겪은 후 홍등가의 여자 도움으로 겨우 집으로 내려온 적도 있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을 때 내 소설을 한글로 번역하여 교재로 쓰면 어떻겠냐고 여동생 남편 미키가 물었다. 한쪽은 한글, 한 쪽은 영어 그리고 뒤쪽엔 문제를 실으면 학원교재로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엄마는 아버지와 배를 타라고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 생애의 원을 플어주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엄마는 내 어렸을 때의 물건들을 담은 상자를 내 놓으며 가져가라고 했다. 다음날 부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슈퍼에서 산 막걸리 한 모금을 먹다가 울컥 넘어와 차에서 내렸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배를 타기로 했다. 배를 타기 위해 출발하던 날 아침 어머니는 느낌이 안 좋다고 나를 가지 말라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집을 출발했지만 ‘로즈버드 다방’ 앞에서 차를 세웠다. 다방의 TV에서 독도가 일본 땅 이라는 주장을 보고 소주클럽을 형성해 술을 마셨다. 어렵사리 다시 출발해 임씨 아저씨네 들렸지만 이미 늦어 다음날 떠나기로 하고 밤낚시를 했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독도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아버지와 아저씨들은 불화살을 만들고 소주클럽을 형성해 술에 취해 있었다. 일본 어선을 한 척 침몰시킨다는 계획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할 수 없이 동행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어머니표 막걸리 세 동은 배만 부르다는 이유로 바다에 버린 후였다. 독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에 잠에서 깬 부자는 참조기를 잡았다. 그리고 공해상에 나가 일본 어선을 만나 불화살을 날리는데…….


무책임하고 바람기 많은 아버지를 대변하는 소주, 아버지와 못산다 하면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일을 하고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 가족들로부터 멀리 떠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영어소설로 써 작가가 된 홍원호, 수십 년 세월 가족의 애증과 곡절을 하나씩 막걸리 힘을 빌리어 풀어 놓으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대학에서 자퇴하며 시작된 그의 방황은 여러 농장과 고장을 거쳐 군에 입대하여 생활하면서 이야기는 구체화 되어간다. 그러는 가운데 한국인 가족들의 문제를 외국인에게 이야기 하는 소설이다.


“시중에 나온 새 소주가 싫다. 아스파탐과 화학물질 범벅이다. 우리나라의 위대한 전통 하나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한국에서 술을 마신다는 건 이제 자기혐오의 자해행위가 되고 말았다. 예전에는 음주가 흥청대는 놀이와 저항, 가무와 섹스의 촉매제 역할을 했지만 어느 새 음주는 천치가 되는 지름길로 전락했다. 소주를 마시면 몸도 마음도 돌로 변한다. 뇌의 실행 기능을 정지시키는 데 소주 한두 잔만 한 게 없다. 나는 한 가지 묻고 싶다. 1996년 연세대 사태 이후 격렬한 학생 운동이 갑자기 주춤한 것과 소주에 인공감미료가 첨가된 것은 과연 우연일까? 우연이 아닐 것이다. 새로 나온 소주가 나는 정말 싫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가 망가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게 아니면 뭐겠는가.(p.90)” 주인공 홍원호는 이런 말을 하면서 어머니표 막걸리를 애호한다. 그 이면에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아버지의 황음과 방랑벽, 그리고 가정을 돌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성도 어느 정도는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작가 팀 피츠는 문예지 <그렌타>, <게키스버그 리뷰> 등에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커티스 음악대학 인문학부, 템플 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문예창작을 강의하며 문예지 <페인티드 브라이드 쿼털리>에 편집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주클럽>은 그의 첫 장편소설이다. 2000년 경 한국에서 5년간 살면서 한국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어 여러 차례 전시회도 했다. 미국에서 한때 동료로 일했던 한국여성과 결혼해 지금 필라델피아에서 살고 있다.



k******4 2024.06.09. 신고 공감 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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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클럽』 by 팀 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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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갈수록 놀랍다! 이게 과연 미국인 작가가 쓴 소설이라니. 한국인보다 더 철저하게 한국의 문화와 정서, 역사와 상처를 뼈에 사무치도록 알고 있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작가는 2000년경 한국에서 5년간 살다가 한국의 여러 곳을 여행하며 사진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미국에서 동료로 일했던 한국 여성과 결혼해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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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갈수록 놀랍다! 이게 과연 미국인 작가가 쓴 소설이라니. 한국인보다 더 철저하게 한국의 문화와 정서, 역사와 상처를 뼈에 사무치도록 알고 있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작가는 2000년경 한국에서 5년간 살다가 한국의 여러 곳을 여행하며 사진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미국에서 동료로 일했던 한국 여성과 결혼해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살고 있다고 전한다. 공간적 배경은 대한민국 거제도. 등장인물도 당연히 한국인이다. 외국인이라면 주인공 '원호'의 여동생 남편으로 등장하는 미국인 매제 '미키' 뿐이다. 그리고 우리의 대표 술인 엄마표 '막걸리'는 얼마나 자주 등장하는지. 한 가족의 차남인 원호의 시점을 중심으로 가족들의 과거와 현재까지를 조명한다. 또한, 원호의 내적 갈등요소가 이기심의 발로에서 시작하여 가족 구성원들을 공동체로 묶어주는 현명한 결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은 우리의 막걸리가 밑거름이 되고 있음을 은근하게 그려내고 있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뼛 속부터 한국인인 원호는, 미국과 일본인을 독자로 두고 외국에서 책을 내는 국내 작가다. 부산에 살고 있는 원호에게 아버지의 바람 잘 날 없는 바람기 끝에 드디어 어머니가 확실한 증거로 포르노를 능가하는 사진을 입수한 뒤 이혼을 결심했다는 소식이 거제도 본가로부터 날아들었다. 형편없는 남편에 호색한인 아버지는 천부적인 어부로 살아가다가 십 년 전에 일선에서 물러났다. 배를 떠나 사는 게 무의미하고 불행한 양반의 그릇된 행동들은 바다가 그리워 안달했던 결과였다. 사실 아버지는 어부로서 자질이 없는 형과 글쟁이인 주인공을 포함해 가족들을 싫어했고 자식들은 아버지라는 존재 자체를 원망했다. 그러나 70대 노부부의 황혼이혼 소동극에 휘말린 것도 잠시, 원호는 아버지의 마지막 고기잡이를 독도로 가자는 제안을 받는다. 소주에 밥을 말아 먹어도 성치 않을 아버지와 그 일당들 '소주 클럽' 멤버들과 함께 배에 오른 원호는 일본 어선을 향해 불화살을 매기는 것을 황망히 지켜보다가 협심증의 맹공에 참변을 당한 아버지를 뒤집힌 엑스레이도 판별 못할 '거제도에서 가장 개똥같은 장승포 병원'으로 옮긴다.


몇 안되는 가족 구성원들조차 소설처럼 이렇듯 제각각인데 민족 단결이 어찌 이뤄질 것이며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일본 어선을 향해 우리의 경찰이나 군대가 나서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진실로 독도가 우리 땅임을 명명백백하게 인정하는 것이라면, 일본 어선이 우리 바다의 물고기들을 못 가져가게 하는 것이 마땅한 일 아닐까. 우리가 대마도의 고래를 넘보지 않듯, 걔네들도 우리의 바다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말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묶일 수 밖에 없는 고달픈 사연. 사는 것이 저마다 다르고 삶의 철학이 다를 수 있음에 함께 살아가는 것이 고통일 수 있다. 그러나 공통의 구심점을 찾아가는 여행은 나름 힘겹고도 멋진 성장이다. 이 한편의 가정사는 코믹한 상황극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극히 비극적인 모습들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한국적 자화상이기도 하다. 종국엔 한국의 맛을 합일점으로 이끌어낸 점이 탁월하다.

 

d******7 2016.12.12. 신고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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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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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한국에서 겪었던 일을 경험으로 쓴 한국만의 독특한 음주 문화에 대한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접했기에, 당연히 주인공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인공은 거제에서 태어나 중년을 지나고 있는 한국 작가다. 작품 속에 미키라는 외국인이 등장하기는 하는데, 여동생의 남편이다. 외국인인 작가는 한국인 화자의 입을 통해 그 한국인이 외국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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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한국에서 겪었던 일을 경험으로 쓴 한국만의 독특한 음주 문화에 대한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접했기에, 당연히 주인공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인공은 거제에서 태어나 중년을 지나고 있는 한국 작가다. 작품 속에 미키라는 외국인이 등장하기는 하는데, 여동생의 남편이다. 외국인인 작가는 한국인 화자의 입을 통해 그 한국인이 외국인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을 적었을 뿐,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 혹은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는 없다. 이것이 소위 기존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쓰는 한국에 대한 책들이 그들의 불충분한 경험과 지극히 제한적인 앎을 통해 얻은 매우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면을 다루는 면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한국 내에서 한국 문단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미국과 일본에 소설을 출간하는 사람이다. 이 점은 이 소설 소주클럽이 매우 토속적이고도 한국적인 정서를 지니고 있음에도 영어로 쓰여져 한국말로 번역되어졌다는 점과 맥을 같이 한다. 그는 소설을 쓰면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자아를 비중이 다른 다른 두 명의 인물에 투영했는데, 한국인이면서 외국에 책을 출간하는 작가가 내적 자아를 나타내고, 주인공의 눈에 형편없는 인물 미키는 한국 사회에서 한 백인이자, 가장 흔한 직업인 영어 교사로서의 미국인이 판단되고 다루어지는 즉 외부인에게 비치는 자신 혹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투영한다. 


선인세를 받아 쥐어 짜며 글을 쓰고 있는 주인공에게 거제도인 고향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평생 가정을 등안시하고 밖으로만 돌던 아버지가 늘 그렇듯이 바람을 폈는데 이번에 어머니가 스파이를 고용해서 간통 장면을 사진찍었고, 어머니가 이혼하신다고, 내려와 말리라는 내용이다. 아버지의 간통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내려간 주인공은 엉뚱하게 아버지의 독도 참조기 잡이 프로젝트에 반강제적으로 투입된다. 게다가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영어 문답집을 교재로 채택하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미키의 탐욕스런 제안이 온 가족에게 전파되어 궁지에 몰린다. 


가족들의 강요로 자신이 원치 않는 일에 계속해서 말려드는동안 주인공은 과거와 현재를 회상하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할퀴고 상처내며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엮이고 또다시 아낌없이 배신당하는 형편없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핏줄이라는 필연으로 연결된 가족은 끊을 수 없는 운명이다. 


천부적인 어부였던 아버지는 그냥 가족을 소홀히 했다고 말하기에는 민망한 개망나니같은 인물이다. 가족들의 일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가족들 이외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잘 알고 있는, 집 보다 다방이, 밥보다 술이, 육지보다 바다가, 아들의 장래보다 눈앞에 닥친 고기잡이가 훨씬 더 중요한 사람이다. 엄마는 평생 자식들과 사위와 바람둥이 남편을 위해 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바쁘게 손을 움직여 농사를 짓고 억척같이 살림을 꾸려나가고, 남편을 간통으로 고소하고서도, 홀로 멀리 고기잡이에서 죽을까봐 글쓰는 아들을 협박해 아버지와 함께 나가라고 하는 여인이다. 월드컵 국가대표로 뽑힐 가능성이 있던 천재적 축구 선수였던 형은 아버지 고기잡이에 억지로 동원되었다가 다리를 다치고 미래를 잃는다. 성형중독인 동생 부담이는 외국인 뚱땡이 미키와 결혼해, 자기가 쓰던 방을 차지하고 있다. 


주인공은 고교 이래, 대학에 들어갔지만 MT 문화에 충격을 먹고 학교를 그만둔 이래로,  잡일을 하며 전국을 떠돌면서 이야기를 수집하고 단편을 쓰고 하면서 자리를 잡아 지금은 미국과 일본에서 책을 출간하며 먹고 살만 하다. 그는 가족들의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성취해서 작가가 되었지만, 가족들, 특히 부모님에게서는 직업으로서의 작가가 마치 정신을 팔아 먹고사는 것처럼 의뭉스러운 일로 비쳐지는 일을 감내한다. 


주인공은 하고 싶지 않은 일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코꿰어지고, 특히 독도 고기잡이에서는 정신나간 아버지 패거리들과 일본 어선과 맞붙는 황당한 일에 연루되어 위험한 상황에 몰려들고, 작가로서의 가치관을 위협하는 미키의 음모(?)에도 계속 위협을 받는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때로 벗어던지고 싶은 부담이 되었던 적이 있을까. 때로 가족과 형제들이 각자 독립을 해서 살다보면 누가 더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와 누가 더 잘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서로의 입장은 첨예하게 다르다. 산다는 일이 팍팍하지 않은 삶이 어디에 있겠느냐마는 어려운 상태에 빠지지 않아도 훨씬 나은 길을 걷고 있는 형제는 기댈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얽히고 섥히는 관계가 단지 한국적 문화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은 아닐 것이다. 작가는 토속적 음식과, 소주와 집에서 담근 막걸리가 등장하는 매우 토속적인 소설에서 보편적인 인간의, 가족의 모습을 찾고 싶어했을 것이다. 


g******1 2016.12.14. 신고 공감 7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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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클럽』미국작가의 소설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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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특별한 날이면 엄마는 막걸리를 담으셨다. 쌀과 누룩을 섞어 만드신 듯 한데, 방안의 따뜻한 곳 조그만 독에 술을 발효시켰다. 엄마 친구분들에게 막걸리를 나누시는 기억들이 흐릿하게 남아있다. 또하나의 기억은 아마 내 결혼식을 앞두고서였을 것이다. 막걸리를 만들어 두시고 결혼식 전날에 엄마 친구분들이 오셔서 홍어를 썰고 계셨다. 홍어를 썰면서 막걸리 한 잔씩을 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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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특별한 날이면 엄마는 막걸리를 담으셨다. 쌀과 누룩을 섞어 만드신 듯 한데, 방안의 따뜻한 곳 조그만 독에 술을 발효시켰다. 엄마 친구분들에게 막걸리를 나누시는 기억들이 흐릿하게 남아있다. 또하나의 기억은 아마 내 결혼식을 앞두고서였을 것이다. 막걸리를 만들어 두시고 결혼식 전날에 엄마 친구분들이 오셔서 홍어를 썰고 계셨다. 홍어를 썰면서 막걸리 한 잔씩을 나누시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아마도 허기진 속을 달래기 위해 드시지 않았을까 싶다. 정작 나는 엄마의 막걸리 맛을 보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막걸리는 잘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텁텁하고 배부른 막걸리를 한 잔 만이라도 맛볼 것을. 병원에 계시기 때문에 다시는 맛볼 수도 없는 것을. 엄마가 만든 막걸리를 마시는 주인공인 작가 홍원호를 보니 마셔보지도 않은 엄마의 막걸리가 그리웠다. 소설의 전반에 걸쳐 소주, 막걸리, 맥주가 나오던데,,, 참 술이 질릴 법도 한데 또 어떤 술 이야기가 나오나 기대감에 읽게 되었다.

 

작가의 이름은 팀 피츠. 미국 작가인데 배경도 한국, 한국 사람들, 한국의 술 이야기. 즉 한국 소설을 펴냈다. 제목도 『소주 클럽』 이다. 외국 작가가 어떻게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펴냈을까.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한국에서 몇 년간 살았었고, 한국 사람과 결혼했다고 했다. 그렇더라도 이렇게 한국적인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그것도 한국인을 주인공으로 해서, 주인공의 가족사와 영원한 일본과의 영토 분쟁인 독도 분쟁까지 다루는데 꼭 한국인이 쓴 소설인 것만 같았다. 

 

아버지로 대변되는 소주. 뱃사람인 아버지는 주인공인 작가에게 독도 인근으로 고기를 잡으러가자고 말하는 인물이다. 축구 유망주였던 주인공의 형을 바다로 데리고 갔다가 사고로 다시는 축구를 못하게 해 형과는 말도 하지 않은 관계다. 그러거나 말거나 독도 인근으로 가서 참조기를 잡자며 둘째 아들에게 말하는데, 아들은 글을 쓰는 중이라 안된다고 하면서도 할 수 없이 응하게 된다. 엄마는 아버지의 바람때문에 이혼한다고 하고, 자신을 미행해 사진을 찍었다며 아버지는 다방에 가 있는 상태다.

 

 

 

엄마가 만든 막걸리를 좋아하는 작가 원호.잘게 자른 고구마를 섞어 밥을 짓고, 그 밥에 누룩을 섞어 만든 엄마의 막걸리. 엄마는 아버지와 이혼한다고 했음에도 가족들에게 손만두와 김치전, 불고기와 두부조림을 만들어 막걸리 한 사발을 내놓는다. 아버지는 취하지도 않은 막걸리를 마신다며 원호를 타박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배에서 막걸리를 버리고 소주를 마시라고 할 정도다. 우리의 전통주인 엄마의 막걸리는 가족을 한데 모으는 효과를 지닌다. 아버지와 이혼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막걸리를 만드는 정성은 우리의 엄마들의 모습이다. 그렇잖아도 복분자주를 담가놓고, 술이 다 익기도 전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집에서 마시고 있는데, 이 소설은 술을 더 부르는 책이었다.

 

사실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국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은 찾기 힘들다. 배경이 한국이더라도 주인공이 외국인이거나 배경이 외국인 경우가 많다. 다만 소설에서 작가인 원호는 한국의 출판사와 작업하는게 아니라 미국의 출판사와 에이전트를 통해 책을 펴냈다. 그는 한국 사람은 잘 몰라도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꽤 알려진 작가로 나온다. 아마 소설속 주인공인 원호의 여동생 부담이의 남편인 미키가 작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한국인 아내를 둔 미국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한국인의 가정. 한국과 일본의 독도 분쟁을 한국의 입장에서 바라본 게 아니었을까 싶었다.

 

 

요즘처럼 술을 부르는 때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가족끼리 간 여행에서 우리는 또 소주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 오후 네시쯤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으로 시작해 안주는 생굴에 초장, 삼겹살 구이를, 늦은 밤에 바닷가를 거닐고 나서는 조개구이를, 숙소로 돌아와서는 익어가는 복분자를 와인 삼아 케이크 몇 쪽과 마셨다. 이 책은 술을 부르는 소설임에 틀림없다. 아울러 외국인의 눈으로 보는 한국인의 민낯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6.12.13. 신고 공감 6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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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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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클럽 팀 피츠/정미현 문학동네/2016.11.15. asnbaram   <소주 클럽>에는 황혼 이혼을 하네 마네 하는 부모님을 중재하려고 거제도 본가에 들른 중년의 사내 홍원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홍 선장네 가족의 사연이 담겨 있다.   어느 날 오후 형이 전화를 했다. 아버지가 성게 파는 할머니와 바람이 나서 엄마가 이모 집으로 짐 싸가지고 갔으니 고향에 내려오라는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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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클럽

팀 피츠/정미현

문학동네/2016.11.15.

asnbaram

 

소주 클럽에는 황혼 이혼을 하네 마네 하는 부모님을 중재하려고 거제도 본가에 들른 중년의 사내 홍원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홍 선장네 가족의 사연이 담겨 있다.

 

어느 날 오후 형이 전화를 했다. 아버지가 성게 파는 할머니와 바람이 나서 엄마가 이모 집으로 짐 싸가지고 갔으니 고향에 내려오라는 전화다. 어머니는 사람을 붙여 증거사진을 확보했단다. 나는 마감할 소설이 있다는 핑계로 내려갈 수 없다고 했다. 형이 성질을 내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내려간다는 약속을 했다. 다음날 거제도 집에 도착했다. 형의 얘기로 아버지는 어제 밤에 나왔고, 어머니도 이모와 한 시간을 같이 있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증거 사진 이야길 했고, 나는 옥수수 따는 일을 해야만 했다. 어머니가 담근 막걸리 한 잔에 노곤하여 평상에서 잠이 들었다.

 

나를 깨운 여동생과 식구들이 아버지 찾아오라는 성화에 못 이겨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아버지의 단골 집 로즈버드 다방에서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의 소주 클럽인 문씨 아저씨와 다방아가씨들은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집에 가자고 했지만 고소 취하 전에는 절대로 집에 안 들어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도로 조기잡이를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거절을 했다. 형은 포항 스틸러스 프로축구단에 입단하기로 되어 있는 상태에서 아버지와 고기잡이 나갔다 다리를 다쳐 축구 인생을 접었다. 그 뒤로 아버지와 말도 섞지 않는다. 형이 서울 동대문 운동장으로 축구 시합을 갔을 때, 아버지는 형과 나만 남겨 놓고 술집에 들렸다가 집으로 먼저 내려갔고, 뒤에 남은 우리 형제는 돈 한 푼 없는 상태에서 아버지를 찾느라 여러 가지 사건을 겪은 후 홍등가의 여자 도움으로 겨우 집으로 내려온 적도 있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을 때 내 소설을 한글로 번역하여 교재로 쓰면 어떻겠냐고 여동생 남편 미키가 물었다. 한쪽은 한글, 한 쪽은 영어 그리고 뒤쪽엔 문제를 실으면 학원교재로 좋을 것이라고 했다. 그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엄마는 아버지와 배를 타라고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 생애의 원을 플어주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엄마는 내 어렸을 때의 물건들을 담은 상자를 내 놓으며 가져가라고 했다. 다음날 부산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슈퍼에서 산 막걸리 한 모금을 먹다가 울컥 넘어와 차에서 내렸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배를 타기로 했다. 배를 타기 위해 출발하던 날 아침 어머니는 느낌이 안 좋다고 나를 가지 말라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집을 출발했지만 로즈버드 다방앞에서 차를 세웠다. 다방의 TV에서 독도가 일본 땅 이라는 주장을 보고 소주클럽을 형성해 술을 마셨다. 어렵사리 다시 출발해 임씨 아저씨네 들렸지만 이미 늦어 다음날 떠나기로 하고 밤낚시를 했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독도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아버지와 아저씨들은 불화살을 만들고 소주클럽을 형성해 술에 취해 있었다. 일본 어선을 한 척 침몰시킨다는 계획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할 수 없이 동행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어머니표 막걸리 세 동은 배만 부르다는 이유로 바다에 버린 후였다. 독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에 잠에서 깬 부자는 참조기를 잡았다. 그리고 공해상에 나가 일본 어선을 만나 불화살을 날리는데…….

 

무책임하고 바람기 많은 아버지를 대변하는 소주, 아버지와 못산다 하면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며 일을 하고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 가족들로부터 멀리 떠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영어소설로 써 작가가 된 홍원호, 수십 년 세월 가족의 애증과 곡절을 하나씩 막걸리 힘을 빌리어 풀어 놓으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대학에서 자퇴하며 시작된 그의 방황은 여러 농장과 고장을 거쳐 군에 입대하여 생활하면서 이야기는 구체화 되어간다. 그러는 가운데 한국인 가족들의 문제를 외국인에게 이야기 하는 소설이다.

 

시중에 나온 새 소주가 싫다. 아스파탐과 화학물질 범벅이다. 우리나라의 위대한 전통 하나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한국에서 술을 마신다는 건 이제 자기혐오의 자해행위가 되고 말았다. 예전에는 음주가 흥청대는 놀이와 저항, 가무와 섹스의 촉매제 역할을 했지만 어느 새 음주는 천치가 되는 지름길로 전락했다. 소주를 마시면 몸도 마음도 돌로 변한다. 뇌의 실행 기능을 정지시키는 데 소주 한두 잔만 한 게 없다. 나는 한 가지 묻고 싶다. 1996년 연세대 사태 이후 격렬한 학생 운동이 갑자기 주춤한 것과 소주에 인공감미료가 첨가된 것은 과연 우연일까? 우연이 아닐 것이다. 새로 나온 소주가 나는 정말 싫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가 망가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게 아니면 뭐겠는가.(p.90)” 주인공 홍원호는 이런 말을 하면서 어머니표 막걸리를 애호한다. 그 이면에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아버지의 황음과 방랑벽, 그리고 가정을 돌보지 않았던 것에 대한 반성도 어느 정도는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작가 팀 피츠는 문예지 그렌타>, <게키스버그 리뷰등에 작품을 발표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커티스 음악대학 인문학부, 템플 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문예창작을 강의하며 문예지 페인티드 브라이드 쿼털리에 편집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소주클럽은 그의 첫 장편소설이다. 2000년 경 한국에서 5년간 살면서 한국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어 여러 차례 전시회도 했다. 미국에서 한때 동료로 일했던 한국여성과 결혼해 지금 필라델피아에서 살고 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k******4 2016.12.07. 신고 공감 4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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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술이 당기는 소주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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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한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소주 클럽』은 조선 시대 대표 주당 송강 정철 선생이 남기고 간 글로 문을 연다. 강호 둥실 백구(白鷗)로다우연히 뱉은 침이 끼쳤구나 백구 등에백구야 성내지 마라, 세상 더럽다 했느니                                                          -정철(1536~ 1593) 백구, 갈매기에게는 성내지 말라고 했으나,『소주 클럽』에 나오는 인물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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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한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소주 클럽』은 조선 시대 대표 주당 송강 정철 선생이 남기고 간 글로 문을 연다.

 

강호 둥실 백구(白鷗)로다

우연히 뱉은 침이 끼쳤구나 백구 등에

백구야 성내지 마라, 세상 더럽다 했느니

                                                          -정철(1536~ 1593)

 

백구, 갈매기에게는 성내지 말라고 했으나,『소주 클럽』에 나오는 인물들은 많이 성을 낸다. 그래도 정철 선생만큼이나 술을 즐기니 봐주실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원호는 오후에 걸려 오는 전화를 받으면 기어코 사달이 난다. 그러면 안 받으면 좋을 텐데, 세 번 연달아 오는 전화를 어쩔 수 없이 받는다. 거제도에서 걸려 온 수호 형의 전화다. 부모님이 이혼하신단다. 어머니가 드디어 아버지가 바람피우는 현장 사진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 아버지가 지세포 항구에서 성게 파는 여자와 바람피웠다는 소리에 원호는 기억을 더듬는다.

 

나도 아는 여자였다. 우리 어머니보다도 나이가 많았다. 그 여자는 부두에서 한 십 미터쯤 떨어진 곳에 천막을 치고 낮에는 물질이라고 해서 그 가시투성이 극피동물을 잡고 밤에는 주황색 천막에 등을 달아두고 생 성게 껍질을 까서 손질해 술안주로 내놓았다. 그건 인정해야 한다. 성게의 감칠맛. 특히 거제도 종은 쫀득쫀득 귀한 살이 혀 뒤쪽부터 뱃속까지 짭조름한 흔적을 남기며 목구멍으로 쭉 미끄러져 내려간다. 신선한 즙 생각에 내 입엔 이미 침이 고였다. 하지만 성게팔이 쭈그렁 할망구와 아버지가 붙어먹는다고밖에 할 수 없는 그 모습이 슥 떠오르면서 침이 쩍 말라버렸다.

                                                                                                   -p. 14

 

보통 사람이라면 성게의 감칠맛을 인정하기는커녕 이 상황에서는 외면할 것 같다. 그래서 뭔가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이다 싶었는데, 이미 눈치챘겠지만 아버지는 더 가관이다. 잘 나가는 어부로 살다가 십 년 전에 일선에서 물러났는데, 바다가 그리워 안달하고 소주라면 죽고 못 산다. 이 아버지가 바로 ‘소주 클럽’ 대장이다. 물론 바람기도 대단하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참고 참다가 드디어 물증을 잡아 이혼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 같으면 어서 빨리 하시라고 진즉에 하시지 않았냐고 그럴 것 같은데, 원호는 그런 어머니를 만류한다. 어머니는 원호에게 저걸 낳고 미역국을 먹었다고 한탄하면서도 그를 위해 음식상을 차린다. 물론 원호가 좋아하는 시원한 막걸리도 있다.

 

어머니가 “먹어라, 얼른”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입에서 나오는 명령문에는 “얼른”이라는 말이 접미사처럼 붙어 있지 않으면 문장 완성이 안 될 정도였다. “신발 신어, 얼른. 이 닦아, 얼른. 차 마셔, 얼른. 일로 퍼뜩 와, 얼른.” 그건 어머니의 인격 형성기라고 할 50년대의 고생스러운 삶에 얽혀 머릿속에 단단히 자리 잡은 부분이었다. 그 시대 국가 전반의 사고방식이 그랬다. 서둘러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은 물론 서둘러 국가를 재건해야 했다. 서둘러서 얼른. 빠릿빠릿. 살아내지 않는 삶은 죽음이나 다름없었다. 어머니가 내게 막걸리를 한 잔 따라주었고 잔이 비면 금세 다시 채웠다.

                                                                                                 -p. 42

 

이 책은 얼핏 보면 당연히 한국 사람이 쓴 것 같지만, 미국인 팀 피츠가 쓴 소설이다. 한국 배경에 거의 한국 사람들(미키라고 미국인 영어 강사가 등장한다.)과 한국 술 소주와 막걸리.. 그리고 사고방식.. 팀 피츠도 이야기했지만,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중년의 한국 남자가 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약간은 전형적인 느낌(가부장적인 아버지, 헌신적인 어머니, 반항하는 아들들)을 주는 것도 사실이나, 주당들의 술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이 기발하면서 재밌다. 주인공 원호가 작가라서 그런지 작가로서의 소신, 가치관 같은 것도 종종 나오는데,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었던가? 그다지. 내가 원하는 건 내 작품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독자와 소통하는 것, 그들과 나 자신에 대한 고귀한 책임감을 안고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다른 나라에서 책을 내면 그럴 수 있었다. 발목 잡히는 일 없이 성공의 특권을 누렸다. 그런데 내가 뭐가 아쉬워서 그걸 망치고 싶겠는가?

                                                                                                -p. 269~ 270

 

혹시 팀 피츠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책을 낸 것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소통이 제대로 되는 작품이라는 것은 확실하다.『소주 클럽』이라는 제목답게 읽는 내내 술이 당기는 작품이기도 하다. 팀 피츠는 원호처럼 소주보다는 손수 만든 막걸리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 손수 만든 막걸리를 가족들과 함께 마시고 싶다. 천명관의『고령화 가족』이 생각나기도 하는데, 어찌 됐건 가족은 식구(食口)일 때 참맛이 나는 것 같다. 오늘 식구와 소주든 막걸리든 맥주든 좋은 안주와 함께 한잔 어떨까.

e******i 2016.12.10. 신고 공감 3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소주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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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인과 결혼했고 남도에 처가댁을 둔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과 한국인과 한국의 가족이 소설로 그려졌다.황혼 이혼을 하네 마네 하는 부모님을 중재하려고 거제도 본가에 들른 중년의 사내 홍원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홍 선장네 가족의 사연이 담겨 있다. 수십 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 홍원호의 십대 시절에 일어난 여러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들락날락 책장을 누빈다.  타고난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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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인과 결혼했고 남도에 처가댁을 둔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과 한국인과 한국의 가족이 소설로 그려졌다.

황혼 이혼을 하네 마네 하는 부모님을 중재하려고 거제도 본가에 들른 중년의 사내 홍원호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홍 선장네 가족의 사연이 담겨 있다. 수십 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 홍원호의 십대 시절에 일어난 여러 사건과 현재의 사건이 들락날락 책장을 누빈다.  타고난 운명이 반, 사서 고생하며 찾아낸 운명이 반, 그것들이 고루 버무려져 인간 홍원호가 되었고, 아직 한창 진행중인 그의 삶이 이렇게 중년의 성장 소설로 빚어졌다아버지를 대변하는 소주, 그리고 어머니와 원호 자신의 대변인인 막걸 리가 엎치락뒤치락 글 전체를 흐른다. 수십 년 세월의 애증과 곡절이 들큰한 술 내음에 버무려져 소설 전체에서 일렁인다. 곳곳의 안주도 성찬이다.

끊임없이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는 정중동의 묵직함이 부각되는 인물인데 반해, 이제는 성욕보다 식욕이 앞선다는 주인공 원호를 비롯해 일평생 술과 함께한 아버지와 이 집안의 객식구 같은 미국인 매제 미키는 참 잘 먹고 잘 마시고 바삐 움직인다. p.313

한국소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세대 간의 삐걱거림, 부자지간의 골, 문제 가정, 어머니의 희생, 아버지의 부재 혹은 무책임 등의 소재를 영어라는 언어를 빌려서 한국을 이야기 하는 소설이다. p.314 

k******4 2018.02.02. 신고 공감 3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소주가 필요할 때, 웃음이 필요할 때, 이 소설이 정답!
"소주가 필요할 때, 웃음이 필요할 때, 이 소설이 정답!" 내용보기
이렇게 당황스러움을 안긴 소설은 처음 본다. 작가는 미국인이다. 하지만 배경은 한국, 주인공도 한국인이다. 내용은 더더욱 한국적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재미교포일까? 그것도 아니다. 단지 작가의 아내가 한국인일 뿐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몇 년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작 그런 경험들로 자국민도 쓰기 힘든 소설 한 권을 이렇게 뚝딱 쓸 수 있을까? ​일단 제목부터 얘기해본다
"소주가 필요할 때, 웃음이 필요할 때, 이 소설이 정답!" 내용보기

이렇게 당황스러움을 안긴 소설은 처음 본다.

작가는 미국인이다. 하지만 배경은 한국, 주인공도 한국인이다. 내용은 더더욱 한국적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재미교포일까? 그것도 아니다. 단지 작가의 아내가 한국인일 뿐이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몇 년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고작 그런 경험들로 자국민도 쓰기 힘든 소설 한 권을 이렇게 뚝딱 쓸 수 있을까? 

일단 제목부터 얘기해본다. '소주 클럽'. 단어 그대로 우리나라 소주이며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소주 클럽' 대장이다.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제목만 봐도 알코올 냄새가 풀풀 난다. 침이 꼴깍. <소주 클럽>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코 소주, 다음 맥주, 막내가 막걸리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술로 넘쳐난다. '한국=술'이라는 표현을 대놓고 한 것이라 추측된다. 그만큼, 이 소설에선 술을 논하지 않고는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다. 한국의 현실과도 닮아 있다. 한국 문화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게 '술' 아니겠나? 그만큼 우리나라 문화는 취해 있다는 얘기다. 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흥의 나라.

<소주 클럽>은 마지막까지 예측 불허다. 줄거리가 다소 당황스럽지만  뻔하지 않은 전개에 허를 찔렸다. '허', 그리고 황당함이 곧 매력이다. 후훗. 잠깐 내용 썰을 풀어보자.

40대 후반 주인공 원호. 어느 날 형에게서 걸려온 다급한 전화 한 통. 어머니의 가출 소식이었다. 분명 아버지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고 원호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형이 사안의 심각성을 어필했고 원호는 곧바로 고향인 거제도로 내려가게 된다. 막상 도착하니, 가출한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왔고 원호를 위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밥을 차려준다. 어머니가 직접 담근 막걸리를 마시며 잠깐 숨을 고르는데, 마침 아버지가 등장! 아버지는 원호를 보자마자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자며 꼬신다. 싫다는 원호 vs 소원이었다는 아버지. 그동안 아버지는 아들들이 자신의 업을 이어받길 원했다. 그런데 큰 형은 사고로 다리를 다쳤고 원호는 고향을 떠나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죽기 전 소원이라는 아버지의 말에 바쁘지만 큰 맘 먹고 딱 한 번만 배를 타기로 했다.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들(일명 소주 클럽) 그리고 원호. 이렇게 배를 타고 독도를 향했다. 독도로 가는 중 아버지와 그의 친구들은 쉴 새 없이 소주를 마셔댔다. 원호 역시 막걸리를 죽어라 마셨다. 드디어 독도에 도착하여 아버지가 말하는 포인트로 그물을 던져 어마어마 하게 고기를 잡게 된다. 시작이 좋은 원호.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려고 하는데, 갑자기 앞에 일본 어선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뭐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원호 옆에서 아버지와 그의 친구들은 표정은 뭔가 야릇해졌다....순간...?!


 

 

리뷰를 쓰며 다시 줄거리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식 나온다. 정말 웃겨서 나오는 웃음이 아니라 정말, 예상하지 못한 반전에 빵 터지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할 줄이야. 처음엔 그냥 웃으면서 읽었는데, 갈수록 가슴이 울컥해졌다. 작가가 한국 배경과 한국인들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유쾌한 편인데, 한 발짝 더 들어가면 가슴 아픈 가족사를 얘기한다. 그것도 한국적인 특징을 모두 끌어안은 비극적인 가족말이다. 먼저 원호 어머니. 예전 7~80년대 어머니의 대표가 아닌가 싶다. 가부장적인 남편 옆에 자식들만 믿고 사는 불쌍한 어머니. 원호 아버지는 물처럼 술을 마셨고 심심하면 다른 여자를 만났다. 돈을 버는가 싶더니, 투자 실패와 사기로 그나마 있는 돈도 열심히 까먹고 사는 처지다. 그런 남편 옆에 사는 어머니의 마음은 오죽할까? 어머니가 믿는 건 오로지 가족뿐이다. 잘 먹고 잘 살고.

반대로 아버지는 집에서 만큼은 김일성보다 더 무서운 존재다. 가족들은 아버지 말 한마디면 껌벅 죽는다. 원호는 그런 어머니,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 그럼에도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마침내 성공하게 된다.

 

<소주 클럽>은 뻔한 소설이 아니여서 좋았다.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그런 요소들이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게 느낄 것이고 또 나 같은 사람에겐 신선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줄거리만 봐서는 안 되는 소설이다. 소설 속 생생한 캐릭터들이 왜 등장하며 계속해서 등장하는 좀비 같은 '술'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술 빼면 이 책은 시체다. 지금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술이 생각나는 아름다운 밤이다. 12월이니 더더욱.

d*****1 2016.12.07.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