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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서 추천을 받아 읽기 시작한지 일주일. 그리고 결국은 2권이 나왔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주문을 해버린 이 '그래도 죄인은 용과 춤춘다'는 정말로 여러가지 면에서 본인의 취향을 꿰뚫은 작품이었습니다. -_-b...하지만 리뷰니 개인적인 취향은 일단 제껴놓고. 더불어 반말투가 되겠으니 용서를.
붉은 머리, 녹색 눈동자, 영화배우를 닮았다는 외모, 플러스 알파로 안경. 잔머리의 황제인 주인공 가유스와 본문 내~내 '미모'라는 말이 빠질 날 없는, 마이페이스의 극을 달리는 파트너 기기나의 험난한 인생기인 이 소설은, 일단 읽는 사람을 가린다....아니, 이게 한국어번역이라면 문제될 게 없을지도 모르겠지만(있을 지도 모른다) 일단 펼치자 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양페이지 가득 펼쳐진 한자(...일상용이 아니다)와 가타가나의 난무다.
주인공 1인칭 소설인 이 글. 일반적인 1인칭 소설이 읽기 쉬운 것에 비해(물론 예외도 많지만) 이 글은 난해의 극을 달린다. 일단, 주인공의 성격이 너무나도 주인공답지 않아서다. 화학주식사(呪式입니다...)인 주인공 가유스. 그는 화학식을 다루어 물리현상을 일으키는 것이 전문인 후방지원형이자 사령탑적인 존재. 머리를 쓰는 타입이다. 절대적인 힘을 가진 상대들의 약점을 노리고 현상의 빈틈을 꿰뚫고 조합을 극도로 활용하는, 두뇌파인 것이다. ...그러니까, 독자와는 달리 천재란 소리다. (...죄송. 혹시 저'만'다릅니까?;;) 그런 그의 1인칭은 일반독자에게 난해하다. 정말로 난해하다;; 모 일본독자 왈 '보통은 한단어로 끝날 묘사를 10줄에 걸쳐서 하는 정신나간' 말투의 소유자인 것이다.
...나의 의식과 주력이 가상역장을 거쳐, 마장검 <단죄자 요르가="">의 칼날에 묻혀있던 보주에 수렴해 위상전이. 탄창을 회전시켜 선택한 주탄약협내의 치환원소를 촉매로 물리적간섭을 꾀한다...단죄자>
일반 판타지 소설같으면 무슨무슨 기술이 발동했다, 로 끝날 문장 하나를, 저렇게 늘려놓는 글인것이다. -_-; 덧붙여 간단한 단어도 일부러 어렵게 어렵게. 어렵다- 를 난해하다-로 굳이 쓰는 사람이랄까.
이 난제를 극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 -전투신은 모조리 제끼면 된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물론 재미는 좀 떨어지겠지만 처음부터 나가떨어지는 것 보다는 낫다. 일일이 이해하려 들지말고 아, 그렇구나- 정도로 넘어가는 편이 화학이나 생물학 전공이 아닌 사람들로서는 편할 것이다. (그쪽 사람들은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그 장대한(+골치아픈) 전투신과 한자 남발, 가타가나의 난무와 화학지식, 의학지식, 때로는 광학 및 물리학 지식까지 요구하는 이 소설에 도전할 가치는 역시 주인공 둘의 말싸움-이 아닐까 한다. 일본식의 '노리'에 충실하달까. 정말 한쪽이 한마디하면 저쪽이 두마디 받아치고, 결국 승부는 언제나 제로섬. 그것도 말싸움, 이라고 귀엽게(?) 표현했지만, 실제로 보고있자면 살기가 어린다. 정말 칼부림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을 가볍게 넘어서지만, 그리고 실제로도 목숨의 위기를 느끼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싸움은 그치지 않는다. 그치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니, 그 이상으로. 그것으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다. (...비유가 아님;) 그토록 다른 타입의 두 사람이, 그렇게나 티격대면서도, 자신들도 -대체 내가 왜 이 놈이랑 조를 짜고 있지? 라고 중얼대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절실히 필요한 존재. 절대로 인식하려하지 않지만, 둘 다 그것을 잘 알고있다.
이 소설은 솔직히 말해 대단한 화두를 던지고 있지는 않다. 어떻게 보면 여기저기 흔히 등장하는 문제를 꺼내어, 그렇지만 일상적이지 않게 전개해나간다. 그리고, 대답을 하지 못한다. 주인공이 문제에 절대로 대답을 내지 않으면 안된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읽어봤자 찝찝하리라 생각한다. 주인공은 이 소설에서 던져준 철학적인 (그러나 유니크하지는 않은) 주제에 대해 대답을 내리지 못한다. 고민하고 고민하고 땅을 파지만, 결국은 대답하지 못하고 파트너에게, 혹은 기억 속의 누군가에게 건져질 뿐. 구원받지 못하고 구원하지도 못한다. 그냥, 그 주제는 던져진 채로 바닥에 버려질 뿐. 던진 사람도 받아야 할 사람도 아무도 줍지 못한다. 그리고 그대로 끝난다.
...주인공은 물론 천재다. 하지만 주변에는 더 레벨 높은 천재들이 흘러넘친다. 거기에 비하면 범인인 주인공의 고뇌는, 범인인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쉽다. 시원한 대답을 내리는 주인공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흘러갈뿐인 주인공을 바라보는 것도, '나만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해진다. (...현실도피일까)...그리고, 은발에 쿨한 미인이라는, 어찌보면 흔해빠졌음에도 너무나도 특이한 파트너 기기나가 타이밍 좋게 주인공을 '건져주는' 것을 보는 것도 즐겁고.
재능과 운과 깡에 모든 것을 맡기는 바보 주인공에게 질렸다면 추천. 말장난과 만담을 즐긴다면 추천. 버디물을 즐긴다면 추천. 솔직히 문장 자체를 매끄럽게 쓰는 편은 아니다. 글을 잘 쓴다-기 보다는 말을 잘 할 타입의 작가. 전체적인 완성도면으로 따져서 분명 A급 작품은 아니기에 별 4개. (...개인적 취향으로는 +148372개쯤 더...) 표지 및 일러스트 담당의 미야기 씨는 역시 저쪽 스니커 일러스트쪽에서 수상경력이 있는 분. 표지보고 살 맘이 들게하는 미려한 일러스트와 문제없는 제본상태, 나쁘지 않은 편집 등으로 별 4개. ...아니, 뭐 책이 빛난다, 는 수준은 아니기에. 이런 소설도 나와주니, 이래서 세상사는 건 즐겁다. [인상깊은구절] 이래서는 완전히 싸구려 트로트 가사에 나오는, 씀씀이 헤픈 폭력남편을 울면서 참아내는 마누라 꼴이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