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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적으로 온다 리쿠의 작품을 읽지 않으면 왠지 모를 금단 증상에 시달리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급하게 빌린 책이다. 이제 거의 모든 장편은 다 읽었고 남은 것은 빛의 제국 시리즈물과 몇몇 단편집들인데 개인적으로 온다 리쿠의 단편집은 열혈팬인 나로써도 칭찬 일색으로 도배하긴 힘든 편이다. 예전에 읽었던 <도서실의 바다>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번 <나비>역시 뭔가 온다 리쿠적인 매력이 잘 발산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재미있겠다 싶으니 허망하게 끝나버리는, 또는 좀 더 길게 만들어도 되는데 너무 축약해서 짧게 만든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이 책에는 모두 15개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일본의 한 잡지에 연재한 것들과 미발표 단편들을 모아서 펴낸 것이다. 제목 아래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초감각 소설이란 말이 딱 맞게 실제 현실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허구의 이야기들을 그려냈다. 마을 밑에 거인이 잠들어 있어 시시때때로 그들의 돌 손가락이 땅 위로 솟아나는 마을, 전기적 에너지를 가진 스페인의 이끼로 만든 로봇을 가지고 놀던 어린 소녀의 슬픈 이야기, 동과 서로 분단된 일본의 이야기, 상상했던 것이 모두 현실로 나타나는 삼남매의 이야기, 복권에 당첨된 사람을 일정 기간 동안 죽이면 죽인 사람이 당첨금을 타 낼 수 있다는 이야기.. 특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엔드마크까지 함께'와 '주사위 놀이' 였다. '엔드마크까지 함께'는 처음엔 이게 무슨 내용인가 어리둥절해지지만 곧 입가에 웃음이 배어나오지 않고는 못견디게 만드는 위트가 넘치고 '주사위 놀이'는 작가 특유의 이야기 만드는 소질이 돋보였다. 상상력과 남들이 지나치는 사소한 일상에서 소재를 캐치하는 능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아쉽다. 역시 온다 리쿠는 장편으로 읽어야 제 맛이 나는 작가인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