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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와 손녀
뭔가 잘못사는 듯한 소녀 혜지(배우 김고은 씨)가 등장한다. 친구인 듯 하지만 권력관계가 확실한 사내아이들 속에서. 일정한 거처없이 살다가 친구가 건넨 우유에 소개된 미아찾기 이름을 보고 도망치듯 할머니를 찾아 제주로 온다.
중국인에게 집을 팔라는 부동산업자의 말에도 흔들림없이 집을 지키는 계춘할망(배우 윤여정 선생님)이 있다. 혜지가 왔다가 집이 없어 자신을 못 찾을까봐. 그런데 찾는 것을 거의 포기했던 혜지가 등장하고 할머니의 삶은 손녀 중심으로 변한다.
육지에서 벌어진 사고가 사건이 되고, 혜지가 진짜 혜지가 아닌 이유가 밝혀지면서 혜지의 인생은 제주를 벗어난다. 그리고, 다시 찾은 할머니와 혜지가 한 공간에 있을 때 영화는 가장 아름답다.
#. 유채꽃 핀 제주처럼 싱그러운.
이 영화의 풍경은 봄날의 싱그러움을 가득담고 있다. 여기에 해녀들의 생명가득한 삶과 제주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들까지. 혜지가 무심코 걸어간 길도 널어놓은 해물들로 가득한 곳이며, 그런 실수조차 계춘할망의 손녀라 용서가 된다.
제대로 된 밥을 먹어본 적 없어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을 정신없이 받는 장면과 할머니가 주는 밥이 답긴 수저를 부담스러워하는 장면처럼 비슷한 장면인데 다른 감정선을 보여주는 것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제주의 녹색과 파란색 배경으로 사람들의 감정도 이해할 수 있게.
#. 이 영화의 한 컷
혼자였던 10대 소녀, 학교와는 이미 거리가 멀었던 혜지 혹은 은주에게 같은 편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계춘할망. 둘이 바다를 보며 어린 소녀의 질문에 대답하는 할머니의 말은 이성적으로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저 받아들이며 감사하게 생각하는 지혜를 보여준다. 이 말은 영화 마지막에 몰라보는 누군가를 향해 전해지는 마음으로 연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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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비밀 같은 건 없다. 극적인 반전에 기대는 영화가 아니다. 계춘할망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정성 들여 되짚으며 은근히 마음의 군불을 땐다. 혜지가 차마 밝히지 못하는 실종에 얽힌 사연이 영화를 결말로 달려가게 하는 동력이지만, 정작 관객의 눈물샘을 아릿하게 만드는 건 계춘의 손녀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지극한 행동들이다. 혜지의 속마음과 관계없이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은 이미 굳어버린 줄 알았던 상처 딱지에도 새살이 돋아나게 하는 치유의 나날이다. 그렇게 혜지가 내 손녀 같고, 계춘이 내 할머니처럼 느껴지는 순간 관객 마음의 빗장도 풀린다. 근래 한국영화에서 접하기 힘든 소박하고 따뜻한 화법이 인상적인 이 영화는 비단 손녀와 할머니의 관계를 넘어 마음과 마음이 섞이는 풍경을 꼼꼼히 전달한다. 물론 다소 작위적인 상황들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따뜻함을 포착한 영화라기보다는 따뜻함을 연기하는 영화이고 눈물과 감동을 위한 장치들이 숱하게 깔려 있다. 그럼에도 크게 거슬리지 않는 건 이야기의 상투성을 메울 만한 연기의 진정성 덕분이다. 카메라는 꽤 자주 두 주연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포커스를 맞추는데, 미간을 찡그린 김고은의 난처한 표정과 애달프게 주름진 윤여정의 얼굴은 그 어떤 대사나 상황보다 설득력이 있다. 덕분에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전개마저 식상함이 아니라 익숙함과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조연배우들의 단단한 연기도 한몫한다. 비록 연기라는 게 빤히 보이더라도 여전히 효과적인 방식이며 유효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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