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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칠웅, 재미와 맥락 두 마리 토끼를 잡고서
"전국칠웅, 재미와 맥락 두 마리 토끼를 잡고서" 내용보기
중국에서 역사 강의로 유명한 리산 교수의 저서를 번역한 책이다. 중국 CCTV-10에서 최고 인기강의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으레 그러하듯 출판사들의 과장 섞인 찬사가 아닌가 생각해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중국 학자들에 의해 쓰인 중국사는 귀하므로 읽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그런데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듯 뜻밖의 수확이었다. 이 책은 '강의'가 가진 맛을 잘 살렸다
"전국칠웅, 재미와 맥락 두 마리 토끼를 잡고서" 내용보기

중국에서 역사 강의로 유명한 리산 교수의 저서를 번역한 책이다. 중국 CCTV-10에서 최고 인기강의로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으레 그러하듯 출판사들의 과장 섞인 찬사가 아닌가 생각해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중국 학자들에 의해 쓰인 중국사는 귀하므로 읽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듯 뜻밖의 수확이었다. 이 책은 '강의'가 가진 맛을 잘 살렸다. 역사서가 가진 주요 문제를 꼽는다면 1) 사실의 나열이 갖는 지루함[교과서], 2) 사실에 대한 평가와 해설 필요성이다. 강의를 토대로 한 이 책은 이런 문제들을 대거 타파한다. 일화를 넉넉히 실어 읽는 맛을 더할 뿐만 아니라, 진晉의 분열이나 상앙의 변법 등 굵직한 사건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해야 할지 맥을 잡아준다. 전국시대 주요 사건에 대한 후대의 평가까지 실어주니 이토록 충실할 수 있을까?

그 사례로 '가짜 소진'과 '진짜 소진'을 들고 싶다. 합종을 추진하며 진나라의 장의와 대결하고 육국 재상이 된다는 소진은 전국책과 사기에 기록되어 있지만 후대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에 가깝다. 진짜 소진은 연나라 소왕과 뜻을 모아 제나라를 무너뜨리기 위해 암약한다. 무려 전국책과 사기에 소진이 잘못 기술되어 있지만 후대에 출토된 '전국종횡가서'를 토대로 진짜 소진을 잘 살려낸다.


강의에 토대로 했기 때문에 거듭 역사의 흐름에 따른 맥락을 잃지 않도록 하면서 앞의 장의 내용이 뒤의 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단절이 아닌 통합의 형식으로 나아간다. 거기다 역자께서 대화의 번역을 구어체로 맛깔나게 살렸다. 이에 대해서는 진나라 명장 백기의 죽음을 다룬 장면을 나무위키의 번역과 대조하여 올림으로써 보여드리고자 한다.


"나는 죽어 마땅하구나. 장평 땅의 싸움에서 항복한 조나라 병사 수십만 명을 내가 속이고 모두 구덩이에 파묻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죽어야 한다." -나무위키 '백기' 문서

"죽어도 싸! 장평대전에서 항복한 조나라 병사 수십만을 속여서 생매장했으니, 죽어도 싸!" -전국칠웅 23장 '장군과 재상의 죽음'


점잖게 번역한 나무위키의 방식도 나쁘다고 할 수 없으나 맛깔나게 잘 읽히는 건 분명 전국칠웅의 번역으로 보인다.

역자는 한자어가 많은 중국 책을 번역함에도 '강의'를 토대로 된 책이라는 강점을 살려 문장을 풀어서 번역하여 훨씬 부드럽게 잘 읽히게 해주었다.


이렇게 많은 장점이 있는 책이지만, 단점도 없는 건 아니다. 책 안의 일부 내용을 다시 복사해서 붙여넣고 '확대경'이라 강조한 부분은 책 곳곳에 배치되어 있지만 분량 낭비로 보인다. 원서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번역할 때 제거하거나 해당 부분에 굵기 표시로 처리해도 좋았을 것이다. 그럼 가격을 더 낮출 수 있었을 텐데.

책이 전국시대를 전부 다루지 않는다. 진 소양왕과 백기, 범저(범수)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진시황과 이사, 한비자 등 통일 자체는 다루지 않는다. 분량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워낙 장점이 큰 양서다. 역사는 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전국시대의 맥락을 잡고 입문하기에 좋은 책이다. 교양서로서도 손색 없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n******0 2020.12.0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