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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우린 끊임없이 침묵한다.
"한국사회에서... 우린 끊임없이 침묵한다." 내용보기
소설일까, 자서전일까? 아니 이것이 무엇인지 여부는 중요치 않을 듯 하다. 그 안에 살아있는 이야기들은 진실성 여부를 떠나서 독자를 울린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작가는 공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가공화했노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처음 이 책을 접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이 모든 이야기들이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녀의 삶
"한국사회에서... 우린 끊임없이 침묵한다." 내용보기
소설일까, 자서전일까? 아니 이것이 무엇인지 여부는 중요치 않을 듯 하다. 그 안에 살아있는 이야기들은 진실성 여부를 떠나서 독자를 울린다. ‘내가 이렇게 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작가는 공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가공화했노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처음 이 책을 접하는 그 순간부터 나는 이 모든 이야기들이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그녀의 삶이었고 동시에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한국인의 역사였다. 그 어떤 화려함과도 어울리지 않는 복잡함 속에서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침묵을 보았다. 더 이상 물을 수 없는, 동시에 드러낼 수도 없는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침묵 뿐이었다. 어쩌면 우리의 역사는 그런 것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진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거짓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진실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그렇기에 진실을 알면서도 그것이 진실임을 확신하면서도 아무 것도 이야기할 수 없는… 실제로 지난 역사는 그러했다. 일제시대로부터의 해방과 동시에 우리에게 다가왔던 것은 타인에 의한 우리의 구속이 아닌 우리 자신에 의한 우리의 구속이었기에 더 괴로워야만 했다. 남과 북으로 갈린 이데올로기 속에서 같은 사람이기에 앞서서 무작정 미워해야만 했던 이가 북이었고, 그렇기에 남의 모든 것은 선할 수 밖에 없는, 그것이 우리의 역사가 아니었던가 싶다. 아버지의 부재, 남성의 부재… 그녀는 잊어버릴 법한 그 시점이면 이야기한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처음부터 존재치 않았던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묻는다. 그것은 존재치 않아도 놓아줄 수 없는, 없다는 그 이유만으로 비정상으로 구분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아버지 없이 살아가는 자가 느껴야 하는 아픔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쟁은 여성을 최대의 피해자로 만듦과 동시에, 순간적인 가부장제로부터의 해방을 가능케 만들고 있었다. 아니, ‘해방’. 이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듯 싶다. 가부장제로부터의 일탈… 하지만 그것은 일탈 아닌 일탈이었다. 전쟁으로 인하여 사라진 남성들, 그 빈자리에는 어느 누구도 들어올 수 없었다. 재혼보다는 죽는 그 순간까지 수절하기를 강요하는 한국 사회 속에서 여성들은 말하면 안 되는 남편에 대한 것들을 자신의 가슴속에 묻어야만 했다. 그렇게 그녀들은 침묵으로 하나의 거대한 집을 형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들은 강요에 떠밀려 스스로 가부장제를 지키는 수호신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것은 떠나간 이에 대한 그리움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감정적인, 감성적인 이유에서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떠난 이로 인하여 정상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는 일탈자로서의 그리움 말이다. 나는 어떠한 일탈을 꿈꾸고 있는가. 이 복잡한 사회속에서 살아가는 나도 머지 않아 하나의 일탈을 꿈꾸게 될지도 모르겠다. 결혼치 않는 일탈? 여성으로서 성공하는 일탈? 결혼을 할지라도 아이를 출산하지 않는 일탈?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침묵해야 할 듯 싶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침묵의 연속이니 말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접으면서도 한동안은 멍하니 앉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 눈물도 한숨도 나지 않는, 그렇다고 웃거나 즐길 수도 없는, 이 책에는 우리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여성이기 때문에 아파야만 하는 것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들이 ‘침묵’이라는 이름으로 녹아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침묵을 한다. 그것이 내가 원해서인지 다른 이가 강요해서인지도 알지 못한체… 그렇게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작은 손으로 거대한 집을 한 채 짓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q*****2 2003.05.0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