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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죽었다'라고 철학자가 외친 지 백 년이 넘게 흘렀다. 그가 미래를 예견하는 선지자였는지, 또는 시대의 당위를 설파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근대 이후 종교의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도 종교적인 나라이고, 전쟁과 테러는 많은 경우에 아직까지 종교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위배되는 과학적 사실을 믿는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되거나 화형을 당하지는 않으니까 중세 시대보다는 훨씬 나아지고 있긴 한 것이다. 철학자 니체가 살아있다면 아마도 이렇게 더디게 신이 죽을지는 몰랐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이제 신에 마지막으로 연결된 산소 호흡기를 떼어 버려야 할 때가 된 것일까.
나는 신이 없다는 것을 텍스트로 읽고 매혹되었다. 물론, 나는 기독교 신자였으며, 모태 신앙이었다. 누구나 독실한 신자가 대개 그렇듯 종교적 신실함은 개인적 선택이나 깨달음보다는 어디서 누구에게 태어났느냐에 좌우된다. 모든 모태 신앙인들은 자신의 종교적 결정권이 박탈된 채 태어나고 자란다. 이성에 눈을 뜨고 합리적 사고방식이 장착된 이후에 누구나 자신의 의지로 종교를 선택할 자유와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릴 적 주입되는 말도 안 되는 동화책 같은 이야기와 전통이랄 수도 없는 의례들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독재자를 숭앙하도록 세뇌하는 것과 따지고 본다면 별반 다르지도 않다. 북한의 그것과도 놀랍도록 유사하지 않은가.
버트런드 러셀이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에서 중세의 기독교가 가져온 폐해에 대해 적나라하게 언급한 부분을 읽고 감정적으로 종교를 멀리하게 됐다. 종교인들이 입에 달고 사는 전능하시고 자비로우신 하나님은 적어도 역사적 사실로 증명되지는 않는다. 같은 단어를 다르게 정의하는 사전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수많은 증거들이 말해주고 있으니까. 좀 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불가지론자로 확증이 굳어진 것은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고 나서다. 신이 있는 증거를 찾기는 매우 어렵지만(불가능하지 않을까), 신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읊어본다고 하면 뭐 네버엔딩 스토리 정도는 되지 않겠나 싶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한 과학자가 종교에 대해 다른 관점을 들려줬다. 그가 방송에서 얘기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지는 종교를 가지는 특성으로 인해서 인간이 다른 종보다 진화적 우위에 설 수 있었으며, 현재 인간이 사회를 형성하고 문화를 발전시킨 동력의 많은 지분이 종교에 있다는 것이다. 종교는 고통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며, 모든 성도를 하나로 단결시켜 목적을 달성하도록 독려한다. 영적 체험, 고귀함, 희생 이런 것들은 모두 신을 향한 간절한 마음에서 흘러나온다. 나약한 존재의 의탁을 위해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면, 그 종교적 본성의 부수적 효과로 상상력과 믿음이라는 종의 경쟁우위가 장착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과학적 태도와 합리적 이성의 가장 윗자리에 있을 것 같은 세계의 석학과 과학자들 중에도 독실한 종교인들이 많다. 가끔 그들의 신앙 간증을 들어보면, 종교와 신에 대한 믿음은 진심인 듯 보인다. 나는 방송에서 인류에 대한 종교의 공헌을 말한 그 과학자의 의견에 동감한다. 종교를 굳이 악으로 규정하고 없애버리지 않고서도 그러한 본성을 끌어안고 잘 지낼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반하는 어떠한 제도와 시도도 완벽한 성공을 이룬 적은 없는 것 같다. 단지, 그 본성의 어두운 면을 충분히 고려하여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보완하고 제도 안에 편입시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