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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우울증,육아 우울증,시험 우울증 등 우리를 우울하고 맥빠지게 하는 일들은 이미 너무나 많지만, 이 때와 같이 세상이 드라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가서 화를 내다가도 맥빠지고 우울하다가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적은 처음인 것 같다. 퍼즐 조각이 맞추어져 갈수록 괴롭고, 괴롭지만 우리는 이 모든 걸 두 눈 뜨고 보고 있어야 한다.
아마 이 겨울 내내 우리는 많이 지치게 될 것이다. 나라가 수상하다고 우리 개개인에게 행복한 일들이 넘쳐나게 되는 반작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어쩌면 세상의 일들에 애써 무관심해보려 해도 그다지 기분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지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마냥 지쳐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의 마음이 고단하다는 것을 자각하고 이 겨울을 잘 날 수 있도록 소박하고 진실하고 빛나는 것들을 더 갈망하고 우리의 마음도 줄곧 지친다는 것을 인정하고 쉬게 해주어야 한다.
나는 9와 숫자들의 앨범을 들으며 그것들을 해나가고 있다.
9와 숫자들의 이번 앨범은 나에겐 2016년의 가장 큰 발견이자 행운이다. 사실 9와 숫자들의 노래를 즐겨 듣는 사람일지라도 앨범의 모든 수록곡이 마음에 들기란 쉽지 않고 심지어 나는 9와 숫자들을 주목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나는 생애 처음으로 모든 수록곡을 새겨듣는 앨범을 만났다.
이 리뷰에는 어쩌면 이 앨범이 어째서 좋고, 그 중에서도 어떤 곡이 가장 좋고, 그 전 앨범과는 비교해서 어떻고, 9와 숫자들의 방향은 어떠한 이유에서 독보적인지 설명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사실 9와 숫자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이 앨범이 왜 좋은지도 설명할 수 없다. 그런 내가 이 리뷰를 굳이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나는 처음으로 인생의 음반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났고, 이 겨울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이 안개낀 길고 긴 겨울 새벽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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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사회를 정글에 비유하곤 하지만 안개도시라는 1번 트랙의 제목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