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말년작인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를 너무나도 인상깊게 봤었기에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경험을 했기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나 궁금했었다. 본서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속기사로 일하다 결혼한 안나의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한 회고록이다. 아쉽게도 결혼 시점이 어느 정도의 명성을 얻은 후이기 때문에 전반기의 극적인 삶에 대해서는 살짝만 언급하고 있다. 전반적인 삶을 다 조망할 수는 없었지만 말년에 그의 삶이 어땠는지 세세히 알 수 있었다. 책이나 해설서에서 느끼는 이미지와 달리 그는 상당히 다정다감했었고 순진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간질이나 도박벽에도 불구하고 창작열과 인간과 신에 대한 깊은 통찰은 그의 긍정적이 삶의 자세에서 나온 것임을 본서는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다시금 그의 책들을 읽고 싶어졌다. |
| 어떠한 인물의 사후에 평전을 쓰는 사람은 그의 측근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거나 그러한 기록을 열람하여 쓸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평전도 대개가 그렇고...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의 이 적지 않은 기록은 아마도 가장 사적일 수있는 기록들을 통해 표도르 미하일로비치의 이면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안나 그리고리예프나의 글은 따뜻한 추억에 젖어 있었다. 혹여 그녀가 추억에 젖어 실제보다 더 따뜻하게 과장할 수도 있다는 위험이 있더라도 어떠랴. 그 자체가 그녀가 가지고 있는 표도르 미하일로비치의 이미지인것을... 그러한 이미지가 바로 그 자신인 것을... 작품속에서 표도르 미하일로비치는 참으로 여러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라스콜리니코프가 되기도 하고, 드미트리, 이반, 알렉세이 형제가 되기도하고, 뮈시킨이 되기도 하고... 그의 심리묘사가 그렇듯 세밀한 건 그 자신이 바로 그 인물들 속에 녹아들었기 때문일 거라, 그의 작품들보다도 더 치열하게 치열하게 살았던 그의 삶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 거라 지레짐작했던 나는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의 글을 보면서 본 그의 다른 모습에 잠시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다. 물론 그녀가 그에게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만들어주었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알고있었지만, 그 정도의 짧은 텍스트에 담긴 상상력의 결핍이란... 한 인물의 평전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낯선 한 남자(기존의 텍스트로 알던 도스토예프스키와는 많이 다른...)와 여자의 로맨스라 하여도 무방할 듯한 로맨틱한 일화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스키'라는 글자만 보아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에게라도 이런 책은 좋을 듯하다. 아마도 대중에게 각인된 '어려운 작가'라는 이미지에 상당히 반전을 일으키는 글이 되지 않을까? |
| 나름대로 도스토예프스키 선생 팬이라서 작가와 관련된 책들을 구해서 읽으려고 했는데,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책은 정말 몇 가지 안 되는 것 같더군요. 작가와 관련된 번역본들이 꽤 나오긴 한 것 같은데, 불과 10여년만 넘어도 대부분 절판이 되어 있어서 구할 수는 없는 형편입니다. 이 책은 수년전에 두 번 씩이나 출판사를 바뀌면서 나왔었다는데, 새롭게 번역되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도 선생의 부인이셨던 안나 그리고리예브나가 말년에 출판한 회고록인데, '도스토예프스키와 함께 한 나날들'이라는 번역본 제목에 무척 어울리게, 도 선생과 함께 한 생활과 사랑 이야기가 거의 전부를 차지합니다. 도 선생을 만나기 전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의 어린 시절은 불과 열 페이지도 되지 않습니다. 갓 스무살 먹은 어린 아가씨가 늙은 소설가와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어떻게 보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십사년 남짓한 결혼 생활 동안의 이야기가 적혀 있는데, 우선 재미있습니다. 시간은 나쁜 것을 잊게 해주고 좋은 것만 기억하게 한다지만, 작가가 그리고 있는 도 선생은 그야말로 항상 자기를 사랑해 주었던 이해심 많고 질투에 넘쳐 나는 남편입니다. 간혹 바보스러운 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하고 위대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는데, 수슬로바와의 밀회 같은 것은 일체 언급되지 않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간혹 남편의 소설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역시 작가가 관심과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것은 자신의 남편 도스토예프스키인데, 참 애절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한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백치'의 미쉬킨이 유산을 받자 벌떼처럼 달려들었던 채권자들은 작가가 직접 겪었던 상황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처럼, 도 선생이 겪었던 삶 속의 사건들이 어떻게 그의 작품 속에서 활용되었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번역은 약간 어색한 부분이 조금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매우 부드럽게 잘 번역이 된 것 같습니다. 중역이 아닌 러시아어 판에서 직접 번역한 것이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