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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나는 무릎이 되기를...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나는 무릎이 되기를..." 내용보기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인디언들을 바라보던 내 시선은 막연했다. 막강하고 야만적인 물질문명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억압당한 사람들. 슬프도록 연약하나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았던 사람들 정도로 말이다. 옛 서부영화에서 등장하던 야만적이고 잔인한 전사들이나, '늑대와 함께 춤을'에서 보았던 현명한 스승 같은 존재. 생각해 보면 이렇게 막연한 관점들은 여태껏 우리가 백인들,
"상처가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나는 무릎이 되기를..." 내용보기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인디언들을 바라보던 내 시선은 막연했다. 막강하고 야만적인 물질문명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억압당한 사람들. 슬프도록 연약하나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았던 사람들 정도로 말이다. 옛 서부영화에서 등장하던 야만적이고 잔인한 전사들이나, '늑대와 함께 춤을'에서 보았던 현명한 스승 같은 존재. 생각해 보면 이렇게 막연한 관점들은 여태껏 우리가 백인들, 그것도 미국인들이 보여주고 제시해온 매체를 통해서만 그들을 보아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것이 실제 역사든 문화적인 감상의 소산이든 백인들이 보고 싶은, 혹은 보여주고 싶은 상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댄 노인이 가장 분노하는 것도 바로 그런 점이다. 물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깊은 분노와 상처를 그렇게 단순히 요약할 수는 없을 테지만 말이다. 그는 현명한 스승으로 보며 신비화하기보단 차라리 술주정뱅이 패배자로 인디언을 보아주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최소한 그것은 살아 있는 인간으로, 현실적인 존재로 보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우스 다코타 주의 한 인디언 주거지역에서 살고 있던 댄이라는 노인은 어느 날 이 책의 저자인 켄트 너번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기를 청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평생 동안 하고 싶었던 말과 생각들을 책으로 펴내는 일이다. 여든이 가까워진 나이. 죽기 전에 백인들에게, 그리고 자신들의 진짜 과거를 모른 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게 백인들이 만들어준 시야를 가지고 자라나고 있는 젊은 세대의 인디언들에게 꼭 들려주어야 할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자신의 삶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80년 동안의 그의 삶이 담아내고 견뎌내기에는 너무도 벅차고 힘겨웠을, 땅과 문화와 목숨과 삶을 고스란히 빼앗기고 짓밟힌 인디언의 역사였다. 인디언과 백인들, 그리고 그 각 문화의 차이점을 하나 하나 설명해 나가는 과정에서 백인들이 어떻게, 왜, 그들을 파괴하고 상처줄 수밖에 없었는지 알려준다. 어리석은 문명. 별다른 의심 없이 옳다고 생각해온 우리 삶의 틀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리고 흔들리는 아찜함이 느껴진다. 악함이 선함을, 부당함이 정당함을 짓밟고 힘을 쥔 일이 어디 그 땅에서뿐이기야 할까만은 가슴이 짓눌리는 무거운 마음은 피할 수 없다. 백인들이 인디언들을 신성하고 현명한 존재로, 자연친화적인 삶의 스승으로 만들려하는 것은 그런 자각과 죄책감에서 나오는 일종의 자기반성일 것이다. 자신들의 문명의 어리석음과 헛됨을 깨닫고 그 덫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문명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대부분이 그와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댄 노인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자기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친화적인 삶, 현대의 무시무시한 속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삶의 선구자로 추앙받고 있는 소로우도 그래서 노인에게는 기만적인 존재다.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숲속에 들어가서 게으른 삶을 찬양하다가 다시 현실의 삶으로 돌아갔다는 것. 현대인들이 그의 '양다리 걸치기' 같은 생활을 동경하고 추켜세우는 것은 자신들의 입지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으면서 동시에 도피할 틈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반면 인디언들은 그저 자연 그 자체의 한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하늘과 땅은 조상이자 부모였고, 모든 동식물은 형제자매였다. 그 모든 존재를 죽이고 상처내고 빼앗았던 것이 바로 그들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 모든 깨달음들은 딱딱한 가르침이나 설교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이 책에서처럼 오늘날을 살고 있는 인디언들의, 보태지도 빼지도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드물 것이다. 마치 한 편의 흥미진진한 소설이나 영화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와 감동이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웃음과 눈물과 가슴저림이 앞다투어 찾아온다. 운디드 니는 제목처럼 상처난 무릎이라는 의미를 지닌 하천과 주변 계곡을 일컫는 지명이다. 가만히 있어도 얼어죽을 것 같은 한 겨울에 수백명의 인디언들이, 아기와 노인과 여자들이 처참하게 도륙된 곳이다. 그러나 그 사건이 있기 전부터 그곳은 언제나 '상처난 무릎'으로 불렸을 것이다. 상처난 채로 그렇게 흘러가는 물. 그것은 어쩌면 백인들이 미대륙에 발을 붙인 순간부터 지금까지 인디언들이 처한 운명에 대한 가장 적절한 은유가 아닐까 싶다. 댄 노인은 지금도 살아 있을까. 이 책이 나온 후 인디언들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크게 달라졌다고 말한다면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모든 변화는 먼저 아는 데서, 그리고 그 앎을 통해 몸과 마음으로 감동하는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인디언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은 나에게 그들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문을 하나 열어주었다. 앞으로 인디언들에 관한 책들을 더 많이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을 쓴 켄트 너번이라는 작가와 또 책속에 등장했던 댄 노인과 그로버, 늙은 개 살찐등, 위노나, 대넬 모두에게 안부를 전한다.
s****o 2003.02.14.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그땅의 백인들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
"그땅의 백인들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 내용보기
나는 백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에 북아메리카에서 살고 있던 인디언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서부 영화에서 보이는 "착한" 백인들을 말타고 공격하는 인디언들, 그리고 마침내 인디언들을 물리친 훌륭한 백인들에 대해서 존경의 예를 표하는 인디언들, 도널드 덕이라는 만화에서는 도널드의 조카 오리들이 인디언 복장을 하고 괴성을 지르는 장면도 생각난한다
"그땅의 백인들은 그때도 지금도 여전..." 내용보기
나는 백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기 이전에 북아메리카에서 살고 있던 인디언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서부 영화에서 보이는 "착한" 백인들을 말타고 공격하는 인디언들, 그리고 마침내 인디언들을 물리친 훌륭한 백인들에 대해서 존경의 예를 표하는 인디언들, 도널드 덕이라는 만화에서는 도널드의 조카 오리들이 인디언 복장을 하고 괴성을 지르는 장면도 생각난한다. 세계사 교과서에서는 백인들끼리의 거래 혹은 전쟁에 의한 미국의 영토 확장 지도가 나오지만, 마치 그 지도는 이전에 그 땅에서는 인간은 살지 않았다는 듯 하다. 이 책은 바로 그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백인의 해석이 들어가지 않은채 들려주고 있다. 한 늙은 인디언인 댄 노인의 말을 통해 인디언의 사고 방식, 인디언과 자연, 과거 백인들의 만행, 대지를 인디언들에게서 뺏어간 백인들이 이제는 인디언의 정신 문화까지 뺏어갈려고 하는 현실, 앞으로 인디언과 백인과의 관계... 인상적인 것은 백인들의 만행으로 댄 노인은 극도의 분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디언과 백인과의 화해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인디언을 학살한 바로 그 땅에서 살고 있는 백인들은 여전히 과거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또 다른 유색인종의 땅에서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어리숙™ 덧붙임 : 어쩌다 같이 읽은 책이 "폭격의 역사" 백인종들에 대한 혐오감이 늘어만 간다. -_-;
a******t 2003.09.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