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으로 엑셀 사가를 접했을 때의 황당함과 골치아픈,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속에서 혼란했던 사람이라면. 그보다 더 밑도 끝도 없이 시작되는 이 만화, '엑셀 사가'에는 더더욱 골치가 아파질 것이 분명하다. 수많은 패러디와 패러디와 패러디와 패러디를 섞어 감독이 튀어나와 열연하고(애니메이션의 경우) 원작자가 각 화 별로 등장해 장르를 허가하는 식의(역시 애니메이션) 정신없는 방식과 수많은 실험으로 범벅이 되었으면서도 용케 알맹이가 있는 만화가 되었다. 놀라울 정도의 균형감각과 상당한 구성력 덕에 볼만한 만화가 되었지만... 코믹스 판을 접하면서 남들 웃을 때 웃지 않는 스스로를 수없이 구박하고 자책하기 싫다면 아무도 몰래 혼자서 들여다 볼것! 엑셀의 정신 없이 쏟아지는 속사포같은 대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맹점이지만 '하일~~일파랏쵸오오오오오오오오오!!' 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극단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잊지 않는 멋진 엑셀! 그리고 약물중독에 허구헌날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는가 하면 심장이 툭툭 멈춰 의료계를 긴장케 하는(!) 멋진 콤비 하얏트! 그리고 생각없는 미남 오빠처럼 보이지만 이따금씩 보여주는 진지함에 웃음을 거두게 하는 미묘한 총수 일파랏쵸! 거기에 아파트 옆집에 사는, '안정적인 공무원'의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바보 삼총사와 멋진 미사키씨와 시가지의 안전을 지키기위해 불타오르며 예산을 책정하는 카파푸씨. 잡혀먹힐 위험 속에서 고뇌하는, 그 누구보다 머리 좋아보이는 불행한 개, 멘치. 이런 엉망진창 캐릭터들 속에서 이따금 생각이 있어도 보이고 없어도 보이는 대사들엔 뼈가 들어 있다. 2차대전을 교묘하게 비꼬는가 하면 크리스마스와 기독교를 은근히 비꼬는 것도 같은 약간 '불경스런'(?) 대사들, 애니메이션에서 '영어를 배워 10억과 친구하고 30억과 싸움하자!' 식의 대사들이 난무한다. 애니메이션의 예고편에서 '만화 볼때 깊이 생각하는 거 아냐!'라고 소리친건 엑셀이었지만 글쎄, 아무생각없이 웃을 수 있는 만화로 보았다간 어, 잠깐, 하고 시선을 멈추게 될걸. 자, 엑셀, 하얏트! 오늘도 시가지 정복을 위해 달리는 거다! |